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야. 과연 사람 목숨에 가격을 붙일 수 있을까?" "야쿠자로서는 생각 할 수 없는 너무나도 도덕적인 발언인데?" "착각하지마. 누군 3억벅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지만, 누구는 3000만벅에 사람을 죽여. 그말이 하고 싶었을 뿐이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상담실에서 나와 보니 작은 체구의 인영이 슬금슬금 뒷문 쪽으로 가다가 자신을 보니 걸음을 멈추는 것을 보고 슬쩍 웃음을 지었다. 정원이 궁금했던 것일까. 하지만 이 도시에서는 너무 호기심을 가져도 명을 재촉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자신의 정원에 들어간다고 해도 죽이거나 하지는 않지만. 아, 유리온실은 조금 위험할지도.
“꽃다발은 그쪽엔 없는데.”
하웰은 느긋한 걸음으로 시안 쪽으로 향했다. 뒷문 쪽에서 떨어지라는 뜻으로 손짓하며 시안에게 향했다가, 이내 작업대에서 작업용 장갑을 집어 손에 끼웠다. 그리곤 이번에는 온도 조절이 되는 유리장 쪽으로 향하며 꽃을 살핀다.
“밖은 계절이 변하니까. 이 도시의 날씨는 영 변덕이 심해서 식물 키우기는 별로야.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식물을 들여올 수밖에 없어서 더 그렇지.”
시안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서 있는 웃는 얼굴의 시안은 몇 번 꽃집을 찾아온 손님이자 '민트'라는 유통업을 하는 곳의 사장이었다. 처음엔 그저 손님인 줄 알았는데 어엿한 조직의 사장이라고 해도... 사실 앳된 외모를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기도 했다. 또 그 조직의 방침도 그렇고 그곳의 사장인 시안의 체구나 외모를 보면 꽤 무해한 느낌이 들어 그렇게 경계하게 되지 않다보니 절로 말도 편하게 하게 되었고. 음, 저쪽도 자신을 왠지 그렇게 보는 것 같았지만. 아, 생각해보면 자신도 도시의 평균에 비하면 무해한 인간에 속하지 않을까?
“어떤 꽃으로 드릴까? 원하는 종류나 쓰이는 용도가 있어?”
영업용 미소를 입가에 걸며 묻는다. 그러고보니 전에는 왜 꽃배달을 하지 않느냐며, 꽃배달을 하게 되면 자신의 조직을 이용해보는 건 어떤지 제안했었던가? 레이스 호텔을 제외하면 배달을 하지 않는 편이라 손님들이 직접 와야 해서 불편해 하기는 했지만 굳이 배달 서비스를 할 정도로 노동량을 늘릴 필요성은 없어 거절했었다. 아무래도 꽃집은 구색 맞추기이니까. 뭐, 그런 것 치고는 꽤 진심인 경우도 있지만...
그는 자신의 마음을 꺼내고, 이내 후회했다. 자신의 말이 아스타로테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지 않는가. 자신은 자격없는, 별 볼일 없는, 재능없는, 그런 수식어들만 모아둔 쓸모없는 사람. 누군가의 곁에 있을 자격조차 없는 사람. 질투와, 무력과, 빌어먹을 과거사로 이루어진 망가진 사람. 그런 자신이 누군가의 곁에, 심지어 화려한 여인의 곁에 있을 생각을 하다니.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이미 죄악을 범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럴텐데.
"...정말?"
괜찮다고, 있어도 된다고 하는 말. 실로 오랜만에, 타인에게 듣는 말이었다. 겹쳐진 손을 고쳐쥐는 것에 그는 손을 살짝 옮겨 자신의 손등과 여인의 손바닥이 맞닿게, 깍지를 끼려고 했다.
"나는... 난..."
몸 전체가 맞닿아 틈이라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끌어안겼다. 그는 몇번 말을 더듬었다. 이런 내가, 이곳에 있어도 된다고 해준다면... 나는...
"...나도, 여기에 있고 싶어."
그는 팔베개를 해준 손으로 여인의 뒷목 부분을 잡는다. 자신의 품에 안겨있을 여인의 뒷목을 살짝 잡아당겨 목덜미가 드러나게 만들더니, 그대로 고개를 숙여 여인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었다. 여인이 원한다는 말을 하자, 허락이라도 떨어진 양 충동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여인의 곁에 있었다는 것을, 남기고 싶었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증거를 남기게 해줘."
