지나간 기억들이 날 비웃어 멈춰서서 뒤돌아보는 나를 가슴 속에 남은 것은 언젠가의 기억 스스로 고르고 버렸을 터인 미래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비스트로 아니었나요- 하는 손님이 달에 한 번은 있다니까요. 뭐, 안주 필요하시면 뒷면에 비스트로 메뉴판 보고 말씀해주세요. 케이크 같은 것도 있으니까."
확실히 뒤집어보면 비스트로 메뉴판도 있었다.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메뉴는 충분해 보였다. 브리엘이 그렇게 까다롭게 틱틱대는데도, 저 바텐더의 미소는 흔들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긴 손님 접대에 마르고 닳도록 이골이 난 자들일 텐데 신경을 긁어봐야 티가 얼마나 나겠나. 물부터 한잔 달라는 말에, 바텐더는 글라스 하나를 꺼내서 각얼음 세 개를 집어넣고는 바 한켠에 놓여있던 커다란 컵 모양의-흔히 맥주를 담아서 내놓곤 하는 그거-포트를 들어다가 따랐다. 거름망에 든 라임칩이 물 안에 가라앉아있는 게 보였다. 거품이 사르르 이는 게, 미네랄 워터가 아니라 탄산수인 모양이다. 거품이 희미하게 튀는 탄산수가 담긴 컵이 브리엘의 앞에 놓였다.
"아무튼, 고생 많으셨어요. 잠깐 편히 쉬고 계세요."
뭐라도 다 안다는 양, 뭘 덥석 지레짐작한 건지 맥락도 없는 위로사가 그 뒤를 따라왔다.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건지 알려주지도 않고 바텐더는 온더락 글라스를 꺼내놓고는 냉동고에서 덩어리 얼음을 꺼내서는 카빙나이프로 착착착착, 아주 익숙하게 얼음을 깎기 시작했다. 얼음은 순식간에 군더더기없는 예쁜 구형을 갖추어나갔다.
여인은 다시금 눈을 가늘게 뜨며 흘겼다. 정말, 한마디도 지지 않는게 어쩜 이렇게도 얄미운지. 얄밉지만 매번 받아주게 되는게 참 신기하다. 다른 이들을 대할 때처럼 속내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게 되는 것도. 그만큼 피피에게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일거다. 알고 지낸 세월이 만들어 준,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편안함이 있었다.
"그 말이 농담으로 그치길 원하면, 내가 가는 날 네 방 벌레들을 잘 숨어있게 해야 할 거야. 개미 한마리는 봐줄 수 있지만 바퀴벌레 같은게 나오면 놀라서 내가 뭘 할지 모르겠거든."
질색했다가 실실댔다가. 종잡을 수 없는 피피의 언행에 휘둘리지 않고 푹 하니 나이프를 꽂듯 경고 한마디를 얹었다. 이러면 한동안 신경은 좀 쓸 것이다. 그래야 했다. 적어도 여인이 방문하는 날까지는.
모처럼 놀러가는거니 뭐든 챙겨주려고 필요한거 없느냐고 물었다. 묻지 않아도 이것저것 가져가려고 했지만. 혹시 필요한게 있을지 몰라서였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정말, 정말 예상 외라서. 그리고 거기서 나온 이름이 한층 더 예상 밖이라서. 잠깐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곧 정신을 잡았다.
여인은 힐끔 피피를 보았다. 어느새 목으로 올라간 피피의 손을 보고 여인의 손을 들어 피피의 손을 잡으려 했다. 잡아내려 꼬옥 쥐고 못 긁게 하려 했다. 그 행동만으로 그 부탁이 피피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 듯도 같았다. 하지만 이제 아주 모른 체 할 수도 없어서. 여인은 일말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돈은 필요 없어. 너한테 내가 돈을 왜 받아. 그냥 부탁한다는 말이면 충분해."
피피는 여인의 유일무이한 벗이었으니. 그래도 확인할 건 해야했다. 모두를 위해.
"제롬 발렌타인이면, 커넥션 말하는 거 맞지? 그 조직은 1인 조직이라 조직원도 없는데 혼자 그 정도 순위를 받을 정도면 주변에 만만한 인간은 없을거야. 그리고 조직원이 아닌 주변인이면 아마 사적인 부분까지 캐내질거고."
담담히 시작한 얘기는 여인과 제롬의 관계는 제쳐두고 진지하게 라 베르토의 수장으로써 하는 말들이었다. 이 도시에서 누군가를 알아내려 한다는 건 자신을 노출시키는 위험도 있었으니까. 심연이 들여다보듯이.
"음. 솔직히 말할게. 필로. 그와 뭔가 있다면, 직접 대면해서 해결하는게 제일 나은 방법일 거야. 그를 직접 캐는게 아니라 주변을 우회하는 건 직접은 위험하거나 그와 뭔가가 있어서 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거든. 자칫하면 더한 무언가를 끌어 들일지도 모르고. 넌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열을 끌어들이는 사람은 아니잖아."
그 과정에서 누가 다치더라도 여인은 괴로울 터였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차분한 빛이 감도는 눈으로 피피를 마주 보며 덧붙였다.
바텐더의 말에 브리엘은 그제서야 덮어놨던 메뉴판을 뒤집었다. 케이크까지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브리엘은 안주는 커녕 식사 자체도 간단하게 떼우는 편이었고 이미 제법 마신 채 찾아온 상태였다보니 비스트로 메뉴를 봐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얼굴을 싸쥐듯이 감싼 채 턱을 괸 상태로 브리엘은 관자놀이를 한번 짜증스럽다는 듯 문지르다가 눈과 눈 사이를 눌러냈는데 끼고 있는 렌즈가 뻑뻑하게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따뜻한 곳에서 잠깐이지만 추운 곳에 있다가 다시 따뜻한 곳으로 들어온 탓인지 두통이 밀려왔지만 두통약을 가지고 있지 않다보니 물로 달랠 생각이였다. 분명, 그럴 생각이였는데.
