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은 맹독에 번뇌에 고독을 품고 거짓은 망상에 군침이 끊이질 않아 심판과 범죄를 하나로 묶고선 지껄여 누가 타개책 따위에 관심을 가지겠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단조로운 소리들이 고막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이 그 뒤에 줄지어서 이어진다. 상처입은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기댄 뺨에서 퍼져나가는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움에 잠겨버리고, 눈을 감고, 숨을 참고.
이번이 두번째던가. 스카일러씨, 운도 없지. 남들은 한번도 겪기 힘든 일을- . . 그래도 좀 쌤통이다 싶어요. 그 사람, 독선적인 면이 있잖아요? 너드 주제에. 스카일러가 들으면 분명 기분 나빠할거야. 그거. 그 여자, 너드치고는 미인이잖아. . . 아래로. 더 아래로. 발 붙히고 있는 곳이 지옥이라고 느껴진다면, 타인에 의해 떨어지기 전에 스스로의 의지로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게 더 좋은 결말임이 분명하다.
경기라도 일으키는 것마냥 브리엘의 상체가 침대에서 일으켜세워졌고, 상체를 일으키자마자 가쁘게 차오르는 숨을 가다듬지 못하고 단번에 내뱉어버린 탓에 터져버린 마른 기침을 하는 소리가 침실에 울려퍼졌다. 나이트 웨어를 입은 가슴팍 부근에 손을 올리고 기침을 하던 브리엘의 구리색 눈동자가 엉망으로 헝크러져버린 머리카락 사이에서 어지럽게 흔들리다가 눈꺼풀 아래로 잠시 자취를 감췄다. 여전히 주위가 어두웠기 때문에 브리엘은 어렴풋이 자신이 잠든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겨우 숨을 가다듬으며, 머리맡에 놓아둔 컵을 쥐고 담겨 있는 액체를 들이키다가 한번 더 마른 기침을 터트리며 브리엘은 손등으로 자신의 입가를 문지르듯 닦아냈다.
간밤에 마시다가 놓아둔 럼이였다. 일어나자마자 술을 마시다니, 아무래도 정말 정신이 없는 모양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이불에 감겨 있던 두다리를 끌어당겨서 팔을 올리고는 고개를 묻었을 것이다.
"요즘 스트레스가 심하기는 했지.."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아서 텅 비어 있는 속이 예고도 없이 쏟아진 술에 의해 열기를 내며 쓰려오기 시작해서 브리엘은 앓는 소리를 냈다. 설상가상으로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약이 남아있으려나. 누가 들으면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의 목소리로 무기력하게 중얼거리던 브리엘은 컵을 든 채, 침대에서 완전히 내려와 똑바로 설 수 있었다. 전날, 사람을 쐈다. 죽이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쐈다. 살기 위해서 한 선택이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같은, 그럴듯한 핑계에 지나지 않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신 사람을 쏘기 전에 브리엘은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말을 내뱉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이래서, 나는 사람이라는 영장류가 싫어.
싸움은 물론, 최소한의 근력만 가지고 생존해있는 자신을 위해 보스가 붙혀준 운전수 겸 매니저 겸 호위인 조직원이 그런 자신의 말에 동요하던 것도 기억한다. 분명, 또 혐오스럽고 경멸스러운 것을 보는 눈빛을 해보였을테지. 닳고 닳아버린 인간성이 쿡쿡 흔들렸다. 양심이라는 놈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양이다. 죽이지 않은 것은, 남아있는 또다른 무언가가 무의식적으로 총구를 급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도록 만들었다.
그 모든 생각과 행동으로 인해 스스로가 참을 수 없이 혐오스럽고 역겹게 느껴져서 그 자리를 바로 벗어났다. 등 뒤에서 들려오던 총성을 모르는 척 하며. 그래서 그딴 꿈을 꾼 모양이였다. 다시 속이 뒤틀리는 것처럼 쓰라렸다. 브리엘은 생각의 흐름을 멈추고 식은땀이 축축하게 남아있는 손바닥에 얼굴을 처박기 전, 잠시 왼손에 시선을 뒀지만 곧바로 거둬들여서 얼굴을 처박으며 슬리퍼를 신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침실을 나섰다.
"역시, 그때 죽었어야했어."
비틀거리는 걸음처럼 목소리가 휘청휘청 흔들렸다. . . . 브리엘은 그 새벽, 다시 침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 늘 미안해, 그래도 빚을 다 갚는 날까진 언니의 '가족'으로 들어가긴 힘들 것 같아. "
스텔라의 말에, 이리스는 매번 거절의 말을 돌려주는 것이 미안했는지 조금 망설이는 듯 하다 조심스럽게 대답을 돌려주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누군가가 자신을 데려가려고 해주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었다. 지금의 조직에 들어갈 때도, 이렇게 매번 권유를 받을 때도, 뒷골목의 고아였던 그때와는 너무나도 달라진 것 같았으니까. 좀 더 저 마음에 보답을 해주고 싶은데, 지금의 자신도 해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못내 아쉬운 이리스였다.
" 언니도 내 소중한 사람이야. "
방긋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내려 자신을 바라보는 스텔라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같은 조직에 있지 않더라도, 소중히 여기는 이 마음은 절대로 거짓이 아니라는 듯, 스텔라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적안은 흔들림 없이 올곧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길 바라며.
" 오케이~ 오늘은 언니가 오래 참는다 싶었어~ "
일어나잔 스텔라의 말에 키득거리며 대꾸한 이리스는 몸을 벌떡 일으킨다. 어찌나 유연하고 힘이 좋은지 가볍게 몸을 일으킨 것 같은데, 그대로 쇼파에서 일어나 스텔라를 먼저 내려다보았다. 금방 몸을 일으킨 스텔라가 술을 리필하고 걸어가자 그 뒤를 고양이들이 일렬로 걸어가는 것처럼 사뿐한 발걸음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언니 집은 잘 알고 있지~ 도둑고양이는 아니지만, 언니 동생이니까? "
뒷모습을 보며 기분 좋게 걸어가던 이리스는 들뜬 목소리로 그리 말하다, 무언가 아쉬운 생각이 들었는지 슬그머니 스텔라의 옆으로 다가가선 찰싹 붙는다. 그리곤 가볍게 두 팔을 스텔라의 허리에 둘러안고는 어리광을 부리듯 부비적댄다.
" 언니 방에 가면 거기도 술 있지? 나도 같이 마실래~ 이틀 안 마셨더니 입이 심심한 거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