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침묵이 이어졌다. 창문 너머의 빗소리도 침묵이 집어삼킨다. 에만은 그 침묵에도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되레 조용한 현재의 침묵을 즐기듯 등받이에 기댄 고개를 기울여 가면 속의 눈을 감았다. 편안한 정적. 그 안에서 에만에게 소중한 것은 없다.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뭐가 됐든 상관이 없다. 현재 깨닫고 신념으로 굳힌 사실은 모두 소모적인 행위에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나다. 소모적이고, 그걸 끌어안고 감내할 자신도 없다. 에만은 그런 사람이었다.
"응. 그렇지."
에만은 다시 화면을 쳐다본다. 바쁘게 돌아가는 프로그램에서 새 프로필 정보가 갱신됐다. 마우스로 대충 찍어 그린 스틱맨이 굳이 파일을 질질 끌고 띄운다. 쓸데없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은 것도 순전히 에만의 취항이다. 그런 화면만 물끄러미 쳐다보던 에만은 무릎을 끌어당긴다. 이미 밀착할 대로 밀착해 더 붙일 곳도 없으면서 웅크리고 몸을 숨겼다. 따끔한 문장에도 가면의 스마일링 마크는 지워지지 않는다.
"페퍼도 이 도시 사람이니 이곳에서 통용되는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알잖아.."
에만 치고는 긴 호흡의 문장이었다. 방어기제로 감싸졌다는 말에 에만이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침묵했다. 이것도 방어기제로 치자면 수동 공격성이다. 에만의 시선이 흘끔 페퍼를 향한다. 방독면의 끈을 느슨하게 푸는 모습에 가면 속의 눈동자가 천천히 커졌다. 더벅지고 금발이라기엔 조금 붉은 기가 도는, 어쩐지 분홍빛이 감도는 금발이 기울임에 따라 뭉텅이로 쏟아졌다. 여기는 금연구역이라 말하려 했지만 입이 도무지 열리지 않았다. 쏟아지는 따끔한 말에 혀가 딱 달라붙어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못했다.
"나도.. 합리화하는 건 알아.. 내가 어리석은 것도 알지만.."
여기 사람들은 다 어리석은 사람일 거야. 그 말은 꺼내지 않기로 했다. 에만은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반복했다. 불을 피우기 전 담배를 문 모습 그대로, 에만은 그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적어도 금연구역의 매너를 지키는 건지, 아니면 이 밀폐된 방에서 담배연기에 고통받을 연약한 이쑤시개를 위한 배려인지 모르겠지만 담배를 부러뜨리자 자조적인 헛웃음을 한번 뱉어줬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또 새 프로필이 갱신됐다. 스틱맨이 질질 끌고 가는 프로필의 이름은 아만다라고 쓰여있다. 적어도 페퍼의 소중한 사람은 아니었다.
"..루시?"
과거의 연인이라. 에만은 연인이라는 단어에 가면 속의 눈을 내리깔았다. 페퍼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에만은 귓가에 닿는 속삭임에 뒤돌지 않았다. 얼굴을 확인하지 않겠다는 예의 때문인지, 아니면 마주하기 두려운지, 그것도 아니라면 기력조차 없는지. 대신 대전쟁의 혼돈이란 말에 눈을 느릿하게 끔뻑였다. 대전쟁.. 너무나도 먼 나라 얘기다. 그 당시 에만은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드러난 정보만 봐왔던 에만은 짧은 악센트에 움찔 떨었다.
"원한다면 도와줄 수는 있어.. 만약에.. 로메인과 관련되어 있다면..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손 닿는 곳까지는.. 도와줄게.. 페퍼의 소중한 사람이니까.."
에만은 어깨에 닿는 감각에 고민하다 고개를 기울였다. 손등 위에 고개를 뉘려 하며 가면 사이로 짧은 농담을 뱉었다.
흐어업 그러고보니 에만...! 성별미상이잖아....! 멋대로 착각해서 (?) 라기보단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타이핑해버렸어. ㅠㅠㅠ 왠지 너무 쪽팔린다... 미안해....! 그리구 생각해보니 방독면 입 부분을 벗었다면 음성변조된 목소리와 진짜 목소리가 조금씩 겹치겠군. 이렇게 목떡도 드러나는 것인가....
있는 사람들 다들 안녕!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너무 바쁜 하루야 ㅠ.ㅠ 연말이라 그런걸까? 다들 건강하라구~!
