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공격도 아닌 힘으로 라임이 밀쳐낸다고 뿌리칠 수 있는 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웨이는 어깨를 감쌌던 손을 거두었다. 무언가 '잘못 말했다'는 느낌은 언제나 이런 차가운 반응 한 발짝 뒤에 찾아온다. 웨이는 사람 간의 일에 상처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남에게 상처가 될 만한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부정적인 감정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은 썩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웨이는 라임을 내려다보았다. 피할 길 없는 순수한, 그렇기에 어쩌면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것처럼 공허해 보일 시선을 라임에게 내리꽂았다. 안다면? 알고 있다면, 대체 뭐가 널 그렇게 슬프게 했던 거야? 웨이는 라임이 눈을 피하지 말아 줬으면 했다.
그러므로 라임에게 집중하느라 느슨해진 손에서 슬라임의 핵은 허무할 정도로 저항 없이 빠져나갔다. 웨이의 눈에 그것은 완전히 망가진 돌덩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라임이 뭔가 다른 것이라도 있는 것마냥 그것을 맹렬하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웨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슬라임의 영혼이라도 읽어내려는 걸까.
"응, 너는 할 수 있어."
응원하듯이 한 마디 건넨 웨이는 라임의 뒤에 서서 그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라임은 자신보다 몸집은 작았지만 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강해지려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굳게 단련해야 한다. 활시위를 당기는 등이 어쩐지 한없이 여리게 보여서, 웨이는 무심코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법이니까.
아마 그 이유는, 고향에서 버리는 것이 좋다고 배웠던 종류의 미련 때문일까.
"라임, 침착해."
웨이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한 번 뿌리쳐지더라도 상관 없으므로, 거리낌없이 떨리는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는다.
"네가 쏘려는 게 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죽이는 게 옳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죽일 이유도 없지 않을까?"
지금 말하는 것은 자신에게는 정답이지만, 라임에게는 어떨지 웨이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의 기준이 된다면 기쁠 것 같았다. 라임은 가족과 마을 사람들 다음으로 소중한, 친구 중 한 사람이니까.
>>897 자. 라임의 썰을 풀어보자면요! 이거맞나? 라임은 어떤 게이트의 존재와 인간 사이에서 난 혼혈입니다. 아주 어릴적에 토끼 비슷한 종류의 몬스터 사이에서 길러지던 걸 어떤 아저씨가 주워다가 데려다 키워줬어요. 이건 정글북인가 모글리인가 그런 느낌 비슷하다!
그렇게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저씨 곁에서 자라다가, 우연한 계기로 어느 게이트에 들어가는 아저씨를 몰래 따라가게 되었고, 그 이후로 아저씨가 많이 아파져서 간병하고 보살펴주다가.. 아저씨가 미국갔어요. 그리고 혼자 어떻게 살다가 헌터가 되기로 하고 특별반에 왔는데! 라임은 아저씨가 죽은줄로만 알았지 지금까지는. 근데 아저씨 살아있대요! 이건 본인도 몰랐던 캡틴피셜 현재진행형 정보!
특별반에 들어오고 나서는 기다란 토끼 귀에 자격지심이 있어서 남들의 시선에 좀 날카롭고 예민했었는데, 최근 들어서 귀를 숨기는 기술을 체득했고, 그래서 스트레스도 좀 덜 받고.. 해서 성격이 좀 온순해졌음! 죽었다고 생각하는 아저씨에게 엄청난 호감을 품고 있었지만 그건 성장기의 미숙한 감정이랑 가족애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죠. 수상한 개인 취향 중 하나는 오크라는 종족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912 오... 라임이 썰...(썰줍) 라임이 키워준 아저씨가 아직 살아있다니 라임이가 만나게 된다면 반응이 궁금하네요!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니 다행... 그러고보니 시우랑 만나는 시점이면 귀가 안 보여서 시우는 라임이가 토끼라는 사실을 모르려나요? 오크를...? 라임이의 취향 일단 메모...(???)
>>914 아조시 다시 만나면.. 그리웠어요... 보고싶었어요... I missed you...!!ㅜㅜ!!!!! 시우는 다윈주의자에게 납치되었다는 설정으로 시작하기로 했었죠? 라임이 C조, 인질 구출조에 포함되어 있으니 아마 구해줄 수도 있겠다! 동물귀를 숨기는 기술을 사용할 때에는 수인으로서의 특성을 활용하지 못해서, 일상 중에는 종종 귀를 감추려고 하지만 진행에서는 대부분 귀를 드러내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시우도 라임이 토끼 수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수도 있겠네요!
>>915 라임이 반응 뭔가...귀여워요...!! 구출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러면 자동적으로 C조에 참가하게 되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조를 갈 수도 있는 걸까요? 이건 캡틴께 질문해보는 걸로! 그렇다면 이번 시나리오에서 만난다면 알게 되려나요... 뜬금없지만 토끼 귀 만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916 개인적인 예상이 몇가지 있지만 그건 캡틴께 여쭤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귀를 만지려고 시도한 사람은 놀랍게도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놀리기만 했지... 그냥 만지려고 하면 만저져요! 라임이 화내는 건 별개지만요! 어서 시우와도 만나보고 싶네요! 과연 회귀 특성이 어떻게 작용할지 너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