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마리안은 소녀의 말 후로 2연타로 날아온 놀리는 목소리에(정확히는, 그 내용에) 얼굴을 찌푸리다가(점잖지 않은 표현을 사용한다면 '똥 씹은 듯'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바로 표정을 풀었다. 어차피 상대에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이게 상대에 대한 반감으로 느껴져서는 안 됐다. 마리안은 가다듬은 미지근한 무표정으로 돌아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충분히 배상받았다고 느낄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그리고 침울해진 마음도 가라앉았다. 침울해할 건 상대지 자신이 아니다. 자신에겐 이미 사건을 일으켰으니 책임지는 것밖에 없지 않은가. 손님이 떠난 건 자신의 문제일 뿐 소녀의 문제가 아니었으니, 이 소녀와 함께 다니면 그 손님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희망일 뿐이지만 어디로 갔는지 모를 손님을 찾아나서는 것도 가망이 없었다. !수락
아직 완성되지 못한 솜인형을 꺼내고 바느질을 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질문은 곧장 나왔다. 죽은 장소가 다르다는 건 아무래도 좋았다. '어느 곳에서 죽었느냐'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판타지라는 건 죽음의 방법을 수천가지로 만드는 단어다. 이 세계의 탐정은 골치가 많이 아프겠지.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는 추리는 잘 못하는 편이에요."
마지막 바느질을 끝내고, 인형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 대며 중얼거렸다.
"그러니 반칙을 좀 쓸게요. ..<당신을 알고 싶어요, 마트료시카>"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인형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핸들을 쥔 뒤 그 곳에서 실 하나만 뽑아 인형에 연결했다. 그러자, 인형이 일어섰다. 인형을 내가 만난.. 죽은 그 어릿광대 중 한 명과 닮아있었다.
"딱히 사령술같은 건 아니라는 걸 먼저 알려드릴게요. 본래 인형극에서의 인형 조작을 고민할 때 쓰던 거에요. 제가 만들어낸 인형극은 대부분 실존인물을 베이스로 한 거라서, 그 사람이 인형이면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인데, 저와 대상의 인연을 매게로 대상의 행동을 따라하게 하는 거죠."
딱히 이 인형을 부순다고 인형이 따라하는 사람이 피해를 입지도 않는다. 상당히 무해한 도플갱어라고 할까. ..또한 이건 시체를 찾는 데도 쓴 적이 있었다. 슬픈 기억이다.
"말도 못하고, 완전한 것도 아니라 범인 지목은 못하지만.. 해당 사건의 이동루트 까지는 알 수 있어요. ..부탁할게요. 알려주세요. 이 곳에 오기까지, 어디를 거쳤나요?"
그녀가 당신에게 화답하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그러자, 곧 가슴 한켠에 알수없는 열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 얘야, 네 외모는 네게 과분한것 같구나. 허나, 그 의도가 불순하진 않으니, 어찌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을수 있겠느냐. 그러니까, 내가 네게 벌을 내려야겠어. 이 벌을 풀고 싶다면, 모험을 떠나보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신전들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진짜 사랑이 뭔지 알아보도록 하렴. 증표가 될만한 물건들 일곱개를 모두 모으면, 내가 네게... "
사랑이 뭔지, 알려줄게. 그녀가 당신의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춘뒤에, 손을 뻗어 천천히 당신의 눈을 감겨줍니다.
깜빡.
한 번의 눈 깜빡임으로, 당신은 다시 세계로 돌아오게 됩니다. 영문을 알 수 없다는듯, 수녀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정신을 가다듬습니다. 당신은 후열로 달려들어, 남은 고블린들을 모조리 처치하는데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정신을 차린 것인지, 잔뜩 화가 난 고블린들이 당신에게 달려들고 있군요. 도끼를 든 두 놈이 덤벼들었고, 그 뒤로 창을 든 한 놈이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 마법에 창을 든 고블린은 픽 하고 쓰러집니다.
이제 남은건 두마리, 그리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며 허둥거리는 고블린 다섯.
! 계속 싸워봅시다!
>>276
당신은 텔레포트하여 황성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합니다. 황궁의 입구, 성벽 안쪽에 가까운 곳이군요. 가까이 나타난 당신의 존재에, 당황한 기사들이 외칩니다.
" 뭐야? 누구냐, 네놈! " " 적습이다! 적습이야! 모두 무기를 들어라! " " 어이, 빨리 다른 기사들에게 알려! "
곧이어 재빠르게 세 명의 기사가 칼을 높이 치켜들고선 당신에게로 덤벼들기 시작합니다.
