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입을 열었다. 조용하게 내뱉는 것 같으면서도, 이 사람 없는 골목길에서는 훤히 들릴만한 소리였다.
"겁쟁이네"
도발같은 내용에 비해 목소리는 무척 담담했고 그저 맞는 사실을 말하는 것마냥 차분했다. 또한 그런 말을 하면서 소년의 손이 멈춰있지도 않았다. 소년보다 힘이 강한 인형들이 무기를 내던졌다. 그건 투척이라기 보다는 발사라고 말하는 편이 좋은 위력과 속도로 날아갔지만, 적중률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애당초 명중은 목적으로 하지 않은듯 소년은 곧바로 손을 움직였다. 벽에 꽂힌 칼과 도끼와 창에서 마력의 실이 뿜어져 나왔다. 본래 조작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물리력이 없도록 조정하지만- 실을 이미지하는 이상 본래는 다소 물리력을 지니고 있다. 이걸 물체를 투과하게 만드는 게 인형사의 기초이며, 그 기초를 포기하고 조절하면, 그물과 유사한 것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 이렇게.
당신이 벌떡 일어나자, 수녀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는군요. 이어지는 당신의 말에 썩 아쉬워보이는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 알겠습니다. 그리 넉넉하진 못하겠지만, 매달 금화 여섯 장 정도는 지원해 드릴수 있을겁니다. 매 달이 시작되는 날에, 세계 각지의 저희 측 신전을 방문하시고, 이 소개장을 보여주시면... 그쪽에서 돈을 줄겁니다. 혹여 일정이 바빠 달을 넘겨 방문하시더라도, 저희쪽에서 밀린 대금을 드릴테니 너무 걱정은 마시길. "
그녀가 빙긋 웃어보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소개장을 건네며, 이야기합니다.
"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행선지는 결정하셨나요? "
>>340
당신에게 에어-딱밤을 맞은 그녀는 아앗! 하는 소리를 내며 이마를 감싸쥡니다.
" 폭력 결사반대! 아프진 않지만, 느낌 이상하다구요. 어때요, 저한테 맞으니까, 당신도 싫죠? "
그리곤 그녀가 느린 속도로 당신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붕 붕 날립니다. 아프진 않지만, 통과할때마다, 서늘한 바람이 스치는듯 머릿속이 허한게... 썩 좋은 기분은 아니군요.
" 고용이요? 으음.. 저 별로 도움도 안될텐데... 뭘 할건데요? "
그녀가 묻습니다.
>>343
당신이 그녀에게 수통을 건네어주자, 그녀는 고마워요. 라고 말하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킵니다. 그정도 규모의 마법을 사용했으니, 지치는것도 무리는 아니겠군요.
" 네. 저도 실력 좋은, 몽둥이를 든 무직 백수씨가 있어서, 다치지 않았네요. "
그리고 그녀는 손가락 두개로 브이사인을 해보이며 웃곤, 쉬었다 가자는 당신의 말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그런데... 어라? 당신의 발치를 무언가가 샐쭉, 샐쭉 잡아당기는군요. 당신이 시선을 돌려보니, 실프가 인상을 찌푸린채 당신을 바라봅니다.
' 방화범! 방화범! 방화범! '
" 아... 저, 마나 없는데... "
' 방화범! 방화범! 방화범! ' ' 나쁨! 나쁨! '
" 으우에에에에- "
어느새 나타난 두 마리의 실프는, 샤벳의 어깨에 올라타 뺨을 죽 잡아당기고 있군요. 도와달라는 애절한 눈빛으로 그녀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346
당신은 일대의 마력을 움직여보려고 했으나, 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랜서가 천천히 다가오며, 당신의 앞에 우뚝 서더니, 저항하지 못하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손목에 수갑을 채웁니다. 철컥, 하는 차가운 금속이 닿는 감촉이 전해져옵니다.
" 어이, 대충 감옥에 넣어둬. 황제폐하가 직접 심문하실거야. " " 네, 알겠습니다. "
그리고 당신은 그들에게 연행되어, 황궁 내부의 지하감옥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당신은 차가운,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감옥에 위치해있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물이 똑, 똑... 일정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울리는군요.
>>349
" 우리 예삐가 어때서요? 전 유니콘보다 예삐가 좋아요. "
그녀가 그렇게 농담하며, 말을 마칩니다...
당신은 문지기에게 다가가 말을 겁니다. 그러자 꾸벅거리며 졸던 노인이 천천히 깨어나는군요.
