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내 안에서 끓어 오르는게 느껴져 난 네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방황하고 있어 내 껍데기 안에서 난 피를 흘리며 기다리지 그리고 곧 너도 그렇게 될 거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여인의 품은 뛰어드는 이리스를 그대로 받아주었다. 부드러운 스웨터와 니트 스커트 차림인 여인의 몸은 적당한 온기를 머금고 이리스를 감쌌다. 후후후. 낮은 웃음소리가 이리스의 행동이 싫지 않음을 보여준다. 여인은 두 팔을 들어 아이에게 했던 것처럼 이리스를 안고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래. 잘 참았어."
다정히 말하며 이리스가 조금 더 편히 안길 수 있도록 자세를 느슨히 기울인다. 이제 이리스 차지가 된 여인의 품에선 옅은 베이비 파우더 향과 향수의 향이 동시에 흘렀다. 일부러 그런건지 우연인건지. 두 향은 절묘하게 섞여 있어 어쩐지 몽롱히 빠져들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대로 눈을 감아도 좋을 만큼. 서서히 잠겨드는 모래늪 같은 향.
"둘만 있을 땐, 보스라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줬잖니."
여인은 등을 쓸어주던 손을 천천히 위로 올려 이리스의 얼굴을 감쌌다. 한 손 안에 들어오는 만큼 한 뺨과 턱을 쥐고 살짝 들어올려 시선이 마주치게 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여인의 얼굴에서 결 다른 자색 눈동자가 지그시 이리스를 응시한다. 희미한 호선을 그린 입술이 조금 짙게 미소를 띄우고, 여인이 상체를 기울이자 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진다. 금방이라도 입술을 겹칠 것처럼.
"내 귀여운 캣시. 지금만큼은 온전히 네게 시간을 줄 테니, 원하는 걸 말해보렴. 내 언제 들어주지 않은 적이 있더니."
품을 내준 것만이 상의 끝은 아니었나 보다. 여인은 상체를 도로 세웠으나 시선만큼은 이리스에게서 무르지 않았다. 어느새 휘어 웃음 지은 눈으로 새삼 상냥한 시선을 보내며 이리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 다행이다아... 하마터면 괴식을 먹을 뻔했어...!' 홍차 오렌지 블렌드라니. 안 그래도 쓴 것은 못 먹는 소녀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 맛을 상상했는지 입이 ~ 모양으로 꿈틀거렸다가 다시 돌아왔다. '고마워요 선배님...!' 내적으로 선택의 중요성을 깨달아가는 무라사키였다. 그 선배는 그냥 무라사키에게 순전 자기 취향의 옷을 입혀보고 싶었을 뿐이었겠지만.
"저, 저랑, 같은 거...요...?"
말하면서도 의외라고 느껴졌던 걸까, 소녀는 그 어미에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왜인진 몰라도, 엘레나씨는 어른처럼 느껴지니까... 오렌지 주스같은건 전혀 마실 것 같지가 않은걸...' 혹시, 자신을 신경써주고 있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니, 뭔가 부끄러워져서 시선을 한 켠으로 피하며 스커트 자락을 더욱 꽈악- 쥔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정말 괜찮다면서- 손을 펼쳐 빠르게 휘휘 흔들어보이는 무라사키. 그 모습이 실로 무방비하다. 이런 소녀가, 가면 조금 썼다고 손에 들린 칼로 상대를 아무렇지 않게 잘라버리거나 위협하거나 한다. 정말 별세계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엘레나의 눈 앞에 있는 실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실제는, 손가락을 서로 마주치면서 무언가 이야기 하려는듯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그, 그리고 그 때는 제가, 다른 생각을 하고있어서... 우으... 그러면 안 되는건데... 진짜로 큰일이었어요..."
그 날, 엘레나가 죽음을 들먹여가면서까지 자신을 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역시... 죽었을까? 자신의 손으로 잘라낸 다른 사람들 처럼? 그 사람들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런 리스를 보는 무라사키의 안색이 어째 좋지 않다. 뭐라고 해야할까. 불편함? 안절부절? 아이를 난데모 메카니컬 상점에 내놓은 기분? 그런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무라사키였다.