얼굴을 감싸듯 턱을 괴고 있는 상태로 브리엘은 앞에 놓여진 것을 물끄러미 봤다가 바텐더를 흘끗 바라보고 하, 하고 신경질적인 헛웃음을 터트렸다.
"미네랄 워터라고 정확히 말해야 내가 원하는 물이 나오는 곳인줄은 몰랐네. 난 탄산수 싫어하는데."
자신이 싫어하지 않는 걸 꼽는 게 더 빠르겠지만 지금은 탄산수가 싫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성가시기 짝이 없다. 깐깐하고 예민한 기질이 두통 때문인지, 아니면 바텐더의 위로사 때문인지 모르지만 툭 치고 나올 것 같아서 차라리 브리엘은 입을 다물어버리는 쪽을 선택했다.
어차피 으레 하는 위로사일테니까 일일히 신경에 거슬려하는 건 지금으로서 좋지 못했다. 대신 군더더기 없이 얼음을 만드는 바텐더에게서 시선을 떼고 앞에 놓여있는 탄산수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이런 곳에 차를 세운 자신의 호위, 브라이언을 향해 욕짓거리를 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소식은, 분명 희소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롬의 경우 무소식이 희소식은 아니었다. 자신을 꾀어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시나리오도... 상정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걱정되는 것이 따로 있었다. 바로 무라사키가 오는 와중에 또 덤벙거리다가 문제가 생기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아, 무라사키 왔어?"
그가 골목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익숙한 목소리 또한 들린다. 그녀였다. 제롬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래도 어디에선가 길을 잃어서 못 오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
"아냐 괜찮아. 많이 안 기다렸어."
무라사키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뭐, 확실히 3번정도 시비가 걸렸지만 셋 다 주머니 속의 '대화수단'이 해결해줬으니 문제 없다. 그보다 15분이면 별로 긴 시간도 아니기도 했고.
"굉장히... 극악한 수련법이네."
어디의 무술 명가냐고 그거. 제롬은 속으로 생각하며 그 선배들이라는 사람들에게 태클을 걸었다. 아니, 르메인 패밀리라면 그런 방식을 채택해도 이상할 건 없...나...? 사실, 그는 레스터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무라사키를 포함한 그 매서커과의 전투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그런 사람들에게 3히트라니. 무라사키는 얼마나 강한 걸까.
...확인해보는 건 무리겠지?
"마침 목말랐는데 잘 됐다. 잘 마실게?"
솔직히 별로 음료수가 땡기지는 않았지만, 뒤로 보이는 무라사키의 눈이 너무 귀여워 넘어가주기로 했다. 그는 음료수 캔을 들고는, 뚜껑을 딴다...
벨 아스타로테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타고났던_재능은 적응력? 습득력? 교육이든 상황이든 받아들이는 걸 제일 잘 하지 않나 싶다. 스스로의 감정을 받아들여 삼키는 것도.
자캐가_급하게_10000원을_구해야_한다면 길가던 사람 지갑을 슥삭한다. 주변인(시트캐들)에게 부탁한다.
아스 : 음. 있지.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딱 1만 벅만 빌려주지 않으련. 응? (윙크)
자캐의_n년뒤는 다갓이 6을 불렀으니 6년 뒤다.
33살의 아스타로테는 아마 지금보다 라 베르토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하고 서부 구획을 완전히 라 베르토의 영역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어떤 모습일지는 상상이 잘 되지 않지만. 지금보다는 좀더 시설도 있고 더 살 만한 곳일 듯. 그리고 타 구획의 주요 조직들과도 일정 깊이 이상 관계를 만들었거나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을 듯 싶다. 그 목적이 무엇일지는 모르겠고. 본인 자체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다.
시계는 남겨주지 그랬어. 투덜거리는 그의 대답을 시안은 가볍게 무시한다. 지갑에 들어있던 돈은 그의 목숨 값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는 돈이었다. 그러니 지갑에, 외투에, 시계까지 풀어다 의사에게 쥐여주고 나서야 겨우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러니 그 물건들이야 -특히 시계- 목숨 값에 비하면 별거 아닌 것인데. 죽다 겨우 살아난 사람이 그 하나 없어졌다고 이러는 꼬락서니를 보면 괜히 구했나 싶기도 하다.
"구두는 안 팔았지?"
결국 끝까지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는 그의 모습에 시안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길게 내쉰다. 정말, 의식을 잃은 성인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는 할까. 어떻게 사정사정해서 겨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건? 저에게 살려달라고 속삭여놓고. 덕분에 살아난 지금에선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으니, 슬슬 참을 수가 없었다.
"구한 내가 병신이지." "그건 안 팔았으니까. 걱정 마요." "됐고, 의사가 말하길 한동안 안정은 취해야 한다 했으니까. 적당히 있다가 알아서 퇴원해요. 난 이만 가볼게요."
그렇게 일어나 막 병실을 막 문턱을 넘어서려 할 때, 그가 "얘" 하며 자신을 불러 세웠을까. 돌아서면 그는 초승달 꼴 휜 눈으로 웃고있다.
"이름이 뭐야?" ".... 시안." "그거 진짜 이름?" "시답잖은 소리 할 거면 갈게요." "아니 잠깐만." "대체 왜요." "보답은 받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