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메세지가 뜨는 듯한 기분. 어떻게 해야 하지, 마리안은 막막한 기분으로 잠시 생각했다. 공격할까? 라는 선택지는 없다. 상대는 노인이기 때문이다. 정신 차리라는 뜻으로 신체를 터치한다던가... 도 노인한테는 할 수 없다. 애초에, 한 번 소녀의 '신뢰'를 깨트린 시점에서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선택지는 교섭이다.
"저희는 도둑이 아니라 상인 일행입니다. 이 마을에 물건을 팔러 왔습니다."
! 또박또박, 문지기 노인이 들을 때까지 위의 대사를 끝없이 반복합니다. 해가 뜨기 전에는 보내 주지 않을까요?
당신은 시선을 마차로 돌립니다. 그 안에는, 마족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죽은 눈을 하고서는, 온갖 구속 도구가 채워진 채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족히 마흔명은 되어보이는군요.
>>382
위병이 당신과 손을 맞잡으며, 곤란하다는듯 눈을 한 바퀴 굴립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곧 말하기 시작합니다.
" 에휴, 용케 사셨수. 안으로 들어가서 신분증부터 재발급 받으쇼잉. 여기선 도와줄 사람도 많으니까 뭔 일 있으면 소리 지르쇼, 이건 진심으로 말하는거요. 내가 그래도 그렇게까지 개자식은 아니거든. 내가 못 가도 우리 위병들이 소리를 들으면 갈거요. "
안으로 들어가라는듯, 휙 휙 손을 젓고... 그렇게 당신은, 긴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제국의 수도에 입성하게 됩니다.
제국의 수도, 레온하르트! 이 얼마나 멋진 거리일까요. 축제가 한창인지, 워낙 사람들이 많았고, 다양한 향기가 당신의 코를 간질입니다. 맛있어보이는 음식들이 줄을 섰고, 어릿광대들이 즐겁게 공연을 하고 있으며, 음유시인들이 함께 부르는 노랫소리가 벌써 당신의 귀를 간질이는군요. 음식냄새에, 당신은 어쩐지 배가 고픈것 같습니다.
! 발길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봅시다.
>>384
"... 에이, 그래도 그정도로 낙심할 필욘 없잖아요. 그게 인간들한텐 먹힐지도 몰라요. 게다가 확실한건, 쳐 죽여버릴 난쟁이놈들의 농담보다 훨씬 재밌어요. 아오, 갑자기 확 빡치네. 그 망할 난쟁이들... 내 눈에 걸리기만 하면 확 그냥 사지를 ?!&@₩ 해서 ₩&&@&^*% 해버릴라 진짜... "
그녀가 이를 뿌득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군요. 세상에. 그녀는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게다가 형용하기도 어려운데다가 구체적이기까지 한 잔혹한 말을 내뱉습니다. 세상에. 악마도 이정도면 어우.. 선생님 진정하시죠...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요? 엘프들은 드워프들을 싫어하지만, 이 정도의 차별주의자는 저도 처음보는군요.
" 네. 그야 여기까지 와야 귀찮은 일이 없을거 아녜요. 드래곤의 영지에 어떤 미친년이 들어오겠어요? 난쟁이들도 여기까진 안 올거고... "
그리고 그녀가 당신의 부드러운 손을 잡으며, 맞아요, 엘프에요. 그렇게 대답합니다. 그리고 당신과 손을 잡은 채로, 천천히 그녀의 오두막으로 걸어갑니다.
오두막 안은 꽤 따듯하군요. 널찍한것 같습니다. 그녀가 당신을 의자까지 데려다 준 뒤, 앉으라고 말합니다.
" 차나 한잔 할래요? 몸 따듯해지는거 있는데. 음... 제가 인간종 나이는 잘 몰라서 그런데, 성인이에요? 술 한잔 줘요? 기가 막히게 따듯한거 있는데. "
저는 그녀의 언행에 작게 한번 웃고는 타이르듯이 말해주었습니다. 정말로 별 볼일 없는 이야기라면 굳이 자신을 믿고 따르는 종자에게 꾸중할 이유가 없지요. 그 이야기가 종자보다 중요한가요? 아니지요. 그녀가 자신의 말로서 제가 언짢은 기분이 들까 우려하여 그렇게 생각하여 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으니 좀더 자연스런 행동을 토대로 너무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프릴. 행동을 위해서는 앎이 필요한 법이에요...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당신은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나요?"