>>278
" 어렵지? 전투란 그런 것이다. 타고난 감각만으로 싸우면, 송사리와 싸우더라도 대비되지 않은 공격에 쉽게 당할수 있지. 전부 한번에 죽일수 있으면 좋겠지만은, 그러기엔 실력이 모자라지 않더냐. 그러니까 생각하는것이다. 네가 적이 되어보거라. 네가 나라면 어떻게 움직일지. 작은 체구의 내가 어찌 움직일것이고, 그에 맞추어 너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
곧이어 당신이 할범의 배를 걷어차자, 힘 할범은 왼손으로 덥썩 당신의 다리를 잡습니다. 무시무시한 악력 탓에, 쉽사리 움직이기는 어려울것 같군요.
>>268 마리안은 말대로 돈을 주웠다. 이거 가져가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도 잠시, 어차피 소녀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면 자신에게 책임 소재는 없을 것이다. 그런 계산으로 마차에 타자마자 소녀에게 주운 돈을 건넸다. 그래도 마차가 인력거가 되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네, 같은 생각을 하며.
마차는 완전한 밀폐공간은 아니었다. 바람이 스며들고 소리가 드나드는 곳. 마리안은 눈을 감았다. 보이지 않아도 볼을 콕콕 찌르는 소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용건이 있다면 먼저 말할 것이라 짐작하면서.
"사제입니다. 부족하게나마 에로스님의 은총을 나누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몸입니다. 술이 언제나 저를 움직일 용기를 주는 것은 맞지만, 이만한 만용을 녹이지 않고 삼켜 본 적은 많지 않군요."
해석) 맞지만 못 마시는 거 아님. 평소에도 이만큼 취하진 않음. 이렇게 취기가 확 올라올 줄은 몰랐지... 그리고 마리안은 손 모아 속으로 기도했다. 그런 취향 아닙니다. 정말로요.
" 아니, 거울 가게는 유곽으로부터 한참 떨어져있었어. 적어도 40Km는 되겠지. 네 번째 피해자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 부랑자라고 말 했잖아. 이 다리, 저 다리 밑을 전전하며 살았을텐데... 확실한 정보가 없어서, 어디서 머물렀고, 신상에 관한 정보도 찾기가 어렵지. ...그는 광장을 중심으로 넓게 순찰을 돌았어. 뒷골목의 슬럼 쪽에서 죽었다. "
그러다 그가 당신의 말에 빙긋 웃습니다.
" 꼬마야, 나는 이런 쪽은 영 인연이 없어서. 그래도 꼭 학교같은 곳에서 교육을 받아보거라. 나도 평민 출신이라 학교는 가보지도 못했거든. 그래도 가면, 분명 너한테 도움이 될거야. 난 머리도 나빠서 칼질밖에 할 줄 아는게 없어, 어떻게 운이 좋게 이렇게 살게 됐지만... 네겐 많은 가능성이 있잖니. 잘 하면 대부호가 될수 있을지도 몰라. "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주변을 꼼꼼하게 살피는데... 천천히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괴기하고, 기이하며, 불경한 음색.
어둠속에서 한 사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더니, 순식간에 당신의 등 뒤로 이동합니다.
" 꼬마, 피해!!! "
위병이 순식간에 검을 꺼내 사내에게 검을 휘두르나, 곧이어 그는 사라지며, 위병의 목에 털썩 걸터앉습니다. 그리고 그는 당신과 눈을 마주합니다.
" 안녕, 꼬마야. 너는 좀 가만히 있고. 나는... 대화를 하러 온 것 뿐이니까,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네 목을 그어버릴거야. 그러면 대화는 거기서 끝이다. "
사내가 손에서 가위를 꺼내어, 그의 목에 가져다댑니다.
>>280
일순간에, 조용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당신이 앞으로 나서자 사내가 말하기 시작합니다.
" 흠, 네가 단장인가? 썩 미더워보이지 않는 얼굴인데. 뭐, 상관없나. 솔깃한 제안을 하나 하러 왔다. "
그리고는 사내가 로브를 벗고, 얼굴을 드러냅니다. 검은색 긴 머리카락을 가진 그의 얼굴엔 흉터가 가득하군요.
" 노예를 옮길건데, 호위단이 필요해. 제국의 수도 인근까지 갈 거다. 보수는... 백금화 다섯장. "
다리가 날아가기 무섭게 할범의 손아귀에 잡혀버린다. 억센 힘 때문에 옴싹달싹도 못하는 것이 딱 불리한 상황. 루프레드는 그 짧은 순간 생각을 마친다. 이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들어가려면… 다른 다리로 땅을 거세게 박차며, 붙잡힌 쪽의 근육에 힘을 준다. 곧바로 양 다리를 쳐올리며 붙잡은 할범까지 들어올리려 시도한다. 그게 먹혔다면, 바로 몸을 반 바퀴 돌리며 할범을 땅에 메치려 할 것이다.
