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 할 생각은 없는데요. 당신이 절 순수하게 생겼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아마 죽을 때까지 몰랐을 거라서 말이에요."
앞이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였다. 이목구비가 어떤 모양으로 생겼는지 정도는 알긴 해도, 무슨 인상인지 모른다는 거지. 제니퍼는 예의 어딘지 무신경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단호하게 대꾸하다못해 손까지 가로저으며 에드윈의 말에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어찌됐든 제니퍼는 평범하고 평탄하고 조용한 슬로우 라이프를 원했기 때문에 트러블은 자제하고 싶었다.
"시끄러워지거나 문제가 되는 건 최대한 피하고 싶은 건 잘못된 게 아니잖아요? 저한테 호의를 베풀어준 이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도 않고. 적은 적을수록 제 인생이 편해지는데 굳이 그렇게 할리가, 없기는 한데-"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에드윈의 얼음마법을 붕괴시켜버리고 제니퍼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대체 무슨 목적이길래 이러는걸까. 나는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휘말렸나. 이럴 줄 알았으면 툰헤임이랑 같이 나오는 게 좋은 선택이였을지 모르겠다. 정말.
"앞이 안보이는 사람한테 술래잡기는 너무 하지 않아요? 저는 당신이랑 싸우고 싶지 않고."
그 전에 제 의견은요? 하고 묻던 제니퍼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날까말까 고민하던 것도 잠시,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손을 내밀었다. 별다른 주문없이 한번 더 손가락을 튕기며 제니퍼가 중얼거렸다.
먹혔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전투 상황에서 탈출한다. 옷에 묻은 흙먼지 따위를 털고 냉정해진 머리로 생각하자니 이 정도로 너무 흥분했나 싶은 생각도 들기야 하지만 워낙 오랜만이라 어쩔 수 없었단 말이지.
' 빠져나왔나? '
다른 고블린 따위의 기척도 더는 느껴지지 않는 걸로 봐서는 맞을 것이다. 보통 이렇게 안심하면 또 뭔가 나타나던데,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나는 저도 모르게 급히 뒤를 돌아봤다. 눈 앞에 보이는 건.. 다크 엘프? 다크 엘프에게는 세간의 편견이 있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쪽도 꽤 놀란 걸로 봐선 나를 습격하기 위해 온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심하게 다쳐 있는 모습으로 봐서 나를 해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잠시 생각한다. 앞으로 갈 길에 고블린 같은 적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 자의 안내를 받으면 편하게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여기서 조금 시간을 쓴다고 해도 큰 손해는 아니겠지?
샤, 샤벳경이 아가라니 또 말도 안되는 소리를... 아니 아닙니다. 인간과 닮았지만 장수하는 종족이라면 이상하지도 않겠지요. 귀는 정상이니 엘프가 아니고, 키도 평범하니 드워프도 아니고... 짐승의 귀도 없고... 뿔도 없고... 신종...? 으아아
"이헤 호 히후히 후히이니끄?(이제 좀 기분이 풀리십니까?)"
갑작스럽게 볼을 만져대기 시작해서 조금 놀랐지만 제가 한다고 한거니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분이 풀릴때까지 만지게 하는 수 밖에요.
"...뭐 좋지 않습니까. 그림책의 용사도 처음에는 나무 봉을 들고 나서서는 제대로된 짐승하나 못잡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본다면 저희도 제법 '용사 파티'스럽지 않습니까?"
샬롯경의 말에는 구태여 대꾸를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베스터 가문은 확실히 특이한 가문이라 아이는 반드시 전사로서 길러지는 것이 관례지만, 대부분의 귀족가문의 영애들은 이런 투박한 삶과는 거리가 있게 살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샤벳경이 이렇게 모험을 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멍청한 척을 하며 살아가는 것 보다는 스스로 나아가고 싶은것이지요. 인간답게.
"저야말로 다시 한 번 잘 부탁합니다. 미래의 대마법사님. ...지금은 탈것이 필요한것 같은데. 업히시겠습니까?"
>>328 그러게요.. 세드나가 죽음의 드래곤과 함께 티르를 막아도 좋고, 혹은 티르랑 만나서 다른 방향으로 틀도록 티르를 설득해도 되지 않을까요? 결국 세드나와 세드나주가 결정하는 거지만요! 가볍게 고민해보시고 원하시는 선택을 하시길! 저는 어떤 전개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