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시작되면 주인도, 왕도 없어 우리의 달콤한 죄악보다 순결한 무죄는 없어 광기로 더럽혀진 이 슬픈 땅에서 그것만이 나를 사람으로 만들고, 그것만이 나를 깨끗하게 만들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흥미롭다. 재밌는 애야, 이래야 내 친구지. 에만- 미카엘은 상기된 눈치로 슬슬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꾹 삼켰다. 짜증 나는 놈이라니, 또 새로운 말이라 어딘가 짜릿했다. 이거 버릇 들면 큰일 나겠는데. 하나 남은 이성이 심연을 꽉 붙잡았다. "네가 만약 안 쳤으면 나랑 한 판 붙었을 거야.. 아마." 헛웃음은 듣기에 가증스럽다는 것처럼 짧고도 강렬했다. 그렇지만 안도하듯 뒤의 짧은 숨이 묵직하다. 눈을 굴리고 천천히 작은 입술을 벌렸다.
"네가 내 친구라 즐겁지. 역시 내 친구구나 싶기도 하고."
요컨대 너랑 나랑 닮았다는 뜻이다. 하여간 순 제멋대로인 녀석이다. 천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홉뜬다. 몸을 일으키려는 듯 움찔하다 말았다. 대신 눈썹이 찡그려지고 입은 작게 일그러진다. 눈으로 욕하는 게 확실했다. 저게 미쳤나? 싶은 표정으로 쳐다보다 소름이 돋았는지 자신의 양팔을 끌어안았다.
"내가 아무리.. 아까 그 행동이 좋았다고 해도.. 그러지 마."
단 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이름이다. 굳이 말해봤자 천년의 놀림감이 더 추가될 뿐이니 입을 꾹 다물고 눈으로 욕을 대신하기로 했다. 그래야 내가 아는 에만이지, 하는 소리에 미카엘은 눈을 굴려 다시 천장을 바라봤다. "그래, 네가 아는 친구가 이중인격은 아니니까.. 맞겠지." 하고 툭 말을 던졌다. 어이가 없다. 먼저 동업하자고 한 사람이 누군데.
"거물은 무슨,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사람인데. 윈터본은 기를 펴지 못해."
어머니의 업적은 위대하긴 했다. A-13은 민간인을 향한 사상자가 가장 적은 지역이고, 깨끗하며, 밤에도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용궁의 용왕, 황룡이 지배한다고 하지만 그 뜻을 이어받기라도 했는지 여전히 그 셰바답지 않은 도시를 유지하고 있었다. 천장을 보다 눈앞이 흐려 잠시 감았다. 초점이 맞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최후가 아른아른 떠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윈터본인 걸 알았을 리가. 네가 날 몰랐듯 세상 사람 모두가 날 몰라. 내가 직접 다 지워버렸으니까."
에만은 직접 자신에 대한 정보를 지웠다. 말소시켰고, 철통 같은 보안 속에서 유일하게 몇 가지 정보를 보관해뒀다. 감히 아무도 손대지 못할 것이다. 르메인이 나서지 않는 이상.
순간 입을 꽉 다물었다. 그리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로즈밀 윈터본이 복수 때문에 사망했다. ..복수 때문에. 눈이 빛나는 걸 봐버렸고 뭐든 답하겠다 했으니 말할 수밖에 없었다. 입술을 앙 다물고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 씹어뱉었다. 갈수록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숨을 제대로 쉬며 말하지 않았기에.
"내가 하는 일이 뭔지 알면서. 나는 거짓도 진실로 만들 수 있어. 쉬운 일이지. 너, 내 어머니 이름을 로즈밀 가브리엘라 윈터본으로 알고 있지? 내가 조작한 거야. 어머니의 진짜 이름은 로즈밀 헤일로 윈터본이셔."
손을 덮어 얼굴을 가렸다. 세상이 어두워지면 조금 편해진다. 그때는 너무 밝은 날이었기 때문에. 눈이 많이 내려서 추웠다. 새하얀 눈이 붉은 하늘 때문에 반짝반짝 빛나던 날이었다.
"……그렇지만 분신자살은.. 그때 편지만 안 받았더라도. 아니, 아니야.. 남을 탓해서 뭐 하겠어."
내가 죽였어. 단 한마디의 고해성사 뒤로 침묵했다. 침묵 뒤로 말을 고르듯 손을 아래로 주우욱 내렸다. 피부가 아래로 늘어지는 감각을 뒤로 선명한 눈동자가 일순 탁해졌다.
"아.. 난 어머니처럼 누군가를 죽이고 싶지 않았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어머니는 자신을 잃어버렸고, 나도 그렇게 될까 봐 두려웠지. 7층 소회의실에 갇혀 살았어. 8년 동안 방에 갇혀 한 발자국도 제대로 못 나가고 살았지. 그리고 늘 그 건물에선.. 피가 튀었어. 내게 강요했지. 그렇게 해야만 네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이 도시는 그런 곳이라고.. 그러면서도 늘 미안하다고 하셨어. 그렇지만 절대 그만두게 하지는 않으셨지."
그래서 사람의 급소 정도는 아는 것이었다. 찌르는 법도.
"그런데.. 그때의 나는 어리석었어. 내 친구가 하나 있었지, 그래,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서 만나는 얼간이가 친구라면 친구겠네. 그 녀석이 나한테 그러더라고, 한 달에 한 번 있는 외출 때 조직원의 신상을 죄다 뿌리고 튀라고. 그러면 다른 조직 녀석들이 그 조직원을 쫓을 거고, 나는 잡히지 않고 안전하게 튈 수 있을 거라 했지. 난 그걸 믿었어. 이제 보니까 후레새끼네. 뭐, 어때. 셰바에 그런 새끼 한 둘인가.. 이제 이해가 가?"
