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어깨를 으쓱하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얌전한 표현(?)이라서 흥이 깨졌다. 말없이 음료수를 들이키거나, 주먹으로 갈기고 싶었다던가 그런 반응이었으면 재미있었을텐데. ...사실 곤란한듯한 표정을 보고 조금 양심이 찔리긴 했지만... 아니, 이런 생각으로는 이 게임에서 질문 하나 제대로 못하니까... ...그래도 나중에 죄송했다고 해둘까.
제 차례가 되자 이오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더니, 아유미를 향해 돌아보며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좋습니다. 타치바나 양, 최근에 걱정되거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십니까? "
갑자기 아유미를 향해 묻다니 이게 뭔 일인 것일까요?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닐겁니다. 이오리의 질문을 들은 아유미는, 조용히 제 앞에 놓인 사이다 컵을 원샷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려 하였습니다. 이제까지 질문에 꼬박꼬박 잘 대답하던 아유미였는데 이상하였습니다. 무언가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라도 있었던 것일까요? 뭐가 어떻던 간에 평범한 사이다가 아닐 터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색 바뀌는 일 없이 바로 들이키고 있는 타치바나 아유미였습니다. 최대한 참아내는 것인지, 멀쩡한 음료를 마신 것인지는 알수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게 대답이라면, "
유즈키 이오리는 그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 본 뒤, 나츠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의외다. 아유미가 저걸 마시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다니... 아까까진 잘 대답하더니, 왕게임때도 대체로 다 했으면 했지 마시진 않았는데.. 그나저나 진짜로 평범한 음료수인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들이키는 아유미를 보고있다가, 또 다시 질문 차례가 돌아와서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아 네. 어, 그럼...“
또 질문을 해야하는 건가... 하지만 무슨 질문을... 또 다시 머리를 쥐어짜내야 하는 건가. 으으으...
"그럼 이오리 씨한테 질문할게요. 음... ...어떤 사람이 이상형이에요?“
왜 이상형이냐면... 진짜로 생각나는 질문이 없었다. 사오리 씨는 대놓고 음료수 먹이려고(...)라던가 뭐, 아버지가 날 떠맡긴 것도 있으니 뒤에서 뭐라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짐작도 있었지만 이오리 씨랑은 그렇게... 생각할만한 일도 별로 없었고. 그냥 진실게임에서 무난한(?) 질문을 했다는 걸로.
유즈키 이오리는 나츠키의 질문을 듣고 오랫동안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이야기를 꺼내려 하였습니다.
"저는 굳이 따지자면 곱슬머리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길이는 허리까지 오는 정도로 긴 편인, 긴 머리칼을 가진 여성분이 제 이상형입니다. 어떻게 괜찮은 답변이 되었을지 싶군요. "
조금, 갑작스러운 대답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야 그럴것이 파일럿 여러분들은 물론이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그녀가 어떤 지향인지 들은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즈키 대령 등을 제외하고는 아마 처음 듣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지향이 어떠하던간에, 그건 누군가가 맡고 있는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녀가 같은 그녀를 좋아하던 어떻던간에 유즈키 이오리는 여전히 기술부의 헤드입니다. 그러니 그저 그렇구나 하고 물흐르듯 넘어가도 괜찮을 겁니다.
"질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
제 차례가 된 타치바나 아유미는 역시 조금 뜸을 들이다, 유즈키 대령을 향해 고개를 돌려 물으려 하였습니다.
"유즈키 부장님, 지금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 "으응? 뭔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
사오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다른 쪽을 보며 대답하였습니다... 어라, 이상합니다. 이 반응, 질문 자체를 회피하려 하는 듯한 태도입니다. 유즈키 사오리는 역시 제 앞에 놓인 사이다를 비우려 할 뿐, 아유미와 마찬가지로 대답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쪽의 종이컵은 제대로 된 벌칙 음료수인지, 마시고 있는 유즈키 부장의 표정이 구겨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아유미도 참 괜한 질문을 하는구나! 일단 그래, 시간이 많이 늦었고, 게임은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할까....? "
유즈키 사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서려 한 뒤, 주변을 정리하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게임에 참여하였을 때는 언제고 본인이 질문받자마자 일어나려 하다니,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습니다....
>>26 이오링의 이상형... 곱슬머리 취향...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의 여성... 성격같은건 안 보고 외형만으로 오케이인 걸까...(?? 아무튼 메모 완료입니다 :3 나츠키는 의외로(?) 헤에-글쿠나-하고 자연스럽게 넘겼을 것 같네요. 사랑 자체를 잘 모르지만 성별은 크게 상관없지 않나 하는 쪽이라...
situplay>1596368102>866 비록 파도에 쓸려나갈 모래성일지라도 쓸려나가기 이전까지는 형태가 남아 있을 것입니다, 타카기가 돌아간다 할지라도 누군가가 밟거나 무너트리기 전까진 여전히 모래성은 그대로 남아있겠지요. 이 곳에 타카기가 있었던 흔적이. 이 곳에 타카기가 있었다는 흔적이 말입니다. 아유미는 조용히 타카기가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려 하였습니다. 형태를 잡고 서서히 모양을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그러다 타카기의 말이 다 끝날 무렵에, 아유미는 이런 말을 꺼내려 하였을 것입니다.
"너는, 작은 것에도 의미를 찾는구나. "
모래로 만든 곰돌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아유미의 눈빛은,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듯 하였습니다. 부러움? 어떤 감정인 걸까요? 잘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부러움이 맞다면, 사소한 것으로도 추억을 만들고 기억하려 하는 타카기를 부러워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말입니다.
한 주가 거의 끝나가는 요일인 목요일 오후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신가요? 크리스마스가 드디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저희 어장 시간대는 아직도 봄~여름 시간대이니 언제 겨울을 맞게 될지 정말이지 눈물이 나는 레캡입니다...(ㅠㅠ) 아무튼간에 여러분들 모두 모쪼록 남은 하루 잘 보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오늘부터 드디어 페이즈2 진행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오늘 진행 역시 큰 이변이 없으면 평소와 같이 밤 10시 30분부터 시작될 것 같단 점 미리 공지드리고자 합니다. (@@)
...바닷가가 아닌 곳이라면 그럴 거라고? 바닷가가 아닌 바다에 또 올 일이 있을...거라고...? 바닷가가 아닌 바다? 그럼 뭐 바다... 위? 아님 아래? 바다 속으로 들어가기라도 한단 말인가. 이오리 씨의 말을 이해하느라 잠시 조용히, 그리고 아마 좀 멍청한 표정(일 것 같다)으로 눈만 깜빡거렸다. 하... 실화냐... 바다 위든 속이든 아래든 일단 또 바다에 올 가능성 자체는 있다는거네. 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전 그날 반드시 아플 예정이라서, 아마 빠지게 될테니 괜찮아요... 네..."
아니, 빠지고 말겠다. 반드시 아프고말겠다. 뭔가 이상한 각오를 다지며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뭐 대충 열이라도 난다던가 여름 감기라던가... 전날 밤에 냉수로 2시간 정도 목욕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지? 아니면... 최악의 경우엔 '난 죽음을 택하겠다!'라고 외치면서 2층 정도에서 떨어지면 아무리 못해도 팔다리 네 개 중에 하나는 또각하거나 할테니 그걸 핑계로... 아니 그렇게까지 가면 에바에 타는 거 힘들지 않나? 지장 있을 것 같고... ...뛰어내리는 건 보류하자. 무섭기도 하고. 그럴 바에야 그냥 붉은색 바다 보러 가는 쪽이 더 낫... ...나을까? 낫겠지?
"윽, 그런... 기술부를 믿었는데..."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고려해보겠습니다가 아닌, 이미 손써봤는데 무리데시타-였다. 이건 순순히 포기하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 어깨가 축 처진다. 결국 알아서 참아야하는 것이다... 그 비린내나는 핏물을 코와 입에 가득 채워야한다니. 딱히 결벽증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하면 할수록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든다고... LCL의 정체에 대해서만큼은 모르는 게 약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제가 죄송해요. 뭔가 무리한 부탁을 해서... 뭐 참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죠... 하아.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 무리였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고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애초에 그럴 입장도 아니고 위치도 아니다. 그냥 참고 해야하는 쪽이지, 나는. 반쯤 죽어버린 눈으로 빨간 수평선을 응시했다. 아아, 진짜. 보기만 해도 그 비린내가 올라오는 것 같아. 고개를 살짝 흔들어 가상의 비린내(?)를 털어내고 다시 이오리 씨를 본다. 그러고보니 지질 조사 하시던거, 내가 방해한 건 아니겠지...? 직접적인 방해...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까 이오리 씨가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기도 했고...? ...새삼스럽지만 죄책감이... 날 성가신 꼬맹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 그러고보니 그 조사... 제가 방해한 것 같네요, 죄송해요. 그러니까... 실례했습니다. 나중에 또 봬요."
음, 제가 방해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다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의도가 어쨌든 방해했다는 결과는 딱히 달라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 이상 방해하는 것도 좀 그렇겠지. 나중에 또 숙소에서 만날테니 적당히 나중에 뵙자는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조금 서둘러서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바다에 갔는데 안 간 기분...이상한 기분...뭘까 이건. 사소한 의문은 주변 분위기의 중압에 밀려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요즘 출근 전철을 타는 것이 너무 힘들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사방에 사람이 꽉 들어차서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는다. 주변이 보이지 않는다. 전철 바퀴가 덜컹거리는 소리마다 나는 몸을 떨었다. 봉을 잡고, 눈을 꼭 감고. 땃쥐처럼 폭주하는 심장을 부여잡는다. 만인이여 인내하라, 용기있게 인내하라...
"스으으...스으..."
앙다문 잇새로 숨이 샜다.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비틀거리면서 승강장 벤치에 쓰러지듯 앉았다. 사람, 사람. 어딜 봐도 사람뿐이다. 나는 간신히 호흡을 고르고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는다.
왼쪽 어깨를 엉망진창으로 당한지도, 그 후에 바다에 다녀온지도 꽤나 시간이 지났다. 눌어붙은 자국처럼 남겨진 기억을 제외하면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자연스럽게 떠진 눈을 비비면서 몸을 일으켰다. 베개 대용이 되어버려 움푹 패인 인형을 대충 손으로 두드려 복원해두고 일어서서 방 밖으로 나가자...
"...음, 좀 적네 그래도...“
일상의 풍경이 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하지만 틀림없이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거실 바닥에 널린 캔이... 평소보다 적은 느낌이다. 사오리 씨가 정리해줬을리는 없고(?) 그렇다면... 이럴수가. 속보, 유즈키 사오리 씨, 드디어 간이 파업선언... 아직 부팅이 덜 된 머리로 그런 생각들을 하며 자연스럽게 캔을 주워 정리했다.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진 루틴대로 움직인 후에야 조금씩 정신이 돌아온다. 시계를 보면... 느지막하지만 아직은 아침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대다. 어떻게 할까...
