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죠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나 아끼던 두려움들은 돌아선 당신의 귓가에 계속해서 맴돌죠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페퍼가 에만의 자세를 교정할 때, 작은 신음소리가 얕게 들려왔다. 그리고 숨을 내쉬는 저 모습. 어딘지 페퍼는 이상함을 느낀다. "몸이 그렇게 안 좋은가? 아니면..." 에만이 허리를 피자 헐렁한 후드는 몸의 윤곽을 드러내고, 가려져있던 쇄골이 드러난다. 핑크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금발이 쏟아지는 가운데 머리칼 사이 얼굴은 살짝 발그레하게 상기되어 있는 걸 보자 문득 페퍼는 재밌다는 듯 씨익 웃으며 말을 얼버무린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시간은 상관없어." 그리고 그의 옆모습을 관찰하듯 빤히 바라본다. 아래를 바라보는 긴 속눈썹에, 맑고 투명하게 자신을 비추는 아름다운 큰 눈동자가 가려진다. 오똑하고 날렵한 코, 수프를 삼키면서도 우물쭈물 어쩔 줄 몰라하는 저 작은 입. 얇고 선명하게 뻗어있는 진한 눈썹… 아름다운 조각상을 보는 듯, 장엄한 건축물을 목도하는 듯,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듯 했다. 그 안에서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거닐고 싶을만큼. "먹을만큼 먹어라. 양껏…" 살풋이 옅은 웃음을 띤 것은 무슨 이유일까? 몇 개월만인가? 아니, 몇 년만인가? 이렇게 누군가를 보살피는 것은.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듯, 잔잔한 파도가 부서지며 하얀 포말이 천천히 흩어져가는 바다를 보듯, 가슴속을 꽈악 채운 누군가와 같이 노을 지는 풍경을 감상하듯, 흐렴풋하지만 분명한 실체를 지닌 어떤 충만감 같은 것이 속 안에서부터 천천히 차오르고 있었다.
어느덧 수프를 다 먹어갈 즈음이었을까, 작은 인간은 걸쭉하고 불투명한 수프를 약간 입가에 묻혔다. 미처 입술을 핥기도 전, 봉투에 들어있던 냅킨을 두어장 꺼내 닦아준다. 얇은 냅킨 너머, 빛을 받아 작게 반짝이는 입술이 느껴진다. 손끝을 따라, 부드러운 감촉이.
>>871 쪼아~ 오늘 점심은 맛있는 오트밀죽~ 브리엘주는 뭐 먹어? https://www.youtube.com/watch?v=wY3pLgg9rQM 좀 TMI를 말하자면 처음 페퍼는 브레이킹배드 모티브를 딴 무언가였는데 오너 성향 때문인지 어느새 이그니토 가사같은 (?)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을 말하다가 이제는 완전히 뭐랄까... 그냥 장난치기 좋아하는 보통의 아저씨가 되어버렸군. 이 변화가 참 재미있어!~
그것과 별개로 이그니토는 매우 좋으니까 다들 한번씩 들어보라구~ https://www.youtube.com/watch?v=Jywr-HYg-gw
따갑고 아프단 말이에요. 맞고 나면 졸린 것도 싫고.. 한참을 칭얼거리며 떼를 쓰던 아이의 눈동자가 침상에 서있는 의사에게 향했다가 다른 곳으로 데구르르 굴러갔다. 손가락끼리 꼼지락거리면서, 아이는 반응이 없는 의사의 모습에 금새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아이는 의사를 싫어했다. 특히,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의사를 싫어했다. 칭얼거려도 통하지 않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봐도 소용이 없어서 결국에는 하기 싫은 것들을 해야했으니까. 정말 싫어. 시무룩한 표정으로 아이가 눈을 질끈 감고 곧이어질 따끔한 통증을 기다렸다.
