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여인이 장난스레 하는 말을 필요 이상으로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무게와 같은 비중으로 돌려주는 이는 여인의 주변에 흔치 않았다. 사실 있는 쪽이 희안한 일이었다. 이 망가진 도시에서 그런 관계는 오히려 비정상일테니.
"기대할게."
자신이 오면 된다고, 다음엔 더 좋은 것을 준비하겠다는 하웰을 보며 여인은 짤막히 답하였다. 너무나 짤막한 한마디는 그저 인사치레 처럼 들렸을 수도 있지만 이 여인의 말은 말을 한 쪽보다 들은 쪽의 판단이 우선시 되었다. 그러니 상대가 비관적이지 않다면 충분히 기쁜 말로 받아들여도 좋을 터였다.
훤히 드러난 다리 위로 덮이는 따뜻한 겉옷을 여인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꽃집의 향이 베였을 듯한 하웰의 겉옷은 여인의 다리를 감싸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여인은 옅은 미소와 함께 겉옷으로 다리를 감싸 안았다. 잠깐이지만 고개를 숙여 하웰의 겉옷에 뺨을 대고 온기를 느끼듯 구는 행동은 사뭇 평범하게 보였을 듯 했다.
"후후. 세상에 인두겁을 쓴 괴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그런 걱정은 말아."
직접 내민 쿠키를 받아먹지 않고 손으로 가져간 하웰에게 여인은 태연히 그런 말을 했다. 예상과는 달리 심심한 반응이었지만 여인에게서 실망하거나 아쉬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쿠키를 내밀었던 손을 거둬 손끝에 묻은 부스러기를 입술로 훑어내기만 할 뿐이었다.
"음. 만들었다고 해도 반죽이나 굽는 건 조리장이 했어. 나는 아이들과 같이 쿠키커터로 반죽을 찍어내거나 모양을 만드는 것만 했지. 이런 거라던가."
이런 거, 라며 가리키는 건 쿠키커터의 깔끔한 모양이 아닌 손으로 빚은 듯이 어설픈 모양새를 한 쿠키였다. 동그라미 위에 두개의 길쭉한 부분이 달린 걸 보아 토끼라도 만들려고 했나 싶어보였다. 초콜릿이나 아이싱으로 장식을 했다면 좀더 그럴 싸 했겠다. 여인은 그 토끼 비스무리한 쿠키를 들어 제 입으로 가져가 넣었다. 바삭 오독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씹어 삼키고 마시기 좋게 식은 홍차를 한모금 넘겼다. 같이 먹던 하웰에게서 맛있다는 말이 나오자 그 말이 반가운 듯 싱긋 웃었다.
이 역시 장난스러운 말이었지만 여인이라는 사람은 분명 그렇게 할 것이었다. 쿠키를 만든 아이들을 주변에 옹기종기 모아놓고 지금 했던 말, 아니, 여기에 조금 더 미사여구를 붙여서 과장스레 얘기하고 신나하는 아이들과 같이 웃을 사람이었다. 그리고 후에 찾아온 하웰에게 다시 얘기해주며 그 반응을 즐길 사람이기도 했다.
"다음에 할 땐 너도 와볼래? 아이들은 좋아할 거야."
여인은 하웰에게 그리 물으며 손끝으로 쿠키를 다시금 집어올렸다. 반듯한 하트 모양인 걸 보니 쿠키커터로 찍어낸 모양 같았다. 쿠키를 든 여인의 손은 다시 하웰의 앞으로 향했다. 이번엔 좀전처럼 빼가는 걸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