>>60 하루의 시작은 언제나 사람들의 물결과 함께합니다. 빽빽하다시피 한 인파에 겨우겨우 끼어 출발하였고, 조금 편해질랑 싶으면 다시 밀려들어 앉아 갈 틈이 없었습니다. 간신히 내린다 하여도 무수히 많은 인파에 치여 가게 되었지요. 오늘의 출근길은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임에도 힘든 것은 어째서일까요. 에스컬레이터에 탈 무렵에야 나루미는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어지러운 인파 속에 있다 한 두줄만이 질서있게 움직이는 공간으로 오게 되었으니, 이제 좀 숨이 트였을지도 모릅니다. 지상이 아닌 지하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게 되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습니다...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은지 얼마 되지 않아, 나루미는 본부에 도착하였습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카드키를 찍고 들어서자, 평소와 다를바없이 오가고 있는 정복을 입은 직원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직원들 몇몇이 구 도쿄에서 열리는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지만, 그 외에는 특별히 소란스러운 일은 없어보였습니다. 사도가 침입하지 않은 본부는, 여느 때와 다를바 없이 평화로웠습니다.
>>62 평소보다 덜 어지럽혀진 현장을 보고 돌아와선, 나츠키는 느긋하게 간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일 년 내내 여름인 나라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봤자 수없이 많이 있던 방학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가는 날과 가지 않는 날은 정말로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이건 학생의 이야기고, 직장인은 여느때와 별 다를 바 없이 출근을 할 것입니다.
"좋은 아침이란다 나츠키~! 일어날 시간이야~! "
편히 여유를 만끽하던 것도 잠시, 방 밖에서 유즈키 사오리의 경쾌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방학 아침에 좀 쉬어주어야 하는데 쉬지 못하게 하다니 참 이게 무슨 일인가 싶습니다.
좀 더 쉬시겠습니까, 아니면 소리를 듣고 나가보시겠습니까?
>>69 어느 때와 다를바 없는 아침 시간, 타카기는 일어나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아침 시간대에 요리라면 가벼운 것도 좋을 것이고, 간단히 간식 정도도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뭐가 됐던간에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으니까요. 아버지께서 아침 일찍 도장에 가셨기 때문에 오늘 아침은 타카기 혼자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먹을 사람이 없게 된 아침인지라, 사람에 따라 조금 쓸쓸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창 즐겁게 찾아보던 와중, 휴대전화에 갑자기 의미불명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껏 한번도 걸려오지 않은 전화번호인데,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휴대전화이며, 집전화나 도장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눕자마자 어째서...? 그렇게 말할 거라면 조금 전에 캔을 치울 때 나와서 해주시지 그랬어요 사오리 씨... 절대 본인 앞에서 말하지 못할 말을 입 안에서 굴리면서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음, 어쩌지. 못 들은 걸로 하고 그냥 있을까. ......음, 아니야. 그렇게 철판을 깔 정도의 사이도 아니고... 집주인이 문 열고 들어오기 전에 내가 나가는 쪽이 여러모로 좋지 않나?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그래, 뒹굴거리는 건 나중에 해도 좋겠지... 나가기 전에 잠시 양손으로 볼을 가볍게 치는 걸로, 입 안에서 구르던 말도, 불만스러운 표정도 전부 지워버렸다. ...지워버리려고 했다. 잘 됐을진 모르겠지만.
"...좋은 아침이에요 사오리 씨. 안녕히 주무셨어요.“
문을 열고 거실 쪽으로 나갔다. 표정까진 모르겠지만, 일단 입 안을 구르던 불평은 적당히 아침인사로 바꿔서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지. ...아직 출근 안 하셨던건가?(?)
- 들었어? 그 유럽 지부에서 조만간 새로 기체가 올 거라던데. - 아- 들었어. 2호기가 이번에 새로 온대지? - 유럽 지부에서 웬일로 2호기를 넘겨준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간에 잘 됐어. - 그래봤자 개발 중이던 걸 다시 돌려 받은 것 뿐이잖아? 문제가 있어서 우리 쪽에 있다 그 쪽으로 옮겨갔던 거라면서. 그, [ 실험 중 사고 ] 말이야.... - 쉬잇, 그 얘기 여기서 꺼내면 안 되는거 알지? - 하하... - 그거라면 어찌저찌 잘 해결됐다고 하니 더는 걱정할 거야 없을거야.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고.
사무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나루미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인데, 유럽 지부와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새로운 기체가 조만간 올 거라는 소식으로 보였습니다.... 조금 미심쩍은 이야기가 들리긴 하였습니다만 특별히 신경쓸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나루미의 일과 바로 관련된 일은 아닐 테니까요, 그렇지요?
사무실에 도착한 나루미는 여느때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는 타카야마 차장과, 수없이 많은 모니터에 둘러싸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직원들로 아침부터 첩보부 사무실은 한창 시끌벅적하였습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몇주 사이 신입 몇몇이 첩보부에 새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인원 충원이 충분히 된 것은 아닙니다만, 시위 이후 꽤나 비어있던 자리가 조금이나마 채워졌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더는 막내 직원이 아니라는 것은 조금 아쉽게 되었을수도 있겠습니다....
"......미즈노미야, 이 개자식이....당장 돌아오지 않고 이게 뭔.......! "
전화기를 내려놓고는 낮게 이를 갈며 중얼거리는 타카야마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좋을 겁니다. 별 일 아닐테니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을겁니다. 설마 무슨 일이 터지기라도 하겠습니까?
>>73 나츠키가 문을 열고 나가본다면, 여느 때와 달리 제법 말끔하게 꾸민 모습의 유즈키 사오리를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만 바르지 않은 듯한 눈화장부터, 세밀하게 꼼꼼히 바른 듯한 피부화장까지. 오늘의 사오리는 어딘가 지나치게 빡세게 꾸민 경향이 있어보였습니다. 평소엔 헐레벌떡 출발하느라 대충대충 화장하던 그녀였는데 무슨 일인건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어디 일정이라도 생긴 것일까요?
"나야 잘 잤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느라 조금 힘들었지만 좋은 아침이란다! "
유즈키 사오리는 손을 흔들며 나츠키에게 인사해보이려 하였습니다... 복장 역시 그녀는 평소의 타이트한 차림과 달리 굉장히 단이 긴 옷을 입고 있었는데, 옆트임이 있긴 하였습니다만 긴 치마를 입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웬일로 오늘은 단정한 차림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좀 제법 나이답게 입은 것 같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이 있어서 오늘은 구 도쿄에 가보려고 하는데, 같이 가겠니? "
사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나츠키를 바라보며 웃어보이려 하였습니다. 구 도쿄라면, 역시 N2폭탄을 맞았던 관동쪽의 그 옛 도쿄 지역을 이야기하는 것일 겁니다. 갑자기 구 도쿄라니 무슨 일인걸까요?
전화를 받자 타카기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갸날프고, 작지만 알아들을 순 있을 정도의 목소리. 타치바나 아유미의 목소리입니다.
- 요리미치 타카기, 군의 전화가 맞나요.
다행스럽게도 스팸은 아니었고, 네르프 그것도 파일럿 쪽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전화번호를 교류하지 않았는데 대체 어떻게 타카기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온 건지 이상하였습니다만, 아마 학급위원장이나 유즈키 대령 등을 통해 전화번호를 물어보기라도 하였던 게 뻔할 테니 너무 걱정할 것이야 없을 겁니다. 그렇지요?
문을 열고 나가니까 모르는 사람이 집안에 있었다. 뭐지, 나... 모르는 사이에 이세계로 날아온건가.
...아, 아니. 잘 보니까 사오리 씨구나. 깜짝이야. 뭐야뭐야, 무슨 일이지? 엄청나게 꾸미셨는데? 평소의 그 '으아아 지각이야 지각'이라고 등으로 말하면서 헐레벌떡 나가느라 대충하시던 화장이 아니야. 이건... 뭔가 일정이 있는 거다. 옷차림도 단정한 것이 공적인 일정이거나... 아님 뭐, 음, 데이트라면 평소 복장으로 가지 않으실까 싶긴한데 데이트일수도 있겠고? 뭐지?
"아, 아... 네에. 새벽부터 수고하셨습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난건 화장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다. ...오호라, 그래서 캔이 적었구만.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덜 드신건가. 아무튼 그래서 뭐에요. 설마 꾸민 거 자랑하려고 부르셨다던가 그런 건 아니죠? 평소와 완전히 달라진 사오리 씨를 보다가, 그 뒤에 이어진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구 도쿄...요? 무슨 일이 있길래.. 제가 가도 되는 거에요?“
아니 웃지만 마시고 좀 더 뭔가... 그 일이라는게 뭔지 설명을 좀... 그보다 구 도쿄라면 진짜 도쿄? 예전에 폭탄 맞았다는 거기? 거길... 왜...? 그렇게 꾸미고 갈 장소인가 거기가? 그보다 나한테 권유하는 걸 보면 일단 데이트는 아닌가보네. 그럼 무슨 일인거지..
>>79 저 뒤에서 한창 열불을 내고 있는 타카야마를 뒤로 하고, 나루미는 신입 직원들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이려 하였습니다.... 첫 출근부터 바로 앞에 차장이 있는 자리에 앉게 된 나루미와 달리, 새로 온 직원들은 출구쪽에 가까운 자리에 모여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신입들은 운 좋게도, 상관의 눈치를 그나마 덜 볼 수 있는 자리에 당첨된 모양이었습니다. 바로 옆에 카스가오카가 붙은 채로 신입들은 한창 일을 배우고 있었습니다만 조금 위화감이 드는 점이 있다면, 이번에 신입들은 하나같이 영어로 선임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단 것이었습니다. 몇몇 신입이 그나마 어설프게 일본어를 사용하긴 하였습니다만, 발음이나 단어 선택 면에서 확실히 네이티브가 아님을 알수 있었습니다.
- 자, 오늘 업무 리스트는 이렇게 확인하면 되고. 제1지부에서 있다 왔으니 MAGI 프로그램 사용법은 이미 숙지하고 있겠지? - 감사합니다, Miss 카스가오카. 저희들은 바로 업무에 들어가면 됩니까? - 당장 너희들이 처리할 일은 많지 않으니 쉬엄쉬엄 해. 연락처 리스트랑 암호 싹 다 외워놓는 거 잊지 말고.
바쁘게 모니터를 가리키며 설명하는 카스가오카의 말에, 낮은 목소리가 응답하려 하였습니다. 나루미에게는 조금, 익숙한 얼굴이기도 하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연회? 뭘 시연하는 자리인거지. 그보다 그런 자리에 내가 가도 되는 거 맞아요 진짜? 잠시 뜸을 들이던 사오리 씨가 드디어 실토(?)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닐 거라고. ...그야, 대표라던가 초대장이라는 얘기를 보면 그런 분위기의 자리라기보단 공적이고 딱딱한 자리가 아닐까 싶은데. 그런 자리에 중학생 데려가도 되는 거에요? 대표로 가는거라면 더더욱... 내키지 않는다. 내키진 않지만... 대표로 두어명만 달랑 가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 아니, 그보다 네르프 직원 중에서 뽑아가라구요. ...파일럿도 직원 취급해주는거라면 뭐, 맞긴 하지만...
"...그, 저... 그냥 교복 입어도 되죠? 공적인 자리에서 입을만한 옷이 많지 않아서... 준비하고 올게요.“
별로 내키지 않는다. 아니, 확실하게 내키지 않는다. 그런 데 가는 것보다 침대에서 뒹굴고 싶다구요. 하지만... 다만... 내가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상태에서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뿐이다. 문을 안 열고 문 너머로 주고받는 대화였다면 충분히 거절할 수 있었는데. 문을 연 시점에서 내 패배였다는거지. ...그리고 뭔가, 거절했다면 그 뒤로 사오리 씨를 대하기 거북해질까 겁나는 것도 있고. 어쩔 수 없지.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어(?), 한숨을 삼키고 준비를 시작했다.
