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에서의 사건과 여객선에서의 사건. 계속해서 익스퍼 관련한 큰 사건이 터지고 그에 따라서 처리할 서류 같은 것들도 덩달아 늘어난다. 큰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순찰을 강화하기도 하는지라 한동안 경찰서는 평소보다 조금 더 바쁜 모양새였다. 그리고 당연히 경찰서 소속인 나도 같이 바빴고, 야근을 하게 되는 날도 조금씩 있었다.
" 끄응.. 끝났다. "
그래도 오늘은 최대한 야근을 피하기 위해서 내 몫의 서류를 최대한 빨리 끝냈다. 사실 야근은 강제가 아니라 선택이긴 하지만 남아있는 일을 최대한 처리하지 않으면 다음날 고통 받을 것이 뻔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내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서 집에 일찍 가기 위해 퇴근 시간을 조금 넘겨서 일을 끝냈다.
" 먼저 퇴근해보겠습니다. "
최근에 큰 사건들이 여러개 있었고 다른 일들도 여러개 있었다보니 몸에 피로가 좀 누적된 것 같다. 휴일에 하루종일 쉬어도 피로가 별로 풀리는 느낌은 없어서 연차라도 쓸까 싶었지만 다들 바쁜데 눈치도 보이니 차마 사용은 못했다. 그래도 오늘 저녁은 푹 쉴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에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서 아래로 내려온다. 카페도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이는듯 했고 눈을 마주친 점원이랑도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서 바깥으로 나온다.
이번엔 라타뚜이와 직접적인 싸움은 없었지만, 아마 그 박사님이 죽은 이유는 필시 그들이겠죠. 그녀는 결국은 패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면서 생각을 곱씹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전에 죽은 사람도 어디 박사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박사.. 박사라....
"어라."
일을 끝내고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퇴근시간이 되어있었습니다. 저번에 물에 절여진 이후에 살짝 감기 기운이 있기도 했고. 지금은 나았다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자는 생각에 그녀는 얌전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몸관리도 직장인의 숙명중 하나니까요.
"......"
슬쩍 슬쩍. 자연스레 당신이 퇴근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발 늦게 남은 이들, 가려고 하는 이들에게 인사를 하며 빠져나옵니다. 딱히 사내연애가 금지인건 아니었지만 그것을 자신이 먼저 말하는 성격도 아니기도 했고, 일하면서 지나치게 붙는 성격도 아닌 그녀기에. 물론 누가 직접적으로 물어본다면 말하겠지만 아직은 그런쪽 이야기가 나온적도 없으니까요.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당신보다 조금 늦게 카페를 지나오며 등을 톡톡 검지로 찔렀습니다.
서를 나오기 전에 연우씨쪽을 잠깐 바라봤을때는 일을 하고 있는듯했다. 사귀기로 하긴 했지만 최근에 사건이 연달아 터지기도 했고 자체적으로 바쁜 분위기인데다 사내연애를 굳이 티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서 사적인 대화는 거의하지 않고 있었다. 휴게실에서 마주칠때나 잠깐 얘기할뿐. 그래서 휴일이 겹칠때 데이트라도 하자고 할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때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아보았다.
" 어, 연우씨도 지금 퇴근하세요? "
분명 나올때는 일하고 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일을 마무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반가운 표정으로 등을 콕 찌른 손을 잡으려하며 말했다.
" 최근에 많이 바쁘네요. 저번에 감기 기운 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괜찮아요? "
겨울 바닷물에 흠뻑 젖어서 그런가 좀 골골대던것 같은데. 지금은 괜찮아보여도 이런거 내색을 안하는지라 혹여 지금도 아픈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그래도 이렇게 같이 있을 시간이 생겨서 그런가 기분이 좋은 나머지 미소가 지어지는 표정을 숨기기는 어렵다.
멍 때리면서도 손이 움직이고 있다보니 남들한테는 일하고 있거나 무언가를 하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명백하게 멍을 때리고 있는것이었습니다. 뭐 그걸 알아볼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만은..
"아무래도 잠수까지 하고 나왔으니.. 지금은 괜찮아요."
약도 꼬박꼬박 먹었고, 몸이 안 좋아지기전에 미리 예방했던덕에 그녀는 큰 문제없이 컨디션이 돌아왔습니다. 다만 설마 이 날씨에 잠수를 하게 될거라고는 생각못했다면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하며 그녀는 당신을 바라봤죠 당신은 지금 웃고.. 있는걸까요. 기분이 좋은건가. 아닌건가..
"유진씨가 괜찮다면야.."
그녀는 단순히 같이 걸어만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던 차였지만. 뜻밖의 권유에 말로는 그렇게 말해도 살짝 볼을 붉히고 있었습니다. 다만 시선을 피하는것이 아닌 기대되는지 몸짓이 가벼워졌네요.
머리속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가볍게 말한 그녀는 손등을 쓸어주는 당신을 바라봤습니다. 이건 그 엄마손은 약손 그런걸 해주는걸까. 잘 모르겠지만 나쁜 의미는 아닌거 같아 그녀는 그저 고개를 똑딱이고 있었죠.
"요즘 연달아 바빴으니까요."
나이트 짹짹이 -> 그 다음은 여객선 침몰. 그녀는 점점 커지고 있는 스케일을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단순히 피해 규모의 스케일이 아니라. 실제 사상자가 나올 위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요. 그녀는 눈을 깜빡이다가는 손을 잡고 있음에도 당신에게 꼭 붙어서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보통은 퇴근길에 뭘 먹는게 자연스러울까요.."
주변에 다니는 퇴근중인 직장인들을 보며 당신에게 물었습니다. 어차피 가리는 음식도 없겠다 이번엔 '평범'한것을 흉내내볼까 하는 마음가짐인걸까요.