이야기중 자청하여 나서는 한 명, '프릴'에게 저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저는 당장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며 동시에 그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무엇을 초래하게 될 지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지 저는 확신이 들지 않아요. 물론, 그녀가 저를 우러러 보며 저에게 조금 이나마 더 잘 보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엿보이기는 하나, 오히려 그렇기에 스스로의 행동의 책임감을 느끼고 그녀는 자신을 보다 아끼는 법을 배워야만 해요. 종자가 불필요한 행위를 하다가 큰 변을 당하게 된다면 그것은 곧 주인의 실책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부리고자 하는 이는 대상을 얼마나 올바르게 부리는 것인지 방법을 알아야 하죠.
"정보 수집에 능통한 이들에게 그 인물에 대한 것들을 수집하도록 전하도록 하세요... 가능한 은밀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을 명심하고 정보 수집 보다는 신원이 발각되는 상황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을 우선시하여 작업에 착수하도록."
저는 이야기는 충분히 관심을 주어야 할 것이라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했기에 저는 그렇게 지시 사항을 내렸습니다
할범과 잡담을 나누던 드워프가, 루프레드에게 뭔가를 건넨다. 그것은 쇠로 단조한 건틀릿이었다. 손에 한 번 끼워보니, 어찌 알았는지 크기가 딱 맞는다. 루프레드는 건틀릿을 낀 채 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척 보아도 고급품이다. 드워프제 물건이 놀랄 정도로 좋은 품질이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일단은 칭찬을 받을 생각은 없었으며 동시에 제 농담이 얼마나 지독하게 재미없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제니퍼는 웃는 둥 마는 둥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들려오는 구체적이고 잔혹하기까지 한 저주의 나열에 입을 꾹 다물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말았다. 맙소사, 가이아님. 제가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말이죠.. 이런 엘프와 만나게 하는 건 아니잖아요. 덕분에 오늘 식사는 글러먹은 것 같네요. 예.. 이를 뿌드득 가는소리에는 흠칫 하고 어깨를 움츠리며 제니퍼는 제법 심약해보이는 모습을 내비치고 있었는데 실상은 심약한 게 아닌, 그저 속이 안좋아진 것이다.
내가 아무리 세상물정을 모르기는 하지만 이렇게 뚜렷한 차별주의자는 처음인걸. 드래곤영지에 들어온 사람이 여기도 있습니다만. 네 지금 당신의 손을 잡은 나요. 나. 제니퍼는 조금 치밀어오르는 소심한 반응을 한숨을 푹 내쉬는 걸로 넘겨버렸다. 언제나 그렇듯, 그래 그럴수도 있지하는 반응을 보이고는 순순히 엘프 언니(?)의 손을 마주 잡고 걸음을 옮겼다.
오두막. 사회적인 문물! 아, 그렇다고 영지 내에서 잘 못지낸건 아니지만 말야. 제니퍼는 따끈따끈한 온도에 몸이 풀어지다못해 차분한 분위기가 더 차분해지는 걸 느끼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이번에 열아홉이 되서, 술은 안될 것 같아요. 게다가 제가 술은 단 한방울도 못마시는 특이체질이라. 죄송하지만 차로 부탁드릴게요"
당신은 즐겁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마력을 느껴보기로 합니다. 등 뒤에서 전해져오는 서늘한 벽의 감촉, 바람의 서늘함, 그리고 상처로부터 전해지는 고통을 느낍니다. 당신의 생각은 빠른 속도로 정리되어갔지만, 마치.. 무언가가 부서진듯, 마나에 닿지 못합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랐을때에, 웅장한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앞에, 횃불이라는 빛이 들어오며, 제국의 황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금빛 머리칼이 단정히 정돈된, 그러면서도 날카로워보이는 인상의 소유자군요. 그는 근엄하게 당신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을 겁니다.