>>95 익숙한 이름에 홀리듯 다가간 나루미는 신입의 이름을 부르려 하였습니다... 그것은 저 신입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신입은 짧게 짤린 금발을 쓸어넘기며 나루미를 향해 돌아보며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천천히 한 글자 한글자씩 발음하는 동안, 그의 녹색 눈동자가 밝게 빛나며 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후카미즈 중령님?
알베르트 풀링Albert Frühling 대위. 나루미와 같은 해군사관학교 출신의, 그러나 나루미보단 한참 뒷기수였던 후임은 이제 특무기관에서도 나루미의 후임으로써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 충성, 여기서 뵙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그간 건강하셨습니까?
풀링은 장난스레 경례하며 나루미를 향해 말하려 하였습니다.... 옛 계급을 꺼내기엔 나루미는 이제 전혀 다른 기관에 와 있습니다. 그러니 예전처럼 대하지 않아도 괜찮을 겁니다.
앗 그으은데 사관학교는 생각 못했지만(???) 초반에 나루미가 한번도 안 망가진 스크류랑 한번이라도 수리한 적 있는 스크류의 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해서 아 스크류면 배인가? 자세히는 몰라도 하여간 바다쪽에서 일했던건가 싶긴 했읍니다... 그래서 나이스보트(...)도 몰줄 아는줄...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해군사관학교 출신이었던거군요... 나루미쟝...굉장해...
전자가 뭐지? 전자... 기업 이름인가? 시연회라고 했으니까 뭔가 제품을 보여준다는 느낌일거고. 근데 전자라는 기업은 못 들어봤는데... 무슨 전자제품 만드는 기업인가? 귀중한 현장이라는 걸 보면 뭔가 신제품... 획기적인거라도 나오나? 가사도우미 로봇이라던가, 그런 거 나오면 좀 흥미는 있을지도. 그래도 뭐, 재미없을 거라고 사오리 씨가 단언하는 걸 봐선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기대치를 0으로 맞추고 가야겠네.
"네-에. ...예? 헬기요?!“
편히 준비하라는 말에 대답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닫자마자 깜짝 놀랐다. 뭐라고요? 헬기를 탄다고요?! ...구 도쿄는 헬기를 타고 날아가야 하는 곳이었나? 아니면 그 전자라는 기업에서 헬기까지 지원해주는걸까... 어느 쪽이든 무시무시하네...
대충...이 아니라 나름대로 제대로 교복을 차려입고, 가방은 챙길까 말까 하다가 어차피 사오리 씨가 뭔가 가득 챙겼으니 아무래도 좋겠지 싶어서 그냥 가기로 했다. 음. 뻗친 머리.. 없음. 옷도 흐트러진 곳 없고... 좋아. 이 정도면 괜찮겠지. 평소라면 대충 나가겠지만, 사오리 씨가 엄청나게 힘을 준 게 신경쓰여서... 나는 학생이라 과하게 꾸밀 필요는 없겠지만 단정하게는 해야겠지. 좋아. 됐어. 이제 나가자.
"준비 끝났어요, 사오리 씨. ...가방 무거워 보이는데 괜찮으세요?“
문을 열고 나가자 뭔가 묵직하게 무게가 느껴지는 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이건 또 뭐가 들어있는거지... 시연회에 뭘 가져가시는거에요, 사오리 씨...
세상에, 알버트 풀링. 너도 여기로 온 거냐. 전쟁이 끝나고 부풀어올랐던 군대가 다시 쪼그라들었다. 많은 군인들이 전역 후 제 2의 삶을 시작하고 있다. 바람을 타고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처럼. 풀링과 나는 우연의 일치로 같은 곳에 떨어지게 되었다. 만약 풀링이 나보다 먼저 떨어져서 뿌리내리고 있었으면...어우.. 무서운데?
>>161 과연 타카기의 생각대로 새로운 에반게리온을 보여주는 게 맞을까요? 어쩌면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지요. 지금 상황에서 확실히 추측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입니다. 만약에 특무기관에서 주최하여 진행되는 시연회였다면, 시연회는 구 도쿄가 아닌 마츠시로나 여기 제3신도쿄시에서 열렸을 것입니다.
- ... 일본 내에서 진행되는 시연회니까, 일정을 오래 비워두진 않아도 될거야.
설마, 원래는 해외에서 진행되는 거라던가 그런 건 아니리라 믿습니다.... 일단은 갑작스런 외출인만큼, 아버지께 미리 연락을 드려두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 준비가 되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될거야. 차가 와 있을 테니까....
타치바나 아유미는 그렇게 말하며 이런 말을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말이 이 전화에서의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 다녀와.
꼭, 이번에 그녀는 가지 않는다는 것처럼 들리는 말이었습니다....
>>162 N2폭탄으로 인해 도시 자체가 날아간 구 도쿄는, 세컨드 임팩트 이후에도 복구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세컨드 임팩트 이후 일본 정부는 천도하여 재앙 이전엔 마츠모토시라 불렸던 제2신도쿄시로 수도를 옮겼습니다. 수도를 옮겼다는 것은 더이상 구 도쿄는 이전과 같이 수도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방치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황폐화된 구 도쿄는 확실히, 가봤자 그다지 재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릅니다...
준비가 끝난 나츠키가 문 밖으로 나간다면, 예의 그 무거운 가방을 들고 현관에 나와있는 사오리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츠키가 가방 안의 내용물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녀는 이렇게 대답하였을 것입니다...
"아~ 이거? 별 거 안들었어! 서류랑 노트북이랑 먹을 거랑 이것저것...? 별 거 안 들었단다! "
계급이 내려갔냐는 말에 풀링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었습니다. 이전 조직에서의 계급은 이전 조직에서의 계급인 것인지, 특무기관에서는 어째서인지 이전 계급 그대로 들어오지 못하였는데 그건 그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습니다. 원래 계급대로라면 나루미는 타카야마나 카스가오카에게 반말을 해도 무리가 없는데 말입니다. 그렇지요?
나루미와 풀링은 사무실을 나와 잠시 한적한 복도 쪽으로 이동하려 하였습니다. 타자 소리와 전화 받는 소리로 시끄러운 사무실 안보다는, 확실히 바깥쪽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입니다.
- 본부도 힘든 건 똑같은 것 같지 말입니다. 여기나 군대에 있을 적이나 어째 분위기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벽 쪽에 몸을 기대어 서선, 풀링은 나루미의 말에 긍정하려 하였습니다.... 첩보1부라 해서 첩보2부와 달리 현장에 아예 안 나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반 사무직을 생각하고 들어온 나루미라면 확실히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정보 분석만이 메인 업무일 줄 알았는데, 유사시 현장에서도 뛰는 직종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 저.....그런데 중령, 아니 대위님. 지금 이렇게 자리를 옮겨도 괜찮겠습니까?
한참 이야기하고있는 나루미를 향해 풀링이 조심스레 물으려 하였습니다... 신입이기에 할 법한 이야기이니 적당히 흘려들어도 괜찮을겁니다. 이제 짬이 찬 나루미에게 있어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은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169 [ 다녀와라, 뭔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 [ 너무 늦게 들어오지만 않으면 된다. ]
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타카기의 휴대전화로 다음과 같은 답장이 날아오려 하였습니다.... 별 걱정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구 도쿄에 가는 거라지만 설마 오래 걸리기야 하겠습니까?
준비가 끝나면 집 앞으로 나와주시면 됩니다. 네르프에서 나온 검은 세단이 타카기의 집 앞에 대기하고 있을 것입니다.
>>170 "무서울 거야 없어! 정 무섭다면 밑만 내려다보지 않으면 된단다. 자, 가볼까! "
고소공포증이 있을 경우를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싶은 발언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유즈키 사오리는 그렇게 얘기하며 먼저 엘리베이터가 있을 곳으로 향하려 하였습니다. 아마, 나츠키가 알아서 문을 닫고 나올 걸로 생각한 모양이었습니다.
나츠키가 문을 닫고 나오게 된다면, 이미 엘리베이터를 먼저 기다리고 있는 유즈키 사오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째서인지 아래쪽이 아닌 위쪽을 누르려 하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차는 지상에 세워져 있을텐데 이상하였습니다. 설마 따로 활주로로 갈 필요가 없는 걸까요?
아니 그... 그야 그렇겠지만... ...하긴 뭐, 에바에 타는 것도 생각해보면 높이 올라가는 거긴 하니까(?) 그냥 에바 탄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제대로 닫은 후 사오리 씨를 따라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설마 옥상으로 가는 거에요? ...에엑... 바로 옥상으로 오는 거에요? 헬기??“
왜 아래층 버튼이 아니라 위층 버튼을 누르고 계신건가요... 설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그건가? 건물 옥상에 헬기장이 있어서 바로 타는 거라던가? 그냥 평범한 아파트가 아니었나 여기? 위쪽 버튼을 누르는 사오리 씨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 ...아니 조금 많이... 분명 차를 타고 활주로든 공항(?)이든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179 놀라고 있는 나츠키와 다르게, 사오리의 표정은 태평하기만 하였습니다. 곧,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며 사오리는 이렇게 말하려 하였습니다....
"별 거 아니란다. 땅에 내려가기 어렵다고 해서 바로 위로 온다지 뭐니? "
나츠키의 생각대로, 이곳은 그냥 평범한 아파트가 맞았습니다. 다만 땅에서 갑자기 에바가 사출되어 나오기도 하는 제3신도쿄시인만큼, 유사시 헬기가 내려오기도 하는 일도 아주 없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도시에 온지 몇 개월 되지 않은 나츠키에게는 물론 굉장히 낯선 일이긴 할 것입니다. 제일 꼭대기층을 누르며 사오리는 말을 이으려 하였습니다...
"원래대로는 바로 공항에서 이오리랑 만나기로 했는데, 데리러 간다고 해서 길이 좀 엇갈리게 되었지 뭐니... 먼저 타고 간다고 했어. 어차피 신요코스카에서 만날 거니까. "
신요코스카는 재앙 이전엔 오다와라라 불렸던, 전략자위대의 새로운 기지입니다. 재앙 이후 일본 정부는 가라앉게 된 요코스카와 요코하마 대신 다른 지역에 새로이 기지를 건설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신요코스카요, 지금 나츠키들이 가고 있는 중간 목적지입니다. 가라앉지 않았다면 먼 길을 가게 되었겠지만, 다행히도 여기서 신요코스카까진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금방 갈 수 있을 겁니다.
>>180 모든 준비를 마친 타키기는 집 앞에 서 있는 검은 세단을 타러 나오려 하였습니다. 만약에 타카기가 차 안에 들어서려 한다면, 뒤쪽에 앉아있는 분홍 머리의 여성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연락이 늦지 않게 닿은 모양이군요, "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인, 기술부장 유즈키 이오리입니다.
"안전벨트를 매 주십시오. 저희는 신요코스카로 갑니다. "
이오리는 놀라는 기색 없이 바로 타카기에게 제 옆에 앉으라는 듯 시트를 툭툭 쳐보이려 하였습니다... 신요코스카라니 갑자기 이게 뭔 소린가 싶습니다. 이 도시에선 바로 헬기를 타기 어려운 걸까요?
되게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말씀하시네... 진짜... 제3신도쿄시는 원래 이런 건가? 여기 온 지 벌써 몇 개월은 지났지만 아직도 낯선 일들 투성이다. 맨 처음에 봤던 그 사도랑 에반게리온이 너무 굉장해서 다른 것들이 좀 묻힌 감이 있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여기서 일어났던 일들은 예전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들 뿐이니까. 태평한 사오리 씨와 다르게 내 표정은 좀... 떨떠름하지 않았을까.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로 확인하니 확실히 그러네.
