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야. 과연 사람 목숨에 가격을 붙일 수 있을까?" "야쿠자로서는 생각 할 수 없는 너무나도 도덕적인 발언인데?" "착각하지마. 누군 3억벅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지만, 누구는 3000만벅에 사람을 죽여. 그말이 하고 싶었을 뿐이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방금 날 안 죽이겠다고 말했잖아, 스텔라. 난 사고방식이 단순한 사람이라... 내가 살지, 죽을지만 중요하게 생각해."
이 비좁은 집을 빼앗겨도, 직장을 앗아가도, 손목이나 발목을 잘리고, 눈알이 뽑혀 몸부림쳐도 결국 중요한 것은 목숨을 부지하는가의 여부다. 구차해도 상관없다. 누군가의 신발 밑창을 개처럼 핥아도 좋다. 발 씻은 물을 들이켜야 하는 것 또한 아무렴 괜찮다. 짓밟히고, 짓밟히며, 타인의 손에 짓물러 살아가는 삶도 삶이다. 그저 인간성만 버리면 되는 일이다. 아주 쉽다. 자존감, 자존심, 최소한의 긍지를 모두 묽은 수프 한 그릇과 맞바꾸기만 하면 된다. 위를 꿈꾸지 않고, 아래로 파고드는 삶.
"그래, 그렇게 해서 네가 만족한다면 아무래도 좋지."
네가 내게 과시해서 무엇을 얻을까. 나 없이도 잘 자랐다는 증거? 아니면 내 죄책감을 자극하기 위해서? 둘 다일수도, 둘 다 아닐 수도 있겠지.
"그렇게 해서 살았다면 네가 잘한 거야."
언젠가 피피가 잠에 취한, 어린 스텔라를 붙들고 주문처럼 속삭이던 말이 있었다. 살아, 우린 살아야 해. 그 무엇도 사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아. 배고프지, 응, 우리가 배고픈 것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아. 그 말을 기억했을지, 아니, 들었을지부터 미지수나 괜히 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째서일까.
"린치를 당했어."
어제 아침 먹는 것을 잊었어, 따위를 말할 때와 동일한 어조와 표정이다.
"깨어난 건 며칠 뒤지만, 제정신 차리기까진 1년 넘게 걸렸어. 발작이 심했거든."
이건 사실 다 변명이다. 그 뒤로도 찾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버려지는 것이 두려웠어. 대가 없이 퍼주는 애정이 감사한 것이 아니라, 마냥 공포스럽기만 했다. 그래서 더 요구할 수가 없었다. 내 여동생이 있어요, 저기 밖에서 굶고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살고자 하는 이기심이 이 세 문장을 엮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났을 때 그 사람이 지을 표정이 두려웠다.
"이건 다 핑계지, 미스 솔로몬스. 나도 알아."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죽임당하는 걸 자처하는 거고.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일어나 링거를 확인했다. 이제 좀 낫군. 자리에 도로 앉았다.
페로사의 몸에도 맞도록 품을 늘려놓은 물건이라 그런가, 무스탕 재킷을 끝까지 올리니까 실루엣이 두두룩하게 부풀어오른 게 영락없이 털찐 무언가다. 그래도 앞쪽을 끝까지 여미니 빈틈없이 채워져서, 매일매일이 다른 베르셰바의 아스트랄한 기후에도 별탈은 안 나지 싶었다. 페로사의 키는 188센티미터- 머리 한 개/두 개에 가까운 차이다. 에만이 페로사를 올려다보자 페로사는 에만의 눈길을 눈치채고, 허리를 약간 숙여서 에만이 바라보기 좀더 편하도록 눈높이를 맞춰준다. 따로 별 말이 없자, 에만이 내민 손을 꼭 잡는다.
"좋은 곳에 사네." 언랭커들이나 1인조직 중에서도 잘나가는 별종들이 모여 숙박한다는 아웃사이더들의 성지. 몇 번은 들어본 이름이다. 페로사는 핸드폰을 꾹꾹 눌러 주소지를 찍어놓고는 핸드폰을 오토바이에 달린 거치대에 척 올린다. 트톡에서 에만이 이미 한 번 본 바 있던, 트톡에서 보기 전에서 몇 번인가 본 적 있던 페로사의 애마다. 그러고 보면 하리보가 당근요정을 더러 언제 뒷자리에 태워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리보는 졸지에 자신이 약속을 지키게 된 줄도 전혀 모르고 약속을 지키게 생겼다. 그런데, 아까 에만만 술을 마신 게 아니라 페로사도 술을 몇 잔이나 마시지 않았던가. 이후에도 손님들 중 누군가가 페로사에게 술을 사주지 않았으리라는 법도 없고. 그렇지만 언제 뉴 베르셰바에서 음주단속을 하던가? 뉴 베르셰바 밖으로 나가면 바깥의 법을 기꺼이 따라줄 생각이었지만 지금 이 곳은 뉴 베르셰바다. 그래서, 지금 신경써야 될 것은 하나. 페로사의 컨디션뿐이었다. 괜찮겠어? 하는 말에 페로사는 에만을 돌아다본다.