" ...네놈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알고 있느냐? "
>>388
당신이 그녀의 어깨에 앉은 실프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말하자, 곧 실프들이 부드럽게 웃기 시작합니다.
' 장난? 장난? 장난! 와! '
머릿속에 직접 말을 거는것 같은 그 신비로운 감각에, 어쩐지 당신까지 들뜨는것 같다가, 이어지는 목소리에 그쪽으로 시선이 향합니다.
그리고는 실프들이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고블린의 시체와, 그 주변으로 약하게 옮겨붙어 불타는 잡초들이 보입니다. 지금이라면, 물을 좀 뿌리거나, 마법을 써서 물을 끼얹는것 정도로 진화가 가능할것 같군요.
그리고 잠깐 신났던 실프들이 쭈-욱, 그녀의 뺨을 잡아당기자 그녀가 약간 원망스러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 *에 으에어으 아으 애어, 에? 이으 애 오으 와요, 아아어이아 어야! "
알아들을순 없겠지만... 대충 감이 오는군요. 그녀는 찹쌀떡처럼 늘어난 말랑거리는 자신의 볼이 마음에 들지 않는것 같습니다.
* 왜 쓸데없는 말을 해서, 예? 지금 내 꼴을 봐요, 찹살떡이야 머야!
>>389
" 크큭, 큭... "
그녀가 당신의 말에, 웃음을 참다가... 곧 빵 터져버립니다. 도저히 웃음을 참을수가 없는것처럼 한참 웃는군요.
" 아, 배아파서 죽겠네... 성마법을 배우러 인간의 도시에 가요? 오케이, 간다고 칩시다. 그건 문제가 안되죠. 근데 인간이랑 마주치면? 당장 사지가 찢길걸요? 오케이, 당신이 드래곤님에게 덤벼들정도로 캡짱 쎄니까, 다 때려죽였다고 칩시다. 오키도키? 그리고 성마법을 알려줄 멍청이도 한명 납치했다고 칩시다. 예. 여기까진 어찌저찌, 좀 힘겨운 여행이 되어도, 이룰 수 있겠죠. 근데 당신 마족이잖아요. 성 마법을 쓰는 마족? 샐러맨더가 물마법을 쓰는게 더 빠르겠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게 어떻게 돼요, 예? "
그녀가 당신에게 물으며, 괜히 당신의 볼을 쿡쿡 찌르며 장난치는군요.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입니다. 허나 말 하는 내용은 진심인것같네요.
>>391
" 이잉... 뭘 할멈..? 이 마을엔.. 다 할배 할매밖에 없어야... "
" 에잉... 쯧쯧쯧.... 장인..? 나아때는 말야... 으이? 그런 사기꾼놈들, 다 때려잡았으야... "
이런 무의미한 대화가 한참 반복되다가, 마침내 노인이 당신의 말을 알아듣고는 안으로 들여보내주는군요. 그 모습을 쭉 지켜보던 그녀가 한참 웃다가, 당신과 함께 마을 안으로 들어가며 말합니다.
" 고마워요. 그래도 안 맞은게 어디야. 저번 마을에선 저런 할배한테 뚜드려 맞을뻔 했다니까요? "
' 어머, 저 꼬마가 마리안한테 덤벼들었으면 또 술병으로 때리는거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라. '
지극히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녀가 짐 마차에서 이것저것과 테이블을 꺼내 다양한 물건들을 늘어놓으며 크게 소리칩니다.
" 자아 자아, 방랑상인이 왔어요! 아, 어린 꼬마 아가씨라고 무시하지 마시라, 파는 물건을 직접 보고 결정하세요! 무려 이 감자는 맛 좋기로 유명! 구워 먹어도 맛있고, 삶아 먹어도 부드럽고, 국 끓여 먹으면 맛도 진한게 아이구야, 한끼뚝딱! "
곧 노인들이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데, 그녀가 당신에게 순무를 건넵니다.