"신요코스카... ...데리러...? 누가 또 오나요?“
다른 직원도 가는 건가? 에에...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끼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생각해보니 시연회 자체가 모르는 사람들 엄청 모이는 장소잖아. 앗, 역시 가고 싶지 않아졌어. 엘리베이터가 이미 올라가고 있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철회 가능할까? 이미 늦었나? 다급하게 층수를 확인해보니 이미 맨 위층에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왜 이럴 때만 빠른거야, 이 엘리베이터...
>>188 나루미와 풀링은 첩보부 사무실로 돌아가려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불안한 느낌과 달리 사무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어째서인지 다들 지나치게 제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경향이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말단 신입부터 선임 직원들까지 하나같이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아, 후카미즈 양. 돌아오셨습니까? "
대체 왜 이들이 이러고 있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나루미는 들어오자마자 다급하게 부르려 하는 타카야마 차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 다른 사람을 부른 거 아니냐 싶으시겠지만, 타카야마는 지금 똑바로 나루미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의 손에는 서류 파일이 하나 들려 있었는데, 뭐가 들어있는지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193 모든 제3신도쿄시에 있는 직원들이 유즈키 사오리와 같이 태평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 도시에 있는 모든 직원들이 전투원이 아니며, 비전투원인 네르프 직원도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다만 그들은 재앙을 겪은 세대이기 때문에 재앙 이후 세대보다 비교적 당황하는 일이 덜할 뿐입니다.
"아, 우리만 가는 게 아니라 기술부장도 같이 간단다. 그 분홍 단발머리 기억하지? "
머리에 대해서 묘사라도 하려는 것인지 자기 귀 밑으로 가볍게 손짓해보이며 사오리가 말을 이으려 하였습니다.
"하여튼간에 이오리 걔가 동행인을 데리고 간다고 했거든. 아마 타카기가 오지 않을까 싶단다. "
아유미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것으로 보니, 이번에 타치바나 아유미는 따라가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띠링,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추더니 곧 문이 열리려 하였고, 나츠키는 곧 텅 빈 옥상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오게 된다면, 나츠키는 아직까지는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가 들리는 일 없이 조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저 아래 지상이 어떠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옥상 위는 뭐가 내려오는 일 없이 고요하였습니다. 어쩌면 곧 헬기가 올 지도 모르니, 가볍게 기다리며 잠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무튼간에 고소공포증만 없다면 나츠키는 편히 타고 구 도쿄까지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요?
검사 결과 다행히도 인대가 끊기진 않았는데 염증이 좀 많이 심해서 당분간은 일을 좀 쉬어야 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돌아왔습니다. 현생일이 여간 빡센 게 아니었는데 이제 현생일을 한결 좀 쉬엄쉬엄할수 있어서 기쁜 레캡입니다. (ㅋㅋ) 토요일 점심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실까요? 주말인 만큼 다들 마음 놓고 쉬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240 나츠키주 어서오세요. Good-saturday 입니다. (@@)👍 몸살이나 정신적 안정이 필요한 경우 아니면 웬만해선 진행에 문제는 없을 테니 괜찮습니다. 다만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판정 속도가 조금 느릴 수 있단 점 미리 레스주 여러분들께 양해를 구하고자 하는 레캡입니다...(ㅠㅠ)
>>247 경우에 따라선 태블릿을 들고오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노트북을 교과서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5년의 붉은바다 세계에서는 전자책이 실물교과서를 완전히 대체하였습니다. 다만 시험 부분에서는 종이 시험과 컴퓨터 시험이 혼용되고 있을겁니다. (@@)👍
ㅋㅋㅋㅋ... 앗 그래두 망할 아버지...쪽은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나름 에바 개발의 총책임자이기도 했고... 나츠키도 좀 뭔가 이과쪽 머리 물려받은거였으면하고 혼자 생각해놓긴 했었슴니다 아마 좀 나중에 언젠가(?) 다듬어서 웹박으로 보냈을수도 있고 하여간...그렇습니다...
초반부터 진짜 극시리 전개 가게 되면 진짜 정말로 곤란해서(...)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진행에서 일부러 묘사하지 않았는데, 에피소드3 종료 이후부터 페이즈2 시작될때까지 수 주동안 반네르프 측 인사들이 특무기관 및 제3신도쿄시 내 기업에서 대거 추방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무튼간에 저녁 시간대인만큼 좋은 노래 하나 듣고가고자 하는 레캡입니다. 다들 좋은 저녁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285 기대하시기 보다는 마음을 다잡고 계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ㅠㅠ)
"네. 아까 이오리 씨도 같이 가신다고 하셔서 그건 알고 있었지만요... 엑, 요리미치도 가요?“
기술부장이 누구인지도 알고, 아까 이오리도 같이 간다고 했던 사오리 씨의 말도 기억하고 있기에 일단 이오리 씨가 가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 동행인이 요리미치일거라곤. 기술부 직원이라도 오나 싶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동행인이네. ...아유미는 안 오나? 이름이 안 나오는 걸 보면 아마 그런 것 같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내리자마자 나를 반겨준 것은... 텅 비어있고 조용한 옥상이었다. ...헬기는...? 아직 안 온건가? 가볍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조금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아니, 역시 처음이고... 영화에서 보면 막 소리 엄청나던데 괜찮을라나.
>>324 "타카기 말이니?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데리고 오지 않을까 싶단다. 아무래도 우리 둘만 가기는 역시 좀 그러니까 말이야."
나츠키의 말에 사오리는 두말할것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려 한 뒤, 이런 말을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 해외 지부 측에서 사람이 몇 오긴 하지만, 본부 인원은 정말로 몇명 가지를 않으니까. "
대체 어떤 행사가 열리기에 해외 지부에서까지 사람이 온다는 것일까요? 뭔 일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사오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멀리서부터 무언가 돌아가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요란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만약에 나츠키가 고개를 위로 올린다면,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두두두두... ....
NERV 로고와 함께 붙어있는 [ UN-0876-32 ] 란 커다란 문구가 눈에 띄는, 거대한 진녹색의 헬리콥터가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딱 봐도 둘만 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은, 여러명은 충분히 탈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헬리콥터였습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항공기에 관심 있는 이가 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면, 저 기체가 CH-53 기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었습니다.
"자, 헬기도 왔겠다, 이제 가볼까! "
천천히 옥상 아래로 착륙하고 있는 헬기를 향해 사오리가 먼저 발을 옮기려 하였습니다... 높이가 있으니 최대한 조심스레 탑승하는 게 좋겠습니다.
>>325 "미즈노미야 부장이 추가 인원 파견을 요청해서 말입니다.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한두명 정도가 더 와야 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
타카야마 차장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습니다. 최대한 아래로 내리깔려 하는 목소리에 서류를 쥐고 있는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 그가 지금 단단히 화가 나있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추측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대체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최근에 들어온 직원 중에서 오기를 바란다 하기에 어떻게 갈 수 있는 직원을 찾아 보고 있었습니다. 하여간 미즈노미야 그 자식, 대체 몇달동안 유럽 지부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원! "
이마를 짚으며 잠시 질끈 눈을 감으려 하다, 타카야마는 다시금 나루미에게 물으려 하였습니다.
"하여튼간에....아마 출장은 러시아 쪽으로 가게 될 텐데, 한 가지만 미리 여쭤보고자 합니다. 후카미즈 양께선 비행기 타는 것에 문제가 없으십니까? "
...불안한 느낌이, 점점 올라오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326 타카기가 차에 들어서기 무섭게, 곧 요란한 시동음과 함께 차체가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상당히 다급한 것인지 세단은 빠른 속도로 달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창 밖을 돌아보려 하였다면, 눈 깜짝할 새에 주택가를 지나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 아무리 또래보다 중심을 잘 잡는 타카기일지라도 차체가 흔들리면 한 쪽으로 급격히 쏠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물어도 좋습니다. "
가볍게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던 기술부장이, 타카기를 향해 말하려 하였습니다... 이번 일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질문해도 좋을 듯 합니다.
해외 지부에서도 사람이 온다고? ...네르프 해외 지부에서? ...엑, 진짜로 무슨 시연회인거지? 내가 가도 되는 자리가 맞는건가? 그냥 단순히 제품 시연회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그리고 그 불안감보다도 빠른 속도로 뭔가 돌아가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요란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손으로 누르며 위를 올려다보니, 엄청나게 큰 그림자랑 큰 소리가-
"우와... 엄청 커...“
헬기라던가 항공기라던가, 그런 쪽에 관심은 없었지만 일단 딱 봐도 이 헬기가 무지 크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뭐랄까, 조금만 더 길고 프로펠러가 하나가 아니었다면 비행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 수준? 이런... 이런 걸 타고 가는 건가... 뭔가 엄청난데..
"아, 네에. 와앗, 높다..“
사오리 씨를 따라 헬기 쪽으로 향했다. 높이가 제법 높아서 조금 당황스럽네... 조심스럽게 헬기에 탑승했다. 영화에서 보던 건 작은 헬기에 세 사람 정도가 몸을 우겨넣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큰 것도 있구나...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리저리 돌아다닌데. 신기해...!
단언컨대 차장은 내 인사서류를 정확히 '절반만' 읽었다. 그래! 나 러시아어 할 줄 안다! 발음이 100% 네이티브하진 못해도, 원어민들과 문제 없이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왜 러시아어를 익힌건지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나를 러시아로 가라고 하지는 못할텐데? 직접 칼로 목을 친 것은 아니나, 내가 바닷속에 묻은 이반들을 모으면 작은 아파트 한 단지는 될 것이다.
러시아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있다. 차장은 알고 이러는 건가 모르고 이러는 건가? 어느쪽이든 참 실망스럽다! 나도 당신만큼 화가 나는 기분이야.
"명령하신다면 저는 불만이 없습니다. 하지만 차장님, 제가 러시아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으신다면 그 때 제 인사 서류의 경력 란을 한번만 더 읽어주시겠습니까?"
그러나 내가 세컨드 임팩트를 경험하고 얻은 소중한 마음가짐 중 하나. 피할 수 없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인정한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겸허히 하는 것.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바보같은 소리는 아니고 -즐길 수 있으면 피할 이유도 없다- 피할 수 없는 일을 대비하라는 마음가짐이다... 부장 직통 라인에 발이나 담궈보는 셈 치지..
"이퀄라이징은 무리없이 가능합니다."
결론. 가 주마.
@오냐 간다^^ 이퀄라이징은 기압차로 귀가 먹먹해질때 해결하는 기술입니다! 나루미주가 처음 비행기탈때 이게 안돼서.....(먼산
>>332 나츠키는 조심스레 사오리를 따라 헬기 내부로 들어가려 시도하였습니다.... 커다란 기체에 걸맞게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나츠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나치게 넓다 못해 황량한 것이, 이 기체가 순수 여객 수송용이 아니라 군용임을 보여주는 듯 하였습니다. 이 넓은 헬기에 아직까지 타고 있는 인원이 네르프 측 조종사들 뿐이라니, 기술부장쪽과 합류하기 전까진 조금 많이 쓸쓸한 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부 차창이 생각보다 큰 것이, 가는 동안 창 밖을 바라보며 가도 괜찮을 듯 싶어보였습니다.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구나. 총사령관님도 타고 다니는 기종이거든. "
사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중간 좌석으로 향하려 하였습니다. 아버지가 타는 기종이라면 괜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겁니다.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원하시는 자리에 앉아주세요. 안전벨트를 매고 앉는 대로 헬기가 출발할 것입니다.
