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나츠키와 타카기는 조심스레 비상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과연 이 위에 어떤 광경이 펼쳐져 있을지는, 무엇 하나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한 것이, 정전이 일어나고 나서 혼란에 빠진 나츠키가 있던 층과 같이, 이 위에 층도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한 계단, 두 계단… 계속해서 오르고 올라 마침내 2층에 도달하였다면, 아니나다를까, 상당히 혼란에 빠져있는 듯한 상황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1층도 여전하였는데 2층이라곤 다를 바 없겠습니까. 어련한 일이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나츠키와 타카기가 처음 휴게실을 빠져 나왔을 때처럼, 혼란스런 목소리들은 모두 저 문 뒤에서 들려오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1층에서는 나츠키들과 비슷한 휴게실에서 들려왔었지만, 이번에는 중앙관제실에서 들려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지요.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고 살짝 열려있어서, 요란한 소리를 낼 것도 없이 곧바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내부로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다른 곳을 확인하려 시도해 보셔도 괜찮습니다. 뭐가 되었던 선택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조심조심 계단을 올라 2층에 도착했다. 눈으로 보기도 전에 귀로 들려오는 소리들로, 여기도 아래층하고 비슷한 느낌인가 짐작할 수 있었다. 혼란스러운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다. 그것도 중앙관제실에서. ...문이 닫혀서 못 나오는 아래층 그 방도 아니고, 중앙관제실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의아함과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아무튼 애매한 표정으로 잠시 중앙관제실 문을 본다. 다행히 문은 다 닫혀있진 않아서 아마 큰 소란없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음... 여기도 정신없는 것 같네. ...들어가야겠지?“
확인차 묻듯이 말하지만, 이미 들어갈 생각이 약 98% 정도였다. 나머지 2%는 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어서 확신이 안 선다...정도? 아마 이 위까지 올라온 이상, 요리미치의 의견도 나랑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믿음(?)이 있기에 요리미치가 뭐라고 하던 크게 개의치 않고, 천천히 걸어가서 조심스럽게, 이미 열려있는 문을 조금 더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루미의 단언이 있기 무섭게, 조종실 내부는 급속도로 조용해져 정적, 오직 정적만이 감돌기 시작하였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할 때에도 웃으며 내려오던 미즈노미야도, 지금만큼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나루미가 말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습니다. 적 잠수함에게 우리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있는 이상, 정말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움직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입을 열었다간 작전이 탄로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요?
최대한 집중한 채로 패널을 통해 주변 환경을 살펴보던 나루미는, 몇 가지 의미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곳 해저지형은 특별히 장애물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상당히 단조로운 편인 지형이었으나 그건 지금 나루미들이 있는 위치 얘기고, 앞으로 레이더를 넓히면 넓혀볼수록 암초나 빙산 등 장애물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게 무슨소리냐면,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잠수함들만 조심하면 괜찮았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부터는 눈앞에 있는 장애물들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둘째, 음파가 통과하지 않을 정도인 곳을 찾으려면 여기서 세 층 더 내려가야만 합니다. 더 깊이 내려가지 않는 한 계속해서 적들에게 들리고 말 것입니다.
셋째, 북서쪽 방향으로 71m 앞에 자그마한 빙산이, 북동쪽 방향 148m 앞에 커다란 빙산이 하나 존재합니다. 조심해서 운항하지 않으면 부딪힐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넷째, 해류는 나루미가 있는 방향에서부터 보자면 남동쪽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현재 적 함 8대는 서쪽 방향에서 800m 앞까지 와 있는 상태입니다. 어뢰을 꺼내는 등 공격적인 동향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적 함이 이보다 가까이 오기 전에 재빨리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당장은 모여서 움직이고 있는 상태입니다만, 이들이 흩어지게 된다면 여러모로 골치아프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들이 모여있는 이 때, 재빨리 도망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어머니를 아냐는 카에데의 물음에 후지와라 박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었습니다. 특별히 긴장할 것은 없을겁니다. 질책하려는 것이 아니니까요. 특별히 카에데가 찍혔다거나 하는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무엇보다 오늘은 카에데의 첫 출근이니까요. 첫 출근부터 그러는 상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단다, 얘야. 나는 네 어머니의 동료였는걸. “
그저 이 차장님은, 카에데의 어머니의 동료였기 때문에 아까와 같이 물어본 것이었습니다. 후지와라 박사는 빙그레 웃으며 문 안쪽을 가리키며 카에데에게 물어보려 하였습니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많다. 엄마에게 뭘 하느냐고 물을 때마다 엄마는 웃어넘겼으니... 엄마의 동료가 자신의 상사라니, 듣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엄마는 회사에서는 어땠느냐 같은것도 묻고 싶고, 엄마와 있었던 에피소드같은것도 듣고 싶다. 카에데의 얼굴이 환해진것은, 그것 때문이였으리라.
"앗, 네...!"
그 이야기 하나로 자신이 뭘 하고 있었는지, 까맣게 잃어버렸던 카에데였다. 귓볼을 붉게 물들인채, 카에데는 뒤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가...다 잠시 멈칫했다. 편한 느낌이라 까먹고 있었던 한 가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잠수함 8대라 다행이다. 구축함이나 초계기 8대면 정말 여기서 죽어야 했을 것이다.
