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일이라곤 할 수 없지만 거들었던 기억은 없어 자유를 비싸게 산 것도 같지만 영혼까지 싸게 팔았던 기억도 없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뭐어, 어차피 굳이 기억하실 필요도 없는 걸요~ 저는 언제든 사라질 수도... 또 어디선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는 별것 없는 사람이니까요~"
물론 그녀라고 해서 사시사철 그림만 그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행여나라도 눈에 띄는 경우엔 반드시 붓을 쥐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에 어쩌면 다른 이들에겐 항상 그런 이미지로 비춰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녀에게 남아있는 기억이라곤 그저 자신이 그림을 조금 그릴줄 안다는 것 뿐이었으니. 어쩌면 그것조차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후후후~ 이해해주신다면 다행이네요~"
큰 그림 또한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걸 인지하고 있고 그녀의 포부에 대한 것도 그리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듯 보였기에, 딱히 별 생각은 없는 대화일진 몰라도 그녀는 여전히 웃어보일 뿐이었다. 어차피 이 그림도 언젠간 사라질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은 분명했지만, 그녀는 단순히 그런 기계적인 반복이라 해도 분명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뒤의 것은 그녀가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듯이
"그런가요~? 검증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들을 모아 검증하는 일이라~"
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거친 옷감에 팔레트나이프를 닦아내자 노란색 빨간색이 여기저기 묻은 뭉툭한 무언가에서 다시금 그 이름 값을 할 수 있는 날렵하고 세밀한 쇠붙이로 돌아왔고,
"이런 수라장에서, 꽤 번듯한 직업을 가지셨네요..."
그녀는 마치 그런 행위 자체를 만족스러워하는듯 눈을 휘어 웃어보이다가 다시금 의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차, 하는 표정을 짓다가 다시 상대방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죠~ 적당한 때를 잡아주셔도 괜찮고, 즉흥적으로 해도 전 상관 없답니다~ 전 애초에, 누군가가 필요로 한다면 그곳에 나타나는 사람이니까요."
무라사키 : ...어, 어라아...? 어, 어디로 갔지...?! 무라사키 : 으으. 부, 분명히 챙기고 왔던 것 같은데... (이대로면 제롬씨를 볼 면목이...) 제롬하고 헤어지고 넘어졌을때 잃어버렸나 하고 실시간으로 얼굴이 창백해지는 중 아 그리고 묘사하는 걸 잊었는데 그 일식칼은 최소 7백만 벅은 하는 물건이야] 아마두 (ᵒ͈̑ڡᵒ͈̑ )
>>558 흔쾌히 허락해 준 에만주덕이지 후후 일상도 기대하고 있을게에에
>>559 귀엽지 않다고 말하는 나의 민트동지가 귀여운 건에 대하여 사실 그때그때 정하는 거라서 '이거다!' 정해둔 건 없고 음 아마 슬슬 브루탈 로테이션 돌 때가 됐으니까 메탈이나 코어 계열이 아닐까나 생각중 추천있으면 해달라구
캬캬캬.... 사실 호텔가는 상황... 너무 파렴치하지만 카운터에서 결제하고 올라가려는데 앗 손님 잠깐. 이거 받아가셔야죠. 하고 고무를 주는지라 보노보노마냥 땀나고 당황하는 상황같은걸 생각했지. 여하간 최소한 그 이후는 의도적으로 다운그레이드 할 것이겠지만… 대충 도로헤도로 3화인가쯤에 나온 후지타가 방문한 옷가게같은 느낌으로 고풍스런 외관을 묘사하도록 하겠어.
"어라. 포레 씨. 여기서 뭐해요?" "보면 몰라? 가게 지키고 있잖냐." "하지만 여긴 보스님 자리인데요." "그 보스님이 오늘 안 나오신단다." "왜요?" "몰라 이 새X야!"
땡그랑!
스테인레스가 바닥을 때리는 소리에 방금 전까지 앞에서 재잘대던 조직원이 으악, 같은 얼 빠진 소리를 내며 잡화점에서 뛰쳐나갔다. 말이 조직원이지 새파랗게 어린 놈이 거리낌 없이 보스님 거리는 걸 보면 이 조직도 갈데까지 갔구나 싶다. 젠장. 쓴소리를 내뱉으며 담배를 물었다. 불은 붙이지 않은 상태로 질겅질겅 필터를 씹으며 낮에 있었던 일을 상기한다.
때는 바야흐로 반나절도 안 지난 당일 오전이었다.
항상 오전에 셋이 모여 오늘의 일정을 확인하는게 하루의 시작이었는데 오늘은 어째 벨로 밖에 없었다. 왜, 냐고 묻기 전에 어제가 달에 한번 있는 정산일이라는게 생각났다. 앉아서 하는 일이라면 죽어도 싫어하는 녀석이 온종일 앉아있다가 풀려나는 날이었단 말이다. 끝나자마자 쳐나갔을게 분명하고 나가서 한잔 걸치고 왔을게 틀림없다. XX.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당장 5층으로 올라갔다. 방범의 의미가 없는 문을 걷어차 열고 들어가자 술냄새부터 쏟아진다. 원인은 거실을 뒹구는 양주병들. 저 안쪽 방에서 들려오는 좀비 소리의 원인은 볼 것도 없이 그 X이다. 구둣발로 들어가 방문을 열자 다 뒤져가는 인간 한마리가 있었다.