>>335 ".....도착하자마자 저 대신 미즈노미야 녀석의 멱살을 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것인지, 타카야마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나루미의 이력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로의 파견 얘기를 꺼내는 것을 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을겁니다. 뭐가 됐던간에 너무 걱정할 것이야 없습니다. 설마 북극해 한가운데에서 움직이기라도 하겠습니까?
"여권은 따로 챙기실 필요가 없을 테지만 만일을 대비해 챙겨 가는게 나을 겁니다. 신요코스카로 갈 것도 없이 바로 지상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타카야마는 그렇게 말하며 나루미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 파일을 건네려 하였습니다...... 내용물이 뭔지 당장 확인해 볼 필요는 없을 겁니다. 비행기에 도착하고나서 확인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렇게 넓은데 사람이 조종사랑 사오리 씨, 그리고 나뿐이라니... ...황량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여객용이 아니잖아 이거..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이건 분명 군용기라던가 뭐라던가 하는 그런 종류일거야... 그래도 창이 큼직한건 마음에 든다. 밖을 보면서 갈 수 있겠어.
"아버지가... 타고 다닌다고요, 흐음...“
...헬기타고 다니는거야, 아버지? 뭔가 자주 탄다는 것처럼 들려서 좀 놀랐다. ...하긴, 총사령관이라는 직책이니까 그럴듯하네. ...근데 그게 내 마음에 드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흥, 망할 아버지가 타고 다니는 헬기 같은 거... ...아버지는 어느 자리에 앉았을까. 잠시 좌석들을 둘러보다가 적당히 창가 쪽에 앉기로 했다. 어... 아버지랑은 별개로, 창이 이렇게나 큰데 안 보고 간다면 손해야 손해.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창가에 고개를 바싹 가져다댔다. 바로 출발하나?
>>345 만일 그게 대사도전을 위한 기체가 맞다면, 최초 사도의 침입이 있은지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았으니 엄청난 속도로 개발 된 기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연 전략자위대가 어떻게 알고 개발하였을지, 어떻게 개발하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직 중학생인 타카기가 머리를 싸매고 생각할 것은 아닐테니 지나치게 생각할 필요까진 없을 겁니다. 중요한 건 딱 두가지입니다. 해당 기체에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는가. 그리고, AT필드 없이 사도를 제대로 막을 수 있는가?
"...글쎄요, 어떻게 만들었을지는 직접 봐야 알겠지요. "
타카기의 질문을 들은 유즈키 부장은,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하곤 창 밖을 내다보려 하였습니다... 어째서인지 기술부장은 그 말을 하며 주먹을 꼭 쥐고 있고 있었는데, 뭔가를 말하려는 걸 최대한 참으려는 모양새였습니다.
"에반게리온 만큼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테니, 부디 마음껏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현장 학습을 나온 거라 생각해 주십시오. "
숲을 지나고 지나, 구불거리는 길을 계속 지나고 지나, 어느덧 표지판은 바뀌어 생전 모르던 지역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도시 외곽은 진작에 빠져나온지 오래입니다. 신요코스카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350 나츠키가 안전벨트를 매기 무섭게, 문이 닫히더니, 곧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헬기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땅 위로 서서히 떠오르는 느낌은, 사람에 따라 썩 좋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만약에 나츠키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정말로 좋지 않은 느낌을 받고 창 밖을 보기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편히 등을 기대고 창 밖을 바라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방금까지 나츠키가 있었던 아파트는 점점 작아지더니, 점과 같이 변하고 있었습니다.
"어떠니, 나츠키. 빠르게 올라가는 거랑 서서히 올라가는 것은 좀 많이 다르지 않니? "
초호기를 탔을 때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올라가게 되어 쏠리는 느낌이 덜했지만, 헬기를 탄 지금은 자칫하다간 쏠리기 쉽상이었습니다. LCL이 안에 있느냐의 차이인 것일까요, 반동은 고스란히 탑승자에게 전해져 오고 있었습니다.
신요코스카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 편하게 창 밖을 보며 기다리고 계셔도 좋습니다.
>>351 갑작스럽게 정해진 러시아행 출장은 썩 좋은 일로 여겨지진 않았을 것입니다.... 비록 전 직장에서의 인연이 있던 후임이 오긴 했습니다만, 뭐가 됐던간에 과거의 전장에 가게 되는 것만큼 기분이 안좋아지는 일을 무마해 줄수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나루미에게 있어 반어법적으로 좋은 날이었습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러하였을 것입니다.
사무실을 나서고, 집으로 가는 길에 서류를 확인해보려 하였다면, 네르프 유럽 지부의 로고가 박힌 하얀 출입카드와 이번에 나루미가 가게 될 출장지에 대한 정보가 담긴 종이 몇장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베타니아 베이스. 유럽 연합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관리중인 네르프 유럽 지부 산하 기지. 가설 에반게리온 5호기를 이곳에서 관리 및 건조중이라고 하는데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건 이 곳의 위치랍시고 나와 있는 곳입니다.
이 기지, 북극해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습니다.
- ♬♫〜♪♩〜 ♬
서류 파일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것도 잠시, 나루미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국제전화로 추측되는, 한 번도 걸려오지 않은 번호입니다. 전화를 받아보시겠습니까?
서서히 헬기가 위로 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위로 상승하는 느낌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웠다. 등이 오싹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에바에 탔을 때랑은 다른 느낌... 창 밖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손으로 안전벨트를 꼭 붙잡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슨 차이지... 속도? 고도? 아니면 LCL의 유무?? 어느 쪽이든 의외로 헬기보다 에바의 탑승감(...)이 좋다는 사실이 꽤나 놀라웠다. 어느 쪽인가 하면 헬기 쪽이 더 타기 쉽지 않을까 했었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니네...
"으으... 완전히 다른데요 이거... 에바 쪽이 좀 더 나을지도...“
...이제 적응을 한 건지, 아니면 적정고도에 도달해 더 이상의 상승이 없는 건지, 아무튼 위로 올라가는 그 오싹거리는 느낌이 좀 줄어든 것 같아서 시선을 창 밖으로 향했다. 아, 굉장해. 엄청 높이 올라왔네. 아파트가 점처럼 보여!
"―우와, 엄청 높아! 굉장하다!“
뭔가 좀 모순같지만, 높은 곳까지 올라갈 때의 그 상승감은 힘들지만 그렇다고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었다. 높은 곳이 무서우면 이미 에바 탑승 때 울고불고 난리를 치지 않았을까... 아무튼, 어느 정도 안정된 지금은 창 밖을 구경하며 들뜬 채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팔랑팔랑. 종이쪽이 살랑대며 한 장씩 넘어간다. 내가 가게 될 곳은 베타니아 베이스. 유럽과 러시아가 관리하는 네르프 유럽지부의 시설이라. 유럽과 러시아. 볼 때마다 우스웠다. 러시아는 철의 장막을 걷어냈고, 유럽은 쇳물에 녹아 시뻘개졌다.
하지만 것보다 더 놀라운 게 있다. 러시아는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였다. 그럼 목적지인 베타니아 베이스는 어디? 북극해 한복판! 나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었다. 나의 청춘 10년을 잡아먹은 애증의 북극해여... 왜 이래 우리 다 끝난 사이잖아 계속 이렇게 질척거릴래?!
"방한복...챙겨가야겠다."
또 무엇을 챙길까. 아파트 승강기를 타고 올라 집 현관으로 가는 복도를 걸어갈 때. 전화가 왔다. 처음 보는 번호의 국제전화다. 이게 미국 번호인가? 정신이 없어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 도어락을 열며 나의 통신 회선 또한 개방한다.
살짝 높은 톤으로 들리고 있었습니다만 앳된 티가 나지 않는 것이, 명백한 성인 남성이 내고 있는 소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좀.....많이 당황스러운 전화이지 싶습니다. 대체 어떤 미친 사람이 전화가 받아지자마자 미 해군 군가를 부르고 있단 말입니까?
- 하하하... 북극에 다시 오게 된 소감은 어떤가, 후카미즈 대위?
유감스럽게도 노래를 부르고 있던 미친 사람은, 나루미의 직속 상관이었습니다. 경쾌하게 웃으며 내는 말씨와는 별개로 남성의 목소리 뒤로 계속해서 총성과 뱃고동소리가 들리고 있어, 중간중간 소리가 묻혀 뭔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가 힘들었습니다... 배에 있는 것은 확실해보이는데 총성은 왜 들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첩보부장께선 지금 무슨 상황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걸까요?
- 자세한 건 러시아 영공에 진입하게 되면 설명해주겠지만, 기지 진입이 우선이란 점 기억해주길 바라네♬ - 도착하는 대로 이 번호로 연락해 주도록. 미안하지만 지금은 내 목숨 하나 건지기도 힘들어서 말이야...!
여전히 끊기지 않고 있는 전화 화면을 살펴보려 하였다면, 나루미는 한 가지 중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번호....미국 번호가 아니라 러시아 번호입니다.
개인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 Lasciate ogni speranza ▶︎ 유럽 연합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운영중인 베타니아 베이스는, 러시아 영해에 위치한 노보시비르스크 제도에 위치해 있습니다. 수많은 암초와 빙산이 떠다니고 있는 북극해는 재앙 이전에도 이후에도, 전쟁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국가 간에 긴장감이 돌고 있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 타 국가 군대에게 들키지 않고 베타니아 베이스까지 무사히 진입하십시오. ▶︎ 보상 : ??????
한 주의 마지막 요일 되는 일요일 아침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실까요? 그나마 어제는 좀 쉬엄쉬엄할 수 있었는데 오늘부터는 다시 갈릴 듯 해 눈물이 앞을 가리는 듯 합니다. 12월이 되기 전 마지막 주말인 만큼 여러분 모두 편안한 주말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경쾌한 사오리 씨의 말에 나는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진짜 굉장하다. 제3신도쿄시의 전경이 바로 아래에 펼쳐져 있다니, 정말 처음이야. 그야말로 창문에 달라붙다시피 하며 더 아래쪽까지, 더 먼 곳까지 보려고 했다. 굉장해, 굉장해! 도시가 미니어쳐 같이 보여! 한참을 감탄하다가 이어지는 사오리 씨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으응...?
"...어떤 제품이길래 그런 폐허나 다름없는 상태인 곳에서 시연회를...“
구 도쿄는 이렇게까지 굉장한 느낌은 아닐 거라고 하는 말에 또 다시 의문이 생겼다. ...왜 그런 곳에서 시연회를... ...정상적인 제품의 시연회가 아닌 것 같은데? 난 대체 어디를 가고 있는거지? 뭘 보러 가고 있는거지? 내가 기대하던 건 가사의 부담을 덜어줄 가사도우미로봇(귀여움 기능 탑재) 정도였는데... 전자라는 기업은... 대체 뭘 하는 곳일까...
"앗, 벌써 착륙... 흐익...“
신요코스카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안내 방송에 무심코 긴장했다. 아니이... 몸이 뜨는 감각도 싫지만 아래로 내려가는 감각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안절부절하던 양손은 다시 안전벨트를 꽉 잡는다. 고개도 서서히 창가에서 떨어져 내 무릎 쪽으로 내려간다. 으으으, 차라리 빨리 착륙했으면... 아니 역시 무서우니까 천천히... 조종사에게 닿지 않을 말을 입속에서 굴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합금 현관이 무거운 쇳소리와 함께 닫혔다. 신발을 벗고 바닥에 발을 대자마자 들려오는 소리. Anchors Aweigh. 모르는 번호, 모르는 사람일텐데 뭐하는 놈이 전활 걸어서 이 난리야?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화면을 보았다. 역시 모르는 번호...잠깐, 이건 러시아 번호다.