우리도 케이스마다 조금씩 부상을 당하고 있는 시점이고 민간인 사상자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사망자가 없는게 좀 위안이지만 조금씩 다치는 사람이 나오는건 경찰로써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다. 점점 커지는 스케일을 이렇게 적은 인원들끼리 막아야하는게 좀 아이러니했지만 경찰인 이상 사명을 다하는 수 밖에는 없다.
" 뭐든 먹고싶은걸 먹는거죠. 밥을 먹는데 자연스러울께 있나요? "
나에게 꼭 붙어있는 연우씨를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가 이어지는 말에 다시 조금 놀라서 그녀를 바라본다. 나를 따라온다니 ... 사실 연우씨는 별로 가리는 음식은 없다고 했으니 내가 어딜가던 잘 먹어주겠지만. 저녁으로 먹을만한게 뭐가 있을까 ... 사실 갈만한 곳은 많았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일반적인 음식점은 좀 떠들썩할테니까 조용한 곳이 좋을지도 모른다.
"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같은 곳도 괜찮겠지만 ... "
'일반적인' 직장인의 저녁식사라면 사실 집에서 있는걸로 때우는게 가장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데이트니까 그런건 좀 ... 애초에 집 냉장고에 남아있는 반찬이 거의 없기도 하고.
" 피자 먹으러갈래요? "
최근에 먹고싶었던 음식이라 바로 머리에 떠오르긴 했다. 피자랑 여러가지 사이드를 같이 먹으면 저녁도 되고 좋지 않을까?
매너없게 말이지. 그녀는 자기 멋대로 날뛰는 이들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일하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주면 좋으련만 물론 그런 사람이 범죄자일리 없으니 그저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퇴근길에 랍스타 같은걸 매일 먹는건 이상하다고 생각하던데요."
그야 그걸 매일 먹으면 이상한게 당연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인지 묘한 예시를 들면서 당신을 깜빡이는 눈으로 바라봤습니다. 대충 다른 이들을 보면 대부분이 술이었기에. 술을 잘하지도 않고 좋아히지도 않는 그녀로서는 기호적으로 그닥이었죠.
"피자 먹을래요."
당신이 묻고나서 0. 초의 간격으로 그녀는 곧바로 대답하며 미소지었습니다. 그녀는 햄버거라던가 피자라던가, 기름기 있는 음식을 자주 먹는편은 아니었는데. 그걸 싫어해서가 아니라 모든 여성의 적인 체중 때문입니다. 그녀가 현재 체중이 많이나가냐고 하면 그건 아니고, 오히려 평균보다 좀 적긴하지만 아무튼입니다.
경찰 입장 생각해주는 범죄자가 이 세상에 있을런지. 있으면 그 세상은 정말 깨끗하고 맑은 세상이 아닐까.. 정말 범죄라고는 요만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적인 세상. 하지만 존재하지 않으니 이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음 ... 일반적인 서민의 시선에선 확실히 이상한 일이네요. 랍스타 한번 먹으면 보통은 하루 일한 돈이 거의 사라지니까요. "
그녀의 스케일은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겠다. 저번에 보니까 집도 굉장히 크고 ... 운전기사도 몇명이나 있는 것 같던데. 말하는걸 들어도 역시나 엄청나게 부자라는 것만 알게 되었다. 부모님도 없이 보육원에서 자란 나랑은 출신부터 다르니 나중에 돈봉투 주시면서 우리 딸이랑 헤어져주세요,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게 아닐까 싶다.
" ... 피자 먹자고 안했으면 서운할뻔했겠어요. "
피자를 먹자고 하자마자 바로 튀어나오는 대답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사실 연우씨 집안이면 피자 같은 것보단 더 좋은걸 많이 먹을테니 이런걸 먹을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런건가. 그래도 나름 귀여운 장면을 봤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무슨 피자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살짝 고민을 해본다.
" 음 ... 잘 가리지는 않는 편이지만 새우가 올라간게 좋아요. 평소에 새우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
미친듯이 좋아한다! 같은건 아니지만 눈에 보이면 꼭 먹어볼 정도니까. 근처에 유명한 피자 브랜드가 있었던걸로 기억하니까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겨울이 다 되어버렸지만 오늘은 그렇게까지 춥지 않은게 밥먹고 조금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사회 초년생즘. 그녀는 그럼 자신도 뭔가를 먹어야하나 하고 생각했던거였지만. 남들이 보기엔 꽤나 이상한 그림이었겠죠. 당연하지만 그녀가 랍스타를 엄청 좋아하는것도 아니고 매일 먹는 사람도 아닙니다. 남들을 따라하려다가 이상하게 되버린거였죠. 그러나 딱히 그러한 사실을 설명하지는 않고 당신의 걱정도 모른채 그녀는 미소지었습니다.
"자주는 못 먹지만, 싫어하진 않아요."
다만 지나치게 짠건 좋아하진 않는다며 그녀는 대답했습니다. 가끔 피잣집을 보면 정말 지나치게 짠 집이 있기는 했었고. 그녀는 이런걸 요즘 사람들은 좋아하는거구나.. 하고 나이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곤 했었죠. 그리고 새우를 좋아한다는 말에 해산물을 좋아하는거려나.. 하고 눈을 굴렸습니다.
"새우, 요즘은 피자도 종류가 엄청 많으니까요.."
파인애플이라던가 이것저것, 그녀는 피자를 거의 먹던것만 먹으니 새로 생기는 피자들을 보며 궁금해하기만 했습니다. 심지어 새우가 들어간 피자도 먹어본적 없었기에 새우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죠. 음식을 가리지 않는데도 생각해보면 딱히 새로운 메뉴에 대한 도전을 하지 않는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