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죽음을 갖기 위해 사십 년의 생이 필요했다 이 생을 좀 더 정성껏 망치기 위해 나는 몇 마리의 개를 기르고 몇 개의 무덤을 간직하였으며 몇 개의 털뭉치를 버렸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뭐야, 무슨 일이야! 빨리 보고해!!" 치이이익- 칙. "허억, 헉- 대장. 여기, 여기 웬 미친 킬러가 나타나서...! 큭, 이건 미쳤어. 시간이 없어!! 대장! 그쪽으로 간... 으아아악!!!"
눈 앞에 있는 모든 대상의, 이 건물 내에 있는 전원의, 절단만을 맹목적으로 바라보고있었다.
- 덜컹!!
비명 섞인 무전을 마지막으로 이번엔 이 방의 문이 거칠게 열려 재껴졌다. 그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마치 이 방을 기점으로 생과 사의 경계를 가르듯, 유혈이 난무하고 하나같이 어딘가 갈라진 사람들. 신음도 없이 죽어있는 사람들. 자신이 일구고 불러들인 조직의 사람들. 그건 말하자면 지옥의 문이었다. 그리고 그 문에서 스멀스멀 모습을 보인 것은 단 하나의 인영. 150정도의 땅딸막한 키를 가지고, 얼굴엔 한야가면을 뒤집어 쓴 채로 옷에는 피를 덕지덕지 묻힌. 그리고 그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단 한 자루의 칼날. 그건... 차라리 킬러라기 보다는 미치광이 '살인마'에 가까운 하나의 꼬마였다. 고작 이런 상대에게 조직이 당하고있다고? 지금까지 쉼 없이 베고 찌르고 자르며 여기까지 달려온 소녀는 숨을 몰아쉬며 어깨를 두어번 들썩이고는, 들고있는 일식칼을 바닥에 휘둘러 날에 질척하게 묻어있던 피를 털어내었다. 그 칼 끝으로 지금, '대장'을 조용히 가리킨다. 마치 '너만 남았다'라고 종언을 고하듯이.
"이-"
'대장'은 절규를 담아 외치며 탁상 위에 놓인 권총을 잡아 들어서,
"새끼가아아아아!!!!!"
그 총부리를 살인마에게로 향한다. 나름 조직 내에선 필중이라고 불리우던 사격 솜씨다. 이걸로 대회에서는 상을 휩쓸었다. 내 총앞에 죽어간 사람은 한 둘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이번에도 그럴것이다. 애초에 상대가 누구에게건 총은 평등하지. 그리고 방아쇠를 지그시 눌러져 갈 때, 그 순간의 눈 앞의 살인마는 무슨 일인지, 그 순간에 오히려 허리춤 뒤의 칼집에 일식칼을 도로 집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으아아아아-!!!!" - 탕!! 탕!! 탕!!
전방을 향해, 총알이 쏘아져 나갔다- -라고해도 좋을 속도로 날아드는 보라색 순광.
"카..흑..." - 탕!! 탕!!...탕!!
그 이후 대장이 눈에 담은 것은 말끔히 절단나서 바깥과 안으로 추락하는 이 방의 유리창들과, 마치 그것들처럼 서서히 갈라져서 무너지고 있는 자신의 육신이었다.
쏟아지는 남자를 등 뒤로하고 있던 살인마. 아니, 살인귀. 그 소리가 귀에 들리고나서야, 그제야 칼을 쥐고 있던 자세를 허문다. 건물에는 이제야 완전한 죽음과 고요가 찾아왓지만, 칼은 손에서 여전히 놓치 않은채 그대로 얼굴로 가져갔다.
"푸하아-...!"
