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거, 거 참 우습네 산다는 거, 구역질이 나 산다는 거, 짐승과 내가 뭐가 달라 결국 죽으면 땅에 묻혀 썩을텐데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단지 그 사이를 넘나들 뿐이지. 그 뒷말을 삼켰다. 하지만 당신은 안 미쳤다 장담할 수 있어? 당신은 이성을 유지하고 있어? 내가 보기엔 아닌데.
"그래, 뭐. 당신은 그런 거 따위 신경 안 써도 되는 입장이니까."
별다른 열등감도, 질투심도 없는 어조다. 그저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권력이 단순히 신체적 조건에서만 비롯되는가? 만약 그렇다 답한 이가 있다면 그는 매우 어리석다. 몸은 낡고 쇠한다. 필히 언젠가는 망가져 돌이키지 못할 날이 온다. 그리고 늙어 비루먹은 사냥개는 뜯어먹히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어진다. 권력은, 생존해나갈 수 있는 가치는 다른 곳에서 온다. 당신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러니까 말했잖아. 날 죽여도 좋아."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웃었다.
"하지만 미스터 발렌타인, 집 이야기 했다고 그 사람들을 몽땅 죽이려 들면, 다음 번엔 사람 하나 머리에 바람구멍내는 걸로는 안 끝날걸."
제롬의 손을 놓았다. 분명 부드러이 잡았으나 붉게 손자국이 남았다. 그리고 약간의 습기 또한 남아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고. 내가 입 가벼웠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
제롬 손 쥐었던 손을 코트에 문질러 닦았다.
"-비밀 지키는 거, 힘들지? 갑갑하지?"
사각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이것은 환청이다. 그러나 그 안에 체계가 있다는 점이 참으로 기이하다. 사내는 결국 참지 못하고 목을 긁었다. 이미 혹사될 대로 혹사당한 피부 겉껍데기가 결국 피를 봤다.
쥬가 발을 들이자 바깥과는 분리된 것처럼 한 순간에 온기가 몸을 덮쳐오는 것을 느낀다. '슈퍼-핫-뜨거' 난방 시스템의 위력이 (난방시스템에 위력같은 말을 붙여도 될 지는 모르겠지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난데모 메카니컬 상점, 그 내부의 환경은- ...솔직히 아주 절망적인 상황이었을테다. 분명 상점이라는 간판을 달고는 있었을텐데 강도라도 든 건지 아니면 뭐가 폭발한건지 너저분하기 짝이 없는 홀은, 솔직히 손님이 아무거나 가져가도 위화감이 없어보이는 현장이였다. 심지어 홀에는 다른게 널부러져 있는 것도 아니고, 무기들. 폭탄들. 그리고... 어디에서 떨어져 나온 것일지 모르는 기계부품들. 그래, 기계부품들. 그것들에게서 '쥬'는, 어떤 종류의 연민이나 섬짓함을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지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을 질질 끄는 발걸음으로 안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며 이야기하는 로미였다.
"니시시~ 괜찮아 괜찮아- 내가 아무리 무기랑 화약에 껌뻑죽는다고는 해도 바로 앞에서 벌벌떠는 아가씨를 그냥 보고만 있을 정도로 변태는 아니거든. 야아- 그런거 좋아하는 사람 세상에 은근 많더라~ 뉴 베르셰바 웹 BD 판매량을 보면 말이야. 이상하지?"
이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 -엄연히 생물학적은 아니지만- 앞에서 하는걸 보면 아무래도 쥬의 직감은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까, A.I.에게도 직감으로 기능하는 코어나 모종의 알고리즘이 말이다. 본인도 분명 여성일텐데 그런 자각은 아예 없는걸까? 어쩌면 이 가게의 주인인 그녀야 말로 진짜 로봇보다 더 한 철혈(Iron Blood)일지도 모르겠다.
"헤헤, 뭐어. 그러니까 누님은 오늘 운 좋은 거야. 다행히 나는 그런 쪽 변태는 아니거든. 아아- 참, 거기 의자 있지? 거기 앉아. 방금까지 누가 앉아있다 갔으니까."
로미는 생긋생긋, 까진 아니더라도 방금과 같은 진득한 웃음을 지우지 않고 그렇게 말하며 자신은 유리 진열장을 뱅 돌아 그 안쪽의 카운터에 풀썩 눌러 앉았다. 그 폼이 퍽 익숙해보이는게 여기 주인이 맞기는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웃음, 보니까 뭐가 좋아서 웃는게 아니라 원래 그런 얼굴인 모양이다. 아마 누가 화를 내거나 울더라도 이 주인장의 표정은 변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입꼬리에 그런 웃음을 걸친채로 쥬에게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헤, 그건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네에- 내가 평소에 만지는건 그런게 아니라서. 좀 더 멋있고, 재밌고! 그리고... 어어~ 알잖아? '빵야빵야!' 소리가 나는 것들 말이야. 설마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그러지 좀 마- 나 무안해진다구."