"자, 잠시만요...? 시, 실례 좀 할게요...!"
그리고 이내, 드물게도- 소녀 쪽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리스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에게로 다가와서는, 팔에 손을 얹고는-
"식칼은요...! 야, 양손이 아니고... 이, 이렇게에, 쥐는 거에요... 그리고, 자세도 조금 더... 바, 발을 빼고... 네에, 그, 그렇게요. 그리고, 항상 자루를 놓치지 않도록 손을 꼬옥 말아서... 주의 해주세요... 주, 중식도는 무거우니까요..."
라면서 그의 자세를 하나하나 교정해주고,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가르쳐주려드는 것이었다. 타고난 소심함의 소녀. 본래 사람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큰소리를 치면 움츠러들고, 길에서는 최대한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골목으로만 전전하는 그녀. 그런 무라사키가- 단지 '칼'이라는 이름 앞에, 조금이나마 적극적이게 된 것이었다.
"아, 아시겠죠...? 날은, 예쁘지만... 동시에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다뤄야해요..."
페로사 TMI 주세요! 우리 페로사... 진상같은 사람 대처는 어떻게 할까요? 페로사: 보통은 기절시키거나 가게 밖으로 던지거나 둘 다 하거나야. 페로사: 뭐, 그걸로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으면... '영구 출입금지 조치'.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요? 페로사: 어... (손님 다 보내고 바에 빈둥빈둥 앉아서 노래나 들으며 드라이브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트래쉬톡 중이었음) 페로사: 음, 월급루팡?
뭔가 수집하는 것은 있나요? 페로사: 술병! 페로사: ...그냥 안 버리고 쌓아놓은 것뿐 아니냐고? 페로사: 이래서 감이 좋은 녀석은 싫다니까. 페로사: 농담이야. 수집하는 거... 뭐 별로 대단한 건 아니고 시시콜콜한 건데, 어... 이런 거 말해도 되나... 음... 막상 말하려니 좀 멋쩍고 그렇네.. 페로사: ...
피비린내. 에만은 이 냄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도시에서 흔하다지만, 흔하다고 마냥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익숙함과 흔함은 다르다. 진한 화학약품 냄새에 가려졌다 해도 그 아릿하고 소름끼치는 느낌을 떨칠 수는 없었다. 에만은 가게 안으로 들어서기 전 문이 과하게 깨끗함을 깨달았다. 오죽하면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 온갖 화학약품과 비눗물로 박박 닦았으리라. 오늘은 험난했겠거니,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스친다. 덕분에 에만은 정문에 손을 뻗으려다 거뒀다. 그리고 아직도 분주하게 일하는 청소업체를 지나쳐 뒤뜰로 향했다. 저 정문에 지문이라도 묻었다간 청소의 범주에 본인이 들어갈 것을 뻔히 알았기 때문이다. 에만은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슬금슬금 향한 것은 뒤뜰이었다.
뒤뜰의 직원용 출입구는 다행스럽게 열려있다. 안에 들어서니 영업은 하는 것 같다. 에만이 주변을 휙 둘러봤다. 평소와 다름 없는 인테리어 속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페로사가 보였다. 아, 조금은 차이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평소 같으면 활기찬 인사에 에만이 귀가 아프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을 텐데 오늘은 손을 안 저어도 될 것 같다는 점과, 대체 이건 누구의 취향인지 물으려다 온몸이 주먹 하나에 구겨져 저기 쓰레기통에 처박힐까 조심스럽게 입을 다물게 되는 디스코 노래가 없다는 점이 말이다. 에만은 인사를 건네며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나, 싶어 페로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찰나의 시간동안 에만의 시선에 작은 목갑이 한번 향한다. 에만은 아직 저 물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저 골똘한 시선이 내리꽂힌 목갑이 저기서 문에 지문이라도 묻혔다간 청소 리스트에 추가할 것 같은 청소업체를 부른 원인이라는 것 쯤이야 이 도시 다섯살 꼬마도 알겠다.
