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시작되면 주인도, 왕도 없어 우리의 달콤한 죄악보다 순결한 무죄는 없어 광기로 더럽혀진 이 슬픈 땅에서 그것만이 나를 사람으로 만들고, 그것만이 나를 깨끗하게 만들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드러눕는다니. 컴플레인 걸겠다니 투덜대는 피피를 보며 킥킥 하고 조금 경박스런 웃음소리가 났다. 웃긴 했지만 반은 농담이 아니었다. 정말 드러누울지 어떨지 궁금해져서 사탕을 안 줄 지도 모르는 사람이 여인이었다. 그 소동에 여인이 휘말려도 그저 웃으며 상황을 몰아쳐버릴 사람이기도 했다.
여인은 피피가 체리를 집어가는 것과 비슷하게 꼭지 달린 것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적당히 달큰하고 살짝 상큼한 맛이 감도는 과육을 씹으며 기다리고, 들었다. 잠깐의 침묵을 두어번 거쳐가며 들은 얘기는 기다림에 비해 터무니없이 짧았지만. 내용은 결코 허사로 흘릴 것이 아니었다.
"음. 그거 잘 됐네. 살아있는 거 봤으면 됐지. 축하해."
짧았던 얘기만큼이나 간단하게 말하고 손을 들어올렸다. 폭 넓은 소매가 스륵 떨어지며 하얀 팔이 위로 향해 손을 피피의 머리에 얹으려 했다. 거부하지 않았으면 살짝 깃털이 스치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을거고 아니면 조금 내려 손등으로 피피의 뺨을 톡톡 두드리듯 부볐을 것이다. 그리고 손을 내린 뒤에 조금은 서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 말 진짜 서운하게 한다. 내가 언제 네가 싫은 짓 한 적 있었나. 그렇게 말 안 해도 안 캐. 안 찾아. 쓸데 없는 걱정 하지 마. 또 그런 소리 하면 내가 너 안 볼 거야."
종알종알 조곤조곤 하는 말들이 조금 따끔했다.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그런데도 보험을 두듯 그런 말을 하는 피피에게 숨김 없이 서운함을 드러내서 였다. 피피가 알면서도 그런 말을 했던 것처럼. 여인도 알면서 투덜댔다. 불만을 내비쳤다.
"꼴랑 한두마디 해놓고 바로 내 얘기를 달라니. 진짜 얄밉다. 필로."
고개를 슬쩍 든 여인이 눈을 째릿하게 뜨고 피피를 응시했다. 비죽 튀어나온 입술이 불만 그 자체였지만 스윽 들어가며 더이상 볼멘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여인은 입을 오물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조금 후에 입술 사이로 체리 꼭지와 씨를 빼 소반의 빈 공간에 내려놓았다. 체리 꼭지는 예쁘게 매듭이 지어졌고 씨는 매듭의 가운데 꽂혀있었다. 다시 툭 기대선 담담히 얘기를 꺼냈다.
"별 건 아니고. 음. 최근에 옷 정리를 한번 했는데. 그 안에서 예전에 입었던 옷이 몇벌 나오더라. 일 할 때 가끔 입었던 거. 옛날 생각 나서 좀 수선해가지고 입었는데. 하필 그 날 그 시간에 지인이 여기 온 거야. 그래서 그 옷차림으로 접대 해버렸지."
뭐 입었는지 한번 볼래. 라며 여인이 소반에 뒤집어둔 핸드폰을 가져왔다. 보여줄지 말지는 피피가 대답하기에 따라 행동이 달랐을 것이다. 여인의 것 치고 수수한 케이스의 덮개를 탁 탁 열었다 닫았다 하며 짧게 덧붙였다.
"나도 지인도 잠깐 놀라긴 했는데. 재밌었어. 반응이 좋길래 좀 놀렸거든."
