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야. 과연 사람 목숨에 가격을 붙일 수 있을까?" "야쿠자로서는 생각 할 수 없는 너무나도 도덕적인 발언인데?" "착각하지마. 누군 3억벅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지만, 누구는 3000만벅에 사람을 죽여. 그말이 하고 싶었을 뿐이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아니면 이렇게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정을 설명하고 시체처리비를 따로 받아냈을 테다. 서로 오고 가는 것이 정확하게 해야 한다. 결국 악수하고 헤어졌을 때는 각자 서로에게 진 빚이 없도록. 정 빚을 져야 한다면 상대방이 나에게 져야 한다. 피피의 강박 중 몇 안 되는, '쓸모있는' 강박이다.
"그래,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만.. 돈 좀 벌고 싶으면 복부는 좀 피해줘. 아니면 좀 깔끔하게 처리하든가."
그거 다 돈이란 말이야, 떼쓰듯 칭얼거렸다. 자몽 껍데기를 컵 모서리에 대고 부비적거렸다. 어차피 거의 다 먹어가는 판이다.
"뭐, 그렇다면야 다행이고."
원인이 짐작가지 않는 것도 아니기에 샐쭉 웃었다. 피피는 엔빌에서 오는 시체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다. 다소 상태의 편차가 있고, 간은 절대 못 팔아먹고, 가끔은 신원에 곤란을 겪을 때도 있지만, 페로사는 썩 괜찮은 계약 상대였다. 신뢰를 존중해주고, 가격을 심하게 올려치거나 내려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일한단 핑계로 와서 술도 마실 수 있고 말이다. (이쯤에서 평소 영업 시간에 찾아와 억울히 문전박대당한 다니엘 스미스 씨를 다시금 기리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별난 만남? 어땠는데?"
투덜거리며 곰젤리 입에 넣고 앞니로 잘근거렸다. 뭘 마실까. 언제나처럼 단 것을 마실 게 뻔하지만, 그에도 종류가 있지 않던가.
"글쎄, 페로사 씨가 내키는 걸로 만들어 줘."
평소 같았다면 길거리에서 외치기 힘든 민망한 이름 칵테일들을 주문했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런 장난을 칠 기분이 못 된다. 단순한 변덕이다. 하기야, 평소에도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인간이다.
블루 스카이.... 브레이킹 배드의 파란 메스암페타민 말하는줄 알았잖아요 (식겁) 생각나서 티미 하나 풀자면 >>571의 '내 이름을 말해' 는 브베의 그것을 노골적으로 표절한 것입니다 후후 어쩌다보니 너무 노골적인 카피가 되었어. https://www.youtube.com/watch?v=fHKrCs1rFRI
페로사는 다음 목적지로 발길을 돌렸다. 공교롭게도 추모할 날이 겹친 사람이었다. 그 조촐한 비석 앞에서 느끼는 비참함에 비하면, 이 사람의 비석 앞은 차라리 견딜 만했다. 아까의 그 조촐하기 그지없는 호박돌과는 차원이 다른, 웅장하고 화려한 부조물과 다름없는 비석이 서 있었다. 가장 고약한 영감탱이. 가장 사랑받은 영감탱이. 가장 노련하고 가장 늙은 배우가 은퇴를 준비하고 관객석으로 내려와, 이 자리를 선택하다. 그 옆에도 비석 두 개가 있었다. 엉뚱한 지옥으로 굴러떨어진 뮤즈, 그러나 이 지옥 가운데에서도 뮤즈처럼 살았노라. 누구보다 용감했던 어린 호랑이.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다. 페로사는 씁쓸한 표정으로 국화꽃 한 송이씩을 비석 앞에 놓아주었다.
눈을 감으면, 문득 르메인 패밀리에서 파문당하고 모든 명예가 실추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 뒤를 거의 온 베르셰바를 적으로 돌린 채로 원흉을 찾아 동분서주하던, 인생 최악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페로사는 문득 자신의 왼어깨를 쓸어보았다. 화려한 성당과 함께 기도문 한 구절이 쓰여있는 문신. et dimitte nobis debita nostra, Sicut et nos dimittimus debitoribus nostris*. 그 문신 위에는 파문을 뜻하는 해골 낙인이 찍혀있었으나, 그 해골 낙인 위에는 파문 철회를 뜻하는 가시 왕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이젠 다 끝난 이야기다. 그 모든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은 결국 모두 이 몇 평의 땅뙈기에 세워진 울타리와, 그 울타리 안에 놓인 비석, 그리고 그 비석을 찾아온 한 나이를 먹어버린 어린아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페로사는 주머니를 뒤적였다. 담배갑. 그녀는 주머니를 톡 털어 담배 하나를 꺼내서는 가장 큰 비석 앞에 놓아주고, 비석 돌에 성냥을 지익 그어 담배꽁초 끄트머리에 불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자기도 담배개비를 하나 빼물고 성냥을 다시 그어 불을 붙였다.