이거, 벌써부터 난관이 예상되네요. 다시 또 귓가에 과자를 씹는 소리가 울리는것 같습니다:
>>351
그 메이드가,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으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합니다.
" 주인님, 제 불찰을 용서해주시지요. 이런 하등한 정보엔 관심이 없으실줄 알았습니다만, 관심이 가신다니 다행입니다. 마왕을 자처하며 멋대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무뢰한은, 이 땅의 최북단에서부터 점점 아래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합니다. 변두리의 강자들을 차례로 쓰러트리며, 마치 야수처럼 날뛰는게, 혼혈 짐승놈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보겠습니다. 저로써는 알고있는것이 여기까지인데, 만족스럽지 못하시겠지요. 죄송합니다. "
그리고 그녀는 말을 마칩니다. 그러자 다른 메이드가 조심스레 손을 들고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 주인님. 놈 정도에게 힘을 빼실 필요는 없겠지요. 명령만 해주신다면, 당신의 권속인 저 프릴이 직접 나아가 놈의 목을 주인님께 바치겠습니다. "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곤, 빙긋 웃습니다. 존경과, 사랑이 우러나오는 표정이군요.
깊게 눌러썼던 후드 아래로 머리카락이,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에 몇가닥 떨어져 내리자 앞을 못보는 것치고 제법 능숙하게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추슬러 넘기며 다시 후드를 고쳐서 눌러쓰더니 곧이어 조금 허무한듯, 무심한 듯한 웃음을 가볍게 지었다.
"방금 그 말은 농담이었는데 재미가 없었나봐요. 이해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제가 이렇게 다른 사람을 보는 게 오랜만이여서."
원래 사람은 긴장하면 쓸때없는 소리를 한다잖아요? 감고 있는 제니퍼의 눈꺼풀이 살짝 찡그려졌고 제니퍼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말을 중얼거렸다. 확실히 스스로가 생각해도 더럽게 재미없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몇마디 더 재미없구나- 하는 맥빠질 소리를 종알거리던 제니퍼가 어라? 하는 표정을 잠깐 지었다.
"얼음 마녀라는 말은 지금 처음 듣는데요. 물론 얼음 마법을 연구하시니까 사막에서 연구는 안하겠지만- 굳이 드래곤이 있는 영지에서 위험을 무릎쓰고 연구를 하는 거에요?"
처음 만났는데 갑자기? 제니퍼는 춥다기보다 쌀쌀한 바람과 밟히는 눈이 기분좋을 정도였기에 잠깐 고개를 모로 기울였지만 곧 호의적으로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상대의 손을 잡기 위해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자랑스레 웃고있는 샤벳경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웃음이 났습니다. 제법 좋은 파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보다는 당장 일어나서는 샤벳경의 볼을 꼬집는 실프가 조금 더 신경쓰였지만.
"..."
실프를 보는 것 도 처음이었지만 무엇보다 그런 실프가 나타나서 하는게 볼을 꼬집는 묘하게 어린애같은 거라는게 납득이 어려웠습니다. 애써 시선을 돌려보려고 했지만 샤벳경의 저런 애절한 시선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당하고 있는 사람에게 태양이 되라는 것이 가르침이니 피할 수도 없지만요. 무엇보다 이거 제가 저지른거 아닙니까. 피할 수 없지요.
" 죄송합니다. 불을 지르라 한 것은 접니다. 샤벳경에게는 죄가 없으니 그런 일은 차라리 저에게 해주십시오. "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안좋을테니 우선 새벳경의 어깨에 붙은 두 실프를 보며 천천히 말했습니다.
라는 메세지가 뜨는 듯한 기분. 어떻게 해야 하지, 마리안은 막막한 기분으로 잠시 생각했다. 공격할까? 라는 선택지는 없다. 상대는 노인이기 때문이다. 정신 차리라는 뜻으로 신체를 터치한다던가... 도 노인한테는 할 수 없다. 애초에, 한 번 소녀의 '신뢰'를 깨트린 시점에서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선택지는 교섭이다.
"저희는 도둑이 아니라 상인 일행입니다. 이 마을에 물건을 팔러 왔습니다."
! 또박또박, 문지기 노인이 들을 때까지 위의 대사를 끝없이 반복합니다. 해가 뜨기 전에는 보내 주지 않을까요?
당신은 시선을 마차로 돌립니다. 그 안에는, 마족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죽은 눈을 하고서는, 온갖 구속 도구가 채워진 채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족히 마흔명은 되어보이는군요.
>>382
위병이 당신과 손을 맞잡으며, 곤란하다는듯 눈을 한 바퀴 굴립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곧 말하기 시작합니다.