"잘 한다 잘 해. 조직의 보스란 X이 숙취로 뒤져가는게 말이나 되냐." "벨ㅍ...시끄ㄹ..." "뒤질지 아닐지 마실 때 알았을텐데 왜 XX 조절을 안 해. 그 한잔 덜 마시는게 어렵냐? 내일 생각 안 해? 대가리에 들은 건 안주로 먹다 남긴 우동사리냐?" "으... 제발..." "제발 뭐, 조용히 해달라고? 안 돼. 닥치고 들어. 넌 XX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악... 차라리 죽여...!"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그냥 죽이라며 버둥대는 몸뚱이를 보고 있으니 뒷통수에 열이 훅 솟았다. 뚜벅 하고 한걸음만에 침대까지 가 손을 든 건 순식간이다. 휙. 뻑. 간결한 소리가 나고. 손이 얼얼해지고. 버둥대던 몸뚱이는 축 늘어졌고.
"이런 XX."
또냐고 중얼거리면서 늘어진 녀석을 봤다. 죽여달라. 그 말만 들으면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오르는 걸 참을 수가 없다. 으하아.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녀석의 팔을 대충 들어 숨은 쉬는지 확인했다. 희미하지만 제대로 호흡은 하고 있다. 그럼 됐다. 목이 기울어 숨이 막히지 않을 정도로만 해두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그 사이 먼저 일을 시작한 벨로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쳤다. 10년이나 같이 지낸 세월은 쓸데없는 말을 줄여줘서 좋다. 하지만 그 다음은 그닥 듣고 싶지 않았다.
"오늘 가게 담당 너다." "아... 그냥 니가 하면 안 되냐? 너 종일 여기 있잖아. 사람 왔을 때 잠깐 나오는게 뭐 어려워." "그러면 깨워서 데려오던가." "XX 더러워서 한다. 해."
투덜대며 잡화점으로 나가는데 어째 허전하다. 뭐가 더 있어야 할 거 같은데.
"5층 청소도 잊지 마." "아 XX 그거였네. 에라이."
기다렸단 듯 들리는 말에 구둣발로 들어가서 더러워졌을 5층의 바닥이 떠오르며 기분을 한층 더 잡쳐놨다. 젠장. 젠장!
"젠장..."
회상을 끝내자 새롭게 치밀어오르는 짜증에 다시 욕지거리를 내뱉고 일어섰다. 니코틴이 안 되면 카페인이라도 섭취해야겠다. 커피 타러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멈춰서 방금 전까지 앉아있던 곳을 봤다. 늘 그 녀석이 앉아 팔걸이에 기대 오는 사람들을 응대하는 그 자리를.
"쯧!"
잠시 주시하다가 혀를 차며 안쪽으로 가는 문을 홱 열었다. 일단 깨기나 해라. 2차전 해줄테다.
업타운의 한구석, 그린돌핀 스트리트로 차를 몰고가면 먼저 시대착오적이지만 고풍스러운 외관의 건물들이 즐비해있는 것이 보인다. 아득한 옛 시절 바로크 양식이라고 불리우던 입체적이고 재미난 양감, 기묘한 활력과 생명력이 숨쉬는 면 표현이 건물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어있다. 이 도시의 다른 건물들, 모더니즘적 기능주의에 치중한 무기질적이고 무정한 사양의 나열 따위와는 반대의 것이었다.
"어서오십시오." 초록색의 고풍스런 벽지와 섬세한 입체감의 몰딩, 이오니아 양식의 기둥, 분수대의 물을 뿜는 사자상 따위가 바깥 세상과의 괴리를 더욱 분명하게 하였다. "두 분이십니까?" 그리고 더욱 재미난 것은, 카운터를 보는 직원 조차도 어떠한 가면을 쓰고있다는 점이다. 핑크빛이 감도는 살구색의 고무 마스크. 눈구멍이 뚫려있고 옅은 눈썹에 동그랗고 뭉툭한 귀를 한 스턴트 배우용 마스크. 어둠 속에서 본다면 무척이나 섬짓할 것이리라 생각했다.
"1503호입니다." 직원은 그러더니 위생용품이 담긴 작은 꾸러미를 건네준다. 카운터 양 옆을 따라 안을 향해 이어진 통로. 그 통로를 지나면 온통 금빛으로 가득한 승강기가 있다. 승강기가 올라감에 따라, 도시의 추악하고도 취약한 일면을 조심스레 드러내듯, 투명한 강화유리를 통해 도시의 야경이 보인다. 검붉은 하늘 아래 점점히 박힌 조명 따위를 통해서.
"기억할 필요가 없다기엔 네 모습은 너무 눈에 띄어.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하게 될 것 같은데."
비탄의 도시에서, 아무런 방비 없이, 골목에서 벽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라니. 정말 특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저런 그림을 피로 그리는 미친놈이라면 몇몇 봤지만, 물감으로 그리는 정상인? 적어도 이 도시에선 본 적 없다.
몇 번을 말하는 거지만, 나는 이 도시가 정말 싫다.
"번듯...한가? 적어도 마약팔고, 총질하는 것보단 번듯하다고 볼 수 있긴 하겠네."
"그래도 번듯하기로는 네가 제일인 것 같은데." 라며 그림을 가리켰다. 저런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이 도시에서 몇이나 되려나. 이걸 직업이라 볼 수 있는지는... 조금 의문이긴 하지만. 그는 느긋하게 그녀를 바라보다가, 사람 좋은 말간 표정을 보며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럼, 지금 즉흥적으로 그려줄 수 있어?"
어쩌면, 자신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누군가 필요로 하면 그곳에 나타나는 사람이라니. 비유적 표현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은 내게 뭔가를 벌어다주는 타입이 아니니까.
정확히는, 나에게'만' 벌어다주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도 똑같이 행동하는 이들. 그런 사람들은 단순한 친구가 되면 좋겠지만, 이득이 될 사람인가는 다른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