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거, 거 참 우습네 산다는 거, 구역질이 나 산다는 거, 짐승과 내가 뭐가 달라 결국 죽으면 땅에 묻혀 썩을텐데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시트를 내리지말고, 이 스레에 영원히 귀속되게 하는 건 어떻게 생각 해? 본인이 요청하는 것 외엔 어떤 동결도 내림처리도 없고, 이 스레의 설정으로써 계속해서 유지 되는거야 그게 현생 때문에 어쩔 수 없었건 무통잠이던간에 남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써먹을 수 있는 거지 돌아오면 돌아오는 대로 좋을 거고 아닌 사람들은 아닌 거고
목소리의 끝자락에 으르렁거림과 비슷한 것이 겹쳐 들린다. 느릿하게 뜨인 눈꺼풀 아래 금안이 당신을 직시한다. 웃음기 걷힌 모습은 아무 까닭 없이 사자의 이름 가진 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위압적이다.
그러나 이내 굳은 입매 누그러진다. 아슬란의 말에는 한 치 거짓 없었다. 애초 큰 문제도 아닐 뿐더러 이깟 것으로 힘 빼고자 온 것도 아니다. 무엇 하러 좋은 사업 파트너와 분쟁을 만들겠는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내 행태를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겠는 걸."
사뭇 가벼우며 장난스럽다. 아슬란 느슨히 미소 짓는다.
"나를 그 정도로 경우 없는 짓거릴 벌이는 작자로 생각했단 소리 아니야, 우리 자기가... 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다면 응당 사과해야지."
목을 긁어내리듯 끌끌대는 웃음소리 뒤따랐다. 샐쭉 휜 눈이 제법 즐거워 보인다.
"말했잖아, 큰 문제는 아니라고. 자기 말마따나 진짜 그 놈 시체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알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어, 식별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 텐데."
흥분 가라앉히라는 것처럼 느릿한 목소리로 이어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게 똑같은 놈이 아니라면...적어도 마지막 모습을 아는 작자가 중간에 껴있다는 소리겠지."
일정한 속도로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가 잠깐의 침묵 사이를 메꾼다. 내리뜬 눈동자 사이로 미미한 불쾌감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눈 깜박할 새 사라진다.
"반대로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자기가 협조를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아, 별 건 아니야. 혹시 마지막으로 사간 새끼가 어떤 놈인지 기억해? 간단한 인상착의라도 상관은 없는데."
기억이 안 난다면 어쩔 수 없지, 라며 미련 하나 없이 깔끔한 어투로 덧붙인다. 앞서 '문제'라 칭한 것 치곤 일말의 동요도 찾기 힘들다. 외려 심경을 거스른 것은 다른 부분이었던 모양이다. 느슨한 미소 당신을 향했다. 어조 가볍지만 그 내용마저 가벼이 넘기기는 힘들다.
"아, 하지만 마지막 발언은 아무리 자기라도- 좀 그렇긴 하네."
어느샌가 손톱과 탁자가 내는 작은 마찰음마저 사라졌다. 미소 더욱 진해진다. 좋은 징조는 아니다.
"가능한 의심이지, 물론! 하지만 외부인이 그런- 말을 떠드는 건, 좀..."
눈썹 사이를 살며시 찡그리며 목소리를 길게 끌었다. 아슬란 싱그러이 미소 짓는 것으로 말을 끝마친다. 이내 경쾌한 음성이 새로이 말을 시작했다.
자신이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무슨 이유 때문에 이곳에 있었는지 어느것 하나 뚜렷한 기억이 없었다.
그도 그럴게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뭔가가 변해도 단단히 변해버린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자신이었으니까. 정신을 차렸을 무렵에는 '뭔가 큰 사고가 있었나보다.'라고 생각했지만 계절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자신은 줄곧 이 모습 그대로인데, 어느 누가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그렇기에 때때로는 타인들의 눈을 피해서 숨어들 때가 있었다. 딱히 도망자의 처지인 것도 아님에도 그녀에 대한 도시의 예우는 딱히 유쾌하지 않은 일들 천지였으니까,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뜨자 익숙한 시야가 눈을 어지럽힌다. 어느 것 하나 초점이 잡히지 않는 구름 한가운데의 세계,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마주보려 하자 그때서야 무언가 깨달은듯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비가... 오고 있네요..."