" 에휴, 용케 사셨수. 안으로 들어가서 신분증부터 재발급 받으쇼잉. 여기선 도와줄 사람도 많으니까 뭔 일 있으면 소리 지르쇼, 이건 진심으로 말하는거요. 내가 그래도 그렇게까지 개자식은 아니거든. 내가 못 가도 우리 위병들이 소리를 들으면 갈거요. "
안으로 들어가라는듯, 휙 휙 손을 젓고... 그렇게 당신은, 긴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제국의 수도에 입성하게 됩니다.
제국의 수도, 레온하르트! 이 얼마나 멋진 거리일까요. 축제가 한창인지, 워낙 사람들이 많았고, 다양한 향기가 당신의 코를 간질입니다. 맛있어보이는 음식들이 줄을 섰고, 어릿광대들이 즐겁게 공연을 하고 있으며, 음유시인들이 함께 부르는 노랫소리가 벌써 당신의 귀를 간질이는군요. 음식냄새에, 당신은 어쩐지 배가 고픈것 같습니다.
! 발길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봅시다.
>>384
"... 에이, 그래도 그정도로 낙심할 필욘 없잖아요. 그게 인간들한텐 먹힐지도 몰라요. 게다가 확실한건, 쳐 죽여버릴 난쟁이놈들의 농담보다 훨씬 재밌어요. 아오, 갑자기 확 빡치네. 그 망할 난쟁이들... 내 눈에 걸리기만 하면 확 그냥 사지를 ?!&@₩ 해서 ₩&&@&^*% 해버릴라 진짜... "
그녀가 이를 뿌득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군요. 세상에. 그녀는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게다가 형용하기도 어려운데다가 구체적이기까지 한 잔혹한 말을 내뱉습니다. 세상에. 악마도 이정도면 어우.. 선생님 진정하시죠...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요? 엘프들은 드워프들을 싫어하지만, 이 정도의 차별주의자는 저도 처음보는군요.
" 네. 그야 여기까지 와야 귀찮은 일이 없을거 아녜요. 드래곤의 영지에 어떤 미친년이 들어오겠어요? 난쟁이들도 여기까진 안 올거고... "
그리고 그녀가 당신의 부드러운 손을 잡으며, 맞아요, 엘프에요. 그렇게 대답합니다. 그리고 당신과 손을 잡은 채로, 천천히 그녀의 오두막으로 걸어갑니다.
오두막 안은 꽤 따듯하군요. 널찍한것 같습니다. 그녀가 당신을 의자까지 데려다 준 뒤, 앉으라고 말합니다.
" 차나 한잔 할래요? 몸 따듯해지는거 있는데. 음... 제가 인간종 나이는 잘 몰라서 그런데, 성인이에요? 술 한잔 줘요? 기가 막히게 따듯한거 있는데. "
저는 그녀의 언행에 작게 한번 웃고는 타이르듯이 말해주었습니다. 정말로 별 볼일 없는 이야기라면 굳이 자신을 믿고 따르는 종자에게 꾸중할 이유가 없지요. 그 이야기가 종자보다 중요한가요? 아니지요. 그녀가 자신의 말로서 제가 언짢은 기분이 들까 우려하여 그렇게 생각하여 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으니 좀더 자연스런 행동을 토대로 너무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프릴. 행동을 위해서는 앎이 필요한 법이에요...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당신은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나요?"
이야기중 자청하여 나서는 한 명, '프릴'에게 저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저는 당장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며 동시에 그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무엇을 초래하게 될 지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지 저는 확신이 들지 않아요. 물론, 그녀가 저를 우러러 보며 저에게 조금 이나마 더 잘 보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엿보이기는 하나, 오히려 그렇기에 스스로의 행동의 책임감을 느끼고 그녀는 자신을 보다 아끼는 법을 배워야만 해요. 종자가 불필요한 행위를 하다가 큰 변을 당하게 된다면 그것은 곧 주인의 실책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부리고자 하는 이는 대상을 얼마나 올바르게 부리는 것인지 방법을 알아야 하죠.
"정보 수집에 능통한 이들에게 그 인물에 대한 것들을 수집하도록 전하도록 하세요... 가능한 은밀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을 명심하고 정보 수집 보다는 신원이 발각되는 상황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을 우선시하여 작업에 착수하도록."