네가 내게 모든 것을 주기로 했으니까. 할게. 작게 속삭인 그는 입을 여인의 살갗에 갖다댄다. 아까는 하지 못 했던 것. 1층에서 해소되지 않았던 충동을, 지금 해결하고자 한다. 그는 어둠 속에서 입술을 벌려 하얀 이를 드러낸다. 혀로 여인의 목덜미를 지분거리더니, 그 자리를 가볍게 깨문다. 자신이 있었다는 증표를 남길 정도로. 가볍게 깨문 후에 그는 자국이 잘 남았는지 확인하듯 깨문 자리를 한번 더 혀로 지분거리고는 고개를 들어 아스타로테를 내려다본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도록 해주었을까.
스텔라는 자기 멱살이 쥐어지고 몸이 딸려 올라가서 상처입은 자리가 진하게 아파왔음에도 윽 소리 한 번 내지않고 이빨을 꽉 깨물었다. 아무 말 없이 이를 악물고 아픈걸 견디고 두 눈은 잠시 갈 길을 잃었으나 무엇으로 타오르고 있는지는 분명했다. 한 번 더 그러면 술을 부어버리겠다. 스텔라는 그 말에 쿡쿡 하고 웃음소리를 흘렸다.
" 간도 크네. 호라이즌 블라인더스를 적으로 돌리겠다고? "
스텔라는 침대에 조금 세게 떨어지다시피 누웠고 그 제야 윽, 하고 잠깐 앓는 소리를 내었다. 호라이즌 블라인더스를 적으로 돌린다, 현명하지 못한 생각이다. 물론 스텔라는 그가 그러지 않을 것임을 알았지만 왜 인지 모르게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올린 이 모든 것을 자랑하고 싶었다. 과시하고, 보여주고, 자랑하고싶었다. 일례로 오늘 스텔라를 습격한 그 조직은 이튿날 아침이 될 때 쯤이면 이름만 남고 사라질것이다. 그런 것들 하나하나를 스텔라는 자랑하고 싶었다. 이유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 그래도 한 편으로는 고맙게 생각해. 덕분에 강하게 자랐거든. 알아? "
그리고 기억이 오버랩 되었다. 처음 피피가 싸우는 것을 보았고 스텔라는 자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싸움을 걸고 잔뜩 두들겨 맞고 돌아와 울면서 똑같이 따라했는데 맞기만 하고 가지고 있던 빵도 빼앗겼다고 이야기하던때. 지금이라면 빵이 아닌 눈을 가져가고 때리는게 아니고 베고, 쏘아버린다.
" 그 동네에 있던 녀석들중에 나한테 가족이 없다고 놀리던 녀석들, 전부 어디 한 군데씩은 부러졌어. 그렇게 강하게 자랐어, 나는. "
하루하루가 투쟁이었고 전쟁의 연속이었다. 살고싶었고, 살아야했다. 그래서 개밥도 마다않고 뺏어먹었고 상대가 강하더라도 해야한다면 덤벼들었다. 손을 못쓰면 발로차고 그도 안되면 물어뜯어서라도 이겨야했다. 훌륭한 어른이 되었다는 말에 스텔라는 잠깐 말을 멈췄다. 고의로 두고 간 게 아니라는 말에 스텔라는 한 번 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 ...그럼 왜 그랬는데? "
사실 이제 와서 이유따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있다. 그가 뭐라고 말을 하던간에 스텔라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스텔라 자신이 가장 잘 알고있다.
" 그래, 네 말대로 고의로 두고간게 아니라면 말야. 나는 계속 그 자리에 있었는데 한 번도 돌아보러 오지 않은건 당연히 내가 죽었을거라고 생각했어서 인거지? "
"으응~? 되지 물론~ 이름의 주인이 누구야? 이 로미님이죠~? 그리고 카나운트는 너무 길잖아? 자, 들어봐 봐. '카.나.운.트.' 지금 제대로 부르는데만 3.4초 가량 걸렸지. 그냥 불러도 1초는 더 걸릴걸? 헤, 그리고- '로.미. ~어때? 0.7초밖에 안 걸리지? 아 물론 동명이인이 있다던가 하는 여러가지 변수가 생기면 인지나 판단에 딜레이가 오겠지만, 뭐어, 지금은 그런건 제쳐두시구랴. 헤헤."
