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파악을 해 봅니다만, 쉬운 일이 아니군요. 마력이라는 낯설었던 개념을, 당신은 이세계로 전생하면서부터 너무나도 손쉽게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랜서의 마나 브레이크를 맞고, 당신은 마치 무언가가 부서진듯한 감각을 느꼈고, 마나에 접근하며 계속해서 시도를 해보지만 되지가 않는군요. 아무래도 이것에 대해서는 지금 자력으로 벗어날수 없을갓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 순간 당신의 몸에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들었고, 툭, 하고, 부서졌던 마나의 흐름이 어느새 돌아옵니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어둠 한 쪽에서 랜서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군요. 그리고 랜서는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집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위병도 없고, 탈출할 절호의 기회인것 같습니다.
>>177
당신은 상황을 파악해 봅니다. 사내는 크게 코를 골며 자고 있고, 그 주위로 노움들이 가득 둘러싸서는 사내를 건드리며 놀고있습니다.
' 왜! 공격! 안! 통함? ' ' 몰?루 '
노움들은 땅을 들썩거리고, 거대한 바위를 떨어트리며 사내를 공격해보지만, 사내는 미동도 없이 크게 코를 골며 잠에 들어있습니다. 붉은색 긴 머리, 거대한 박쥐의 날개. 이런, 마족같군요.
" 그러면 사실 또 다른 마을에서 잔뜩 먹을걸 사서 가야겠는데... 그 마을에서 고기나, 생선, 야채를 사서 간다? 단순히 배달해주는거랑 다를 바가 없잖아요. 제가 봤을때는 마침, 드워프의 마을이 이 가까이에 있는데. 물론 국경을 넘어야겠지만... 그쪽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은데, 어때요? "
시간도 늦었고, 우선은 잠을 잘 장소도 구해야겠네요. 여관도 없으니까, 마차에서 그냥 잘까요? 그녀가 묻습니다.
좋은 집 아가씨- 라는 말을 듣고 찻잔을 만지작거리던 제니퍼가 어깨를 으쓱했다. 좋은 집 아가씨라고 보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굳이 그 말을 정정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의 버릇이다.
"반가워요 에드윈. 저는 제니퍼에요."
평범한 인간이구요. 제니퍼는 엘프, 에드윈의 소개에 자신을 소개하면서 슬쩍 웃음을 지어보였다. 여기서 무슨 금술을 연구했길래 엘프가 쫒겨나기까지 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제니퍼는 평범한 여행기를 원했으니까 묻지 않았다. 툰헤임이 엘프에 대해서 뭐라고 했더라- 그래도 허브티는 따뜻하다고 생각하며 찻잔을 입술 가까이 댄 채, 제니퍼가 허탈한 듯, 허무하게 웃었다.
"엘프인 당신이 스스로 금술을 연구해서 쫒겨났다고 하고, 하필이면 쫒겨난 곳이 드래곤의 영지고, 그 금술은 방금 말한 그 마법인 것 같은데 감추고 싶은 사연이라고 하니 더이상 묻지 않을게요."
허브티를 한모금 마시고, 제니퍼가 책상에 찻잔을 내려놓은 뒤 경계심으로 잔뜩 긴장한 몸을 의자에 기댔다.
대체 왜 길바닥에서 쓰러져서 코까지 골며 자는 걸까? 꼬꼬마들은 온갖 흉악한 방식으로 사내를 공격하고 있다. 정작 공격은 안 먹히는 것 같지만. 사내에게 박쥐 날개가 달린 걸 보니 마족인가. 마족…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엮이면 왠지 피곤할 것 같다. 그것보다 마족이 왜 드워프 땅에?
그녀들은 장난스레 웃으며 농담하다가도, 당신이 발언하기 시작하자 수줍게 미소를 띄운채로, 곧 조용히 손을 들어 발언하기 시작합니다.
