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힘들게 노력했고 멀리까지 도달했지만 하지만 결국에는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 나는 몰락해야만 했고 내가 가진 걸 전부 잃었지만 하지만 결국에는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식당의 문이 거칠게 재껴지면서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리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하나, 둘, 셋, 넷... 점점 늘어난다. 대충 세도 열은 넘을정도로 무지하게 많다. 하드-빠쓰는 어디가고 저벅거리는 발걸음만으로 가게가 꽉 찰 지경이다. 손에 소총까지 들고 무장한 그들은 하나같이 험악한 인상을 하고 있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인상을 팍 쓰고있는 수염 달린 남자가 있다. 아무래도 그가 이 무리의 리더인듯 싶다. 그는 전열의 가장 앞으로 나와서 다시 한 번 식당 안의 전원을 꾸짖는다.
"감히 우리 구역에서 하드-빠스를 틀다니!!!"
- "수까!! 너 이자식 뭐야!" - "블리얕. 여긴 원래부터 루스끼 식당이었는데 무슨 소리냐, 블리얕."
"외부인은 빠져있어!!"
남자의 외침에 무리가 총을 들이밀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마저 식사하는 루스끼들. 리더인 남자는 가게 안을 날카로운 눈으로 살피더니 금세 무라사키와 페퍼의 앞으로 저벅거리며 다가온다.
"어이, 꼬마와 청소부. 보아하니 너희들인가 보군. 네녀석들이 이곳에서 하드-빠스를 틀고 거기에 환호하며 브레이크 댄스를 췄다는 접수가 들어왔다. 이건 우리 구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명백한 모욕이자 중죄야!!"
그런 법이 어딨다는 말인가... 하여튼 독수리처럼 부리부리한 눈을 한 수염 남자는 쓰고 있는 갑자기 중절모를 푹 숙이더니,
"그래서 내가... 재판을 하겠다!! 바로, 춤으로 말이지!!"
휙 챙을 젖히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브레이크를 춰라. 내 눈 앞에서 말이지. 이번엔 신중하게 추는게 좋을 거다. 만약에- 내가 보기에 너희들 춤이 하드-빠쓰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면..."
- 철컥! 뒤에 대기하고 있던 선글라스가 노리쇠를 후퇴-전진 시킨다. 약실에 총알이 올라오는 소리가 확실하게 들린다.
문이 열리자 이제껏 봐왔던 풍경이 보인다. 아,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너다. 어딘가를 나갔다온 듯한 신발. 나는 네가 담배를 필 때와 룸서비스로 방을 청소할 때 빼면 나가지 않는 줄 알았는데, 신발에 피까지 묻히며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역시 난 아직도 너를 잘 몰랐다. 제롬은 지문까지 묻은 캔바스를 보며 다행히 에만, 그의 피는 아니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만약 그의 피였다면 지문이 묻어있을리가 없다. 그렇다고 그냥 웅덩이를 밟은 것도 아닌 것 같다만. 이건 물어보면 나올 일이지.
에만의 말에 그는 쇼파에 앉아 의자에 앉은 에만을 마주본다.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에만이 먼저 화두를 던져주었다. 제롬은 그의 말을 듣고는 피식 웃음을 흘린다.
"어플은 상관 없어. 이야기나 좀 하려고."
그가 품에서 플라스크를 하나 꺼낸다. 집에서 채워오기라도 한 걸까. 뚜껑을 열자 위스키 향이 순식간에 방을 채웠다. 그의 성격상 질 나쁜 위스키는 절대 담지 않았겠지. 플라스크의 뚜껑을 열고 먼저 한 모금 마셔보인 뒤에 "마실 거야?" 라며 플라스크를 에만에게 내밀어보였다.
"무슨 이야기였지? 아, 그래. 어플에 장난친건 꽤 인상적이었긴 해. 네가 만든 어플이고, 네가 관리하던 거니까. 장난치는 것도 쉬웠겠지. 네게는 못 미치지,만 컴퓨터를 좀 다루는 친구가 내게는 또 있어. 어플은 그 친구에게 맡기고 왔으니, 잠시간은 괜찮아."
"그래봤자 일주일이 최선이려나? 그 이전엔 널 설득하긴 해야지." 라며 능청스레 웃고는 소파의 등받이에 등을 기댄 그는 후우. 하고 숨을 깊게 뱉었다. 잠시 말을 고르다가,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에만. 네가 시체를 치워달라고 했을 때, 난 조금 궁금증이 들었어. 누구도 아닌 '네가' 그런 의뢰를 할 줄은 몰랐거든."
허약하고, 싸움이라고는 할 줄 모르고, 무기를 잡는 것도 어설픈 내 친구 에만. 너를 볼 때면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동질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날 시체를 확인한 이후로는, 난 너를 나와 같은 인간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제롬은 품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 에만에게 보여줬다. 시체의 환부들이 말끔히 찍힌 사진들이었다. 그는 하나하나 넘기며 에만에게 보여주며, 말을 이어나갔다.
"모두 하나같이 급소를 찔렸더라. 심지어 마구잡이로 찌른 것도 아닌 정확히 '노리고' 찌른 모습이지. 하하, 참. 내가 아는 에만이라면 이런 짓은 못 할텐데. 이걸 보니까 조금, 무섭더라."
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내가 아는 에만은 누구지? 난 너에 대해 무엇을 알고있을까? 내가 아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와, 그날 네가 내게 맡겨준 시체는, 너무나 상반되어 있어 도저히 결론을 못 내리겠더라고."
그 날, 너에 대해 조사할 수는 없었지만, 시체에 대해 조사할 수는 있었다. 그로스만, 마녀, 그리고 안토니.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