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사뿐사뿐 케이시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보겠다는듯 눈짓하고 다른이에게 들키지않게 구멍을 막게끔 극소로 축수한 작은 패널들을 움직여 구멍을 겹겹히 막고. 그 위에 아주 작은반구형태의 패널 집합체까지 씌워 물을 막아보려했습니다. 이 정도 구멍과 수압이면 밀리지는 않겠죠...
일단 연우의 능력으로 구멍이 막혔고 당장 물이 더 차오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창밖 풍경은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고 있었고 어느새 창문의 절반 이상의 풍경이 바닷물이 비치고 있었다. 그 점 또한 미스테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 정도로 가라앉았는데도 막상 들어오는 물의 양은 적었으니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한편 화연은 코드를 입력했고 그에 따라 길을 막고 있던 철판이 열렸다. 하지만 그 순간, 머리 위에서 바닷물이 쏟아지듯 내려왔고 승객은 물론이며 철판 근처에 있는 이들의 옷이 흠뻑 젖었을 것이다. 계단을 타고 올라갔으면 3층은 이미 바닷물로 바닥이 젖어 있었다. 철판이 열리고 그 바닷물이 밑으로 쏟아지면서 일시적으로 공간이 생긴 것 같았으나, 그 물이 모두 쏟아지며 순식간에 사람들의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다. 그 뿐만이 아니라 3층의 열린 공간 세 군대로 물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것은 절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오른쪽 계단을 통해서 올라온 이들은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복도 저 편에서 연하지만 피 향 비슷한 것이 나고 있다는 것을. 대체 그건 어디서 나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3층에 있는 객실에서 나는 것 같진 않아보였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안타깝게도 2층으로 올라가는 길목 역시 철판으로 막혀있었다. 근방에 코드 6개를 입력하는 곳이 있긴 했으니 연락을 하면 못할 것은 없겠으나 수화기를 계속 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물은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지하 4층으로 내려가면 정말로 호화로운 음식들이 테이블에 가득 차려진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내려가면서 벽을 체크했다면 배의 단면도를 볼 수 있었을텐데 아무래도 엔진이나 주요 기기들은 모두 지하 3층 복도 맨 오른쪽 끝에 있는 문에 담겨있는 모양이었다. 그 이외에는 왼쪽 계단, 중앙 계단, 오른쪽 계단. 총 3개의 계단 라인으로 갑판에서 지하 4층까지 이어져있는 모양이었고 엘리베이터는 따로 없었다. 지하 1층에서 지하 3층은 탑승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객실이 있었으며 지하 1층 제일 안쪽에는 가볍게 놀 수 있는 오락시설들이 모여있는 오락실,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실이 있었으며 지하 2층 제일 안쪽에는 식당과 매점이 있었다.
4층 창문으로 볼 수 있듯 아직 물은 분명 3층에 도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물이 떨어질 수 있으며 3층에도 왜 물이 있는 걸까? 무엇보다 왜 복도 저 편에서 피 비린내가 나고 있는 걸까? 화연은 선장 실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과 선장이 파티 도중 자리를 떴다는 것을 떠올리며 불안감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사람들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설화, 케이시> 피향이 나는 곳은 다름 아닌 엔진실 쪽이었다. 당연하지만 이런 곳은 보통 잠겨져있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문이 열려있었다. 아니. 잘 보면 문 틈 사이로 물이 줄줄 세여들어오고 있었다. 만약 문을 열고 안으롣 들어선다면 그 너머에서 보이는 것은 끔찍한 광경이었다.
문을 앞으로 당겨서 열자 그 안에 차 있는 물이 강하게 흘러나왔고 두 사람의 바지를 적셨을 것이다. 그리고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신나영 박사가 떠내려왔을 것이다. 이미 목숨을 잃었는지 숨도 쉬지 않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그녀의 몸을 잘 살펴보면 날카로운 이빨자국에 여기저기 물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면 거의 대부분이 물에 잠겨있는 엔진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바닷물이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벽 여기저기에 뚫려있었으며 엔진은 산산조각이 나서, 마치 누가 '폭발'시킨 것처럼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벽의 구멍 역시 절대 일반적인 망치나 연장으로 부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구멍의 단면을 보면 알 수 있겠으나 누군가가 폭발로 터트린 것이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피로 어느 정도 젖어있는 바닷물 속에서 특유의 지느러미가 빠르게 흥분한듯 빠르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화연> -3층의 번호 말인가요? 3층의 번호는 152912입니다! 2층도 막혀있간 했는데 지하 1층은 어떻게든 이쪽에서 열었는데 지하 2층은 선장님의 카드가 필요해서..지금 이쪽에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여기서 찍거나 2층 리더기에서 카드를 긁어야 하는데..대체 선장님은 어디에 계신거야! 아우!!
-야. 그런데 왜 폭죽이 그대로야? 아까 한 번 폭죽 터지지 않았냐?
-네? 아. 몇 발 터졌었는데, 그대로예요?
뭔가 그런 내용의 말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고 있었다.
<연우> 3층 객실에서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몸을 파들파들 떨고 있는 승객들이 많았다. 완전히 겁에 질렸는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파들파들 떠는 이들이 한가득이었고 4층에서 올라온 이들은 3층의 철판을 보고 박살낼는 듯, 손에 피가 나도록 두들기는 이들도 있었다.
화연은 수화기 너머 소리를 주의깊게 들었다. 이상했다. 이 사람들 왜 이리 침착한걸까? 물론 철판으로 물을 막았다. 아마 승객들이 갑판으로 간다면 무사히 항구에 도착하고 배는 수리를 받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배가 침몰할 위기였는 데 한가롭게 폭죽 개수나 세고 있는걸까?
화연은 일단 수화기로 2층 철문을 파괴할 생각이며 열린 철판을 다시 닫을 수 있는 것인지 2층 문을 파괴할 경우 배가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냐 물었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그녀는 박사를 구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그녀라도 죽은 사람을 소생하는 능력은 없었다. 애초에 그건 치유가 아니라 강령술에 해당하는 영역이라고.
"확실해, 자기? 그러다가 떼거지로 몰려오면 어쩌려고?"
피 냄새를 맡은 상어가 우르르 몰려오면 이쪽은 잘 차려진 뷔페 신세로 전락하리라.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기도 하다. 이 상황에서 제가 맨손으로 상어를 두드려 팰 수도 없는 노릇이고. 총은... 물을 먹어서 제대로 작동은 하려나 모르겠다. 젠장, 재발급받으려면 이래저래 귀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