"내 번호 어디서 찾았어 이 새ㄲ 혹시 미즈노미야 부장님이십니까?"
나는 절로 흥분해서 러시아어로 씨부렸다. 그러나 전화 너머 미친놈의 신원을 파악하자 내가 실수를 했응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부장님 제가 러시아에 원한 산 사람이 많아서 그만. 지금 출발할 준비중인데...."
이게 무슨 소리지?
"부장님 지금 교전중이십니까?!"
금고를 열고 여권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놓았다. 직감이 여권을 버리라고 외친다. 이건 여권을 가져가면 안된다. 이 출장은 정문으로 들어가서 악수나 하는 출장이 아니다.
러시아에 갔다가 내 신분이 공식적으로 노출된다면 일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갈 것이다. 나는 꽉 끼는 근무복만 벗어버리고 편한 평복으로 갈아입었다. 아무것도 새로 챙기지 않고, 휴대전화랑 받은 서류만 다시 들고 네르프로 돌아간다.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곧 차가 멈추고, 타카기들은 차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만 타카기가 나오자마자 보게 될 풍경은, 아직 중학생인 타카기에게는 익숙치 않은 풍경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도 그럴게 보통 일반 공항에선 군용 헬기와 전투기들을 보기가 어려웠으니까요. 대체 왜 세단이 이곳으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타카기가 나가려 할 때 이오리 역시 뒤따라 나오며, 이런 말을 하려 하였을 것입니다....
"신요코스카 비행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요리미치 군. "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 헬리콥터가 내려앉으며 불어오는 거센 바람, 끝없이 넓게 깔린 아스팔트, ...저 멀리서 보이고 있는 붉은 바다.
재앙 이후 무너진 요코스카를 대신해 일본 정부가 새롭게 지은 항공기지, 신요코스카 비행장입니다. 신요코스카 비행장은 단순 비행장 역할만을 하는 곳이 아니어서, 저 바다 너머에서 오는 항공모함들이 정박하는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저희는 저기 오고 있는 녹색 헬기를 타고 갈 겁니다. 마침 저기 오는 군요. "
이오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탈탈탈 소리와 함께 나츠키들이 탄 CH-47 기체가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착륙할 때의 느낌은, 천천히 내려가고 있기 때문인지 다행히도 이륙할 때보다는 한결 괜찮았습니다. 요란하게 바람을 일으키며 완전히 헬기가 내려앉을 무렵, 곧, 헬기의 문이 열리고, 유즈키 사오리는 지상으로 내려와 저 멀리 보이는 타카기네를 향해 소리치려 하였습니다.
"이오리-! 타카기 군-! 여기야 여기! "
타카기가 고개를 돌아보려 하였다면, 헬기 앞에서 큰 소리로 외치며 손을 흔들고 있는 유즈키 사오리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륙할 때보다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확실히 천천히 내려가서 그런가... 급강하 할때의 그 오싹한 느낌은 덜했네.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 슬쩍 창 밖을 내다봤다. ...넓은 활주로와 그 너머에서 보이는 붉은색 바다. 여기가 신요코스카... 사오리 씨는 헬기가 내려앉기가 무섭게 문을 열고 내린 것 같았다. 어, 어어, 나도 내려야하나? 어차피 이걸로 구 도쿄까지 갈 거고, 여기서는 합류만 하는거니까 안 내려도 되겠지...? 문 쪽을 돌아보자 저 너머에 이오리 씨와 요리미치가 보였다. 두 명이 타고나면 다시 출발하겠구나... 그럼 난 안 내릴래. 안전벨트 다시 매기도 귀찮고.
"...확실히 평범한 시연회는 아니겠네... 하아, 집에 있을 걸 그랬나.“
시선은 다시 창가 쪽. 저 너머의 붉은색 물결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와서 새삼스럽지만, 잘 생각해보면 기술부장이 직접 보러가는 시연회다. 분명 에바에 관련된 제품의 시연회...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왜 처음부터 생각하지 못했을까. 기합넣은 사오리 씨를 보는 게 처음(?)이라 놀라서 그랬나. 아니면 방학이라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간 걸까. 어느 쪽이든... 어차피 이젠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니 아무래도 좋지만.
경쾌하게 웃는 남성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미즈노미야가 말하는 와중에도 총성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는 것이, 썩 좋은 상황은 아닌 듯 싶어보였습니다....
- 미안하지만 우리는 바다를 건너야 해서 말이지...! 장갑차 같은 건 전혀 소용이 없을 거야! - 그러니까 뭘 크게 준비해 오진 말고, 카메라 조심할 생각 하고! 방탄복이나 권총에 들어갈 탄약 정도만 챙겨갖고 오시지요, сестра. ♫
...지금 이 사람, 나루미를 무슨 호칭으로 부른 건가요? 당황스러운 호칭은 잠시 잊는 게 좋겠습니다. 아무튼간에, 나루미는 본부에 도착하는 대로 간단히 챙기고 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부사령관 쪽에서 동행인을 보낼 텐데, 그 친구와 같이 오면 될거야.
서류를 도로 챙기고 본부로 향하는 새, 나루미의 전화기에서 좀 의아한 내용이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동행인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출장엔 나루미 혼자 가는 게 아니었던 걸까요?
>>416 사도가 습격하지 않는 하루는 너무나도 평화로웠습니다. 저 바깥에서 재잘거리며 지나가는 아이들 목소리, 맴맴 거리며 한창 울고 있는 곤충 소리, 이따금씩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 일상을 보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하루였습니다만, 우리들에겐 평범한 일상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세계의 가장 큰 위기에 발을 담그고 있는 만큼, 언제 어느때 출격하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아이들이라면 대기하고 있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 파일럿과 같은 경우는 달랐습니다.
- 띠링,
한참 휴식을 취하고 있는 미츠루는, 휴대전화에서 익숙한 알림음이 울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벨소리와 같이 연속해서 들리는 것이 아닌, 딱 한번만 울리는 알림음이었습니다. 보나마나 단순 문자나 라인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한숨을 쉬며 나츠키는 창밖을 바라보려 하였습니다... 잘못 들은게 아닌 것인지, 저 멀리에서 유즈키 박사가 타카기를 데리고 함께 오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어서오려무나! 편하게 앉으렴, 어디에 앉아도 좋단다, 빈 자리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
힘차게 소리치며 오고 있는 타카기를 향해 사오리는 손짓하며, 제 뒤에 있는 빈 자리들을 가리키려 하였습니다... 고작 사오리와 나츠키 둘만 타고온 헬기인 만큼, 어딜 앉아야 하는 걱정 없이 아무렇게나 앉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원하시는 자리를 선택해 앉아주세요. 어느 쪽 자리에 앉던 불이익은 생기지 않습니다.
과연 나츠키가 가게 될 시연회는 평범한 시연회가 맞을까요? 어쩌면 나츠키의 생각대로, 에반게리온에 관련된 시연회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에반게리온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을 보여주는 시연회일수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되겠습니다. 직접 보지 않고서야 뭐가 있을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사전 정보를 받지 못한 나츠키로썬 그저 추측하고 또 추측할 뿐입니다.
집에 있어야 했었거니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우리들은 이제 다시 하늘 위로 올라,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목적지로 향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풍경이 될지도 모를,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일지도 모를... 방치된 도시, 구 도쿄로.
기술부장 일행이 헬기에 완전히 들어섰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헬리콥터는 다시 하늘 위로 이륙하려 하였을 것입니다. 창 밖으로 커다랗게 보이던 비행기들은 서서히 점이 되어 멀어지고, 기체는 빠른 속도로 동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도착할 때까지 나츠키는 헬기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하고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신요코스카와 구 도쿄는 아주 멀지 않은 거리인 만큼, 나츠키가 이런저런 일을 하는 새 도착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별 일은 없을 테지만, 뭐가 됐던 안전이 제일인 점 잊지 마세요!
>>443 과연 무슨 연유로 알림이 울린 것인지 미츠루는 핸드폰을 확인해 보려 시도하였습니다.... 아마 전원을 키게 된다면, 좀 많이 당황스러운 메시지 알림이 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발신인 : 사이온지 소우타 ]
대체 이 이름이 왜 미츠루의 휴대전화에 뜨고 있습니까? 부사령관이 직접 보낸 메시지라니 당황스럽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것은 메시지의 내용이었습니다.
[ 즐거운 여름방학 기간 보내고 있는가? 자네에겐 아마 좀 많이 지루한 시간이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만. 애들 방학이 다 거기서 거기이지 않은가... 다름이 아니라 자네에게 급하게 맡기고 싶은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에겐 맡기기 어려운 임무인지라, 시간이 혹시 비어있는가 해서 연락해보려 하였네. 자세한 건 비상착륙장에 도착하면 설명해 주도록 하겠네. 주소를 보낼 테니 시간이 된다면 가급적 빨리 와 줬으면 하네. 이상. ]
아마 스크롤을 내리려 하였다면, 메시지 밑으로 비행장 좌표와 대략적인 주소가 보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당황스러운 메시지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미츠루 역시 다른 파일럿들과 다를바 없는 아이들이 아니던가요?
문 밖으로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와 TV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을 겁니다. 부모님에게 알리고 갈만큼 시간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간단히 준비를 하고 나가는게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합류한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다시 헬기가 이륙했다. 으으, 올라갈 때의 이 느낌은 역시 싫다. 또 다시 눈을 질끈 감고, 안전벨트를 꽉 붙잡다가... 상승하는 느낌이 조금 가라앉고나서 다시 창밖을 본다. 커다랗던 비행기는 어느새 작은 점이 되어 멀어진 후였다. 아, 조금 아쉽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무서워도 눈을 좀 뜨고 주위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이륙도 무사히 끝났고, 이제 도착만 기다리면 된다. 비행기로 따지면 안전벨트를 풀어도 되는 구간일까. 하지만 안전벨트를 풀 생각은 없었다. ...아니 그야... 무섭고... 안전벨트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사고라도 나면... 죽는다고. 100% 죽는다고. 이런 곳에서 죽을 생각은 없어. 그런고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닐 생각은 아예 없었다. 애초에 여객기 안이 아니니까 돌아다녀봤자... ...사실 좀 궁금하긴 하지만 그래도 호기심보다는 목숨이다.
"...이오리 씨, 지금 가는 시연회... 대체 뭘 시연하는 거에요? 전자는 또 뭐에요?“
이런저런 호기심을 해결하려고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진 않고, 대신 이오리 씨가 앉은 곳을 향해 시선을 향하며 질문을 던졌다. 대체 뭘 보러 가는 건지 알고 갑시다. 사오리 씨는 끝까지 시연회라는 말밖에 안 해줬어요. 그리고 전자란 기업도 들어본 적 없어요...
>>444 만일 지오프론트를 돌아다니고 있는 직원 중 하나를 아무나 붙잡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가장 멀쩡한 정신머리를 하고 앉아있는 부장은, 세 부서중 기술부장 단 한명 뿐이라고 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나루미가 소속된 부서인 첩보부는, 부장보다 그 아래 직급인 차장이 더 상급자다운 자세를 취하고 다니는 곳이었습니다...