저는 이야기는 충분히 관심을 주어야 할 것이라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했기에 저는 그렇게 지시 사항을 내렸습니다
할범과 잡담을 나누던 드워프가, 루프레드에게 뭔가를 건넨다. 그것은 쇠로 단조한 건틀릿이었다. 손에 한 번 끼워보니, 어찌 알았는지 크기가 딱 맞는다. 루프레드는 건틀릿을 낀 채 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척 보아도 고급품이다. 드워프제 물건이 놀랄 정도로 좋은 품질이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일단은 칭찬을 받을 생각은 없었으며 동시에 제 농담이 얼마나 지독하게 재미없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제니퍼는 웃는 둥 마는 둥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들려오는 구체적이고 잔혹하기까지 한 저주의 나열에 입을 꾹 다물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말았다. 맙소사, 가이아님. 제가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말이죠.. 이런 엘프와 만나게 하는 건 아니잖아요. 덕분에 오늘 식사는 글러먹은 것 같네요. 예.. 이를 뿌드득 가는소리에는 흠칫 하고 어깨를 움츠리며 제니퍼는 제법 심약해보이는 모습을 내비치고 있었는데 실상은 심약한 게 아닌, 그저 속이 안좋아진 것이다.
내가 아무리 세상물정을 모르기는 하지만 이렇게 뚜렷한 차별주의자는 처음인걸. 드래곤영지에 들어온 사람이 여기도 있습니다만. 네 지금 당신의 손을 잡은 나요. 나. 제니퍼는 조금 치밀어오르는 소심한 반응을 한숨을 푹 내쉬는 걸로 넘겨버렸다. 언제나 그렇듯, 그래 그럴수도 있지하는 반응을 보이고는 순순히 엘프 언니(?)의 손을 마주 잡고 걸음을 옮겼다.
오두막. 사회적인 문물! 아, 그렇다고 영지 내에서 잘 못지낸건 아니지만 말야. 제니퍼는 따끈따끈한 온도에 몸이 풀어지다못해 차분한 분위기가 더 차분해지는 걸 느끼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이번에 열아홉이 되서, 술은 안될 것 같아요. 게다가 제가 술은 단 한방울도 못마시는 특이체질이라. 죄송하지만 차로 부탁드릴게요"
당신은 즐겁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마력을 느껴보기로 합니다. 등 뒤에서 전해져오는 서늘한 벽의 감촉, 바람의 서늘함, 그리고 상처로부터 전해지는 고통을 느낍니다. 당신의 생각은 빠른 속도로 정리되어갔지만, 마치.. 무언가가 부서진듯, 마나에 닿지 못합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랐을때에, 웅장한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앞에, 횃불이라는 빛이 들어오며, 제국의 황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금빛 머리칼이 단정히 정돈된, 그러면서도 날카로워보이는 인상의 소유자군요. 그는 근엄하게 당신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을 겁니다.
" ...네놈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알고 있느냐? "
>>388
당신이 그녀의 어깨에 앉은 실프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말하자, 곧 실프들이 부드럽게 웃기 시작합니다.
' 장난? 장난? 장난! 와! '
머릿속에 직접 말을 거는것 같은 그 신비로운 감각에, 어쩐지 당신까지 들뜨는것 같다가, 이어지는 목소리에 그쪽으로 시선이 향합니다.
그리고는 실프들이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고블린의 시체와, 그 주변으로 약하게 옮겨붙어 불타는 잡초들이 보입니다. 지금이라면, 물을 좀 뿌리거나, 마법을 써서 물을 끼얹는것 정도로 진화가 가능할것 같군요.
그리고 잠깐 신났던 실프들이 쭈-욱, 그녀의 뺨을 잡아당기자 그녀가 약간 원망스러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 *에 으에어으 아으 애어, 에? 이으 애 오으 와요, 아아어이아 어야! "
알아들을순 없겠지만... 대충 감이 오는군요. 그녀는 찹쌀떡처럼 늘어난 말랑거리는 자신의 볼이 마음에 들지 않는것 같습니다.
* 왜 쓸데없는 말을 해서, 예? 지금 내 꼴을 봐요, 찹살떡이야 머야!
>>389
" 크큭, 큭... "
그녀가 당신의 말에, 웃음을 참다가... 곧 빵 터져버립니다. 도저히 웃음을 참을수가 없는것처럼 한참 웃는군요.