은퇴했던 첫 해에는 저녁에 이 곳을 찾았었다. 그러나 저녁에 찾아갔더니, 때마침 이 무덤에 찾아온 르메인 패밀리의 구성원들이- 그것도 자신이 구면인 얼굴들이 이미 선객으로 잔뜩 있어서 뜻하지 않은 곤욕을 치렀다. 애초에 우호적으로 지내는 이들이었기에 싸움이 붙었다거나 시비가 걸렸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아니었지만, 자신을 곧잘 따르던 후배가 자신을 '지금의 피카레스크과를 있게 해주신 선배님' 이라니 하는 낮간지러운(아마 매서커과의 동기가 들었더라면 얼굴표정이 썩어들어갔을 것이다) 호칭을 붙이며, 자신이 은퇴한 이후에 들어온 피카레스크과의 신입들에게 자신을 소개해주는 바람에 얼굴도 모르는 앳된 후배들의 인사를 잔뜩 받아버린다거나, 친밀하게 지냈던 간부가 근황을 물어오며 다른 간부들에게 자신을 소개해주고 다닌다거나... 추모를 하러 왔더니 졸지에 높으신 분들의 사교 자리에 끼게 되어버려서 적잖이 당황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르메인 패밀리에 지금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이 자리를 이 날에 찾는 게 그런 의미라면, 자신은 거기에 끼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그 이듬해부터 페로사는 일찌감치 낮에 이 무덤을 찾아오기로 했다.
자신은 지금 여기 잠든 영감쟁이와 두 절친했던 동생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이야기를 끝내고 잊혀져가는 옛날 영화 같은 사람이었기에. 지금부터 새로운 이야기에 한 발 끼게 되는 거짓말같은 기회를 잡게 된다 하더라도, 그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과는 전혀 연관없는- 르메인의 사자의 이야기가 아닌 페로사의 이야기가 될 테니까.
"영감. 내가 이렇게 쉰내 풀풀 나는 소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세상 참 요지경이네요."
>>798 >>790 이게 페로사주가 필력이 모자란 것 같아 굳이 구질구질하게 해설을 하자면... 아직도 생생히 살아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는 르메인 패밀리 사람들과, 은퇴를 택하고 앤빌에 안주한 채로 이 무덤에 묻힌 이들과 같이 잊혀져 가는 자신의 모습을 대조해보면서 착잡해하는 페로사의 모습입니다 자신도 자신의 마지막이 결국 이 추모공원 안에서 끝나버리는 걸까 두려워하면서 말야
"헤헤. 시치미인가. 뭐어~ 그렇게 나오실 거라고는 예상했어. 나같아도 그럴 것 같으니까 말야. 더군다나 이 가게의 꼴을 보면 그럴 만도 하지이. 이해 해!"
온갖 기계부품과 무기들이 난리를 피우는 수라장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난데모 메카니컬 숍의 내부는, 만약 같은 금속과 기계로 이루어진 존재라면 질색팔색을 할 것이다. 그도 그럴게 그들의 입장에서는 살점과 내장으로 가게 안이 점철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게 아닌가.
"~좋아, 그럼 여기서부턴 완전 내 헛소리야. 한 번 들어봐."
쥬의 말에 느슨한 웃음을 걸치고선 어깨를 으쓱이는 로미. 그러다 문득 상반신을 앞으로 가까이 가져가 카운터 위에 팔꿈치를 올려 몸을 기대는 것으로 자세를 바꿔 얘기를 시작했다. 눈 앞의 사람이 왜 사람이 아닌가에 대한 이유를 말이다. 지금, 로미가 손가락을 하나부터 들어올렸다.
"첫 번째, 이 근방에 내 가게를 모르는 녀석따윈 있을 수 없어. 멀리서 오는 녀석들도 죄다 다들 내 장난질에 관심이 있어서 오는 놈들 뿐이지."
언랭커라거나, 직업이 없다는 것 따윈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어떻게 알고 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가게를 찾아와 무기를 맡기거나 사간다. 오히려 가진게 없는 녀석일수록 힘에 집착하는 법이지. 난 그런 '사람'의 특성을 알고있다. 만약 이 가게에 얼씬거리고도 몰랐다고 말한다면 그건 어딘가 줄곧 틀어박혀있다 이제 돌아다니기 시작한 웅녀거나 도시에 막 입성한 얼치기 뿐이다. 하지만 이건 그럴수 있다 쳐. 뉴 베르셰바의 모두가 무기에 관심있어 하는 건 아니니까. 또 한 번 손가락을 펼친다.
"두 번째, 이 그림의 선은 감탄이 나올지경이야. 말했지, 그림 그리는 녀석들이라면 전부 되다만 녀석들이라고. 그런 내가 보기에도 이건 너무 잘 그렸어. 이건 거의 사진처럼 느껴질 정도야."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상대하기 귀찮기도 하고, 변수가 많기도 하고, 그럴 필요를 하등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그런 사람의 특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화풍이라거나 예술이라고 말하지. 하지만 이 네가 건넨 그림. 이건 정교하다. 왜인지 내 눈에 한 눈에 들어오고있다. 그 이유가 왜일까? 분명 예술이었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오차'는 거의 느껴지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방금 살펴보고 깨달았다. 이건 거의 사진과도 비슷한 물건이라고.
"그리고 세 번째. 넌 '로미'를 찾지 못했어야 했어."
이건 다른게 아니야. 이 뉴 베르셰바에 선천적으로 성격이 순한 녀석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대부분은 내 헛소리 탄막을 참지 못하고 결국은 걸고 넘어지지. 하지만 방금 로미를 입에 올리며 가리켰던 가게의 저 멀리 떨어진 한 켠. 거기에 있는 권총. 그 그립에 새겨진 'ROMI'각인. 그건 절대로 이 거리에선 인간의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그런게 어딨냐'라던가 '장난치느냐'거나 무슨 식으로든 목소리를 내야 했지. 물론, 내 말에 관심자체를 두지 않았다고, 그냥 무시했다고도 할 수 있어. 기도에 응답하지 않아도 되는 건 사람의 특권이지. 하지만 너는 방금 고개를 돌려서 권총을 직접 확인해 놓고도 전혀 딴죽을 걸지 않았어. 그리고 그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