그리고 가면을 열어젖히는 살인귀. 그 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앳되고, 자신감 없는, 어쩌면 음침한 기색이 감도는. 살인과 상해따위와는 관련 없어보이는 소녀의 얼굴이었다. 소녀는 초조하고 자신 없는 시선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그 안에 들어있던 단말기를 꺼내어 버튼을 눌러 귀에 가져다 댔다. 뚜르르... 뚜르르... 그리고 삑, 소리와 함께 신호음이 끊겼다. 그제야 소녀의 얼굴에 화색이 감돈다.
"서, 선배... 여, 여기는 무라사키인데요... 지금 막 전부, 다 자른 것 같―"
투콰앙-!! - 파슷
날아간다. 잔해가 날아간다. 방 안에 온통 혈흔이 흩날린다. 귀를 찢을 듯한 총성이 '마지막의 마지막'을 맺는다.
그리고... 이제 방에 온전히 남은 것은, 흔들리는 손에 산산조각나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단말기 조각을 들고 있는 벙찐 얼굴의 소녀와, 뜨끈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권총을 손에 쥔채로- '거대한 망치'에라도 얻어맞은듯이 뭉개져서 마찬가지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대장의 시체였다.
"가면 벗지 말라니까 저 녀석이 꼭..." "우와아~ 방금 건 무라사키쨩의 초필살기! 저건 귀한데! 저걸 맞고 아직도 움직일 줄은 몰랐네~" "너무 말끔히 잘랐어. 오히려 독이야. 네가 지금 쏘지 않았으면 타겟은 3분은 살아있었을 거다."
다만 여기서 다른 점은 망치가 아닌,
"후후후~! 그래도 뭐 어때 보스~"
멀쩡히 날아다니는 항공기도 떨구는 12.7mm짜리 .50 BMG탄을 맞았다는 것이지만.
"당황하는 우리 귀여운 막둥이 얼굴을 봤으니 됐잖아?★"
철컥! 까랑-깡- 여자가 노리쇠를 개걸스러운 폭으로 당기자 저격총 안에서부터 죽음의 철혈을 담고있던 보온병이 뜨뜻하게 데워져서 튀어나온다. 이상한 소리를 하며 '대장'을 마무리한 여자는 저 소녀를 관리하는 '간부'다. 그리고 그런 여자에게 하도 질렸는가, 피곤한 안색을 한 남자는 '과장'이고.
"귀여운게 밥 먹여주냐?" "응, 먹여줘!" "미친년..."
남자는 됐다는 식으로 몸을 돌리고는 담배를 꺼내물어 불을 붙였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전경이 차가웠다. 이렇게나 소란이 있었는데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것이 뉴 베르셰바였다.
"내려가 봐. 단말기가 박살이 났으니 누가 데려와야 할 거 아니야." "Yes, Sir~!"
남자의 말에 여자는 이내 와이어를 걸더니 그것을 타고 훌쩍 도약해 시체가 즐비한 지옥의 현장으로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뉴 베르셰바에서는 50여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던 4000위대 조직 하나가 사라졌다.
262 무례함과 예의바름 중 어느쪽에 더 가까운지 피피: 나는 예의바른 편이라고 생각해. 응, 무례했다면 진작에 관자놀이에 구멍 뚫렸겠지! (엄청나게 무례하다! >.0 다만 깝치고 안 깝치고의 상황을 잘 재는 편이라 구멍이 안 뚫린 거지 예의랑은 거리가 아주.. 멀답니다 무례피피맨)
135 괴담이나 미신, 소문같은 것을 믿나요? 피피: 귀신은 안 무서워하지만 소문은 믿어. 그야, 으음, 음.. 믿는 데에 이유가 있어야 할까?
250 배는 얼마나 자주 고픈가요? 피피: 자주 고파! 아주 자주 고파! 그러니까, 으응.. 밥 사줄래?
아, 거룩한 밤이여. 고요한 밤이여. 이 밤거리를 그는 어찌하여 거닐고 있는가. 실로 터무니없는 이유였다. 돈 몇푼 더 벌어 입에 풀칠 좀 더 해보자는 그런 실로 한심한 작태였다. 그러나 과연 서 푼짜리 장난이 아닐 수야 있을까? 몇 시간이고 기다려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것 아닐까? 문득 자신의 처지가 딱하게 느껴진다. "…" 그러나 한 푼이 급했다. 어쩔 수 없었다.
