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 포근한 품, 눈을 마주치면 보이는 부드러운 웃음.
조각난 채로 흩어진 단편적인 기억 속에 확실히 녹아있는 엄마와의 추억은, 너무나도 짧은 행복이었다.
빠르게 사라지는 온기를 잡으려고 손을 뻗지만, 잡히는 것은 딱딱한 무기질의 감촉. 어느새 고여있던 눈물을 밀어내며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보이는 것은 아직도 어두운 방 안과, 손에 쥔 MP3... 그리고 눈물이 스며들고 있는 오래된 곰인형.
"...엄마...“
오래된 곰인형을 더 끌어당겨 얼굴을 파묻는다. 엄마가 준 인형. 엄마의 마지막 선물. 인형에 남아있는 엄마의 냄새가 날아간다고, 빨지 못하게 하려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신세를 지게 된 친척이었던지라 소극적인 반항에 그쳐서 결국 빨려버렸지만. ...그 후로도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제는 정말로 더 이상 남아있을리 없지만 그래도 깊게 숨을 들이쉬어본다. 예상대로 맡을 수 있는 것은 세제의 향기 뿐이라, 분명히 예상했으면서도 또 다시 실망해버린다.
인형을 조금 아래로 내려 품에 안고, 이번에는 손에 쥔 MP3로 시선을 옮긴다. 이건 아버지가 준 것.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에게 준 것. ...이것말고는 아무것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 아무것도... ...어째서일까. 엄마가 쓰다듬어준 기억은 있지만, 아버지가 쓰다듬어준 기억은 없었다. 단순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 정말로 한번도 쓰다듬어준 적이 없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는 일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저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복잡한 심정이 담긴 듯한 눈빛으로 날 봤었다는 것. ...이것도 확실하지 않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아무래도 왜곡되기 쉬운 법이니까. 쓰다듬어 준 적이 없다는 것도, 그 복잡하던 시선도 전부 내가 단순히 잊어버렸거나, 만들어낸 기억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기억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이란 참으로 단순해서...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있던 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도 쉽다고 하니까.
하지만 그건, 정말로 왜곡된 기억인걸까?
지금도 아버지는 날 따뜻하게 봐주지 않는데?
제3신도쿄시에 도착한 그 날도, 사도를 처음으로 쓰러트린 후에도,
지하로 내려가서 그것을 봤을 때도,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아버지가 나를 보던 시선은 참으로 일관되게 차갑고, 냉정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시선에서는 증오나 그에 준하는 감정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어쩌면 그 기억은, 진짜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든다.
아니...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한없이 아래로,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늪같은 곳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무섭다. 무서워. 절박하게 손을 뻗어도 아무도 잡아주지 않을텐데.
"......아빠...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거야...?“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거야? 나는 당신 딸인데, 당신은 내 아버지인데. 나를 봐. 좀 더 상냥하게 봐줘. 나를 사랑해줘. 손을 잡아줘, 머리를 쓰다듬어줘, 꽉 안아줘, 우린 가족인데, 가족이니까, 좀 더 가까이 다가와줘! 나를 봐!! 나를 보란 말이야!! 제발 날 좀 보라고!! 내가 뭘 원하는지 제대로 봐 달라고!!! 당신이 원할 때만 불러다 써먹지 말고, 제대로 날 대해달라고!! 어른이잖아! 당신은 어른이니까, 내 아버지니까, 날 제대로 이끌어달라고!! 남한테 떠넘기지 말고!! 이 망할 아버지!!! 망할 아버지따윈 정말 싫어!! ...아니야, 그래도, 그래도... ...버리지 말아줘, 나에겐 이제 아빠밖에 없어. 에바에도 제대로 탈게, 그러니까 날 버리지 마... 날 혼자 두지 말아줘... 제발, 제발, 제발!! 날 사랑해줘..!! 좀 더 가까이 와서, 쓰다듬고 사랑해줘, 아빠... 아빠... 아빠!!!
마음의 외침은 신체에도 그대로 올라와, 꽉 쥔 손에 눌려 MP3의 전원이 켜진다. 단조로운 색의 화면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숨을 고른다. 그렇게 해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서서히 팔을 당겨 인형과 함께 품에 안는다. 인형도 MP3도,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건 꿈 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단언하는 듯한 이 어두운 방에서, 나는 또 다시 숨을 죽이고 흐느낀다.
"......엄...마.... 아빠...“
초목도, 같이 사는 사람도 모두 잠들어 있을 밤의 틈새에서,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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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와자키 나츠키님을 위한 소재는 '쓰다듬다, 짧은 행복', 중심 대사는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거야?' 입니다. 초조한 분위기로 연성하세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412341// ....초조...함...? 초조함은 잘 몰?루겠고..ㅎ... 새벽감성은 100% 함유...
진단에서 그럴듯한 소재가 나와서 술술 써졌는데 분명 자고 일어나서보면 후회하겠죠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