바스락- 하고 옷감과 옷감이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감고 있던 눈을 슬그머니 뜨면서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려져 있는 손을 보고 어? 하는 소리를 내다가 시선을 굴렸다. 가볍게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의사가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있다가 아이와 시선을 마주하고는 몸을 굽혀왔기 때문에 아이는 멀거니 그 모습을 보다가 움찔하고 말았다.
"금방 끝날테니까 조금만 참자. 잘 참으면 선생님이 좋은 거 줄게."
알았지? 하고 물어오며 빙그레 웃는 얼굴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사를 다맞고 병실로 돌아가는 아이의 손에 의사는 자그마한 캔디 몇개와 낱개로 포장되어 있는 초콜렛 몇개를 쥐어주며 선생님이 줬다고 하면 안돼- 하고 작게 속삭인 뒤 쉿, 하는 제스처를 해보였다.
아이는 그 뒤로 의사를 유난히 잘 따르게 됐는지 의사가 어디에 가든지, 어디에 있던지 찾아내서 뒤꽁무니를 졸졸 쫒아다니기 일쑤였다. 옆에서 재잘재잘거리며 쉴틈없이 떠들어대는 미워할 수 없는 작고 귀여운 방해자를, 의사또한 내치거나 따라오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을 수 없었는지 아이의 맹목적인 애정에 보답하듯 생일이 되면 아이가 좋아할 법한 곰인형을 선물하고, 아이의 보호자 모르게 달콤한 간식거리를 주기도 하고, 맞벌이로 바쁜 아이의 옆에서 아이가 잘 자도록 지켜보는 일상이 반복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는 오래 입원해있었고 많지 않은 나이의 절반 이상을 병원에서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심심해하는 아이에게 책을 선물해주는 날도 있었다.
"저 선생님같은 의사 선생님이 될래요!" "그러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할걸. 건강해져야하고.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요! 진짜로!" "그래그래, 응원할게."
아이는 그런 말을 자주했다.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하고. 그렇게 말하고 아이는 순진무구한 눈으로 담당의를 올려다보며 씩- 하고 무구하게 웃는 것이다. 아이의 검사결과가 줄곧 좋지 않아서, 의사는 오늘로 꼬박 사흘을 지새며 아이를 케어하며 바이탈을 체크하고 좋아지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불안해하는 보호자들을 달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을 동경하는 아이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에 의사는 아이의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
결국, 아이의 수술 날짜가 잡혔다. 아이의 수술날짜를 보던 의사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자신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있잖아요. 선생님." "으응? 무슨 일이니." "이번에 수술 잘되서 퇴원하게 되면, 그때도 제 공부 봐주실거에요?"
그래, 하고 의사는 시원스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아이의 무구한 눈빛을 마주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줬고 아이는 에헤헤- 하는 웃음을 흘리면서 의사에게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그 모습에 의사는 미간을 꾹 찌푸리면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새끼를 잃은 어미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와 무너져내리는 모습에 의사는 고개를 고개를 숙여보였다. 오열하고, 가슴을 쥐어뜯고, 의사의 멱살을 붙잡았다가 놓고 다시 오열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그 모습에 의사는 사과의 말을 기계적으로 내뱉을 뿐이었다. 결국에는 기절해버린 보호자가 실려가고 나서야, 의사가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숙직실에 도착해서야 의사는 그대로 주저앉아서 자신의 머리를 끌어안듯 감싸고 무릎 사이에 얼굴을 처박았다.
"나는-, 나는..."
수술이 잡힌 날짜들을 체크해둔 달력에 오늘 날짜 밑에 집도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H.B라고 적힌 알파벳은, 의사의 가운에 적혀 있는 명찰의 알파벳과 전혀 다른 것이였다.
>>895 이건..이건 에만주가 중년캐를 덕질하는 거라고! 그치만 생각해 봐.. 2D의 나이차이 커플은 최고라고..3D는 물론 나타나면 빠따들고 쫓아갈 의향이 있지만 아무튼(?) 이런 아저씨/아줌마가 뭐가 좋다고 그래 / 새파랗게 어린 애가 등등 중년캐가 그런 말 하면 크아악!(불타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