" 뭐해요, 홍보 안 도와주고. 멀대처럼 서있기만 할거에요? 지금 혹할때 잽싸게 팔아야된다구요. 한탕 빨리 치고 도망가죠. "
그녀가 척, 엄지를 들어보입니다. 어라? 꼭 노련한 사기꾼같은데... 팔고있는 감자나 순무는 썩 좋은 물품인건 확실해보이고... 이게 장사꾼인걸까요?
그녀가 흔해빠진 대사를 읊조린 것처럼 위병도 적당히 장단을 맞춘 대꾸를 했다. 그러나 중간에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무슨 일 있으면, 이라. 조금 전 상인의 말도 그렇고 적잖게 신경쓰인다. 그녀늬 백지 같은 머릿속에 이 위화감을 새겨넣고 천천히 수도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 울었냐는 듯, 기운 없었냐는 듯 멀쩡하고 당당하게.
제대로 된 도시에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인지라, 한창 축제 중인 듯한 수도의 풍경은 잠시나마 그녀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노래소리들, 코끝을 간질이는 음식 냄새들, 수많은 인간, 인간들...
...어쩐지 배가 고프다. 몹시, 허기가 진다.
멍하니 앞으로만 걸어가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돌려 가장 가까운 노점 쪽으로 갔다. 분명 햄버거를 먹은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먹을게 눈에 들어오나보다. 제법 먹음직스런 고기 요리를 파는 곳을 찾아 다가가서 하나 주문한다.
나는 천천히 위병을 바라보며 말했다. 적의가 없음을 알리기 위해 가슴팍에 손을 얹고 예의바른 어조로 말했다.
"제가 하는 말을 어느 정도나 들어주실건가요?"
마력사를 지워 바닥에 툭 떨어진, 그 심장 조각사의 신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핏자국과.. 기쁘지는 않지만 생겨난 인연을 생각했다. 그 자는 자신이 사냥당하는 입장이라고는 죽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가지고 놀며 장난감 취급하는 것만 익숙한 겁쟁이에- 내성없는 꼬맹이겠지. 하지만 당장 추적할 수는 없다.
"이 분과 함께 심장 조각사를 추적하다가, 이 분이 살해당하고 조각사는 저를 남겨둔 채 도망쳤다고 한다면, 신빙성은 어느정도인지요?"
물론, 내가 들어도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지금, 시간을 낭비하기 싫었다. 일단 조각사의 신발을 챙기고 떠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어렵겠지. 위병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고..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407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튼 말이 통했다. 마리안은 안심한 듯 살짝 입꼬리를 올리다 박장대소하는 소녀를 보고 구경꾼의 목소리를 들으며 무표정으로 돌렸다. 삐진 게 아니라 평소의 표정이다.
'언제나 술병을 무기로 쓰는 건 아니니까요? 술병 말고 다른 것도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라고, 입 밖으로 낼 순 없지만. 그나저나, 신의 시점으로는 저런 노인도 한낱 꼬마에 불과하게 보이는 것인가. 라는 걸 떠올리며. 그리고 소녀에게 대답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 진심이 통했군요."
안 통했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았을까. 마리안은 소녀가 물건을 늘어놓는 걸 도우려다 멈췄다. 알아서 하고 있는데 물건에 괜히 손댈 필요는 없다. 말마따나, 멀대 같은 모습이었다. 잘도 저렇게 홍보하는구나, 하고 오래된 기억을 살짝 파헤치고 있었을 때쯤.
"...알겠습니다."
일단 마리안도 엄지를 척 치켜든다. 뭔가 폰지 사기에 가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물건에 문제는 없어 보이니 할 말도 없고. 그나저나, 홍보를 도와야 하는 것인가. 주의깊게 본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전생'이나 현생이나 본 적은 있던 것 같은데... 그걸, 자신이 해야 한다니. 마리안은 자신 없어졌다. 그리고 고민했다. 용기의 물약을 마실까? ...장사 망친다고 빼앗기면 어떡하나. 빠르게 포기했다.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바로 잡는 수밖에 없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순무라서 행복합니다. 무가 놀랐을때 무슨 말을 하는지 아세요? 바로 "무순 일이고" 입니다. 순무 말이지? 언제나 내 수프에 들어가주었어... 순무... 나, 추워.. 어이 순무, 아침부터 왜 이리 보라색이야? 음~ 아버님 냉장고에 순무 한 자루 놔드려야겠어요! 홍보를 맡겨도 괜찮겠어? 나는 수치심을 모르는 사제인데.