그러면서 키득거리는건 또 참으로 순진한 사람같아 보인다. 순진하다고 해야할지. 무구하다고 해야할지... 어느쪽이든 이 주인장이 아무리 막무가내라도 신기한 것은, 이 피비린내가 나는 도시와는 영 거리가 멀어보이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 안에서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느라 누구를 죽이고 등처먹는데 관심을 쏟지 않는다는 쪽일까? 아마 집 앞에서 누가 죽어도 눈 깜빡하지 않을테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그녀. 바깥에서 비를 피하고있는 쥬를 데려왔다는게 선심이라는 로미 카나운트의 자아성찰은 정확한 것이었다.
"하여튼- 이 '슈퍼-핫-뜨거'난방 시스템도 그걸 도와줄 수단일 뿐이라는 거지. 결국은 '빵야빵야'가 아가씨를 살린 셈이야. 고마워하라구! 아, 자아- 이건 수건~"
삑. 버튼을 누르자 어디선가 덜컹! 소리가나면서 수건이 날아온다. ...아니, 정확히는 '쏘아져 왔다'. 그 수건을 로미는 보지도 않고 능숙히 잡아내어서 쥬에게 건넨다. 조금 수상해보이긴 해도 마른 수건이다... 로미가 고개를 까딱 거리는게 '뭐해? 받으셔.'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캐는_소중한_사람들을_위해서_신념을_꺾고_무릎꿇을것인가 "소중한 사람이라고 부를 사람은 없어. 뭐? 가정해서라도 대답해달라고? 당신..성가시네." "이 도시에서 내가 무릎을 꿇었을 때 정말로 그럴만한 가치가 되는 게 정말로 가능하다면 이까짓 무릎쯤은 아깝지 않게 몇번이고 꿇을 수 있어. 지켜야할 자존심은 이미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그런 도시가 아니잖아? 그리고 내 무릎을 꿇릴 정도로 약한 사람이야?" "맞아. 그렇다면 차라리 무릎을 꿇지 않는 게 이득이지. 너는 내가 선택한만큼 나에게 지켜지는 것보다 나를 지키는 걸 더 좋아하잖아." "대답이 됐어? ....그럼 이리와서 안아줘."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지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소와 웃음을 머금은 여인은 이도 저도 아닌 말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휘이 저어 더 혼란스럽게 만들기만 했다. 확실한 답을 주지 않으면서 선 역시 애매모호하게 흐려놓고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사실 그 아래는 선도 무엇도 없는 건 아닐까.
"뻔뻔한 거랑 연기는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제롬의 손이 저와 같이 뒷머리에 닿음을 느끼며 여인이 말했다. 말투에 불만이 스며 있길래 또 작게 웃어버리긴 했지만.
여인은 그러쥔 뒷목을 살살 간질이듯 어루만졌고 제롬의 손은 여인의 뒷머리를 느릿하게 쓸어내려갔다. 여인의 숨이 제롬을 자극했듯 제롬의 숨결 역시 여인이 조용히 입술을 물 만큼의 감각을 주었다. 기묘한 주고 받음 속에서 여인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너는 어땠니. 여인이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을.
"음. 헷갈릴게 있었나."
고개를 들어 여인을 보는 제롬에게 지나가듯 흘린 말조차 얄궂다. 이제는 말에 의미가 있기는 한가 싶다. 그리 즐거워하는 여인과 달리 제롬은 피로에 못 이겼는지 자포자기인지 모를 말을 하고 눈을 감았다. 피로의 이유가 장난 때문이라 하니 이 쯤 할까 싶었다. 그래. 해보라고 한 건 제롬이니까.
"증명 해주면 되는 거지?"
사뭇 진지한 목소리가 여인의 것이 맞았던가. 깨닫기도 전에 여인이 고개를 들어 겹친다. 립밤인지 립스틱인지 모를 미끈함이 둘 사이에서 뭉개진다.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강렬한 십수초가 지나고 여인이 떨어져 숨을 고른다. 조명을 받아 번들거리는 타액을 혀가 훑었다.