여인은 살짝 페이크를 넣어 말하고 그 이상은 알려주지 않았다. 좀전의 서운함에 대한 소소한 돌려주기를 겸해서였다. 어차피 모를 것이기도 하고.
전 로즈밀 헤일로 윈터본을 로즈밀 가브리엘라 윈터본이라는 또 다른 사람이 죽였고, 그걸 이름이 비슷하다는 점을 이용해 조작해서 분신자살처럼 만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에만이 인터넷에 퍼진 가브리엘라 윈터본도 사실 조작한 헤일로 윈터본이라고 말해서 조금 헷갈려서요...(이해력 딸림)
설명이 조금 어려웠나보네. 김에만주 서술을 똑바로 합시다 >:0!! (넹..) 브리엘주 어서와! 다들 반가워~
로즈밀 헤일로 윈터본 = 로즈밀 가브리엘라 윈터본이야ㅡ 에만이 가장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조작한 정보가 이거고, 그만큼 사람들의 정보력을 쥐고있단 뜻과 더불어서 제롬주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셰바 사람들이 이게 맞나? 하고 헷갈리게끔, 진실을 알지 못하게 혼선을 줬다. 정도로 받아주면 될 것 같아.😊
'이런 곳에서, 하드 빠쓰에 맞춰 춤을 추다가 절명하게 되다니. 하기야, 침대에서 죽으리라 생각은 안했다. 이런 죽음도 나쁘지 않을지 모르지.' 나는 생각했다. 방독면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자세를 낮게 하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무수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무언가가 섬광처럼 이곳으로 쇄도한다. 그러나, 총탄은 나를 관통하지 않았고, 아무 감각도 없었다. 처음에는 고통이 너무 막중하여 잠깐 마비된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쇄도한 것은 저 소녀, 무라사키였다. 쇄도한 것은 저 소녀의 거대한 칼이었다!
* '너희들은 보물처럼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아냐? 너희들의 보물은 아무것도 가로막는 것이 없는 저 넓은 초원과 좋은 말이다. 그것이 바로 너희들의 보물이란 말이다. 이 칼 보이지? 칼이 진짜 너희들 엄마다! 너희 머릿속에 차 있는 것은 다 쓸데없는 것들이야. 학교, 온갖 책들, 사전, 철학이고 뭐고 말짱 헛것이지! 난 그런 것들에 다 침을 뱉을 거다!' 과연 위대한 카자크가 말했듯, 정말로 소중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니었다. 자신 앞에 서있는 이 소녀, 아니… 여인을 넘어 이제는 서슬퍼런 살기를 내뿜는 이 살인귀는, 다른 무엇도 아닌 오로지 칼에 대한 일념 하나만으로 살아왔을 것임이 분명하다. 아까의 어리숙함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잘라내어 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다. 칼이 어머니라면 이 자는 틀림없이 어디에나 비할 바 없는 모성애를 지닌 자일 터. 칼이 이 자이고 이 자가 바로 칼이다. 마치 눈 앞에 대초원이 펼쳐지는 것과 같은, 위대한 카자크의 재림을 목도하듯. 나는 그 광채에 눈이 부셔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터져나오는 비명같은 신음을 간신히 내면으로 삼킨 채.
힘들게 고개를 올린 나는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 "너는… 분명 소녀, 무라사키였을 터. 아니, 지금 보이는 모습은 무언가 달라. 네… 너의 진짜 이름은 무엇이냐." 천천히 자세를 바로하고 두 다리로 서기 시작한다. 거대한 나의 그림자에 그 자는 가려졌지만, 그 자가 내뿜은 형용하기 힘든 기운은 장막이 쳐지고 서서히 방 안을 채워나가는 어둠처럼, 표면을 일렁이는 파도처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장내를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이 자는 나와 같은 자임을. 달의 서로 다른 이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바꾸듯이, 어두운 구름 사이로 자신의 겉모습을 드러내듯이. 나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묘한 희열을 느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