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죠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나 아끼던 두려움들은 돌아선 당신의 귓가에 계속해서 맴돌죠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당신의 손이 관자놀이로 향하는 것을 관찰하듯 본다. 그건 당신의 버릇일까. 생각에 잠긴 당신의 답을 시안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손가락만 꼼지락 거린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시안은 모르기 때문에, 제 조건이 곤란한 건지. 그렇기에 고민을 하느라 답이 늦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틀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기에 들려온 답의 목소리가 아무리 차가워도 좋은 것이었다. 약의 양에서도, 기한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았으니. 문제는 없는듯 했다. 시안은 화색이 돈 얼굴로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응. 아니에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꼴 보고 싫어서 약쟁이 약쟁이, 속으로 욕을 했지만. 그 작자. 중독자 수준까진 절대 아니었다. 약이 아닌 다른 거래로 만날 때도, 이번에 제게 급히 약을 구해달라 부탁을 해왔을 때에도. 약에 취하지 않은 멀쩡한 상태였으니까. 그러니 절대 정키 수준까지는 아닐 거라는 게 시안의 판단이었다. 제 답을 들은 당신이 일어나며 한 물음에 시안은 잠깐 당황하나 금세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에 빠진다.
>>762 그런거야 누구나 생각하는거고 나도 그런 걱정은 안하지 않는걸~ 가장 좋은 방법은 수시로 자신의 시트를 살펴보는것 뿐이지만 그건 나처럼 기억력이 좀 나쁜 경우에 그러는 거고~ 나랑 비스무리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라면 그렇게까지 의식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그냥 말투만 주의 하면 된다던가~
그 짧은 시간 내에, 제롬의 눈 밑은 퀭해졌다. 물론 일종의 착각 내지는 환상일 뿐, 실제로 그는 멀쩡했다. 다만 그가 뿜어내고 있는 피곤함의 기색이 눈 밑을 퀭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을 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곳이 놀이터(대체 왜 존재하는지 모를)이기 때문에, 사람 한 명 안 오는(대체 왜 존재하는 거지??) 곳에서 조용히 기다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울음을 그치는 것을, 말이다.
슬슬 울음을 그쳐갈 즈음, 무언가 물어보려고 했으나, 선수는 무라사키에게 빼앗겼다.
조용히 무라사키의 말을 듣고 있으니 그녀가 왜 울었는지 이해가 갔다. 기쁨, 동시에, 두려움. 인간이라면 당연한 감정이다. 미지에 대한 공포는 당연한 것이니까. 친구라는 것을 잘 모르는 그녀에게, 친구라는 것은 두려운 존재로 다가왔겠지.
"...한심하지 않아. 이해하니까."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방금 그곳에서 추하게 질투했던 나도, 그녀에겐 없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넌 누구야? 왜 날 도와줬어?
친구.
비록 내가 잘나서 사귄 것이 아닌, 그저 우연히, 우연에 우연이 겹치고 그녀석이 내게 넓은 관용을 베푼 것 뿐일지라도. 나는 그 때, 친구가 있었다. 내 유일한 어릴 적 친구가.
'이리스.'
나는 그 당시 그녀로 인해 구원받았지만, 이 소녀는? 이제껏, 아무도 그녀에게 친구하자며 손을 내밀어주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 소녀는? 그 누구도, 다가오지 않았던 걸까?
소녀를 이용하겠다 마음먹었던 마음 속 한구석의 양심이 찔려온다. 마치 바늘이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죄책감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감각.
"내가 너무 성급했던 것도 있으니까. 네 탓이 아니야."
무라사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이려고 시도했다.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속을 게워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제롬은 무라사키의 모습과, 어렸을 적 자신의 모습을 겹쳐보았다. 그렇기에 더욱, 죄책감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허공을 응시하던 제롬은 무라사키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다시 물어볼게. 나랑 친구가 되어줄래?"
조용한 놀이터에서, 그는 소녀를 향해 아까와 같은 악수를 하자는 듯 손을 내밀었다. 주변 분위기처럼, 그저 조용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자신의 입가 끝을 검지와 엄지로 문지르듯 쓸어내다가 문득 브리엘은 비딱하게 시선을 틀어서 시안을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긴장해서 눈치만 보고 있더니 이제는 꽤 기뻐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을 떼어내는 건 당연한 수순이였다. 가죽 장갑을 낀 감촉이 썩 좋지 못했다.
"그래. 그럼 됐어."
5kg 정도면 충분히 지금 바로 공급 가능한 양이였다. 카두세우스가 평소 취급하는 양에 비견하자면 아주 극소량이기 때문이었다. 브리엘은 핸드폰에 있는 주소록을 뒤지지 않고 바로 누군가에게 메세지를 보내면서 우두커니 선 채로 시안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이라고 대답하면서 커피는 쓰다고 덧붙히는 시안의 말을 듣고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고 있던 브리엘의 시선이 시안에게 향했다. 나른한 기색이 있는 눈매가 소파에 앉아 있는 시안을 바라보니 필연적으로 내리뜨듯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딱 그 상태로 물끄러미 시안을 바라보다가 브리엘은 드물게도 먼저 행동했다.
"나도 연락을 해봐야해. 환각이 제일 긴 약의 종류가 제법 있어서 말이야."
브리엘의 장갑을 낀 손이 시안의 어깨에 툭, 건드리는 수준으로 건드리고는 눈치채기도 전에 떨어졌다. 주방으로 향한 브리엘은 깨끗하게 닦아뒀을 뿐 사용해본 적 없는 물컵에 물을 따른 뒤, 자신이 들고 온 잔에 얼음을 다시 채워서 위스키를 담아내다가 핸드폰에 연락처가 뜨자 잠시 통화를 하는지 몇마디 주고 받은 뒤, 응접실로 되돌아와 시안에게 물컵을 내밀었다.
지이금 감정묘사가 제대로 안 된 것 같아서 부가설명하자면 제롬이는 과거 이리스를 만나기 전 자신과 너무 비슷한 현재 무라사키에게 과거의 자신을 투영해서 보고 있고, 그 당시 그렇게 힘들었던 자신과 같은 무라사키를 남들과 똑같이 이용해먹으려 해서 엄청나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그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