가끔씩 주는 차이. 페로사의 말이 맞다. 리스크 작은 모험을 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멀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에만도 잘 아는 일이다. 적어도 맛대가리 하나 없어 보이는 질척질척한 아티초크 절임을 눈 딱 감고 먹어봤더니 입맛에 제법 잘 맞았다는 걸 알게 되거나, 오늘처럼 새로운 칵테일과 담배를 배워보거나. 일상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모험을 즐기면 좋다. 다만 지금처럼 분위기를 타거나 취기에 기대 용기를 최대한 쥐어짜낸다면 모를까, 모르는 것이 많고 손대보기에 녹록지 않은 세상 때문인지 에만에게 아직 두려움이 앞설 뿐이다. 아니면 그 핏줄이 두려웠거나. 에만은 말갛게 웃었다. 이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미소였다. 손에 한 번 쥐면 바스러지고 더러워질 것이 분명한 순수한 미소. 에만은 그런 사람이었다. 도시에서 가장 잡아먹히기 쉽고, 그만큼 여렸다. 작은 체구와 가는 몸의 선은 물론이요 위축적인 모습이 특히 그런 모습을 부각시키곤 했다. 그럼에도 에만은 다른 사람처럼 누군가를 짓밟고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다. 작은 자리에 만족하고, 그렇게 어느 순간 누군가 올라서지 못할 나름의 경지에 올랐다. 누군가의 손을 타기 전 올라서버렸기에 경계는 심해졌고, 짧은 온정에 큰 행복을 느끼는 것이 당연해졌다. 지금 이 미소는 짧은 온정 때문이었다. 야생에서 잡아먹히지 못하고 올라선 자는 이렇게나 무르다. 살아있는 것을 알 수 있으매, 그 뜻을 긍정하리. 에만은 작은 웃음을 흘렸다.
"맞는 말이야."
맞장구를 치던 에만은 페로사가 샷 글라스와 병을 꺼내자 관심을 가진다. 에만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상표와 선인장이 자란 사막의 경치가 투박하게 그려져있다. 다행스럽게도 선인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술김에 저 식물은 뭐야? 하고 물을 뻔했다. 에만은 칵테일 잔을 다시 내려놓고 재떨이에 둔 연초를 입에 가져다 댄다. 짧게 숨을 들이마셔 태운다. 다시금 희뿌연 연기를 뒤로하고 반쯤 태운 연초를 재떨이에 둔다. 페로사의 이야기는 에만도 제대로 알 수 없던 것이었다. 지하 투기장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는 말에 에만의 눈이 둥글게 뜨였다. 매 순간이 목숨을 거는 모험이었다는 말이 무겁게 와닿았다. 그리고 파란 하늘 이야기에 에만은 연기를 뱉으려던 입술을 고이 다물었다. 샷 글라스에 바깥의 향이 가득 찼다.
이 도시에 살게 된 이상 우중충함은 평생이고 따라붙는다. 과감한 모험은 꿈도 꿀 수 없으며, 사소한 모험도 조심스럽게 해야만 했다. 에만은 페로사의 고충을 십분 이해한다. 이윽고 페로사의 말에 눈을 내리깔아 이 푸른 칵테일을 본다. 한때 그 파란 하늘을 동경한 적이 있었다. 바깥은 온통 파랗다는 아버지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말한 바다는 하늘만큼 파랗다 했다. 에만의 노트북은 아직도 새파란 바다와 하늘 사진을 띄우곤 했다. 이 눈동자는 이따금씩 파 버리고 싶지만, 에만도 푸른색을 제법 좋아하는 편이었다. 느릿하게 입술을 뗐다.
"우린 닮은 점이 꽤 있네.. 나도 파란 색조에 마음이 가곤 해. 모험은 두렵지."
고작 한 마디 꺼냈을 뿐이었다. 에만은 술기운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박자 늦게 깨달았다. 들이밀린 레몬을 제대로 흘겨봤다 생각했는데 이미 선득하게 목 한쪽이 시큼한 시트러스 향에 젖어들었다. 에만이 입을 작게 벌리던 찰나 이번엔 입자가 고운 소금이 한 줌 뿌려진다. 모험은 좋으니 이 정도는 괜찮으리. 정말일까? 흐리멍덩한 눈이 선명한 눈웃음을 마주했다. 뇌에서 붉은 신호를 보냈지만 도저히 모르겠다. 어지러웠다. 데킬라의 향이, 시트러스의 새큼한 냄새가, 바의 조명이, 그리고 언젠가 보았던 바다라는 것의 영상처럼 물결치던 금발이.
목을 타고 가는 숨소리가 흘렀다. 갈 곳 잃었던 손이 허공을 더듬다 여성의 머리에 닿자 느릿하게 쓸다 놓친다. 뜨겁고 축축한 감촉이 익숙하지 않았는지 몸을 느릿하게 움츠렸다. 어지러운 술 향기, 어디선가 아릿하게 타들어가다 재떨이에서 명 달리한 연초의 향기, 한순간의 장난에 먹먹한 귀와 함께 몇 번 말을 더듬거렸다. 목에서 쉽게 나오지 못하는 울림은 가르릉 소리를 내다 이내 조근거리는 속삭임으로 변모한다. "나는 음식이 아니야, 페로사.." 고작 짧은 투정 한 번 해내고는 움츠렸던 몸 그대로 팔을 다시금 더듬거렸다. 작은 손가락이 여성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스쳤다. 도전, 모험.. 여러 단어가 어지럽게 스쳤다.
"어차피 아무도 없을 텐데, 해볼까……. 그렇지만 나는 사냥꾼이 아니라 목덜미는 아닐 텐데, 어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