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거, 거 참 우습네 산다는 거, 구역질이 나 산다는 거, 짐승과 내가 뭐가 달라 결국 죽으면 땅에 묻혀 썩을텐데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여인의 눈빛에 그는 의아하다는 생각을 내심 했다. 의미도, 본심도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원한다면 전부 내어줄 것 같은 눈빛 뿐이었다. 저것이 장난임을 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자신과 비슷한 자색 눈동자는 장난이 아닌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주었다.
"...농담이지?"
후후 웃는 그녀를 보며 살짝 당황스러운 듯 침묵하다 중얼거린다. 농담이지? 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감정이 담겨있었다. 하나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당황. 진심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이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반응에, 그러니까 예상치 못한 반응에 대한 당황스러움.
몸이 다시 눌리고, 이번에는 여인의 얼굴이 어깨에 기대진다. 가면을 쓰고 있던 방금과는 달리, 지금은 제롬 그 본연의 모습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를 지켜줄 수 있는 심리적 장벽은 지금 존재하지 않았다. 옷 너머로 느껴지는 온기, 머리카락에서 나는 이름 모를 향의 냄새, 간질거리는 웃음소리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것 또한 농담인가? 아니면, 그녀의 말처럼 농담이 아닌가?
"윽..."
읊조리는 말이 가까워질 때 즈음, 귓볼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감촉에 그는 미약한 신음을 내었다. 눈을 살짝 감고는 여인을 껴안은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다른 하나의 감정은 묘한 기대감. 그녀의 말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해줄 생각도 없으면서. 됐으니까 원래의 아스타로테로 돌아와."
하아. 귓볼이 깨물리며 참았던 숨을 한순간에 터트린 그는 피곤한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여인이 그의 어깨에서 고개를 들었다면 그는 그녀를 가볍게 들어 옆에 내려놓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개를 들지 않았다면,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여인의 목덜미에 다시 고개를 파묻으며 "피곤해..." 라고 중얼거렸을까.
칼갈이가 아저씨가- 청년? 아니면 중년?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칼갈이가 페퍼를 묘한 시선으로 올려다 봤다. 그 이유가 있다.
"앗, 저어...! 그-"
페퍼의 아래, 그 아래의 아저씨. 그리고 그 아래의 쪽에서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려다보면 그곳엔, 당최 무슨 일인지 날붙이란 날붙이는 품 안에 가득 챙기고서 서있는 보라색 머리칼의 소녀가 있다. 소녀는 페퍼가 자신을 내려다보자 시선을 얼른 피하면서 몸을 쭈뼛거린다. 그것이 칼갈이가 그런 시선으로 페퍼를 쳐다 본 이유였다. 사실 페퍼만을 그렇게 쳐다본 것이 아닌, 동시에 칼을 갈러 온 소녀와 그를 번갈아서 보고 있던 것이었다.
"머, 먼저... 하세요...!"
양보인가? 그리고 그 때에 소녀가 한발짝 물러나며 페퍼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품 안에 들린 칼들이 '절그럭' 거렸다.
시트를 내리지말고, 이 스레에 영원히 귀속되게 하는 건 어떻게 생각 해? 본인이 요청하는 것 외엔 어떤 동결도 내림처리도 없고, 이 스레의 설정으로써 계속해서 유지 되는거야 그게 현생 때문에 어쩔 수 없었건 무통잠이던간에 남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써먹을 수 있는 거지 돌아오면 돌아오는 대로 좋을 거고 아닌 사람들은 아닌 거고
목소리의 끝자락에 으르렁거림과 비슷한 것이 겹쳐 들린다. 느릿하게 뜨인 눈꺼풀 아래 금안이 당신을 직시한다. 웃음기 걷힌 모습은 아무 까닭 없이 사자의 이름 가진 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위압적이다.
그러나 이내 굳은 입매 누그러진다. 아슬란의 말에는 한 치 거짓 없었다. 애초 큰 문제도 아닐 뿐더러 이깟 것으로 힘 빼고자 온 것도 아니다. 무엇 하러 좋은 사업 파트너와 분쟁을 만들겠는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내 행태를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겠는 걸."
사뭇 가벼우며 장난스럽다. 아슬란 느슨히 미소 짓는다.
"나를 그 정도로 경우 없는 짓거릴 벌이는 작자로 생각했단 소리 아니야, 우리 자기가... 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다면 응당 사과해야지."
목을 긁어내리듯 끌끌대는 웃음소리 뒤따랐다. 샐쭉 휜 눈이 제법 즐거워 보인다.
"말했잖아, 큰 문제는 아니라고. 자기 말마따나 진짜 그 놈 시체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알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어, 식별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 텐데."
흥분 가라앉히라는 것처럼 느릿한 목소리로 이어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게 똑같은 놈이 아니라면...적어도 마지막 모습을 아는 작자가 중간에 껴있다는 소리겠지."
일정한 속도로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가 잠깐의 침묵 사이를 메꾼다. 내리뜬 눈동자 사이로 미미한 불쾌감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눈 깜박할 새 사라진다.
"반대로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자기가 협조를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아, 별 건 아니야. 혹시 마지막으로 사간 새끼가 어떤 놈인지 기억해? 간단한 인상착의라도 상관은 없는데."
기억이 안 난다면 어쩔 수 없지, 라며 미련 하나 없이 깔끔한 어투로 덧붙인다. 앞서 '문제'라 칭한 것 치곤 일말의 동요도 찾기 힘들다. 외려 심경을 거스른 것은 다른 부분이었던 모양이다. 느슨한 미소 당신을 향했다. 어조 가볍지만 그 내용마저 가벼이 넘기기는 힘들다.
"아, 하지만 마지막 발언은 아무리 자기라도- 좀 그렇긴 하네."
어느샌가 손톱과 탁자가 내는 작은 마찰음마저 사라졌다. 미소 더욱 진해진다. 좋은 징조는 아니다.
"가능한 의심이지, 물론! 하지만 외부인이 그런- 말을 떠드는 건, 좀..."
눈썹 사이를 살며시 찡그리며 목소리를 길게 끌었다. 아슬란 싱그러이 미소 짓는 것으로 말을 끝마친다. 이내 경쾌한 음성이 새로이 말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