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에겐 서사를 주어선 안 된다. 그의 대부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아무리 동정심을 가질 과거를 살았더라도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감정은 사건에 혼선을 줄 뿐이다. 그는 대부의 말을 처음엔 믿지 않았다. 잔인한 세상은 그를 비웃듯 난도질을 했다. 그리고 그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범죄자에게 서사는 필요가 없음을. 그들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자신의 행위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절대 민간인의 시선으로 봐서는 안 됨을.
— 너는 나처럼 이런 끔찍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 사랑해주는 사람도 많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건 불운한 사고일 뿐이야. 미친 고아 하나가, 그러니까, 세상이 날 봐주지 않아서..나도 너처럼 사랑받고 자랐다면..불행일 뿐이야, 하루 중 불행한 날이 있는 법이잖아. 오늘이 그런 날일 뿐이야.
그의 동공이 풀렸다. 눈은 점점 작아졌고, 초점은 이미 풀린지 오래다. 손을 아래로 내리려는 걸 봐도 그는 잠깐 멈칫 하더니,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불분명하게 중얼거렸다. "직업이 승무원인데 그따위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테러를 감행해놓고 불행한 사고라고.." 하는 언어도 한국어가 아니었다. 더듬더듬 중얼거리던 그가 냅다 물먹은 신발을 시민의 얼굴에 던지고 냅다 달려든 건 그 순간이었다.
"불행은 부르지 않는 이상 찾아오지 않아."
제압이고 뭐고 쳐죽여버리고 싶다. 그는 전개한 큐브웨폰을 들고 허공에 가위질을 했다. 어떤걸 보여줘야 할까 고민하던 그는 시민이 겪었을 가장 끔찍했던 체벌을 떠올리게 하려 했다. 잔인한 처사였으나 테러범에게 줄 자비는 없다. 폭력성은 여과없이 드러났고, 그의 눈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었다.
모든 것은 한순간에 결말이 났다. 이내 승객들을 구출하기 위해 구조선이 왔고 사람들은 하나둘 구조선에 탑승했다. 물론 사람이 많았던만큼, 한선으로는 어림도 없었고 구조하는데도 시간이 걸렸으나 신나영 박사가 '불행한 사고'로 인해 죽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사상자는 한명도 없었다. 선장 역시 겨우 의식을 되찾았고 이내 병원으로 이송되었기에 목숨은 겨우 건질 수 있었다.
범인인 시민은 정말로 공포에 잔뜩 질린 눈빛으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익스파를 쓰려고 했을지도 모르나 연우에 의해서 제압당했고 테이에 의해서 트라우마가 발동되었기에 몸을 벌벌 떨 뿐, 아무런 것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는 '팔찌'가 깨지지 않고 온전히 회수될 수 있었다.
그 팔찌를 받은 소라는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남겼고 팔찌는 프로키온 쪽에게 보내서 제대로 분석을 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허나 그녀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내 예성이 설명했다.
"여러분들이 배에서 잠복수사를 하는 동안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이전 체포되었던 유지운, 최경미. 이 두 사람이 구치소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심장마비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그 옆에 메시지가 남겨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괴물을 정당한 철퇴로 제거한다. 이름없는 수리.
이름없는 수리. 이전 예성을 습격하고 메시지를 남겨뒀던 바로 그 자가 칭하던 이름이었다.
Fin.
/다들 스토리 수고 많으셨고..이후 사이드 스토리와 다음 케이스 예고편을 올리도록 할게요!
구조선에서 내리는 이들 중에는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피식 웃는 사내가 한 명 있었다. 그의 손에는 A라는 글자가 쓰여있는 카드키가 쥐어져있었다. 이내 그는 그것을 빠르게 자신의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태연히 자신이 '익스퍼'라는 것을 증명한 후에 검열에서 빠져나갔다.
"생각보다 일 되게 쉽네. 이것으로 타깃도 제거했고 말이야. 비숍인 이 몸이 나서니까 얼마나 일이 쉽게 풀려. 응?"
비숍. 이전 나이트나 룩처럼 체스 말을 지칭하고 있는 사내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는 듯이 키득거리다가 결국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에 들어서자마자 캬캬캬캬 하는 웃음소리를 크게 내뱉었다. 어찌나 크게 웃는지 근처에 있는 고양이가 깜짝 놀라 도망갈 정도였고 비숍은 겨우겨우 웃음소리를 멈추면서 피식 웃어보였다.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이라. 그래도 나름 제법인데. 그 상황 속에서 범인도 잡아내고 말이야. 하지만 폰을 몇 마리 잡아낸다고 한들 결국 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를테니 별 상관없나?"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 같으나 그래봐야 그건 위에서 내려보는 오만한 시선에 불과했다. 혹시나 카드키가 떨어질까 두려웠는지 그는 주머니에 손을 쑤욱 집어넣고 앞으로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아버지에게 좋은 보고를 해야겠는데? 그리고 말해둬야겠어. 나이트가 당한 것은 어디까지나 방심한 것 뿐이지. 저들은 우리 적수가 못 된다고 말이야."
오만함. 비웃음.
적어도 사내는 위그드라실 팀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올바른 판단인지, 아니면 잘못된 판단인진 알 수 없었으나 손에 피를 묻히고 유유자적 사라지는 모습은 이전의 나이트와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남은 것은 두 명. 내 몫은 다했으니 이제 조금 쉬어볼까. 크큭. 캬하하하하!!"
"아버지를 배신한 작자들에겐 죽음을. 목 잘 닦고 기다리라고. 연구원놈들."
이내 사내는 골목길 너머로 자신의 모습을 감췄다. 어딘지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한 발걸음이 유난히 잔혹했다.
자신의_이상에_배신당한_자캐는 > 굳게 믿었던 이상이 파보니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면 삶을 지속만 하겠지..? 아무래도 부정적인 걸 생각해내려 하지 않았는데 계속 부정적인 것만 떠오르듯이, 그때 했던 생각과 뇌내 시뮬레이터 돌린 결과값이랑 일치하면 뭐..'내가 그럼 그렇지, 옳은게 하나 있나.' 하고 수긍해버리고 삶을 지속'만' 하고 살 거야.
자캐가_공포영화를_본다면 > 이건 늘 말했지만 도전하는 깡은 있지만 잘 본다고는 안했다..침대에서 죠르디 인형 꽉 끌어안고 오들오들 떨면서 이불 밖으로 발 안 빼고 이불속도 안 들여다보고 천장 구석 안 바라보고 괜히 뒤돌지도 않다가 뜬 눈으로 밤 새거나 그 전에 기절잠 하거나 둘중 하나임..
자캐가_옷을_벗는_순서 > 이게..이게 뭐야 테주 유교걸이라 용납 못함(?) 농담이고 일단 상의부터 벗는 편! 패딩-상의-하의-양말 순서인데 양말은 손으로 안 벗고 발로 삭삭 밀어서 대충 벗고 음...음. 그런 편이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