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케이시> 상어를 쫓아내보겠다는 작전 하에 각자가 움직였고 설화는 상어를 유인하려는 듯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려고 했다. 허나 피 냄새에 이끌려야 하는 상어는 조금도 이끌리지 않았다. 오히려 유유자적 헤엄치다 구멍이 있는 곳으로 쏙 빠져나가고 넓은 바다로 향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상당히 이질적일 수밖에 없었다. 상어의 일반적인 행동원칙과도 전혀 맞지 않았고.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각자의 자유였다.
한편 구멍을 통해 바닷물은 계속 들어오고 있었으나 이상하게 물이 더 차오르는 느낌은 아니었다. 마치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도 하듯 물이 급격하고 빠르게 차오르는 느낌은 절대 아니었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박사를 만약 좀 더 자세히 봤다면 박사의 손톱 끝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손톱 부위에는 조금의 상처도 남아있지 않았다.
<화연> -파괴..라고 해도 그거 파괴할 순 있긴 한가요? -파괴해도 문만 박살낼 수 있다면 크게 타격이 오진 않을 거예요! -일단 저희는 지하 1층에서 고무보트들을 꺼내고 있거든요?! 수고해주세요!!
아무래도 고무보트들을 꺼내다보니 자연히 폭죽이 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만약 폭죽 상자가 열리지 않았다면 폭죽이 쓰였는지 안 쓰였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을테니까.
<연우> -아. 연우 씨. 일단 상황은 알았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어 작긴 하지만 소라와 어떻게든 통신은 연결된 모양이었다. 허나 정상적인 루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비상 통신이었는지 소라의 목소리는 꽤 작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목소리는 들려오고 있었다.
-일단 그 배의 선장은 익스퍼가 아니에요.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프로키온의 말에 따르면 그 배 전체에서 S급 익스파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것 같아요. 다만 그게 어디에 있는진 알 수 없지만요. 그리고... 일단 기록에 따르면 배에 물이 들어오기 몇 분 전, A급 익스파 반응도 여럿 터져나왔다고 해요. 타이밍에 따르면 아마도 이게 배를 침몰시킨 것과 연관이 있어보이지만...역시 뭔지는 알 수 없어요.
일단 거기까지 파악하는 게 고작이라는 듯 소라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한편 지하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열렸고 이내 그 위로 올라가면 머리를 맞았는지 뒷통수에서 피를 흘리고 기절해있는 선장의 모습과 바로 그 옆에서 선장을 깨우려는 듯, 심폐소생술을 하는지 가슴뼈 부분을 꾹꾹 누르고 있는 남자 승무원 한 명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려하던 상황이 생기지 않았음을 다행히 여겨야 할까, 아니면 기이한 행태를 보이는 상어를 보며 자연의 신비에 감탄해야 하는 걸까. 어느 쪽이던간에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모든 상어가 죠스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보통 피 냄새를 맡으면 극도로 흥분한다고 하지 않던가?
마침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열렸기에 우선 그쪽으로 향했다. 2층에 도달하자마자 발견한 건 뒤통수에서 피를 흘리며 누운 선장이었다. 대체 어딜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구만. 혀를 차며 심폐소생술 중인 승무원 옆으로 몸을 숙였다.
"잠깐 비켜 봐요. 내가 볼 테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티나지 않게 익스파를 쓰는 게 가능할까.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곧 지하 4층에서 벌어졌던 소동을 기억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치유 능력 하나쯤 더 추가된다고 티도 안 나겠지. 오히려 이목은 훨씬 덜 집중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선장의 부상을 치료하려고 시도했다. ...나중에 전부 기억 지워 주겠지?
"그, 그게 매점에서 간식을 먹고 있다가 뭔가 배가 점점 가라앉는게 창문 너머로 보여서 황급하게 뛰어왔는데 선장님이 누군가에게 뒷통수를 공격당했는지 머리에서 피가 흘러서.. 그리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서 심폐호흡술이라도 하고 있었습니다!!"
가슴에 [연시민]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20대 초로 보이는 남성 승무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연우의 물음에 대답했고 선장의 몸을 마구마구 흔들었다. 그 와중에 카드키를 이야기하는 그녀의 요청에 그는 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주머니에서 다급하게 카드키를 꺼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게 바로 옆에 떨어져 있어서 일단 주워뒀습니다!!"