"자, 이 순무로 할 거 같으면 절대 맛없고 단단하기만 한 평소 먹는 그런 순무가 아닙니다! 이 빨간색과 보라색이 오묘~하게 섞인 색상 보이시죠? 바로 이게 신선하고 품질 좋은 순무의 특징입니다. 음식에 넣으면 은은~하게 단맛이 우러나고 수프 하나 끓이면 입맛 없을 때도 빵 한 덩어리 뚝딱은 기본이죠! 또 붉은 빛깔이 식욕 돋구기가 그만이 아닙니까. 잎과 함께 데쳐 먹어도 좋고, 갈아서 먹을 땐 배 아플 때도 좋고, 약이 다 어디 있겠습니까. 맛있는 음식이 바로 약이라는 옛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날마다 오는 게 아니에요,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아가씨표 순무랍니다. 오늘 아니면 또 어디서 이런 순무 만나 보겠어요! 세월이 흐를수록 알차게 영양분이 쌓이는 순무 같은 여러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오늘 한정! 특가! 순무! 이런 가격 어디서 못 만나 봅니다! 오직 오늘뿐입니다!"
너무 귀가 아프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 크게, 많이 말해도 발음은 최대한 또박또박하게 유지해야 한다. 마리안이 이렇게 많이 말해본 적이 없다 보니 중간중간 발음이 씹히는 데도 있었지만 대충 뭉개가며... 제일 중요한 것. 진짜 이 사람은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듯한... 혼신의 미소...!
그녀가 당신의 이야기와, 미소에 화답하듯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더이상 발언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당신의 의중을 이해하고, 침묵으로 대답하는것 같습니다.
" 아아, 주인님. 위대한 혈월의 여대공이시여, 저의 주인님이시여. 이 프릴이 당신의 총애를 받아 너무나도 감격스러울 따름이옵니다. 허나, 이 프릴, 당신의 종자된 자로써 감히 직언을 올리자면, 저는 주인님의 바람에 능히 응할 수 있사옵니다. 당신이 죽음을 바란다면 그 역시 기뻐 마지 않은 일이며, 이 보잘것 없는 육체의 안정을 바란다면 그 역시 감사히 따를수 있다는 명백한 ' 사실 ' 을 말씀드리며, 그 총의 기쁘게 받겠사옵니다. "
프릴은 기쁜 목소리로, 노래하듯 긴 말을 마친 뒤에, 꾸벅 머리를 조아리며 당신에게 예를 표합니다. 어쩐지 눈가에 하트가 살짝 엿보였던건 기분탓일까요? 또한 이어지는 당신의 말에, 그녀들 중 몇몇은 치마를 살짝 들어올리며 대답을 대신하곤, 검은 안개로 변해 사라집니다...
그리고 남은 메이드중, 처음에 말을 올렸던 그녀가 다시 한번 입을 엽니다.
" 주인님, 그녀들이 정보를 알아올때까진 시간이 걸릴겁니다. 주인님께 남은, 무한한 시간동안, 그것을 기다리는것도 하나의 여흥이겠지만... 지루하시진 않으십니까? 무언가 의중이 있으시다면 부디 바라는 뜻을 이루소서. 저희는 그에 따르겠나이다. "
그리고는 프릴도 손을 들어 발언하기 시작합니다.