내 장담컨데 저 8대 놈들도 오는 길에 서로를 알아볼 수가 없어서 버벅거리는 해프닝이 있었을 것이다. 이건 운용 능력이 아니라 잠수함 그 자체의 문제다. 너무 은밀하다는 것.
보통 잠수함의 진가는 공격 이후 탐지에서 벗어나는 능력으로 판단하곤 한다. 뭔가를 공격해서 위치가 드러나기 전에는 유보트 깡통이나 최신예 핵잠이나 드럽게 찾기 힘든 건 똑같다는 뜻이다. 저 쪽은 찾아야 하는 쪽, 나는 숨어야 하는 쪽. 그러니 나에게도 승산이 있다. 정말 구축함 초계기가 오지 않는 건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상한 일이지만.
"........"
800미터.. 어뢰를 쏘면 30초 내외, 음파는 0.5초 내외로 도달하는 거리다. 바로 건넌방에 적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발한발 소리를 죽여야 했다.
나는 엔진을 꺼버렸다. 그러나 잠수함은 관성을 받아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해류는 1-3-5로 흐르고, 약 150미터 앞 0-4-5에 커다란 빙산이 하나. 나는 다음 행동을 결정했다.
관성을 받아 커다란 빙산을 약간 추월하는 정도로 나아갔다가, 해류를 따라 다시 빙산에 접근한다. 동력 없이 타 조작만으로 잠수함을 빙산의 요철 안에 숨긴다. 전투기 뺨치는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육분의를 사용할때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조작해야 할 것이다.
손톱 한 번 틱틱거려도, 밀리미터 오차가 수십미터까지 늘어나서 빙산에 꿍 부딪힌다. 그리고 또 꿍 부딪히는 게 있는데, 내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사신의 딱밤이겠지.
타카기가 저지하려 하기도 전에, 나츠키는 이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열어보려 시도하였지만, 그래도 명색이 철문인지라 움직이려 하면 소리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대로 들어가도 과연 괜찮을지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좋을 겁니다. 모두가 딴 일에 정신이 팔려있는 상황이니까요. 어린아이 둘이 들어간다 해도 별일 있겠습니까?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내부로 완전히 진입하었다면, 나츠키와 타카기는 상당히 기이한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 돔 바깥쪽의 창문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는 정장을 입은 무리들 때문도 아니요.... 서버가 다운된 것에 패닉에 빠져있는 관제실 직원들 때문도 아니요, 눈이 커다랗게 떠진 채로 전화기를 들고 소리치고 있는 전자 간부들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저 앞을 바라보게 된다면, 무엇이 기이한 것인지 여러분은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 열한 개의 원이 마치 나무처럼 서로 기이하게 얽혀 각진 형태로 이어져있는, 기묘한 문양은 뭐란 말입니까?
교과서나 텔레비전보단 어떠한 의식 같은 데에서나 나올 법한 형태의 문양이, 어느 쪽을 살펴보아도 거의 모든 화면에 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이어본다면 사각형이 될 수도 있을 것이요, 선 사이를 가로지르기도 하였으며, 하나의 육각형을 이루기도 하였으며, 전체를 보면 하나의 다각형의 형태를 띄고 있는 문양이, 검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동그라미와 선만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문양 내부엔 어떠한 기호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무슨 언어로 이루어진 것인진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당연하였습니다. 나츠키와 타카기는 전혀 모르는 나라의 언어로 적혀있는 기호이었으니까요. 알아보려 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배우지도 않은 언어를 무슨 수로 알아볼 수 있단 말입니까?
비상 전력을 가동하고 있는 건지, 적이 일부러 이곳의 전기만은 차단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1층과 달리 내부는 그나마 밝은 느낌이었습니다.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였다면, 다음과 같은 말이 오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제7방화벽 돌파! 제8방화벽 위험! 적이 메인 시스템에 진입하기 시작합니다!!! - 저, 저거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거 같지 말입니다…… 저거, [ 그 기관 ] 에 있는 시설 아닙니까? - 저도, 저도 저거 본 적 있는 것 같습니다. 저 형태가 여기 왜 떠 있지 말입니까? - 정신 팔려있지 않고 저지하는 데에 집중해! 기동 시스템까지 침입하는 건 막아야 한다, 알겠나!? - 예!
실험의 시작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 기동 시스템 ]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보나마나 뻔할 것입니다.
조심해서 연다고 했지만 아예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건 무리였다. 그야 이거 철문이고... 끼익거리는 소리가 나는 건 내가 문제가 아니라 문이 문제 아니야? 좀 뻔뻔한 생각을 하며 안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저 앞에 있는 문양이었다. 열한 개의 원이 기이하게 얽혀 각진 형태로 이어진... 문양? 문양 안에는 무언가가 빼곡이 적혀있는 것 같지만,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배운 기억은커녕, 저런 문양을 교과서나 TV같은 곳에서 접해본 적도 없다. 대체 저게 뭐야? 저게 왜 화면에...?