"오, 펠.. 내가 고기 장사는.. 다른 곳 가서 하라고 그랬잖아."
에만은 짧은 농담을 건넸다. 열세 명이 죽었으면 거의 도축 수준이지 않은가. 고기 장사는 다른 곳에서. 셰바 사람만 할 수 있는 살벌한 농담을 뒤로 에만은 개인실로 들어서기 전, 다시금 목갑을 바라봤다. 대체 무엇이 들어있길래 열세 명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었을까? 보석? 귀중한 정보? 도장? 문서? 에만은 턱을 괴며 골똘히 공상에 빠졌다. 뭔가 사고 판다는 정보는 못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무엇 때문에 바가 이 난리가 났을까. 저 안에 있는 것 때문이면.. 보석이라도 되는 걸까.. 아, 맞다.."
저것이 에만이 한참을 찾아 헤매던 안경이란 걸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일까. 에만은 주변을 둘러보다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가면을 살살 틀었다. 어차피 칸막이에 가려져 얼굴을 볼 수 있는 건 눈앞의 꽁지머리 바텐더 페로사 뿐일 테니, 편하게 얼굴을 드러내며 엎드렸다. 마치 목갑을 보여달라는 양 눈동자는 동글동글하고 온갖 순진히고 순수한 척은 다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은 무해하고 순수하다는 것처럼 눈을 한번 깜빡이고 턱을 괴던 것을 살살 바꾸더니 꽃받침을 하고야 만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대체 저것이 왜 저러나, 마약이라도 했나 싶겠지만 페로사와 친분이 제법 쌓였던 것도 있거니와, 에만은 강자에게 굽힐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니, 누나.. 주문을 해야겠지.. 에-만이는.. 블러디 메리랑 저 목갑이 보고 싶은데.."
어디서 되도 않는 3인칭인지. 에만은 농담을 길게 뱉고 다시금 눈을 깜빡였다. 잠시 진지하게 고민하다 "역시 앞으로 에만이는-은 빼는게 좋겠지.." 하고 묻는 건 덤이었다.
situplay>1596417096>951 칸나 반응 뭐예요 너무 귀엽잖아요ㅋㅋㅋ 그러면 피오네가 함께 왔다가 "어머, 저거 뭐니?" 하면서 황당하게 보았다는 것으로? 칸나의 손에 들린 수표를 보곤 이쪽도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었겠지만요 >.0 엘레나는 처음에는 끝까지 모른 척 할 생각이었을 거예요. 칸나가 싫은 것도 잊어버린 것도 아니에요. 단지 어린 자신을 거둬 지금까지 키워준 사람에게 도시를 나가려 한 적이 있단 걸 들키고 싶지 않은 거죠. 아무튼 초면인양 행세하는 하는 동안에도 칸나를 간병하는 건 엘레나의 몫이었을 거예요. 자기 생각이야 어쨌든 일단은 환자고 돈도 받았으니까 할 일은 해야죠!
대놓고 물어봤다면⋯ 일단 주변을 살피고 둘만 있다는 게 확실해졌을 때. "오랜만이네요" 하며 그제야 기억하고 있다는 걸 실토하겠죠. 이유도 확실히 말할 것 같아요. 둘만 있을 때 말을 거는 건 상관없지만,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땐 그러고 싶지 않다고. 그리고 쫓아오는 사람이 없었으니 당신이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거 아니겠냐고 덧붙이겠네요. 엘레나에게 칸나 자체가 나쁜 인상으로 남아있지도 않으니 걱정도 할 것 같아요. 다 나은 후의 계획은 있냐든지?
칸나의 액션을 지켜볼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영광입니다⋯ 멋있잖아요⋯! 그러면 첫만남은 딱 거기서 엘레나가 "미안해요" 사과 한마디만 남기고 돌아갔겠네요. 괜히 헛수고를 하게 만든 것에 대한 사죄도 있겠지만, 어쩐지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