Fag. 누군가는 아름답다 할 수 있는 자유분방한 양식의 그래피티이다. 콘크리트제 담벼락에 묻은 핏자욱을 본다. 이 말은 비유이다. 냄새가 묻어날 리 없는 방독면 너머로, 어딘가 익숙한 죽음의 향기가 전해져온다. 손을 담근 적도, 닦아낸 적도 있는 익숙한 피비린내가. 과거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쉬이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드롭 다니던 때가 생각나는군." 물론 이는 사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이 가져다줄 제물은 사탕처럼 달콤했다.
"넘버 스트리트 154-1, Fag 앞으로 올 것." 마치 텔레키네시스라도 된 양, 누군가에게 지시하듯 말하는 한 거인이 있다. 그는 찌뿌드드한 등허리를 풀어주고는 고관절을 틀어 쪼그려 앉는다.
게으르기 짝이 없는 이 사내가, 팔자에도 없는 밤산책을 하게 된 경위는 간단하다. 첫째, 앞서 말했듯이 피피는 게으르다. 둘째, 게으르기 때문에 청소를 조금(과연 조금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찬반이 갈릴 것이 분명하다) 소홀히 했다. 셋째, 그게 몇 개월 정도 이어지다보니 안방에서 돈벌레와 함께 쎄쎄쎄나 하고 있는 신세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병적으로 깨끗한 지하실과 달리, 안방은 그야말로 돼지우리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그 두 구역이 철저히 격리되어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시체에서 돈벌레라도 나온다면 바로 매장당할 게 틀림없지 않던가.
"히말라야 분홍 염화나트륨-"
괴상한 곡조에 맞춰 채팅방에서 봤던 닉네임을 가사 삼았다. 지금 그는 온라인상에서 만난 상대를 직접 만나러 가는 중이다. 그것도 상대가 원하는 장소로. 자신이 요구한 조건이긴 하지만 터무니없이 위험함을 알고 있다. 만나자마자 머리에 벽돌맞고 '상품'으로 변해버려도 할 말 없지. 하지만 피피는 언제나 그랬듯 대가리가 맛이 가 있었고, 따라서 Fag 앞으로 태연자약하게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히말라야?"
페퍼 앞에 서서 으레 그 눈웃음을 지었다. 눈은 한껏 웃되, 행여나 진심으로 웃게 됐을 때를 대비해 입은 손으로 가리기.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상대를 훑어보았다. 크고, 위압적이고, 방독면이라. 정말로 벽돌 맞게 되면 반항도 못 하겠는걸. 속으로 무례한 생각이나 잔뜩 늘어놓고 있다.
에만은 담뱃갑을 열었다. 아까 그 가짜가 피우던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Git.* 에만의 입에서 걸쭉한 욕설이 튀어나온다. 재수도 이렇게 없다. 고개를 돌려 본 창밖은 평소보다 더 우중충하니 꼭 비라도 쏟아질 것 같다. 가뜩이나 나가기 싫은 날이다. 에만은 몸을 웅크리다 발가락을 까딱였다. 여기서 담배 심부름도 시킬 수는 있다. 그렇지만 내키지 않았다. 아, 에만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가면을 뒤집어썼다. 짜증이 치민다. 최악의 의뢰인이다. 계속 친한척을 한다. 가면에 손을 대려 하고, 담배를 뺏어 피우고, 역겨운 손짓으로 뺨을 감싸기까지 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아 수도 없이 고민하고 상상에서 열 번을 넘게 죽였다. 에만은 한참을 꼼질대다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문을 열며 나섰다. 담배보다 강한 특효약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약을 하고 싶지는 않다.