" 그렇습니다. 아아, 주인님. 이 프릴도 당신의 뜻대로 움직이겠습니다. 무엇을 바라시옵니까? 말씀만 하시옵소서. 애석하게도, 다른 정보를 바라신다면, 저희는 이 이상 알수 있는 일이 없사옵니다. 실례임을 아나 가벼운 얘기로 잠시 흥을 돋구어 드리자면... 이 프릴의 요리솜씨가 조금 늘었나이다. 이젠 제 요리를 먹은 오크 백마리 중 두마리나 살아남사옵니다. "
" 후훗, 프릴... 하지만 거의 빈사상태였잖아요? "
" 앗, 그건 비밀로 하기로 했었는데에... "
그녀들은 즐거운듯 농담을 주고받는군요. 그리고 그녀들은 여실히 당신의 말을, 혹은 행동을 기다립니다.
>>403
" 쯧. 어서 출발이나 합시다. 시간이 없소. "
그가 말을 하며, 눈치껏 사내를 상대하려 다가가는 단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말에, 그녀가 귀를 쫑긋 세웁니다.
" ...계획? 무슨 계획. 단장, 나는 싫어. 노예라니... 나는 수인이라고. 알잖아. "
그녀는 조금 진정한것 같지만, 여전히 화가 나 보이는군요.
>>405
당신의 꼬리가 가볍게 살랑이는걸 본 늙은 드워프가 크게 웃습니다. 그리고 힘 할범이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 좋아, 그러면 애송아. 첫 번째 과제를 내겠다. 여기서 쭉 북쪽으로 올라가면, 드워프 마법 학교가 나올거다. 거기 가서 인정을 받고 오거라. 기한은 일 년이다. 뭐하느냐? 시간은 금이다, 빨리 출발하지 않고서. "
그리고는 부드럽게 웃어보입니다.
" 네가 성장해서 돌아오길 기다리겠다. "
" 어이, 장로! 이야기가 너무 급작스럽지 않은가. "
" 무슨 소리! 알려줄건 다 알려줬고, 어차피 이런건 몸으로 직접, 내 가르침을 되새기며 경험을 쌓아야 하는걸세. 정말 자네도 은퇴할때가 다 됐구만! "
" 에잉, 쯧쯧쯧... 어이. 이건 여비로 챙겨가게. "
그리고 늙은 드워프가 당신의 손에 금화 두장, 그리고 나침반을 쥐어줍니다.
" 지도같은건 의지하지 말고, 발 닿는 대로 쭉 북쪽으로 물어물어 가보게. 그게 다 경험이다, 이말이야. 이거, 젊을 적에 대광산을 파냈던 일이 생각나는구만! "
>>406
" 음, 알겠어요. 이 맛있는 술을 못 마신다니, 참 아쉽네. 나나 실컷 마셔야지. "
그녀는 곧 테이블에, 당신의 앞에 따듯한 허브티 한잔을 내밀고, 똑똑똑 책상을 두드려 여기에 허브티가 있다고 넌지시 알려줍니다. 그리고는... 왜 뭔갈 내려놓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뭔갈 벌컥벌컥 들이키는 소리가 날까요?
" 캬, 내가 이 맛에 여기서 살지. 화주는 최고야. 그 난쟁이 놈들이 좋아하는 술이란것만 빼면 흠잡을데가 없는데. "
말 끝마다 드워프 욕을 하는군요. 조금 거북해질 즈음에, 그녀가 말문을 엽니다.
" 뭐, 이것도 인연인데, 제 이야기나 할까요? 저는 얼음 마녀에요. 그냥 마법사가 아니라 마녀. 네, 맞아요. 나쁜년이다 이거죠. 아, 걱정말아요. 그쪽한테 뭘 할건 아니니까. 여튼 왜 나쁜년이 됐느냐? 그것도 비밀이에요. 그럼 여기서 뭘 하느냐? 얼음 마법을 연구중이죠. 혹시 알고 있나요? 얼음 드래곤만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 종말 ' ... 저는 그걸 연구중이에요. 모든 걸 얼려버리는, 아름다운 죽음. 멋지지 않나요? "
그녀가 다시 술을 벌컥벌컥 들이킵니다. 독한 술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사실 이 여자, 드워프가 아닐까요..?
>>408
당신은 제법 먹음직스러운 고기 요리를 파는 곳에 찾아가, 맛있어보이는 고기 요리를 주문합니다. 넉살 좋아보이는 아주머니가 싱긋 웃으며 당신을 반깁니다.