" 아, 배아파서 죽겠네... 성마법을 배우러 인간의 도시에 가요? 오케이, 간다고 칩시다. 그건 문제가 안되죠. 근데 인간이랑 마주치면? 당장 사지가 찢길걸요? 오케이, 당신이 드래곤님에게 덤벼들정도로 캡짱 쎄니까, 다 때려죽였다고 칩시다. 오키도키? 그리고 성마법을 알려줄 멍청이도 한명 납치했다고 칩시다. 예. 여기까진 어찌저찌, 좀 힘겨운 여행이 되어도, 이룰 수 있겠죠. 근데 당신 마족이잖아요. 성 마법을 쓰는 마족? 샐러맨더가 물마법을 쓰는게 더 빠르겠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게 어떻게 돼요, 예? "
그녀가 당신에게 물으며, 괜히 당신의 볼을 쿡쿡 찌르며 장난치는군요.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입니다. 허나 말 하는 내용은 진심인것같네요.
>>391
" 이잉... 뭘 할멈..? 이 마을엔.. 다 할배 할매밖에 없어야... "
" 에잉... 쯧쯧쯧.... 장인..? 나아때는 말야... 으이? 그런 사기꾼놈들, 다 때려잡았으야... "
이런 무의미한 대화가 한참 반복되다가, 마침내 노인이 당신의 말을 알아듣고는 안으로 들여보내주는군요. 그 모습을 쭉 지켜보던 그녀가 한참 웃다가, 당신과 함께 마을 안으로 들어가며 말합니다.
" 고마워요. 그래도 안 맞은게 어디야. 저번 마을에선 저런 할배한테 뚜드려 맞을뻔 했다니까요? "
' 어머, 저 꼬마가 마리안한테 덤벼들었으면 또 술병으로 때리는거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라. '
지극히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녀가 짐 마차에서 이것저것과 테이블을 꺼내 다양한 물건들을 늘어놓으며 크게 소리칩니다.
" 자아 자아, 방랑상인이 왔어요! 아, 어린 꼬마 아가씨라고 무시하지 마시라, 파는 물건을 직접 보고 결정하세요! 무려 이 감자는 맛 좋기로 유명! 구워 먹어도 맛있고, 삶아 먹어도 부드럽고, 국 끓여 먹으면 맛도 진한게 아이구야, 한끼뚝딱! "
곧 노인들이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데, 그녀가 당신에게 순무를 건넵니다.
" 뭐해요, 홍보 안 도와주고. 멀대처럼 서있기만 할거에요? 지금 혹할때 잽싸게 팔아야된다구요. 한탕 빨리 치고 도망가죠. "
그녀가 척, 엄지를 들어보입니다. 어라? 꼭 노련한 사기꾼같은데... 팔고있는 감자나 순무는 썩 좋은 물품인건 확실해보이고... 이게 장사꾼인걸까요?
그녀가 흔해빠진 대사를 읊조린 것처럼 위병도 적당히 장단을 맞춘 대꾸를 했다. 그러나 중간에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무슨 일 있으면, 이라. 조금 전 상인의 말도 그렇고 적잖게 신경쓰인다. 그녀늬 백지 같은 머릿속에 이 위화감을 새겨넣고 천천히 수도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 울었냐는 듯, 기운 없었냐는 듯 멀쩡하고 당당하게.
제대로 된 도시에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인지라, 한창 축제 중인 듯한 수도의 풍경은 잠시나마 그녀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노래소리들, 코끝을 간질이는 음식 냄새들, 수많은 인간, 인간들...
...어쩐지 배가 고프다. 몹시, 허기가 진다.
멍하니 앞으로만 걸어가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돌려 가장 가까운 노점 쪽으로 갔다. 분명 햄버거를 먹은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먹을게 눈에 들어오나보다. 제법 먹음직스런 고기 요리를 파는 곳을 찾아 다가가서 하나 주문한다.
나는 천천히 위병을 바라보며 말했다. 적의가 없음을 알리기 위해 가슴팍에 손을 얹고 예의바른 어조로 말했다.
"제가 하는 말을 어느 정도나 들어주실건가요?"
마력사를 지워 바닥에 툭 떨어진, 그 심장 조각사의 신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핏자국과.. 기쁘지는 않지만 생겨난 인연을 생각했다. 그 자는 자신이 사냥당하는 입장이라고는 죽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가지고 놀며 장난감 취급하는 것만 익숙한 겁쟁이에- 내성없는 꼬맹이겠지. 하지만 당장 추적할 수는 없다.
"이 분과 함께 심장 조각사를 추적하다가, 이 분이 살해당하고 조각사는 저를 남겨둔 채 도망쳤다고 한다면, 신빙성은 어느정도인지요?"
물론, 내가 들어도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지금, 시간을 낭비하기 싫었다. 일단 조각사의 신발을 챙기고 떠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어렵겠지. 위병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고..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