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죠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나 아끼던 두려움들은 돌아선 당신의 귓가에 계속해서 맴돌죠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에만은 고개를 짧게 좌우로 내저었다. 애당초 에만에게 요통은 익숙했다. 이젠 아픈지 아프지 않은지도 잘 모르겠다. 가끔 뻐근하긴 하지만 그게 아프다는 건 아니었다. 에만은 얌전히 기다리다 무릎 위에 올라온 박스를 한 번, 그리고 페퍼를 한 번 바라봤다. 에만은 손가락을 꿈질거렸다. 보이지는 않지만 늘 보였던 버릇처럼 발가락도 오므렸다 폈을 것이다. 뭘 먼저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고마워.."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식사는 드물었다. 에만이 일생에서 먹어본 것 중 가장 호화로웠던 것은 레이스 호텔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룸서비스였다. 특히 신선한 야채와 버섯을 넣은 라자냐는 신세계였다. 그마저도 얼마 먹지 못하고 다시금 볶음국수나 감자칩을 찾았다. 이런 걸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는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로만 살아왔다. 그게 자신에게 가장 어울린다 생각했다. 에만은 잠시 고민하다 빵과 수프를 번갈아 쳐다봤다. 역시 수프가 식으니 수프를 먼저 먹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던 에만은 페퍼의 말에 옅게 고개를 끄덕이다, 난데없이 스테이크를 썰어 보이며 가면 아래로 들이밀자 흠칫하며 뒤로 물러서려다 말았다. 불쾌한 것이 아니라 들이미는 행동에 단순히 놀란 것뿐이었다.
"아, 그게. 그.."
에만은 주저했다. 앓는 소리를 하듯 얼른, 하고 재촉하자 에만은 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은 없었다. 있어봐야 에만의 뒤를 늘 쫓는 일회용 저격수 뿐이다. 정말 아무도 없는 게 맞을까?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던 에만은 잠깐 떨리는 손으로 가면을 잡아 올렸다. 담배를 피울 때처럼 올리면 될 것이라 판단하듯 바르르 떨리는 손을 뒤로 겨우내 콧잔등까지 올리고 말았다. 그리고 입을 벌려 조심스럽게 받아먹었다. 고개를 뒤로하고 보인 건 작은 입이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잘게 썬 고기였어도 씹는 건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침묵 뒤에 삼켰다. 에만이 머뭇거리다 작게 입을 벌렸다.
"맛있어.. 고마워. 식겠다.. 페퍼도 어서 먹어. 그러니까.. 아니면.."
내가 똑같이 해줘야 하는 건가..? 이게 바깥의 식사 예절인가..? 에만은 잠시 혼란에 빠진 듯 싶었다.
카이가 회를 써는 동안 희미한 칼질 소리가 여인에게도 들렸다. 가게 안에 별다른 소음이 없다보니 그 조용함의 정도가 칼이 생선살을 저미는 소리가 들릴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귀를 기울여야 들릴 만한 소리를 들으며 여인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생각을 하긴 한 걸까. 회를 들고 온 카이를 보는 얼굴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오. 역시 카이. 접시가 다 비쳐보이는거 같아."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긴 회들을 보며 여인이 과장스레 말했다. 정말 접시가 비칠 정도로 얇지는 않겠지만, 카이가 여인의 주문을 흘려보냈을 리는 없을테니. 과찬 아닌 칭찬 같은 말을 하며 맞은편에 카이가 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카이의 잔에 술이 차는 것도 지그시 보고 있다가 건배를 제안해오자 머뭇거림 없이 여인의 잔을 들었다.
"사양할 이유가 없지. 음. 이 자리를 위하여."
짧은 건배사를 읊은 여인이 잔을 든 손을 움직여 카이의 잔과 가볍게 부딪혔다. 팅. 하는 물 담긴 소리가 두 잔에서 나고 잔에 담긴 술은 여인의 입술을 넘어 식도를 타고 흘러간다. 마실 때마다 알콜의 향과 맛이 새롭게 느껴진다. 이러면 꼭 다음날 숙취가 심하던데. 예감을 넘은 직감이 들지만 오늘은 무시하기로 했다. 빈 잔에 먼저 술을 채워놓고 젓가락을 들며 대화의 운을 뗀다.
"요즘 어때?"
짧게 시작한 말에는 꽤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해룡수산의 장사라던가, 라 베르토에서 납품하는 물건들은 괜찮은지, 동부 분위기는 어떤지. 그 중에 카이의 안부를 묻는 의도도 다섯 손가락 중 두 손가락 만큼은 들어있었으니. 무엇을 얼마나 대답할지는 카이의 몫이었다.