호텔을 빠져나가면 사람들 사이에 숨어드는 건 쉬웠다. 에만은 거리를 지나던 중 담배 가게의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슬쩍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돌아오는 길에 제정신이면 사오겠거니 생각하며 더 걸었다. 얼마나 더 걸었는지 모르겠다. 에만은 이렇게 오래 걸어본 적이 거의 없다. 적어도 에만은 말이다. 순수하고, 깨끗한 에만. 이 도시의 소시민. 에만은 걸음을 멈춘다. 짙은 화학 약품 냄새와 함께 골목이 분주하다. 에만은 가게 문을 쳐다본다. 닫혀있지는 않다. 무슨 일이 터졌겠거니 싶었지만 굳이 뒤로 돌고 싶지도 않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소득도 없이 돌아가면 그 녀석을 상상으로 스무 번 더 죽일 것 같았기 때문에. 에만은 가면을 몇 번 더듬고 문을 열었다.
"펠, 나 왔어.."
제 애칭으로 페로사를 짧게 불렀다. 가게의 주인은 대체 무얼 하고 있을 지. 에만은 "장사 되는 건 맞지.." 하고 한 번 더 묻는다.
뭐, 좋아. 아무렴 상관없다. 돈만 벌면 되는 것이다. 돈이나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땅에 질질 끌려다니는 더러운 코트자락, 되는대로 헝클어진 머리칼, 자해흔같은 목덜미의 상처, 그것을 긁다가 생긴듯 보이는 손톱 끝의 선혈자국… "척 봐도 친절해뵈는군. 나는 페—" 난데없이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본명을 댈 뻔했다. "페— 말라야 핑크솔트라고 한다. 반갑다."
그가 주소를 불러주면, 그 집으로 찾아가 청소를 하면 될 터이다. "그래서, 지하실… 아니, 집에는 뭐가 있지? 시체 대여섯 구 정도 있던가?" 집 문을 열면 들이닥치는 거한들, 혹은 온갖 종류의 트랩, 혹은 문 손잡이를 건드리면 터지는 폭발물 등. 온갖 종류의 위험에 대비한다. 어딘가 이상한 자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네가 그런 말을 할 수나 있나?' 없지, 그럼. 그냥 따라가도록 하자. '좋아. 가보자고.'
악수는 거절당했고, 뭐, 아무렴 좋다. 피피는 대수롭지 않게 손을 거둬들이곤, 다시 입을 가렸다. 시작부터 웃을 일이 생길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페말라야 핑크솔트 씨. 이름 첫 번째 글자는 '페'.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추리 놀이는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응, 페말라야 씨. 채팅방에 오타가 있었나봐, 그치."
잘 뜯어보면 이 것도 고용주, 고용인 관계다. 그러니 이 만큼의 무례함은 저 사람도 허락해주겠지, 따위의 속셈이다. 저 남자가 작정하고 자신을 힘으로 제압하려 들면 속절없이 당하고 말 것이 뻔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위험 부담은 애초에 이 곳에 쫄래쫄래 나왔을 때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말이 거창하지만 결국 나대겠단 소리다.
"페말라야 씨가 내 고객이 된다면, 뭐어, 알려줄 의향도 있는데."
집으로 발걸음 옮기며 쫑알댄다.
"진짜 시체 있다고 하면 청소 거부할거야?"
여전히 입 가린 채로 고개만 페퍼를 향했다. 좀 있으면 도착이니까 빨리 말해줘, 페말라야 씨. 당신이 하기 싫다고 하면 다른 사람 알아봐야 하거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말했잖아, 당신은 지하실이랑 냉장고는 청소할 필요 없다고. 시체랑 마주칠 일은 없긴 해. 그래도, 뭐어, 사람 기분이란 게 있으니까."
답지 않게 선심 쓴다는 말투다. '페'그다음이름은나도몰라 씨, 어떻게 할래? 정도의 선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