>>602 그렇구나, 확실히 그렇네! 시작을 배틀리언에 머물렀다고 해도 그렇게 길게는 있지 않고 곧장 다른 소속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높겠어. 과장 같은 직함을 달 새도 없이. 목적이 전투는 아니었을 테니까~. 전투 말고도 쓰임새도 많았을 테고. 그나저나 헤드쿼터스에서 1인으로 움직이는 히트맨이라~. 그래도 비설에 적어둔 대로 약간 밑에 딸린 식구 같은 개념이 있었으면 해. 활동은 각자가 하더라도 말야. 배신당할 때, 이자벨라를 도와주다가 어렷 같이 죽었잖아? 아니면 암묵적인 파벌 같은 개념이라던가? 헤드쿼터스에서 근무하는 1인 히트맨들의 누님 같은 역할이었던 거지. 나이는 많지 않았지만 경력은 꽤 됐으니까~. 지금 과장이 어느 나이대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들어온 시기가 비슷하다면, (34년 전) 동기라는 설정은 어떠려나? 물론 그래도 아버지의 눈에 든 이자벨라가 금방 소속을 헤드쿼터스로 옮겼을 테니 그리 긴 인연은 아니었겠지만!
>>770 아조씨 화관만 초라하면 재밌겠네. ㅋㅋㅋ 이자벨라는 소심한 짠돌이인 당신에겐 그런 게 어울린다며 놀릴 거 같고! ㅋㅋㅋ
어쩌다 보니 얼추 짜여진 것 같은데, 선관은 이쯤 해둘까? 뭔가 두 붙일 만한 게 있으려나?
>>844 진짜로 투신할 리는 없으니 하멜슨 입장에선 쓴웃음만 나오는 거겠지~. ㅋㅋ 에만이 그렇게 울어버리면, 하멜슨은 약간 동요해서 말을 못이을 거 같다. 아, 저기, 음... 같이. 그런 에만님을 이자벨라가 꼬옥 안아주면서
"이렇게나 귀여운 아이를 울려버리다니-, 당신의 상냥함도 이젠 예전 같지 않네."
라고 했을 거 같다. 그럼 하멜슨은 한숨 쉬면서, 누가 봐도 울린 건 너잖아. 라고 소심히 응수했겠지.
응 이쯤 해둘까! 에만님처럼 우리 호텔에 어울리는 투숙객은 아마 찾기 힘들겠지~. 그러기 위해 존재했던 설정이니까. 잘 부탁해!
하멜슨은 인정하듯이 자백한다. 허나 그리 말해도 기분 나쁘지는 않다. 이익을 쫓는다는 것은 사업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며, 또한 셀 지폐가 수중에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니까.
그 이후, 브리엘이 손짓하자 황송하다는 듯한 인사와 함께 하멜슨은 자리에 앉았다. 완전한 사업가는 아니라곤 해도 이 정도의 조직력을 갖춘 훌륭한 마약 상회에서 오랫 동안 입의 역할을 수행해 온 브리엘이다. 태연한 척 위스키를 벌컥이는 와중에도, 머릿 속에서 맷돌이라도 굴리듯 생각을 거듭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방심할 상대는 절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하멜슨은 브리엘을 신뢰할 수 있었다. 쓸 데 없는 감정에 휘둘려 눈 앞의 이익을 내다 버리진 않을 것이라는 모종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기에. 그리고 한번 끄덕여, 이어진 브리엘의 당부와 같은 요구에 즉각 응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단 제 쪽에서 부탁하러 온 입장이니까요."
예의로 그렇게 말을 꺼낸다. 허나 브리엘이 하멜슨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이후에 이어질 관계까지 전부 염두에 두고 저울질 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렇기에 어디까지나 그건 예의로 한 말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생각에 따라 협상이 잘 마무리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악수를 할 때에, 몸에서 긴장이 훅 빠져 나간다. 익숙하다고 생각했으나, 하멜슨 본인 역시 협상의 현장에서 은퇴한지 벌써 십 몇 년이 훌쩍 넘는다. 지금은 그저 한 호텔의 수염난 오너일 뿐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세월의 흐름을 조금 체감하게 되어 서글퍼지는 것은 역시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브리엘님께 항상 행운의 가호가 가득하시길."
브리엘의 저 표정을 읽는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이었다. 허나 뭔진 몰라도, 아니 거의 확신에 가깝게 브리엘이 이 협상시간을 썩 달가워 하지 않는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구태여 뭔가 이야기를 꽃 피워 봐야 상대를 힘들게 만들 뿐, 용무가 끝났다면 이쯤 물러서 주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910 그럼 그 부분은 맡겨 둘게! 아하 젊구나~. 그래도 배신당하는 15년 전엔 활동했을 정도의 나이겠지? 아니면 이자벨라처럼 어렸을 때부터 활동한 분이려나 과장님은? 이자벨라를 직접 보아왔던 과장님이라면 분명 자세히 알고 있을 테니까, 매서커과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해 뒀겠지. 한 눈에 보고 알아볼 수 있는 수준으로? 이런, 이자벨라의 정체가 너무 공공연하다! ㅋㅋ
알고 지냈다고 하면 어떤 느낌이 좋으려나, 과장님에 대한 정보는 없어서 생각하기가 좀 어렵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