탁한 눈동자가 휘었다.
"그 당시 그로스만의 남은 잔당이 날 이용했다 해도, 결국 내가 죽인 거나 다름이 없어."
"으음... 이거 아무래도 직원채용 업무 카테고리에 '간호'가 빠진거 같은데요~ 그리고 그 외에 여러가지도..."
로미의 천진난만한 반응과 상반되는 기름때로 얼룩진 매지컬☆무나의 반창고, 과연 이게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옳은건가 싶던 그녀는 이마에 손을 가져다대며 곤란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자신의 예상대로 로미는 본인의 업무 외엔 딱히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건지, 아니면 천성이 느긋한 것인지...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심지어 광기어린 웃음 뒤의 침착함 속에서도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속았다싶어 이야기가 틀리다며 노발대발 하겠지만, 어차피 그녀 역시 밑져야 본전이었다. 애초에 첩보요원은 다수로 흘러가는게 아닌 1인체제로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 그리고 그녀가 정말 그런 목적으로 베르셰바에 있었던 거라면 아마 독단적인 판단으로 해결했을 확률이 높겠지.
적어도 그녀가 그런 목적으로 제작되었다면 아무 것도 걱정할 일이 없기에, 여전히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Tout arrive pour une raison... 모든 것은 필연적일지니, 이것 또한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설령 로미가 정말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채 뜬구름 잡듯 말했다 해도, 처음부터 로미의 상점에 들르지 않았다 해도, 어차피 그녀는 시티헌트 전쟁에 대한 것을 혼자서라도 알아내려 했을 것이다. 다만 그 난이도의 차이가 있을뿐,
다만 방금 내용들을 전부 녹취해두었다며 무르지 못하도록 하려는 로미의 행동에 이번엔 그녀쪽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래봤자 깔깔거리는 큰 웃음보단 그저 푸스스 흩어지는 느낌이 강했겠지만 말이다.
"어머나~ 이럴수가~ 일방적으로 녹취를 당해버렸네요~ 이거 설마 나중에 악마의 편집이 되는건 아닐까 모르겠어요~?"
애초에 그녀의 앞에 대고 녹취록으로 발뺌하지 못하게 한다는건 어불성설이다. 로봇을 상대로 기억력대결을 하는 것과 다를게 없는 무의미한 행동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런데도 그녀가 로미에게 어쩔수 없다는듯이 행동하는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재밌네요. 로미씨란 사람은... 제가 지금껏 만난 인간들 중에 가장 제정신이 아니란 말이죠. 부르기 편한 이름을 두고 굳이 장황한 코드네임까지 붙이는 비효율성마저요~"
한팔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몸을 지탱하며 꼬고 있던 다리의 방향을 바꾼 그녀가 방금 전처럼 어두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르메인 사람들에게 언제 발각될지 모르는 곳에 저를 투입시키면서, 설마 맨몸으로 보내시는건 아니겠죠~ 전 전투형 모델이 아니라서 수납무기 같은건 따로 없다구요?"
가볍게 포옹하고 떨어졌다. 서로 심장이 아직 뛰고 있고, 체온이 따뜻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가장 인간적이고 빠른 방법 중 하나다. 짧게 안나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손 끝에 약간 까슬한 자수가 와닿았다. 풀 먹인 옷 특유의 감촉이 있다. 피피는 고급 원단에 대해서는 무지했으나, 이것이 매우 값비쌀 것이란 건 알았다. 잡화점이 건재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내는 무의식적으로 조금 안심했다.
"안 주기만 해봐. 가만 안 있을 거야."
컴플레인 걸면서 잡화점 앞에 드러누울테다. 투덜대며 입 안에 체리 넣고 우물댔다. 그의 입맛은 초딩과 다를 게 없었다. 과일보다는 화학 약품 범벅된 합성착향료와 괴상한 추출물과 농축액, 액상과당, 팜유, 구연산에 더 이끌렸다는 이야기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사내는 이 이야기를 안나, 아니, '아스타로테'에게 해도 되는지 고민했다. 그녀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하지만 온전히 마음 한 구석을 비워두기엔 그 스스로의 성질과 강박이 그리 얌전한 편이 아니었다. 안다면 분명히 섭섭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타고난 성정이 그런 것을 어쩌겠는가.
"...너, 기억나? 나 어렸을 때 헤어졌던 가족... 뭐, 피는 안 이어졌지만, 하여튼... 그런 애가 있었는데."
이걸 말해도 되나. 중간에 말을 끊고 한숨을 쉬었다. 다시 입을 열었다.
"너도 알다시피 누군진 못 말해줘. 최소한 우리가 아직 친구라면, 캐려고도 하지 마."
아무리 제 벗이라 해도 '동생'의 친구는 아니다. 동생이 큰 병원에 가지 않고, 제 가게에 왔던 이유를 존중해야 했다. 무엇보다 일단 고객인 이상 신상 보호도 해주어야 했고. 따라서 고객이었단 말도 쏙 뺐다. 한동안 제 주변 사람에게서 있던 관심도, 없던 관심도 끄란 이야기다. 어쩌면 관심 가지는 사람이 생겼을 때, 안나의 행동을 믿는다는 이기적인 부탁이기도 하다. 일종의 보험이다.
>>59 아..(>>8 봄) 아.. 아 돌아올 곳이 여기 뿐이라니 에만주 어휘력이 많이 모자라서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계속 머리에서 결혼하잔 생각밖에 안 떠올라.. 우우 페로사 눈 덮는 거.. 에만이가 도담도담 해주고 싶다..🥺 그런데 날 두고 가지마 이거 뭐야 뭐냐고! (오열) 나 이제 다음달 수도세도 거뜬해... 너무 많이 울어서 수도세 거뜬하다 진짜...훌쩍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