본부에 돌아온 나루미는 바로 사무실이 아니라 장비실로 직행하려 하였습니다... 장비를 받고 준비하기 위해 첩보부 사무실을 들를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전투원만이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첩보부 사무실에는 항시 무기를 장비해두고 있지 않습니다. 간단히 단검이나 권총, 선글라스나 방한복 등을 건네받고 장비실을 나오게 되면, 나루미는 미즈노미야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 미안하지만 우리가 그냥 기지를 가는게 아니라서 말이지. - 우리 둘만 움직일 임무가 아니어서 말이야....하하, 궁금한가?
껄껄 웃는 미즈노미야의 목소리를 끝으로, 한동안 정적이 이어지려 하였습니다..... 좀 오랫동안 바람 소리와 무언가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이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 미리 말해두자면...... 이번 일은 네르프 자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 무엇을 보고 오게 된다해도 함부로 발설하지 말 것. 그것만 기억해두도록. 부장급 이하 직원들에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일이다. - 타카야마가 묻는다면 총사령관님으로부터 받은 극비 임무를 수행하고 왔다고 하도록. 알겠나?
좀...많이 당황스러운 이야기이지 싶습니다. 단순 출장 가는것에 불과한데, 총사령관의 이름이 왜 여기서 언급되고 있습니까?
>>451 어지럽던 지상의 모습이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창 밖을 가득 채울 무렵... 나츠키는 조종석 쪽과 가까운 왼쪽 창가 자리에 앉아있는 이오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질문하려 시도하였습니다. 딱히 뭔가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뭔가를 탁 덮는 소리와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로부터 대답이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전자는 전략자위대를 줄여 부르는 줄임말입니다. 저희는 오늘, 전략자위대와 일본 중화학 공업 공동체가 주최하는 시연 행사에 갑니다. "
다행스럽게도 특정 기업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민간 기업이 끼어있는 행사인 건 확실해보이는 듯 합니다... 유즈키 대령과 달리, 이쪽은 어째서인지 몰라도 사전에 정보를 미리 알고 온 모양이었습니다. 잠시 깊은 한숨 소리가 이어지더니, 유즈키 이오리는 나츠키가 있는 자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이렇게 물으려 하였습니다.
"...파일럿이 타지 않고 외부에서 조종하는, 대 사도 결전병기가 있다면 나츠키 양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기업이 아니라 전략자위대였구나. 아니 그치만 기업하고 같이 주최하긴하네.. 하지만 그 기업 이름도 그렇고 전략자위대도 그렇고, 일단 가면 재미가 없을 것은 확실해보인다. 역시 집에 있을걸! 또 다시 뒤늦게 후회하며 한숨을 쉬려고 했지만, 그것보다도 이오리 씨의 한숨이 더 빨랐다. 더 빠르고... 더 깊었다고 할까. 그러다 헬기 바닥 꺼지겠어요, 이오리 씨...
"...네?“
이오리 씨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한 질문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아, 그럼 오늘 시연한다는게 그 대 사도 결전병기-파일럿 불필요 버전-이라는 건가? 에반게리온...이라고 표현을 안 한걸 보면 완전히 다른 물건인거 같기는 한데... ...그런 게 있다면, 어떻게 할거냐니... 파일럿이 타지 않고 외부에서 조종하는 결전병기. 그게 가능하다면 더는 지금처럼 에바에 탈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파일럿의 존재가치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래, 파일럿이 필요없게 된다면, 내가 필요없게 된다면... 아버지가 나를 봐주지 않게 된다. 사오리 씨가 내 보호자일 이유도 사라진다. 에바에 타지 않게 되면 전부 사라질거야, 그건 싫어!! "......부숴버리고 싶을 것 같은데요.“
툭하고 나온 본심은 상당히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병실에서처럼 울부짖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가. 뭐, 그땐 이래저래 지쳐있었으니 그랬던거고, 지금은 딱히 아무렇지도 않지만.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상상한 것만으로도 기분은 좀 나빠져서, 이젠 밖을 봐도 그다지 유쾌할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나빠지게 하고 싶진 않으니, 애써 무마하기 위해 조금 억지로 목소리를 끌어올려 평상시처럼 꾸미고 그럴듯한 이유를 덧붙였다.
"―그치만 밥줄 뺏기는 걸 웃으면서 보긴 힘들잖아요? 러다이트 운동 당시의 노동자라도 된 기분이네요. 아, 그래도 그.. 도입이라던가, 확정은 아닌거죠?"
>>452 아이들이 할 수 없는 일이란 건 어떤 일일까요? 총을 드는 일이라면 재앙 이후에도 들어온 아이들이 있으니 그건 또 아닐 겁니다. 부정하고 싶은 사실이지만, 세컨드 임팩트 이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전쟁에선 소년병을 동원한 일이 있기도 하였으니까요. 정보 수집 및 전달, 타 적진 교란 행위, 기습 공격 임무 수행, 극비 문서 탈취.... 차마 한 가지만 짚기가 어려운 수많은 위험한 일들을 재앙이 일어날 적 당시 지구 어딘가에 있는 몇몇 아이들은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하지만 이것들은 일반적인 아이들이 할 법한 일이 아니며, 전쟁이 끝난 지금,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위협은 기껏해야 사도 뿐인 지금은 더더욱 아이들이 할 법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른도 하기 힘든 일에 아이들을 끌어들인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그렇지요?
대체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뭐가 되었든 미츠루를 부를 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렇지요? 여타 파일럿보다는 네르프와 좀 더 오래 연관되 있었던 미츠루인만큼, 미츠루만이 수행할 수 있는 임무를 맡기려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언제 부모님이 읽게 될지 모를 쪽지를 남기고, 집을 나온 미츠루는 보내진 주소에 따라 이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주택가를 지나고 도로를 지나, 한참의 시간이 걸린 끝에 어느 [ 비상 착륙장 ] 이란 푯말이 있는 유난히 황량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을 무렵, 미츠루는 UN 로고가 박힌 어느 기체 아래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왔는가, 카시마 군. 기다리고 있었네. "
하얀 실험가운 위에 와인색 정복을 입고 있는, 한 쪽 눈을 가린채 웃고 있는 백발의 남자. 부사령관, 사이온지 소우타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긴 한데... 자, 일단 받도록. 이번 임무의 대략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파일일세. "
사이온지 부사령관은 껄껄 웃으며 미츠루에게 다가와 주황색 파일을 건네려 하였습니다.... 두껍지는 않으니 걱정할 것은 없을 겁니다. 외울 게 그닥 많지가 않습니다!
껄껄 웃는 소리와 함께, 휴대전화 스피커에선 다음과 같은 말이 이어져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 비행장에 도착하게 되면 이 말 하나만 전해주도록. 부탁하신 것의 위치는 파악했다고. 가져가기만 하면 된다고! -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진 가보면 알게 될거야. 대위만 믿고 버티고 있겠네.....부디 조심해서 오도록. 러시아에서 보자고!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를 소리와 함께....미즈노미야의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기고, 휴대전화는 다시 원래의 화면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조금 가방이 무거울지도 모르겠지만 조금만 참도록 합시다. 비행기를 타게 되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탈 수 있을 겁니다!
지상으로 나오게 된다면, 나루미는 조금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비상착륙장에서 나루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평상복을 입고 나온 세컨드 칠드런 카시마 미츠루와... 그 옆에서 실험가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류파일을 건네고 있는, 부사령관 사이온지 소우타였습니다. 두 명이 동시에 갈 일은 없을 겁니다. 누가 나루미의 동행인일지는,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바로 답이 나올겁니다.
오늘내일 진행을 일상의날로 전환해두어야 하나 조금 고민이 많이 되는 저녁인거 같습니다...(@@) 아무튼간에 물리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레캡입니다. 다들 저녁 잘 보내고 계시신지 모르겠네요. 개쓰레기요일 남은 하루 부디 다들 화이팅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ㅠㅠ)
>>519 최대한 양쪽 파트간 속도를 맞춰보고자 하고자 함이니 괜찮습니다. 국내파트 에바 탈때 해외파트는 이제 막 북극 도착해있는 상황이면 조금 곤란할 거 같아서...(@@) 걱정마시고 편히 다녀오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내일 진행은 일상의 날로 바꿔놓도록 하겠습니다!
출아법(出芽法, Budding) 모체의 몸 일부에서 작은 눈이 생긴 뒤 이것이 어느 정도 자라면 모체로부터 떨어져 나가 독립적 개체가 되는 방식이다. 출아법을 통해 번식하는 것은 모체를 그대로 복제하기 때문에 유전적 다양성을 통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면에서는 다소 불리하다.
정말로 >>593 이 거짓이 아닌 것이 아직까지 대사도전에선 에바 신체가 완전히 날아가거나 터지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스토리 초반이기도 해서 일부러 지금까지 대사도전에서는 보정을 넣고 진행하였는데, 이제부턴 경우에 따라 자폭 선택지가 뜰 수도 있을 지도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레캡입니다. 🤦♀️
머리를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 포근한 품, 눈을 마주치면 보이는 부드러운 웃음. 조각난 채로 흩어진 단편적인 기억 속에 확실히 녹아있는 엄마와의 추억은, 너무나도 짧은 행복이었다. 빠르게 사라지는 온기를 잡으려고 손을 뻗지만, 잡히는 것은 딱딱한 무기질의 감촉. 어느새 고여있던 눈물을 밀어내며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보이는 것은 아직도 어두운 방 안과, 손에 쥔 MP3... 그리고 눈물이 스며들고 있는 오래된 곰인형.
"...엄마...“
오래된 곰인형을 더 끌어당겨 얼굴을 파묻는다. 엄마가 준 인형. 엄마의 마지막 선물. 인형에 남아있는 엄마의 냄새가 날아간다고, 빨지 못하게 하려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신세를 지게 된 친척이었던지라 소극적인 반항에 그쳐서 결국 빨려버렸지만. ...그 후로도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제는 정말로 더 이상 남아있을리 없지만 그래도 깊게 숨을 들이쉬어본다. 예상대로 맡을 수 있는 것은 세제의 향기 뿐이라, 분명히 예상했으면서도 또 다시 실망해버린다.
인형을 조금 아래로 내려 품에 안고, 이번에는 손에 쥔 MP3로 시선을 옮긴다. 이건 아버지가 준 것.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에게 준 것. ...이것말고는 아무것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 아무것도... ...어째서일까. 엄마가 쓰다듬어준 기억은 있지만, 아버지가 쓰다듬어준 기억은 없었다. 단순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 정말로 한번도 쓰다듬어준 적이 없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는 일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저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복잡한 심정이 담긴 듯한 눈빛으로 날 봤었다는 것. ...이것도 확실하지 않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아무래도 왜곡되기 쉬운 법이니까. 쓰다듬어 준 적이 없다는 것도, 그 복잡하던 시선도 전부 내가 단순히 잊어버렸거나, 만들어낸 기억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기억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이란 참으로 단순해서...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있던 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도 쉽다고 하니까.
하지만 그건, 정말로 왜곡된 기억인걸까? 지금도 아버지는 날 따뜻하게 봐주지 않는데? 제3신도쿄시에 도착한 그 날도, 사도를 처음으로 쓰러트린 후에도, 지하로 내려가서 그것을 봤을 때도,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아버지가 나를 보던 시선은 참으로 일관되게 차갑고, 냉정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시선에서는 증오나 그에 준하는 감정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어쩌면 그 기억은, 진짜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든다. 아니...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한없이 아래로,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늪같은 곳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무섭다. 무서워. 절박하게 손을 뻗어도 아무도 잡아주지 않을텐데.
