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거, 거 참 우습네 산다는 거, 구역질이 나 산다는 거, 짐승과 내가 뭐가 달라 결국 죽으면 땅에 묻혀 썩을텐데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욕심 없이 하루를 살아간다. 그게 에만의 삶이었다. 한 번 사는 인생은 뭐든 쥐라고 했지만 노리지 않고 불의를 보면 넘어갔다. 에만은 셰바의 소시민을 자처했고, 건드릴 수 없는 위치에 올라도 동일한 수순을 밟았다. 각설. 에만은 강자를 숭상하지 않는다. 말간 빛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갔다. 그 빛을 보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는 지도 모르는 채. 아니면 알면서도 고쳐먹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는. 에만은 어깨에 닿는 손길에 움찔 떨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아프지 않다. 이따금씩 어깨가 아릴 때가 있었다. 어느 날은 아프지도 않다가 어느 날은 옷깃만 스쳐도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스밀 때. 오늘은 전자였던 것 같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에만은 가느다란 떨림 뒤로 밀빛 머리를 헝클듯 쓸었다. 소금을 죄 핥은 것이 분명하듯 까슬한 느낌이 없음에도 목에 닿는 뭉근하고 뜨뜻한 감촉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에만은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깔린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어지러운 열기와 가르릉 대며 할 말을 삼키기를 한참, 천천히 떨어져 나가는 입술은 뭇 아쉬운 것 같기도 했다.
"치사해." 하고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손가락 끝에 닿는 목덜미는 딱딱했다. 처음 만져보는 감각이었다. 아닌가, 이전에도 한 번 끌어안아본 타인의 목의 감각도 이랬던가. 글쎄, 모르는 것이 아직 많으니 여러 번 겪어보면 되겠지. 참 욕심도 많다. 에만은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잔이 앞에 놓였다. 체구가 작고 여린 에만은 다시금 말갛게 웃었다. 푸르른 샷 글라스. 그리고 데킬라의 진한 향. 에만은 사냥이 아닌 놀이라는 얘기가 퍽 재밌었는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술기운 가득한 웃음이 부스스 흩어졌다. 목 가에 있던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쓸어 올라간다. 눈을 감자 뺨을 한 번 쓸어주려 했다. 손에 쥐인 레몬 한 조각.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인 양,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찰나의 정적. 에만은 체구가 작았기에, 천천히 무릎을 세워 앉았다. 조금 높은 시선에서 있고 싶었기에. 어쩌면 바 위에 걸터앉았을 지도 모르고.
"나는 아는게 거의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뺨을 쓸던 에만이 데킬라를 망설임 없이 마셨다. 그리고 레몬 조각을 검지와 엄지로 구부렸다. 힘없는 손길 때문인지 이리저리 튀지 않고 한 방울, 두 방울씩 느릿하게 떨어졌다. 페로사의 도톰한 입술에 한 방울, 그리고 자신의 혀에 가볍게 한 방울. 아, 실수했다. 입가를 타고 흐르는 레몬즙에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채도 낮은 시선을 휘었다. "Shii-" 하고 한 번 속삭이고는 겹쳤다. 머리를 가볍게 끌어안으려 하며. 이건 술 때문일 거야, 그렇고말고.
흐으으음 조금 진지잡고 말하자면 캡틴도 옛날엔 글 컴플렉스가 엄청 많았어 왜 내 글만 구리지~~ 왜 나는 이렇게 멍청하지~~ 왜 책도 안읽지~~~ 맨날 이래서 일상도 못하고 비교하느라 아무것도 못했거든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걸 포기했어 사실 내가 좋아하는건 문학같은게 아니라 게임이나 만화라는 걸 알았거든 그렇다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걸 쓰면 될 뿐이야 내가 먼저 좋아하는 글을 쓰지 않으면 남도 좋아해주지 않아 사실 남이 좋아하는 글을 쓸 필요도 없지 그냥 내가 놀기 위해 오는 거니까 잘 쓴다고 누가 봐주는 것도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 쓰기로 했어
>>934 호호호호 뭐 당장은 모르겠지만 어느순간 제로미주 나름대로 알게되는 때가 올거야 이건 캡틴이 그랬다는거지 진짜 공부 엄청하고 글 엄청 많이 읽어서 자신이 봐도 만족스럽게 필력 자체가 상승하는 사람도 있을테니까 근데 그건 너무 고연비 비효율이라고 생각해서 대신 그냥 게임 많이하고 만화 많이보는 걸로 하기로 했지
괴물을 만들었다. 왜 괴물을 만든 것일까? 웃기 위해서였다. 백성들은 웃기를 원했다...*
우리는 모두 웃기를 원한다. 그리고 웃음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다.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웃음을 원했다. 다만 그는 모든 종류의 웃음을 원했다. 절망에 빠진 실소, 배신에 찬 헛웃음, 악에 받친 웃음까지 모두를 입에 물고 천천히 굴리고 싶었다. 쉽게 말하자면 한 인간의 삶을 온전히 손에 쥐고 관찰하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대가라고 말할 순 없다. 그랬다간 전두엽에 총알이나 박히고 말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사내는 그가 가진 가장 좋은 핑계를 입에 담았다.
"미스터 발렌타인, 내 대가는 아주 간단해."
제롬의 손 위에 제 손을 다정스레 얹었다. 서서히 힘 주어 빼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정도 관계가 적당하다.
"나는 내 신체의 안전을 원해. 적어도 당신이 변덕을 부리기 전까지는... 또, 그늘진 곳에서 살기를 원해. 내가 어디까지나 같잖으며 하찮은, 어느 날 사라져도 좋을 존재로 남아있었으면 해."
쉽게 말해 절 보호해주되, 아무도 제 존재를 의식하지 않도록 했으면 하는 주문이다. 까다롭기도 하다.
"그리고, 친구 행세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데."
잊었다는 듯 마지막 구절 덧붙였다. 이죽거리며 발렌타인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도 못 해준다 말할 셈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