" 주인님, 무료하십니까? 그저 소문이기에 말씀을 드리지 않았지만, 최근 웨어울프의 동향이 수상하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사냥을 나가시는건 어떠신지요? 그들이 세력을 또 불리기 전에, 수를 줄여두는것도 좋은 유희가 될 것입니다. "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끝나자 이번엔 프릴이 손을 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 주인님, 여흥의 일환으론 인간제국의 수혈자 모임회에 강림하시는것도 무료한 시간을 죽이는 좋은 방법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희 뱀파이어를 신봉하는 집단이고, 하등한 인간종은 너무 짧은, 유한한 시간을 살기에, 주인님께서 강림하신다면 청을 올릴것들이 많을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청을 들어주며 노는것도 꽤 즐거운 유희가 되지 않겠습니까? "
그녀가 말을 마치고 빙긋 웃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말에, 프릴이 뺨부터 귀까지 붉게 물들이며 수줍게 웃습니다.
세드나는 눈을 뜹니다. 어느새 또 아침입니다. 정확히 하자면 이미 점심에 가까워진 시각이긴 하지만 말이에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팔을 쭉 뻗어 기지개도 폅니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폭닥 덮어씁니다. 아침잠이 많은 세드나가 꾸물거리며 시간을 죽이는 것은 꽤 익숙한 일입니다. 그러면서도 잠에 취한 시선은 누군가를 찾아 주위를 더듬습니다.
아, 찾았다. 세드나는 배시시 웃습니다. 그와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죠?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건 확실합니다. 그 시간 동안 세드나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에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세간에서는 죽음의 현신이니 검은 황제니 떠드는 생물과의 일상에 말이죠.
"자기야, 일찍도 일어났네~."
해가 중천인 시간에 아직 일어나지도 않고, 심지어는 그 사이에 이불 속으로 더 파고든 채로 말을 건넵니다. 영 침대 밖으로 나가기 싫다는 태도네요.
당신은 툰헤임이 엘프에 대해, 꽤 긴 시간을 살아가지만, 주어진 시간을 다 살기도 전에 자살하는 멍청한 종족이라고 이야기한것을 떠올려냅니다. 그들 기준으로 아름다운 외모와, 활과 마법만을 믿고 오만하고 폐쇄적으로 사는 이들이라고 했던가요.
" 쫓겨난 곳이 여긴건 아녜요. 그냥 말 그대로 추방을 당한거라, 제가 자발적으로 여길 찾아왔죠. 드래곤의 영지까지 절 쫓아와서 뭔가 귀찮게 굴 미친년은 없잖아요? 그쪽도 절 쫓아왔다기엔, 맹한것같고, 나쁜 사람도 아닌것같고. "
그녀가 빙긋 웃습니다. 당신이 잔뜩 긴장한걸 눈치챈건지, 길게 한숨을 내쉬는군요.
" 뭘 하긴 뭘 해요? 굳이 뭐 안해도 되는데. 그냥 긴장 풀고 편하게 있어요. 내가 저지른 죄는 사람을 죽인다거나 때린다거나 누굴 납치해서 무시무시한 실험을 한다던가 그런게 아니니까. 저같은 유약한 엘프는 사람 못 죽여요, 어우. 난쟁이면 때려죽여도 시원찮긴 하겠는데. 네. 그러니까, 그냥 이 추위가 좀 가실때까지만 있다가 편하게 가던가요. "
그녀가 당신에게 긴장을 풀라고 제의합니다. 그리고는 술을 한 모금 더 마시고는.
" 정 뭐하면 얘기나 들려줘요. 여기까지 어떻게 온거고, 당신은 뭐 하던 사람이고, 그런거. "
>>194
당신은 사내와 노움들을 슬금슬금 지나쳐가기 시작합니다.
' 이건! 공격! 먹힐? 까? ' ' 아님! 추방! 추방! ' ' 와! 동의! 동의! '
그리고 노움들이 순식간에 사내를 붕, 높이 띄워... 당신쪽으로 던져버리는군요. 아무리 안하무인처럼 보이는 사내라도, 몸이 붕 떠서 내던져지니 잠에서 깬 모양입니다.
" ...으음, 뭐야. 분명 잘 자고 있었는데.. "
그리고 사내는 눈을 떠서, 황금빛 눈을 반짝이며 당신을 가만히 쳐다보네요. 사태파악이 제대로 안 된것 같습니다.
>>196
당신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인사를 마친 후에, 마을을 떠납니다.