일단 케이시의 능력으로 피는 점점 멎고 상처도 사라졌으나 의식까지 깨어나게 할 순 없었는지 선장은 조금도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일단 들은 이름으로 확인했는데... '터치 익스플로전'이라는 능려을 가지고 있는 익스파에요. 닿은 것을 폭발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모양이에요.
"아. 혹시 익스퍼 분이신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어 승무원은 정말로 크게 감사를 하면서 큰 절을 케이시와 연우에게 올렸다.
<설화> 설화가 나연의 시체를 확인해본다면 우선 뒷통수를 누군가에게 맞은 듯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거기서 한 차례 약한 출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듯 보였다. 허나 직접적인 사인은 절대 아니었으며 직접적인 사인은 누가 봐도 몸 여기저기에 나 있는 이빨자국이었다. 그 부위에서 피가 강하게 흐른 것을 보면 상어에게 물려서 죽은 것은 확실해보였다.
허나 절대 한 번 문 자국이 아니었다. 여러 번,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비슷한 부위를 계속 물었는지 이빨자국이 연속적으로 남아있었다. 그나마 손톱 부위에는 그 어떤 상처도 없었지만 거기에 묻어있는 것은 틀림없이 '검게 굳은 피' 였다. 대체 이것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상대도 익스퍼. 거기에 폭발... 이라. 거기에 심폐소생술. 심폐소생술은 심정지나 호흡이 멈춘 사람에게 사용하는 응급처치지 만능이 아닙니다. 뒤에서 둔기인지 뭔지에 맞아 피를 흘려쓰러진 사람에게 쓸게 아니란거죠. 오히려 출혈만 키울지도 모릅니다. 근데 그걸.. 다른이도 아니고 승무원이 모르고 하고있다고요?
"저희 언니에요, 다행이에요.. 안 늦어서"
그녀는 케이시를 향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하고는 카드키를 이용해 문을 열려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몰래 무전으로.
"저 사람, 정말 승무원입니까?"
하고 짧게 묻고는 돌아와 그를 위로하는척했죠.
"승무원님이 잘 조치했으니 다행이죠.. 선장님하고 많이 친하셨나봐요, 절까지 하셔서 사실 좀 놀랐어요."
일단 설화는 박사를 어떻게든 들쳐매고 지하 2층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적어도 근거리 통신은 이뤄지는지 설화가 발견한 내용들은 다른 대원들에게 잘 전달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연우는 지하 1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문을 여는데 성공했고 승객들은 정말로 빠르게 위로 올라서려고 했다. 그야말로 그것은 대패닉 사태였다. 허나 물은 점점 더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고 어느새 지하 3층은 완전히 물에 잠기고 지하 2층을 향해서 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일단 직업상으로는 승무원이... 맞....요.
통신은 여기까지인 것일까. 소라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완전히 끊겼고 치직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말 그대로 비상통신이라는 말에 가깝게 통신은 그렇게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한편 승무원인 시민은 연우의 말에 침묵을 지키다가 시선을 회피했다.
"친한건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진짜 갑질 대마왕이지만... 이번에도 저는 파티에 끼이지도 못할 정도로 마음에 안 드는 이에겐 혜택조차도 안 주는 망할 영감이지만 그래도... 죽으면 찝찝하잖아요."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빨리 올라가자는 듯이 계단으로 향하려고 했다. 지하 1층에서 갑판으로 올라가는 곳은 이미 열어뒀다고 하니 이제 그냥 가면 될 일이었다.
시민들은 갑판으로 빠르게 올라서고 있었고 승무원들은 구명보트를 준비해서 시민들을 태우고 있었다. 그 양이 꽤 많았는지 일단 어떻게든 다 탈 수 있는 모양이었다.
>>356 일단 상어가 순순히 물러난 것도 이상하고, 이대로 얌전히 탈출하게 내버려두면 얻는게 있는건가? 물론 신나연도 죽고 선장도 위험하지만 정말 그걸로 다인가? 배만 침몰시키면 다인가? 하는 생각이랄까. 사실 깊은 생각으로 좃하려는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볼 수 있는건 다 보고 탈출하자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