그렇게 말한 로미가 자세를 바꿔서 양 손을 뒷통수에 가져다대었다. 하늘로 올라간 시선, 반 정도 감긴 눈이 무언가를 공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가 말했다.
"난 그리고 내 이름이 좋거든~ 말 안 했었나? 내 꿈은 '로미건'을 만드는 거야~ 세계 평화를 쏘는 총이지. 그래서 이 도시에 온 거니까. 헤, 멋있지?"
'로미건'이라는 괴상한 작명은 둘째쳐도, 평화를. 그것도 세계급의 평화를 지키는 것도 아니고 파괴하는 것도 아닌 '쏜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꿈이라고도 말이다. 꿈은 얼마나 크게 꾸던 상관이 없지만 터무니없으면 비웃음 받는다. 특히나 이런 도시에서 세계 평화라니 지극히 미스매치다. 그러나 그녀의 어조는 부끄러움 따위가 없다못해 자신만만했으며, 그 얼굴에선 웃음기가 지워지질 않아 그 진위를 가늠할 수가 없다.
"큭..."
쥬가 대답을 내놓은 것은 바로 그런 때. 로미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대폭소를 일으키는 것이다.
"아하하하~!! 정말? 이걸 '다소'라고 말하는 거야~? 헤, 섭하네~ 그렇게 눈치 안 봐도 된다구~ 아니면 내가 무서워서 그래? 나 좀 봐~! 난 그냥 너저분한 편의점에서 피자나 먹으면서 탄환 하나 사갈 생각도 없는 손님이랑 마주 앉아 수다 떨고있는 힘없는 엔지니어라구~ 내가 무슨 .44 매그넘이라도 쏠 수 있을 것 같아? 헤헤. 아니, 무-리. 그러니까 긴장푸셔! 그리고~ 난 언니가 꽤 마음에 들거든."
에만은 어깨에 걸쳐진 항공 점퍼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엉거주춤 소매에 팔을 뀄을 때 든 생각은 분명 자신의 후드는 큰 편이었지 않나 싶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편함 없이 팔을 움직일 수 있었다. 에만은 손가락을 꿈질댔다. 손등을 덮도 손가락만 비죽 나온 모양새였다. 자신에겐 큰 점퍼를 몇 번 만지작거려 준비를 마쳤을 때의 에만은 큰 옷의 품새 덕분인지 조금 동글동글한 느낌이 들었다. 조거 팬츠는 가느다랗지, 위는 어딘가 부풀어 둥글기 때문이다. 큰 자락을 내려도 동그란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 겨울날 털찐 참새 같았다.
이윽고 출입구에서 기다리는 페로사를 보자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곧 에만이 자신의 성장에 대한 불만을 품은 눈을 가면으로 가릴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분명 어머니의 키도, 아버지의 키도 큰 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에만은 가면 속으로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어보곤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처음 겪어보는 큰 숙취지만 아직은 견딜만한지 잰걸음으로 걸어 옆에 섰다.
자신의 손을 맞잡은 커다란 손은 거칠다. 에만은 느릿하게 손가락을 꿈질거려본다.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것도, 다른 일도 제법 낯설다. 이젠 희미한 자국만 남은 것도 있으나 아직도 선명한 흉터가 가득하다. 하나하나 훑어볼 때 깨달은 것은 따뜻했다는 점이다. 바깥이 추울 텐데도 손에 의지하면 추위는 끄떡없을 것 같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이 사실이 될 것만 같이. 어두운 곳을 더듬더듬 걷다 보면 가로등이 환하다. 도시는 여전히 검붉은 하늘이고 푸르른 점 하나 없다. 가면을 벗고 숨을 뱉으면 뽀얀 입김이 나올 것 같았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에만은 고개를 돌렸다. 주소. 에만이 사는 곳은 누구나 아는 장소였다.
"레이스 호텔."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에만을 받아주고 지켜주는 첫 호의. 이젠 어느덧 소중한 손님이 되어 체크아웃 하기도 죄송할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