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시작되면 주인도, 왕도 없어 우리의 달콤한 죄악보다 순결한 무죄는 없어 광기로 더럽혀진 이 슬픈 땅에서 그것만이 나를 사람으로 만들고, 그것만이 나를 깨끗하게 만들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좋아, 담배 좀 태우다 왔다. 화장 지우는 건 미루지 뭐. 일단 나무라는게 아닌 점 알아줬으면 해.
어디서부터 말하지? 아, 그래. 나는 페로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굳이 관캐나 그런 것을 넘어서 외적으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페로사와 페로사주 둘 다 말이야. 페로사라는 캐릭터는 지금 에만이 짜낸 느와르 세계관에서 살을 덧붙여진 고마운 존재기도 하고, 이것저것 많은 이유가 있어. 그렇기에 아무리 페로사가 영화가 끝난 뒤 크레딧으로 퇴장했다는 캐릭터라 말해도 에만주가 보기엔 여기에서 일상을 돌려가며 그 뒤의 이야기를 쌓아간다 생각했다. 그렇기에 내게 있어서 페로사는 바텐더라는 삶을 새로이 시작한다 생각하는 편이야. 그리고 그 길에 에만이 있어준다면, 비단 에만이 아닌 페로사와의 성장의 동반자라고 생각해. 혹시라도 이 발언이 불쾌했거나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사과하도록 할게. 일단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리고 일상이라는 것은 서로 즐겁게 돌리는 것이지. 아무리 혐관이라 해도, 아니면 연플이라 해도. 각자만의 선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생각해. 제롬주에겐 제롬과 아스타로테의 관계가 있듯 에만과 페로사에게도 관계가 있고, 페로사와 아스타로테의 이야기가 있듯 에만과 제롬의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야. 그건 이미 끝난 것 같으니 이 이상 말 얹지는 않겠어.
마지막으로, 관계라는 것은 서로 쌓아가는 것이고, 같은 말을 하더라도 그 관계 때문에 달리 받아들여지며, 그로 인해 같다도 해도 다른 서사가 완성되는 거야. 누가, 어떻게, 어떤 결과를 가져와도. 모든 것이 같지는 않다. 그렇기에 조율하고 같은 대사를 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쌓는 것이 상판이면서 동시에 커뮤 생활이라고 보거든. 그렇기 때문에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고, 또 내가 너무 못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건 비단 페로사주가 아닌 다른 참치 전체에게 하고픈 말이야. 너희 다 잘해주고 있다.
나는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이런 일에 대해 얘기해주거나 하는 일에 서투르고 또 딱딱해. 현생에서 하는 일도 누군가를 위로하기 보다 독촉하거나 딱딱하게 얘기하는 위치에 속하기도 하고. 그래서 날카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절대 그게 아니라는 점과 여기 사람들을 아끼고 있다는 점은 알아줬으면 해.
괜히 끝난 일에 또 기름붓고 물 흐려서 미안하다. 푹 쉬다오고, 물 좀 마시고. 늘 중재자인 캡틴에게도 미안하고. 다 미안하다. 아끼니까 그랬어. 미안.
되도 않는 소리, 절대 하지 않을 소리를 농담 아닌 진담처럼 하는게 참 재밌기도 했다. 투덜댔으면서 내준 과일을 묵묵히 먹는 것도. 여인의 손길을 피하지 않는 것도. 덕분에 생각한 대로 피피의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두드려주었다. 손을 내리고 기대어 코끝을 톡 건드는 손길에 눈을 깜빡여 눈매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래. 잘 알지. 알아도 네가 또 그런 소리 하면 나도 또 똑같이 말해줄거야. 알면 더 미안해 하라고."
말은 뾰족하지만 아프게 느껴지진 않았을거다. 보일 듯 말 듯 하게 휜 눈과 호선 여실하게 그린 입술이 말과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어서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키득 하고 장난스레 웃는 소리가 흘렀다.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나 잠깐이나마 그 때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깜빡이는 눈에 비치는 건 흐릿한 잔상이 아닌 또렷한 현재였지만.
예전에 입던 옷이라는 말에 피피가 팔짱까지 끼어가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여인이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엷은 물빛 소매를 살며시 들고 누가 들을라 작은 소리로 나직하게. 고민을 마친 피피에게 보겠다는 대답을 듣자 한 손으로 핸드폰의 잠금을 풀고 갤러리 앨범 하나를 열어 넘겨주었다. 스무장 남짓 들어있는 앨범엔 그 날 입었던 메이드복과 다른 디자인의 메이드복 사진도 있었다.
"필요할 때만 잠깐 입고 그랬으니까. 너도 본 적은 없지. 그 날 입은 건 이거였어."
사진들은 여러 타입의 메이드복을 입고 여러 자세로 찍은 것들이다. 수수한 빅토리아 풍 메이드복을 입고 긴 소파에 나른히 늘어진 모습. 미니 스커트 메이드복에 깃털 먼지털이를 들고 청소하는 모습. 프릴 달린 에이프런을 더한 기본 메이드복에 찻잔이 든 쟁반을 들었거나. 짧은 차이나 드레스나 기모노를 연상시키는 디자인도 있었다. 그 중 가장 노출도가 높은 프렌치 메이드복 사진은 의자에 한 다리를 올리고 망사스타킹을 올리는 자세를 취한 것이었다. 로우 앵글은 아니었으나 충분히 느낌은 있는. 그걸 톡톡 가리켜보이며 이거라고 말하다가 뒤늦게 생각난 듯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감상을 못 들었어. 장난에 너무 몰두했었나 봐.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사실 장난이 아니라 다른 쪽에 정신이 팔려있었던 거지만. 미안. 필로. 그건 정말 정말 비밀이라서.
"일단 필로 감상부터 들어야겠다. 어때?"
기대인지 그저 즐거울 뿐이지. 생글생글 미소를 지은 여인이 피피의 어깨에 턱을 투욱 올리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