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가 귀여운가, 캡틴이 귀여운가. 기록하는 자가 곧 승자일지니,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캡틴 귀여워. 도시뿌셔 지구뿌셔. (캡틴은 수정 뒤 이 문구를 지워주세요.)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서양권 문화들이 밀집되어 있는 구획에 서양식 저택이 있었다. 그 위치가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이 아니라, 조금 동떨어져 있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곳이 카두세우스와 거래를 하고 있는 조직들이라면 대다수 얼굴을 알고 있는 여자가 기거하는 곳이라는 걸 안다면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협상과 거래를 하는데 익숙하지만 타인에게는 관심이 없는 지독하게 개인적이기 짝이 없는 그 성정에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에 기거하지는 않았을테니.
점심이 가까워지는 시간, 카두세우스의 브리엘은 저택 1층, 응접실에 앉아서 취미를 즐기고 있었다. 응접실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꼰 채, 책장을 천천히 넘기고 있는 브리엘의 앞에는 점심 대신 선택한 과일 몇개와 얼음이 들어있는 반쯤 마신 위스키 한잔, 두통약이 놓여져 있었고 브리엘은 책장을 넘기는 손에 책갈피를 끼운 채로 취미생활인 독서를 즐기고 있었다.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옷차림은 공적인 일을 하러 갈 때 입는 옷차림과 똑같았다.
"다른 곳에 거래장소로 사용할 집이라도 구해야하나."
벨이 울리는 소리에 브리엘은 읽던 페이지에 책갈피를 껴서 책을 덮으며 소파에서 일어서서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오후에 방문하겠다는 문자때문에 브리엘은 평소보다 이르게 일어난 상태였지만 구두까지 완벽하게 착용한 건 공적인 자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저택의 문을 열고 브리엘은 오늘 자신을 방문한 거래자를 바라본다.
"들어와."
표정변화없는 무감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그 말만을 한 뒤 냉정하다 느껴질만큼 몸을 돌려서 자신이 방금전까지 앉아 있던 응접실로 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루시, 루시." 공허하게 외쳐본다. 옛 연인, 말없이 천천히 독배를 삼키던 내 연인. 그 옛날 넓고 푸근했던 꿈속의 구름. 흐릿한 기억의 편린을 놓치지 않으려 손 끝을 따라 써내려가는 부정형의 하루여. 그러나 그것은 무의미한 동작일 뿐. 어느새 자신은 늙어버렸고 뼈마디며 근육이 군데군데 쑤신다. 신체와 정신은 표리일체. 신체가 낡아갈 수록 정신 또한 낡아가며, 죽음과 재생을 반복해나가며 천천히 오염되어간다. 천천히 돌아가는 실링팬의 미풍이 차가운 체크무늬 타일바닥의 먼지들을 흩날리게 한다. 그와 함께 한 남자, "코셔 레이크"는 다시금 보호복을 뒤집어 쓰고 "페퍼 상사"로 변해간다.
"연락받고 왔습니다." 정체를 분간할 수 없는 기계음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면, 처음 겪는 사람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놀라기도 하고, 겁을 먹기도 하고, 담담한 반응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 반응만큼이나, 죽음을 대하는 태도도 제각각이다. 이번에는 애도하는 자, 고인의 가까운 사람으로서 그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겨워하는 자였다.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고인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문득 자신의 목소리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가끔 페퍼는 자신의 태도도 달라진다는 점에 새삼 놀라곤 한다.
방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자, 시체 썩는 지독한 냄새와 함께 페퍼를 반기는 것은 금속제 질소 탱크와, 그곳으로부터 연결된 PP봉투를 뒤집어 쓴 시신이었다.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리놀륨 타일과 두꺼운 카펫 위로 선혈이 마구 튀어있고, 시신의 신체 부위 여기저기에는 깊은 자흔이 있었다. "불활성기체에 의한 자살. 그 수단에는 18족 원소에 속하는 헬륨, 알곤, 네온, 그리고 질소가 있다. 하지만 질소는 실패할 위험을 내포한다.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편하게 가고싶다는 그 소망이 깨어질 위험이 말이지."
무거운 곰팡이 냄새와 습기로 가득한 공기, 인체가 부패하며 흘러나오는 기름기 가득한 악취. 바닥에는 혈흔과 체액이 굳어 만들어진, 시신 그대로의 형상. 무엇보다 공기를 가득 채운 파리떼, 그리고 꿈틀거리는 절규와 같은 끔찍한 악몽들. 페퍼는 처음 자신이 이 일을 시작했을 때를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아무리 강한 보호복과 방독면을 덮어쓴다 한들, 이 죽음의 냄새는 결코 막을 수 없다.
이 일을 하게 된 이상, 죽음에 대한 생각은 결코 끊어지지 않게 마련이다. 과연 인간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어떤 의미를 지니나? 생존을 위한 모든 꿈틀거림은 결국 죽음이라는 종착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것은 태생적으로 불가피한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잘 죽는 것"일까? 자의식이 미약한 생명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는 것으로 그 의미를 찾았다. 그러나 지성이라는 저주를 안고 태어난 자들은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거라고. 페퍼 또한 마찬가지였다. 계속하여 의미를 찾아왔고, 또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연, 과연 그것만이 전부일까?
차에서 가져온 이산화염소수와 걸레자루, 보루, PP봉투 따위를 부려놓았다. "그럼, 시작해볼까." 페퍼는 부러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일을 시작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