교육이나, 대부호라, 그는 나를 걱정해서 해주는 말일테지만 솔직히 그다지 관심은 없었다. 나는 내 가능성을 보고 그 중 하나로 이미 길을 정했다. 먼 미래에도 후회 없을, 고통스럽고 즐거운 길이다. 그래서 그렇게 대답해주려던 차에, 가위가 움직였다. 처음 보는 사내는, 위협적이다.
"목을 긋는다면, 당신은 심장에는 관심이 없나요?"
준비되어 있던 인형들이 각자 무기를 들어올린다. 앙증맞은 크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결단코 앙증맞은 것들이 아니다. 베이면 죽는다. 사람의 목 정도는 쉬이 뎅겅, 땅바닥에 입맞춤 하게 해줄 수 있다. 나는 천천히 질문하며 몸을 긴장시켰다. 사람을 죽여본 적은 있다. 싸워본 적은 더 많다. 그렇다고 전투가 특기냐 묻는다면, 아니다. 나는 아직 어리고, 미숙하며, 연약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멈춰있을 만큼 겁쟁이도 아니다.
" ... 저기요, 오빠. 그.. 머리가 아픈건 이해하겠는데요, 그런 말 막 하면 진짜 잡혀가요. 불경죄라구요. 어떤 미친 사제가... 네? 아시죠? 예? "
그녀가 당신을 흘긋 흘긋, 아무래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바라봅니다.
" 변두리 마을을 돌면서 장사할거에요.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물어 물어 가는 곳. 그런 곳은 상인들도 잘 오지 않고, 뭘 사러 가는것도 엄청 번거로우니까, 제가 어린 여자라도 좀 찜찜해는 하겠지만 물건이 싹 다 팔릴거라구요. 이미 한 세 마을 정도는 대박쳤어요. 그런 곳은 순무라던지, 감자라던지, 농기구를 수리할 도구들, 철이나 질 좋은 광물들이 잘 팔려요. 처음엔 뭘 팔지 몰라서 참 고생했는데, 장사도 역시 경험인가봐요. 그냥 마냥 안 사주는게 억울했는데, 저 역시도 제 자신이 참 못난 상인이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이젠 그런 시선엔, 내 능력을 보여주는걸로 화답하려고요. "
그녀가 곧 주절주절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행복한듯 웃어보입니다. 열정이 대단해보이는군요.
" ... 당신은요? "
>>285
세 명의 기사들은 엄청난 중력에 짓눌리며, 신음을 토해냅니다. 그러나 당신의 말이 끝나자,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오는군요.
" ...아이고~ 이거, 단단히 미친놈이 들어왔네. 네가 지금 뭐라고 말 했는지는 아냐? 응? "
나뭇가지를 든 사내가 당신과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우뚝 멈춰섭니다. 짧은 금발, 숨을 뱉을때마다 풍겨오는 진하고 쓴 궐련냄새. 조금 졸린건지, 길게 하품을 하며 입맛을 다십니다. 그리고 머리도 긁는게, 워낙 부산스러워 보이는군요.
" 황제 나오라고 그래? 야, 대박이다. 너 그거~ 불경죄야 임마~ 응? 황제 폐하가 니 친구냐? 뭐 말씀드릴게 있으면 여까지 찾아와서 알현하게 해주십쇼~ 하면 되지, 여기가 어디라고.. "
" 미친 개처럼 짖어대나? 응? "
그가 부드럽게 미소짓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나뭇가지를 공중에 휘둘러보이는군요.
>>293
" 아... 혹시, 율리안 님께서는, 에로스님을 직접 마주하신적이라도 있으십니까? "
그녀가 부드럽게 지어오는 미소에, 어라? 가슴 안쪽이 따듯해지는것이... 볼이 밝게 물드는것같은 기분이 듭니다. 에로스가 말한 벌이 이런 것일까요?
다행스럽게도 싸움은 길어질듯 하지 않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달려드는 건 두마리. 역시 마물은 마물입니다. 이정도는 간단히 처리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방심하면 안되겠죠.
몸을 숙여도 고블린보다 작아지지는 않지만 위험을 줄일수는 있을겁니다. 최대한 몸을 숙이고는 검을 세워 맨 처음 들려든 고블린을 향해서 둔 뒤 녀석이 다가올때쯤 들어버리면 저렇게 흥분한 상태에선 피하기 어려울겁니다. 곧바로 품에 든 다용도 비수를 꺼내 뒤에 있던 녀석들에게도 던져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