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신호를 지키며 길을 건너고 있던 내게 차 한대가 비틀거리며 돌진해오는 걸 마주한 순간, 부딪히는 순간 고통보다 먼저 아 이건 죽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야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거다.
자신의 몸이 스스로는 절대 뛰지 못 할 높이를 그것도 거꾸로 날아가 가로등 기둥에 부딪혀 꺾이고 그대로 바닥에 낙하하는 걸 전부 본다면 누구라도 희망 따위는 가지지 않을 것이다.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전혀 들지 못 하는 상황이기에,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죽지 못 했다. 목이 어긋났는데도, 허리가 비틀렸는데도, 내 숨은 붙어있었다.
그렇다고 온전히 살지도 못 한 채 차가운 기계에 이어져 겨우 숨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눈 뜨는 것 조차 내 의지대로 되어주지 않는 내 몸에 내가 갇혀버렸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크게 절망했으나, 그럼에도 미약한 희망을 쥐었기에.
희망을 가져버렸기에 내 영혼은 나락에 떨어졌다. 원망과 한이 만든 늪의 밑바닥으로.
아래, 그 아래로...
『 ... ... 』
본디 세상 일이란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 하더니, 지금 내 꼴이 딱 그 모양이다. 아아.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한탄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동시에 그 이유를 깨닫는다.
모든 건 나의 잘못이자, 나의 업보라는 걸.
쿨럭.
탁한 소리와 함께 뜨겁고 물큰한 것이 목을 지지며 올라온다. 차마 삼키지 못 하고 뱉어내는데 그것만으로도 몸이 휘청인다. 제법 큼지막한, 꾹 쥔 내 손만한 핏덩어리가 탁한 색을 띈 채 바닥에 떨어졌다. 발치를 점점이 적시는 검붉은 색이 흔들리는 시야 속에 선명하다. 커흑. 다시금 숨 받힌 소리를 내며 너덜한 발을 이끌고 앞으로 걸어간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가운데, 옛 기억들이 하나 둘 눈앞을 스쳐지나간다.
처음 눈을 떠 맞이한 햇살이 얼마나 눈부셨는지. 몸을 자유로이 움직인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이전과 전혀 다른 이 세상이 얼마나 멋진 곳인지.
한 걸음에 기억 하나를 떠올리고, 두 걸음에 그 기억이 흩어진다. 점점 가늘어지는 숨처럼, 시야에 떠오르는 기억들도 사라져간다. 점점, 점점, 품었던 것들이 사라져 가 이내 눈가에 물기가 어룽진다. 가지 마라. 사라지지 마. 이제 그 말조차 할 수 없음에 눈물이 절로 흐른다.
피로 엉망이 되었던 얼굴에 맑은 눈물을 흘려 떨어뜨리며 계속 걸었다. 얼마나 걸었나. 우거진 숲이 거의 끝나고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에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기나긴 밤을 지나 해가 뜨고 있다.
서서히 떠오르는 해는 내 시간의 모래가 모두 떨어졌음을 의미했지만, 오는 길에 가진 걸 내려놓으며 온 내게 더이상의 미련은 없다.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눈부신 황금빛 햇살은 나로 하여금 손을 뻗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빛에 닿는 일 따위, 기적 따윈 일어나지 않았다.
마지막 숨을 내뱉은 순간이었다. 숲의 끝에서 마주한 드넓은 평야에 세찬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어찌나 세차던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몸을 조각조각 부수어 허공으로 흩날리게 만들어버린다. 창백한 피부도 검은 머리도 시리도록 푸른 두 눈도 전부 한줌 재보다 가볍게 흩날려 이윽고 그 자리엔 무엇 하나 남지 않았다.
그렇게 사라졌다. 나는. 처음 그 날처럼, 유독 햇살이 눈부시고, 항상 메말라 있던 황무지 한 가득-
>>287 사실 저도 어떤 말을 해야 좋을까? 라는게 이세계에서든, 현실에서든 참 고민이라고 느끼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할까? 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아무렇게나 가볍게 말씀을 걸어보세요. 예를 들어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면 슬쩍 같이 농담을 던져본다던가, 너무 웃긴거 아니냐면서 마리안님은 이러실것같다던가~ 그것마저도 부담된다면 사실 말씀을 많이 안하셔도 되긴 합니다. 말씀이 부담된다는데 하실 필요가 없긴 하죠. 아니면 마리안님께선 이런 대화를 할때 가장 편하다~ 라고 알려주신다면, 저는 기쁘게 그런 느낌의 대화를 나눌것같네요.
>>290 네. 저도 지금 상황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291 긴 말씀 감사합니다. 편하다... 일진 모르겠지만, 다들 즐겁게 대화하고 있을 때의 분위기가 보기 좋아요. >>293 진행 때만 오는 것도 좋지만 스레가 좋아서 자주 오고 싶어요. >>301 맞는 말이에요. 창의력도 필요하고 기력도 필요하죠. 둘 다 갖춰져 있을 때는 흔치 않고, 그럴 때 실컷 말해둬야 즐거운 기억이 만들어지곤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