"....흐응, 그럼 역시...“
일단 들리는 걸로 봐서는 저 문양은 어떤 기관에 있는 시설이고, 거기서 지금 해킹을 시도하는 것 같다. 그 기관이 무슨 기관인지 네르프와 관계가 있는 시설인진 몰라도... 일단 확실한건, 네르프라면 저 직원들도 네르프라고 말했겠지. 그러니 네르프는 아마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추측이긴 하지만 말야.
...그럼 노트북이랑 핸드폰 돌려받아도 상관없는 거 아냐? 아까 그 아저씨 어딨지?
@ 주변을 둘러보며 아까 그 소위 아조씨 찾아봅니다. 아조씨! 노트북이랑 핸드폰 돌려주세요! 우리 이제 상관없으니깐!(???
내부로 진입하려 하였다면, 카에데는 상당히 넓고 빼곡하고 어지러운 풍경을 보게 되었을 것이었습니다. 과연 한 건물의 중앙 관리실 아니랄까봐 내부에는 수많은 데스크탑들과 서버 컴퓨터들로 빼곡히 차있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보았던 흰 가운을 입은 직원들이 앉아 일제히 조작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저 많은 자리중에 카에데가 앉을 자리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개인적인 공간이 주어질 지도 모르지요. 기술1부에 대한 첫인상은, 카에데의 생각대로 정말로 거대하였다. 그렇게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놀랍니? 여기가 네가 이제부터 일할 곳이란다. 차차 익숙해 질게야... “
감탄사를 내뱉고 있는 카에데를 지긋이 내려다보며, 후지와라 박사는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도의 침입이 있기 전까진, 보통은 여기로 출근하고 차후 다른 시설로 이동하거나 할거란다. 에바의 싱크로 테스트나 기동 실험 같은 일이 있을 경우엔 거의 하루종일 모니터링실에 붙어 있기도 하겠지. 어쩌면 마츠시로 같은 곳으로 출장을 가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우리 기술1부 직원들은 정말로 바삐 움직여야 한단다. 에반게리온 뿐만 아닌 본부 내 모든 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바로 우리가 이곳의 핵심이니까. “
후지와라 박사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으며 카에데 쪽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다음과 같이 말하려 하였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물어보도록 하렴. 내 아는 대로 최대한 답해줄 테니. “
물어볼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대답하기 어려운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요?
카에데는 잠시 정신을 치리지 못하였다. 대학교 시절에도 이 정도로 거대한 서버실은 보지 못하였기에, 이것이 컬쳐쇼크인가 하며 볼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이런곳에 취직한다니, 아니, 엄마가 이런 대단한 곳에 일하고 있었다니...걱정이 앞설수밖에 없었다. 내가, 정말 여기서 도움이 될수 있을까...
서류 파일에서 건네받은 정보에, 항공모함 외 다른 함선의 정보는 나온 바가 없었습니다. 정말로, 나루미를 쫓아오는 다른 잠수함이나, 잠수함이 아니더라도 다른 구축함 혹은 초계기 등에 대한 정보는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으니, 어쩌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저 잠수함은 유럽 지부가 운용중인 것이 아닌, 다른 세력이 보낸 잠수함들일 수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되겠습니다.
완전히 엔진을 꺼버린 뒤, 나루미는 해류를 따라 조심스레 빙산에 접근하려 시도하였습니다…. 동력 없이 빙산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오직 관성과 해류만을 이용해서 접근하는 것은, 동력을 켰을 때보다 더 세밀한 조작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실패하였다간 그대로 들키게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 잠수함을 조종하고 있는 승무원이 승무원인 만큼, 걱정은 놓아도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최고의 승무원과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요?
나루미는 잠수함을 빙산 뒤에 숨기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대로 적 잠수함을 피해 나아가시겠습니까, 아니면 계속 숨어있으시겠습니까?
호흡 박자에 맞춰서 열 개의 손가락이 구부러지고 펴졌다. 아가씨의 방향타는 그에 맞춰 칼처럼 움직였다. 여러 번 느끼고 여러 번 생각하는 거지만, 역시 탁월한 잠수함이다. 낡은 외관과 달리 성능과 조작감은 명품관의 리미티드 에디션과 다르지 않았다. 양산성을 포기하고 성능에 모조리 때려박았달까 이건...
빨판상어처럼, 잠수함은 매끄럽게 빙산 곁으로 달라붙었다. 우리는 정확한 순간에 움직임을 멈추고 빙산과 함께 해류에 몸을 맡겼다. 빙산과 하나가 된 듯 완전히 얼어붙었다.
나는 여전히 조종간을 쥐고 밀랍인형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호흡을 해도 흉곽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얕았다. 깜빡거리는 눈꺼풀만 제외한다면 나는 죽은지 하루가 넘어 돌처럼 굳어버린 시체나 다름없었다. 내 심박수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두근...두근....두...근....'
마땅히 그렇게 해야 했다. 잠수함에 타는 사람은 잠수함 승조원이 아니다. 잠수함 안의 기계장치이자 세포, 잠수함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잠수함이 아닌 전차, 전투기, 수상함, 그리고 에반게리온까지. 무언가를 오래 몰아본 사람이라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