" 어우, 아가씨. 수도 사람 아냐? 응? 이렇게 참하게 생겼는데, 운까지 좋다니. 지금은 축제중이야! 곧 황제폐하의 탄생일이거든. 그래서 다들 힘내서 성대한 축제를 준비중이지. 나흘 뒤에 황제폐하의 탄생일이 오면, 그땐 이 도시를 불꽃놀이로 수놓게 될거야. 자아, 내가 듬뿍 담았으니까 잔뜩 먹고! 홍보도 할거면 해줘. 그만큼 맛있으니까. "
그녀가 싱긋 웃으며 당신에게 종이봉투 가득 담긴, 향기가 좋아보이는 꼬치구이를 건네는데...
툭.
당신의 등을 누군가가 쳐서, 그만 요리가 떨어지고 맙니다.
" 야!!! 이년아! 거기 안서? 어휴, 정말... 축제는 다 좋은데 저런 무뢰한들이 꼭 분위기를 망친다니까. 미안해, 금방 새로 준비해줄게. "
그런데,
당신은 묘한 위화감을 느낍니다. 사람에게서 나서는 안되는 향. 당신의 코 끝을 간질이는, 죽음의 향기.
그 누군가는 천천히 인파 속으로 섞여들어가고 있습니다....
메인 퀘스트 - 빛의 드래곤, 시작 조건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 조우 " 편, 시작하시겠습니까?
노점 주인인 아주머니는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허나 그건 그녀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수많은 말들은 한쪽 귀로 들어가 반대쪽 귀로 흘러나가고, 중요한 것만 뇌리에 남겨지니.
수도의 떠들썩함은 역시 축제였다. 그것도 황제의 탄신일이라. 본식은 나흘 뒤인데 벌써부터 이렇다니. 그녀는 얼굴도 모르는 황제의 치세가 제법 괜찮은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시끌벅적한 축제 같은 건 열릴 리가 없다. 그건 그렇고 이제 그녀가 주문한 꼬치구이가 나오려는 듯 해 받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아..."
봉투를 잡기 전에 누군가 치는 바람에 아까운 요리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러나 그녀는 요리가 아닌 그 치고 지나간 사람 쪽을 보았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가 어떤 요리보다 허기를 돋구는 향이었기 때문에.
위를 비트는 듯한 공복이 그녀를 부추긴다. 저걸 따라가야 한다고.
"됐어..."
아주머니에게 금화 한닢을 넘겨주고 서둘러 몸을 돌린다. 이 향이 끊기기 전에, 저 사람의 자취가 끊기기 전에 따라가야 했다. 그녀는 마나를 실처럼 늘어뜨려 그 사람의 옷 끝에 거는 것을 시도했다. 이러면 보이지 않아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걸음을 조금 서둘러 함께 인파 사이로 섞인다.
얌전하고 침착하게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상태로 엘프의 말에 대답하던 제니퍼가 책상을 두드려서 위치를 알려주는 엘프를 향해 감사함을 담아 담백하게 목례를 하고 양손으로 조심스레 컵을 감싸쥐었다. 춥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확실히 춥기는 했나봐. 허브티를 마실 때쯤 다시 들려오는 드워프들을 향한 적나라한 적대가 담긴 욕에 그 어떤 표정도 짓지 않은 침착하고 조용한 표정을 짓고 제니퍼는 허브티를 마셨다. 거북하게 느껴지는 욕설을 따뜻한 허브티와 오두막의 온기에 실어서 가라앉힌다.
"...저, 마법사와 마녀의 차이점이 뭐길래 스스로를 나쁜 사람, 아니 나쁜 엘프라고 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엘프가 나쁘다고 해봤자 그렇게 크게 엇나갈 것 같지는 않은데. 제니퍼는 독한 술냄새를 허브티에서 풍기는 향기로 커버하기 위해서 잔을 코앞 가까이 가져와버렸다. 잠시 그러고 있던 제니퍼는 감고있는 눈꺼풀이 간지럽기라도 한지, 보기 나쁘지 않을 만큼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