"어때 보여?"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페로사는 얄궂게 눈웃음을 친다. 그래. 항상 페로사에게서 나는 익숙한 냄새가 난다. 시트러스 냄새, 알코올 냄새. 그렇지만 얼굴은 술기운이라기보단 그냥 저녁의 찬바람에 상기된 것처럼 멀쩡해보였다. 페로사는 주머니에 남은 손을 찔러넣더니 이어버드 하나를 꺼내서 에만의 한쪽 귀에 콕 끼워준다. 나머지 하나는 자기 귀에 끼운다. "그러면, 가보자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대사를 장난스레 한 페로사는, 직원통로에서 주차장으로 나오는 문 옆에 있는 선반에서 오토바이 헬멧을 집어들고는 에만에게 내민다. 바이저 없이 귀까지만 가리는 녀석이라, 가면을 쓰고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페로사는 풀페이스 헬멧을 푹 뒤집어썼다.
페로사는 인디언 스카우트 오토바이의 가죽시트에 올라타서는, 한 사람이 더 타기 좋도록 연장된 가죽시트의 뒷자리를 툭툭 쳐보인다.
"그렇게 과속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허리 꽉 잡아."
그녀의 뒤에 올라타서, 발판에 발을 올려놓고, 허리를 끌어안으면, 부르릉 하고 낮은 소리가 엔진에서 나며 주차장이 조금씩조금씩 두 사람의 뒤로 흘러간다. 페로사가 귓가에 꽂아준 이어버드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니, 주변의 풍경이 뒤로 흘러가는 모습에 차츰차츰 속도가 붙는다. 뉴 베르셰바의 야경 속으로 차가운 밤바람을 가르며, 세상에 두 사람밖에 없다는 듯이 오토바이는 시원스럽고 자유롭게 비탄의 도시의 한밤중의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자기야, 늦은 밤까지 드라이브나 하자 일어나서 가자, 우리의 세상을 뒤로 하고 네가 그렇게 말해주기만 하면 그건 쉬운 일이야 일어나서 가자, 전부 다 뒤로 제쳐버리고.
>>67 늦게 봐서 미안..!🥺 응응! 그정도 됐어! 조직이 생겼단 소문을 듣고 왔다면~ 에만의 얼마 없는 초창기 손님 중 하나겠네. 어차피 에만이 이 일을 하게 된 건 마음을 굳혔다는 뜻이니까 세 사람의 신분과 정보를 말소시키는 것 정도야 받아들였을 거야. 아무런 이유도 안 묻고 해줬을 건데.. 아마 다 말소 됐다는 증거로 온갖 툴과 검색 서치로도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
아무래도 로미 카나운트라는 인물은 스스로의 이름에 상당한 애착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상호명에 이름을 내걸 리도 없고 시그니쳐까지 이름을 써놓을리 없으니까, 그렇다면야 지금의 당당한 행동들도 그렇거니와 관대하다는 듯한 반응도 꽤 그럴싸하게 와닿았다. 다른 이들이 쉬이 넘보지 못할 영역, 그런 위치에 있기에 가능한 반응들인 것이다.
비록 그 자신이 힘이 없더래도 감히 그 면전에 총을 쏠 수 없으며 등 뒤에 칼을 꽂을 수 없음을, 저 로미 카나운트라는 사람이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었다.
"세계 평화라~ 베르셰바에서 그런말을 하면 누군가를 코웃음치겠지만... 그래도 저는 응원해드리고 싶네요. 그런 발상과 움직이려는 행동 자체가, 분명 초탄이 될수 있겠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길고 긴 전쟁과 투쟁으로 만들어진 도시다. 평화 따위 있을리가, 설령 있다고 해도 그것은 곧 도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무릇 반전된 세계는 부서지기 쉽다고들 입을 모으니까,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그녀는 세계평화를 쏜다며 허무맹랑한 선언을 하는 인물의 발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최소한 그것이 하나의 신호탄이 된다면,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골목에서 피흘리며 죽어가는 인물은 좀 줄어들 것이며 적어도 일말의 죄책감 정도는 가질 것이다. 그도 그럴게 이곳은 죄책감 따위 없는 도시니까.
썩어빠진 세상에 아주 약간의 갱생은 필요한 법이다. 시체에서 배어나온 붉은 피가 검게 산화되기 전에,
그녀는 웃었다. 낮빛은 어두워도 그 미소만큼은 여느 때와 같이 화사했다.
"아하하하... 그런 의미라기보단~ ...네에, 뭐 그렇네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좀 참담하네요..."
이래서야 아무리 전문 클리닝서비스가 와도 혀를 내두르겠다. 특수청소부가 오면 모를까 싶지만, 애초에 그 사람들은 이런 단순한걸 맡는 직업이 아니니까.
"제 그림... 말씀이신가요...?"
그것보단 느슨한 웃음과 함께 손을 내밀어 그녀가 아까 그렸던 '그림'에 대해 언급하는 상대방에게 약간의 어리둥절한 표정과 함께 캔버스를 건네주었다. .44 매그넘은 못쏠지라도, 최소한 캔버스 정도는 들 수 있으리라는 단순한 생각이 뒤따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