어쩐지 방금 전부터 귀를 간질이는 경보음이 들렸는데도 망상 속에 있었던터라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던 걸까,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며 동공에 닿아 가볍게 찰박이다가도 이내 눈물인것처럼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불현듯 든 생각은 그 이후였을까? 자신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들고다니는 짐들이 비에 젖거나 하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한 일이 되었기에 그녀는 어딘가 비를 피할만한 장소를 살펴보기로 했다.
찰박거리는 소리는 더욱 커져서 발목을 서서히 적셔갔고 머리카락도 물기를 머금어 힘없이 늘어질즈음, 마치 그때가 아니면 보기 힘들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알수 없는 섬찟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건물에 도착하게 되었다.
옷이야 좀 젖었을진 몰라도 짐들은 무사하다는걸 뒤늦게나마 확인한 그녀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한층 차분해진 눈길로 주변을 둘러보자 그때서야 왜 섬찟한 기운이 느껴졌는지 깨닫게 되었다. 익숙한 건물의 외관, 그러면서도 수상하게 많을 자재들, 일단 이름부터가 서슬퍼런 쇠붙이들을 취급할것만 같은 가게였을까? 그 내부를 직접 보진 않았지만, 그 가게에 딸려있는 다른 건물은 누가 봐도 고물상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아니, 고물상에 가게가 딸려있는 걸까?
"주인분이 계시거나 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라고 혼잣말 하듯 입을 열었지만, 이내 자신의 상황을 깨닿고 조금은 서글픈 표정을 짓는 그녀였다. 적어도, 비를 피할수 있을만큼의 시간동안은 머물러있으면 좋겠다만...
무슨 생각에서인진 몰라도 그녀는 어떤 지역에서 비오는 날 천인형을 걸어두는 묘한 풍습이 있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캔버스를 놓고서 맑게 개인 주변경관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자신 밑으로 들어온 어떤 소녀가 한 명 있었다. 악마같은 부정한 것들을 수놓은 초커, 피어싱, 그리고 붕대…? 붕대를 감은 소녀가. 외투나 스커트도 고딕한 분위기다. 고스족 코스프레같은건가?
"…" 게다가 움직일때마다 묘하게 쩔그럭거리는 저 품속의 무언가. 대체 뭘 저렇게 바리바리 싸온거지? 부모님 심부름이라도 나왔나.
"…아, 이거." 조금 생각하느라 넋 놓고있다, 몇 초 뒤 아저씨에게 나이프 두 자루를 건넸다. 여전히 엉거주춤하게 선 채로, 크레딧 카드와 함께. "…안 돼." 그리고 돌아오는 아저씨의 단호한 목소리. 젠장. 빠르게 노란 보호복 주머니를 뒤적거려본다. 없다. 어디에도 없다. 현금이. 집까지 오르락 내리락 반복하기도 귀찮다. 한번 말을 걸어볼까.
나는 내 밑에 위치한… 그러니까 대략 60cm 가량 밑에 위치한 꼬마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한번 건드려보았다. "저기… 그, 돈좀 혹시." "…" "있… 아니, 빌릴 수 있을까." 최대한 친절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보일런진 모르겠지만. 방독면 너머로 기계음 섞인 음성이 나직이 퍼져나간다.
통증. 그리고 붉은 것이 뺨 타고 흐른다. 그리고 발렌타인과 대조되는 새된, 진실된 웃음이 방에 울려퍼졌다. 벌레가 웃는 꼴은 처음 보니? 봐두렴, 꽤나 재밌는 꼴이란다.
"아, 미스터 발렌타인. 친애하는 미스터 발렌타인."
팔 뻗어 제롬이 총 쥐고 있는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밀어내기 위함이 아닌 고정시키기 위함이다. 손끝이 퍽 따뜻하고 다정스럽다. 어린 동물 대하는 손길이다. 고해하자면 밀어내고 싶은 충동도 없잖아 존재했으나 억눌렀다. 이마에 총을 맞는다면 지나치게 깔끔하게 끝나버릴 것이 틀림없다. 그래선 곤란하다. 아주 곤란하다.
"나는 내 뒤에 아무것도 없고, 오직 나 자신만을 믿는답니다."