마을 밖으로 나서자, 숲이 당신을 반깁니다. 켈트 대산맥 너머는 끝도없는 숲이기에, 어쩌면 지긋지긋해질지도 모르겠군요. 허나 이 따스한 햇빛과, 부드러운 숲의 냄새는 꽤 만족스러울지도 모릅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문득 당신은 무언가가 으르렁거리는 낮은 소리를 듣습니다. 이런, 당신은 고블린과 조우합니다. 세마리군요. 전부 몽둥이를 들고있습니다. 썩 적대적인것처럼 보이는군요.
>>197
당신은 잠에서 깨어, 상쾌한 공기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따스한 이불과 침대가 당신을 감쌉니다. 팔을 뻗어 더듬다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살갗을 매만집니다.
" 그대야말로, 오늘은 일찍 일어났구나. "
검은 황제가 그리 말하며,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칼을 가벼이 쓸곤 부드럽게 미소짓습니다. 검은 긴 머리칼, 아름다운 외모와 하얀 피부, 칠흑같은 눈동자. 그녀가 당신을 바라보다, 곧 길게 하품하고는 눈을 깜빡입니다.
" 오늘도 여행을 떠나는건가? 이 마족의 땅에서 돌아볼만한곳은 다 돌아본것 같은데, 슬슬 인간의 제국으로 넘어가는건 어떻느냐? 그 편이 좀더, 그대가 기뻐할것 같구나. "
제가 묻기를 그녀들을 두 가지 이야기로 저를 배웅하였고 개중에 후자에 먼저 행동하여 보기로 했습니다. 그 세를 부풀리고 드높이려는 낭인(狼人)보다는 흐르는 피를 섬기는 인류를. 그러한 선택에는 제가 번영하고 높이 솟아오른 건축물로 가득한 도시가 지평선 넘어 펼쳐진 곳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냈던 기억을 지니고 있었던 탓인지 아무래도 그쪽에 더 관심이 기울려 지는 것이라 느꼈습니다. 그렇기에 인류의 양식에는 거부감이 없었고 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이 세계의 인류가 쌓아올린 것들을 살펴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차에 오르도록 해야겠구나. 오늘은, 외출을 해보고 싶어졌어."
저는 오른손에 든 비어진 잔, 그 위로 왼손으로 살며시 감싸고는 그 손길을 거두면 마술과도 같이 눈 앞에서 사라지도록 해보였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것은 속임수가 없는 마술이라는 점이지요. 그리고는 저는 옥좌에서 일어서 그렇게 말하였습니다. 수많은 방식이 있었으나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저는 그러한 방식을 사용하기를 선호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알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걸음을 옮겼습니다
제니퍼는 툰헤임이 말해준 엘프에 대한 평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긴 시간을 살지만 그 세월을 다 살기도 전에 자살하는, 폐쇄적이고 오만한 종족이라고 했지. 대화를 하다보니 오만함은 잘 모르겠고, 추방했다고 할 정도면 폐쇄적인 것 맞는 것 같은데 말이야.
"제가 맹해보여요?"
자발적으로 드래곤 영지에 찾아왔다는 건, 아까 말한 그 마법 때문인 것 같지. 제니퍼는 의자에 기댄 채 눈살을 찌푸렸다가 펴면서 홀로 이런저런 생각과 추측들을 떠올리고 소거하고 있다가 검지로 찌푸려진 자신의 눈살을 몇번 문질렀다. 어차피 금방 지나칠 것 같으니 깊게 파고들지는 말자. 애초에 이 엘프가 거슬렸다면 툰헤임이 어떻게 했겠지.
"에드윈이 절 해칠거라고 생각은 안해요. 알다시피 제가 눈이 안보이다보니 예민한 편에 속해서 말이죠."
게다가 당신이 진짜로 해친다고 해도, 손놓고 당할 것 같지도 않고. 라는 말은 잘못하면 더 캐물어질 것 같아서 제니퍼는 잇지 않은 채 빙긋- 미소를 띄우며 잠시 고민했다. 툰헤임과 관련되어 있는 이야기는 하면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는 시골에서 태어났어요. 여기까지 오게된 건 약-간의 우연이 있었고 말이죠. 당신이 말한 것처럼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잖아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제니퍼는 에드윈의 말을 똑같이 따라한 뒤 조용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이내 빙그레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