초기 에만: 거기 누나, 오빠, 형, 언니, 자기야~ 내가 부끄러운 과거는 싹 잊게 해줄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음~ 한 건당 45만 벅으로 하자. 비싸~? 그치만 어떡해.. 나는 마법의 각성제가 부족해서 조금 쪼들리는 입장이라고. 기부라도 해준다고 생각해줘~ ..아, X발.. 그 개자식들이 헤로인을 안 팔잖냐.. 죽기 직전이라니까. 에만: ..너..너 뭐야.. 에만주: 저거 뭐야 무서워..
자~~~ 그지빵구쟁이 뉴 베르셰바 참치들 안녕안녕~ 자기가 브리주라는 사람인데 무라사키 메이드복 픽크루를 만들어 왔데! 근데 우연히도 나도 제롬주 링크보고 한 번 만들어보고 있던 중이었거든 그래서 누구의 픽크루가 더 무라사키의 느낌에 가까운가!! 를 여러분께 맡기려고 한다
https://picrew.me/share?cd=Gy6zQNKH73 이게 브리주가
https://picrew.me/share?cd=ssQCFgORRO 이게 캡틴이 만든 거야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바르르 떨리는 손, 동요하는 목소리, 이상하리만치 흠칫 놀라는 태도… 단순히 귀엽다고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페퍼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도무지 떨칠 수 없었던 모양인걸까.
"나는 나대로 알아서 먹겠어. 그러니까 네 걱정이나 해." 부러 퉁명스럽게 말하며 다른 봉투 쪽을 보여주었다. "아직 더 많이 있으니까."
연어 샐러드와 풀드포크 서브마린 샌드위치, 크림소스를 끼얹은 패스트리도 있었다. 깍뚝썰기한 연어에 입자가 큰 코셔 솔트가 적절히 뿌려져 각종 잎채소와 조화롭게 버무려져있다. 여기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가 뿌려져 깊은 맛과 약간의 상큼함을 더한다. 풀드포크는 목살을 장시간 조리하여 히코리의 훈연향이 가득한 바베큐 소스로 버무려 만든 것으로, 블랙올리브, 토마토, 프로볼로네 치즈, 모짜렐라 치즈, 양상추, 적양파와 조화롭게 어울린다. 패스트리는 몇 번이고 반죽을 접어 층층이 쌓아올려 바삭한 식감의 그것 위로 에스카르고가 각종 치즈를 갈아 넣은 크림소스에 섞여 올려진 것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황금빛으로 잘 구워져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다. 어깨 피고, 허리 펴고. 턱 당기고." 페퍼는 서스럼없이 에만의 어깨와 허리에 손을 올려 자세를 교정한다. 사실, 앉은 키도 꽤 큰 편이라 좁은 차 안에서는 약간 우스꽝스러운 자세일 수도 있겠지만. "먹고싶은 만큼 천천히 시간 들여 먹어. 아무도 뭐라 안 하니까. 네가 다 먹으면 나도 먹지." 그리고는 자신도 보호복 모자를 벗고 방독면을 느슨하게 하여 느슨하게 몸을 이완시킨다. 작게 기지개를 키면서.
# 에만이 너무 귀여우서ㅓ 눈물 줄줄 흘리면서 썼습니다.... 참 그리고 페퍼 최소한 장갑은 벗고 먹여준걸로 할라구. 물티슈 꺼내서 손 닦는다는게 그만 깜빡해버렸구 ㅋㅋㅋㅋ
카이의 얼굴에서 희미한 미소가 버릇처럼 튀어나온 건 잠시였다. 손님에게 칭찬을 받을 때 흔히 짓곤 하던 접대용 미소였나?
"위하여."
나직하게 건배사를 따라하는 목소리. 그와 함께 두 잔이 경쾌하게 부딪힌다. 아스타로테가 술을 들이키는 것과 동시에 카이의 잔도 순식간에 비워졌다. 평소에 술은 잘 마시지 않지만. 손님이 말동무를 원하면 기꺼이 마셔줄 수 있다.
"나야 괜찮게 지내지. 장사도 잘 되고."
카이가 잔에 다시 술을 따르며 화답했다. 그 말대로였다. 그럼에도 사실 그녀에게 말한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최근 구획으로 들어온 어떤 어중이떠중이 조직이 장사를 망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쏙 빼놓았으니까. 그들의 의도는 뻔했다. 사실 그런 건 제 선에서 처리하면 된다. 그러니 괜히 이야기를 꺼내서 그녀가 관심가지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 그리고 요즘 손님들이 그러더라. 재료들이 싱싱하다고."
막 젓가락질을 시작하려던 카이가 생각난 듯 덧붙였다.
"당신네 조직이 열심히 해주고 있다는 거지."
느긋하게 뻗은 젓가락이 살점 하나를 집어 가져간다. 그걸 양념장에 담그자, 하얀 살점에 검붉은 간장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