공포를 느낀다 이야기하면서 제 조사 하나도 안 한 꼴이 퍽 우스워지기도 했다.
"내 조사를 맡은 이가 그런 것 안 알려주던? 이상하네, 3분만 투자하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다 알아낼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사내를 곤충이라 생각했다는 점에선 제롬 발렌타인이 그 누구보다 가장 진실에 가깝게 다가갔다 말하는 것이 옳다. 인간과 가장 공통점이 적은 생물, 그래서 가장 혐오스러운 족속들. 인간이 벌레를 닮았다 이야기하는 것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모욕으로 통했다.
"하나 충고를 해주자면, 미스터 발렌타인.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숨기지 않는 편이 좋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려보다, 두 눈을 찌푸리며 인상 쓴 얼굴로 시안은 잠시 거울을 노려다 본다. 그리고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지어본 뒤 만족스러운 얼굴로 선글라스를 쓴다. 그러는 모습이 마치 무대에 나서기 전 표정 연기를 해보는 배우 같을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부하는 웃으며 툭 말을 던진다.
"사장. 그래봐야 사장은 귀엽게 보일 뿐이라니까." "시끄러워."
곁눈질하며 시안은 나지막한 어조로 말한다. 화를 억누르는듯한 기색이 가득한 목소리다. 그에 괘념치 않은 듯 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안의 뒤에 서 머리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커다란 손으로 마치 강아지를 쓰다듬듯. 머리카락을 잔뜩 헝클이며 쓰다듬자, 거울에 비치는 시안의 얼굴은 정말 화가 난 얼굴로 바뀐다.
"무섭게 보이려면 일단 그 체격부터 키워야지."
부하가 말하면 시안은 으르렁거리는 음성과 함께 돌아선다. 날려대는 주먹은 전혀 아프지 않지만, 시안이 집요하게 무릎을 차고 늘어지는 탓에 버티는 것이 불가능했을까. 부하는 웃으며 밖에서 기다리겠다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선다. 그런 도망치는 부하의 뒤통수에 대고 시안 씩씩거리다, 지친 듯 다시 거울을 본다.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지만. 전혀 그런 인상을 주지 못하는 자신의 앳된 얼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시안은 한숨을 내쉰다.
사내는 속으로 비웃었다. 큰 일이 아니라면 왜 이 곳까지 직접 오셨겠어. 이어지는 말엔 이게 집안 문제로 들릴 만한 어조가 내포되어 있었다. 좋지 않다. 내부 싸움에 휘말리면 이래저래 귀찮아진다. 이것 재고, 저것 편 가르고, 그 와중에 자기 목숨 염려까지 해야 하지. 성가실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그러니 저 여자가 어느 정도 못마땅해하는 걸 감안해서라도 발을 빼는 편이 낫다. 애초에 사내는 기계를 자처한 처지다. 시체를 받고, 처리해서, 가격을 매기고, 그 대가로 일정량의 연료를 공급받는다. 누군가가 분쇄기가 자신이 파쇄해서는 안 되는 종이를 알아본다든가, 사용자를 알아본다는 이야기를 떠들고 다닌다면, 기계가 고장났거나, 그 작자가 광인인 것이 틀림없다.
"짐작하다시피, 미안하지만 기억나지 않는걸, 미스 아슬란."
남자일수도, 여자일수도. 노인, 어린아이, 청년, 갓난아기. 코트를 입었던가? 아니면 밍크? 중절모를 썼던가? 그것도 아니면 야구모자? 아니, 모자를 쓰긴 했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걸. 태연자약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사내는 구겨진 서류를 반듯이 펴서 파일 안에 넣었다. 이미 구겨졌던 탓에 약간 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던가? 미안하지만, 그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걸."
피피 프로스페로의 장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그가 하등 중요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에 있었다. 사람들은 중요치 않은 인물에게 신경을 쏟지 않는다. 심지어는 이따금 그에게도 입이 있다는 사실을 잊곤 했다. 따라서 그는 남들은 알지 못하는 것들을 불행히도 알아버릴 때가 꽤 잦았다. 두 번째 장점으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반응하지 않고 기억하지 않는다. 그저 기계의 역할만 수행했다. 제 주제를 알았다.
"유감이야. 알다시피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
당신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 난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보지도 못했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