"......아빠...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거야...?“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거야? 나는 당신 딸인데, 당신은 내 아버지인데. 나를 봐. 좀 더 상냥하게 봐줘. 나를 사랑해줘. 손을 잡아줘, 머리를 쓰다듬어줘, 꽉 안아줘, 우린 가족인데, 가족이니까, 좀 더 가까이 다가와줘! 나를 봐!! 나를 보란 말이야!! 제발 날 좀 보라고!! 내가 뭘 원하는지 제대로 봐 달라고!!! 당신이 원할 때만 불러다 써먹지 말고, 제대로 날 대해달라고!! 어른이잖아! 당신은 어른이니까, 내 아버지니까, 날 제대로 이끌어달라고!! 남한테 떠넘기지 말고!! 이 망할 아버지!!! 망할 아버지따윈 정말 싫어!! ...아니야, 그래도, 그래도... ...버리지 말아줘, 나에겐 이제 아빠밖에 없어. 에바에도 제대로 탈게, 그러니까 날 버리지 마... 날 혼자 두지 말아줘... 제발, 제발, 제발!! 날 사랑해줘..!! 좀 더 가까이 와서, 쓰다듬고 사랑해줘, 아빠... 아빠... 아빠!!!
마음의 외침은 신체에도 그대로 올라와, 꽉 쥔 손에 눌려 MP3의 전원이 켜진다. 단조로운 색의 화면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숨을 고른다. 그렇게 해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서서히 팔을 당겨 인형과 함께 품에 안는다. 인형도 MP3도,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건 꿈 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단언하는 듯한 이 어두운 방에서, 나는 또 다시 숨을 죽이고 흐느낀다.
화요일 아침 시간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신가요? 이른 아침부터 비가 오고 있어 꿀꿀한 날씨인것 같습니다. 어제는 그나마 날씨가 좋아서 괜찮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참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춥고 그렇네요. 모쪼록 다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간만에 조사진행 준비하다보니 이게 지금 표를 보는 건지 무지개를 보고 있는건지 정신이 혼미하긴 한데(...) 아무튼간에 새벽에 대충 큰 그림은 그려둬서 작업하기 한결 빨리질 것 같습니다. 힘내서 본부탐방 진행 준비해오는 레캡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618 방치하는 부모가 얼마나 자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지 정말 잘 보여주는 거 같아 이른 아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는듯 합니다...(ㅠㅠ) 아버지에 대한 분노하는 면과 그러면서도 아버지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면이 나츠키 내부에서 공존하고 있는 것이 정말 잘 드러난 독백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발 애정을 주라고 외치는 문단 부분이 절규에 가깝게 보여서 정말 안쓰럽고......망할 아버지가 과연 언제쯤 나츠키에게 제대로 된 애정을 줄지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는 레캡입니다. 🤦♀️
[리빙포인트] 베타니아 베이스는 기지 내부에 중앙지령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록 준 사람은 서로 다르긴 하지만 미츠루랑 나루미 모두 기지 내부와 항공모함 내부 설계도 같은 걸 받았을텐데, 자세한건 내일모레 본진행때 @ 서류를 좀더 자세히 확인한다 명령문 띄워보면 확인이 가능할겁니다....🤦♀️
>>640>>641 나루미주 나츠키주 두분 모두 어서오세요. Good-Evening 입니다. (@@)✌️
오늘 미니진행은 캐릭터들이 본부 내부에 들어와있다는 전제하에 @ 네르프 본부 건물의 지상/지하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를 탄다 란 명령문을 띄워주시는 것으로 시작이 가능합니다. 둘 중 어느쪽을 고르시게 되던 즐거이 탐방하실 수 있겠지만, 지상의 경우 올라갈 수 있는 층이 많지 않고 지하의 경우 내려갈 수 있는 층이 끝도 없이 많으나 밑으로 들어갈수록 블랙 카드 없이는 출입 불가능할 구역이 많을거란 점 유의해주셨으면 합니다....🤦♀️
>>652 지상으로 올라간 타카기는, 정복을 입은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는, 평소와 다름없는 네르프 본부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통유리창을 통해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고 있는 것이, 오늘은 참 좋은 날씨이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물론 이곳은 지하 시설이기 때문에, 지상의 날씨가 어찌됐던간에 이곳은 언제나 맑음일것입니다. 그렇지요?
어느 층으로 올라가 볼까요? 81층과 80층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만으로는 최대 20층까지 올라가는게 고작일겁니다.
>>653 밤샘작업은 기술부가 유난히 자주 하긴 하였습니다만 그렇다고 다른 부서 역시 안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철야 작업으로 인해 한층 퀭해진 얼굴로 나루미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려 하였습니다. 본부 내 카페나 베이커리 등은 보통 지상의 가장 낮은 층에 있을 것이니,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어느 층으로 올라가 볼까요? 81층과 80층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만으로는 최대 20층까지 올라가는게 고작일겁니다.
>>655 과연 지하에 어떤 시설이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나츠키는 엘리베이터로 올라타려 하였습니다... 빈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다른 직원들이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입니다만, 내려가는 것에 문제는 없을 겁니다.
어느 층까지 내려가 보시겠습니까? 100층 아래부터는 블랙 카드가 없으면 출입에 제한이 있을 거란 점 유의해주세요.
윽, 다른 직원들이 있잖아... 딱히 눈치를 볼 이유는 없지만 눈치보게 된단 말이지... 특히 지금은 이것저것 구경하러 가보는 길이라 그런지 더더욱. ...뭐, 상관없나. 저번에 길 잃었을때도 나름대로 시선을 끌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한 번 해봤으니 두 번은 더 쉽고, 익숙하...진 않지만 아무튼 신경 안 써도 되겠지...? 편법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정식으로 받은 검은색 카드도 있으니까!
애써 직원들을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면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느 층부터 가볼까~ 하나하나 다 구경하기엔 너무 힘들 것 같고, 으음... 일단 손이 가는대로 눌러봐야지. 가다보면 또 이것저것 나오겠지 뭐.
>>664 101층을 누르기 무섭게, 엘리베이터는 한참을 내려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변의 직원들이 층을 누르는 나츠키를 흘끔 하고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타인의 시선이 어떻던 아무래도 좋을겁니다. 아마 해당 층까지 출입하지 못하는 직원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렇지요?
족히 수 분에서 십여분은 내려간 끝에, 나츠키는 우여곡절 끝에 101층까지 도착하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나츠키는 한 철문이 눈앞에 세워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인데, 눈앞에 보이는 게이트에는, 예상대로의 문구가 적혀있었을 것입니다.
[ CAUTION ] [ HIGH SECURITY LEVEL AREA ]
입구부터 보안 카드를 찍고 들어가게 하는 구역이라니, 대체 얼마나 중요한 것을 관리하는 구역인가 싶습니다..... 문 옆에 있는 단말기에 카드를 찍어주시고 그 위의 센서에 눈을 갖다대 주세요. 홍채 인증과 카드 인증이 없이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666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과정은 생각 그 이상으로 번거롭고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칠 타카기가 아닙니다. 타카기의 체력으로는 이 정도 층이야 가뿐히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찌저찌 20층까지 올라간 타카기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20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단 한번도, 중요 시설 같은 걸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설마 부서 사무실 같은건 20층 위에부터 있단 것은 아니겠지요?
에스컬레이터로는 20층까지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고, 여기서 둘러보며 탐색을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668 일반 직원들은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80층과 81층에는 들어갈 일이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가 정확하겠습니다. 총사령관 관저 및 집무실에 대체 무슨 연유로 일개 직원이 들어갈 일이 생긴단 말입니까?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나루미는 다시 몸을 싣습니다.... 9층까지 올라가는 것은 다행히도 20층까지 올라가는 것보다는 덜 번거로웠고, 시간이 덜 들었습니다. 천장이 한 층 단위로 막혀있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내내 다행히도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지는 않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9층에 있는 카페와 휴게 시설은 동쪽 및 서쪽 끝에 각각 하나씩 있습니다. 어느 쪽 카페를 가게 되어도 인테리어는 동일할 것이니, 아무 데나 골라서 가도 괜찮을 겁니다!
누르자마자 이쪽을 힐끔거리는 시선이 꽤 느껴진다. ...그, 그냥 직원들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누를 걸 그랬나. 뒤늦게 후회해도 이미 되돌릴수도 없는 일이라, 그냥 뻔뻔하게(하지만 표정까진 뻔뻔하지 못했다) 굴기로 했다. 그렇게 십여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101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뭔가 엄청나게 끝나지 않는 시간같았어...
"...으와, 쩔어.“
예상하긴 했지만, 이거... 입구부터 이렇게 한다고? 대체 뭐가 있길래... 일단 당당하게 블랙 카드를 꺼내 문 옆에 있는 단말기에 찍었다. 그리고 이거... 홍채 인증인가. 그 위에 있는 센서에 눈을 가져다 댔다. ...나 등록 되어 있겠지? 여기서부터 퇴짜맞으면 엄청나게 좌절할 것 같은데. 제발 열려라...
>>681 나츠키가 인증 절차를 밟기 무섭게, 단말기 옆 간판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라, 이 문구, 어디서 많이 봤던 문구가 아니던가요?
[ SECURITY LEVEL : BLACK ] [ PERSONAL CODE : ************* ] [ SECURITY : OK ] [ NAME : NATSUKI KASHIWAZAKI ]
뭔가가 생각나셨다면, 그 뭔가가 맞을 겁니다. 이 문구, 저번에 아버지와 함께 갔을 때 보았던 그 문구가 맞습니다.
[ CENTRAL DOGMA ] [ 2nd GATE ] [ UNLOCKED ]
치이이 소리와 함께, 익숙한 연기와 함께 게이트의 문이 열리려 하였습니다.... 지상보다도, 지하의 어느 시설보다도 상대적으로 어두웠고, 붉은 조명이 내부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나츠키가 주위를 둘러보려 하였다면 생각보다 넓어보이는 내부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으로썬 동쪽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서쪽이나 북쪽, 남쪽으로만 가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망할 아버지와 함께 갔던 그곳, 지하에 있는 '그것'이 있는 곳을 열때의 그 문구. 그게 여기서도 똑같이 나오고 있었다. ...그럼 여기, 그거랑 비슷한 곳? 아니면 거기? ...혼자 들어와도 되는 곳이 맞...나...? 저번에도 망할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안내받아서 온거냐'고 했었기도 하고, 이오리 씨도 대놓고 '누구와 함께 갔었는지'를 캐물어봤던 걸 보면... 분명 혼자서 오면 안되는 곳일지도. 아니지, 차라리 혼자서 다니는 편이 나을지도? 괜히 스파이라던가 그런 사람들이랑 내려오면 그게 더 문제일거 아냐. 그래, 그러니까 혼자인 쪽이 어떻게 보면 더 나은거지!
"...어둡네, 뭔가. ...저번에 거기랑 비슷한 느낌인데. 으음... 엄청 넓네.“
아무튼 문은 무사히 열렸고, 길이 보이니 걸어가야지. 들키면 혼날 것 같지만, 그러게 누가 출입권한 주래? 꼬우면 권한 주지 말던가~! 진짜로 뻔뻔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막상 이곳에서 이오리 씨나 망할 아버지를 마주치면 아마 겉으로 꺼내진 못할테지. ...아니, 망할 아버지한테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다가 진짜로 권한 뺏길지도 모르니까, 역시 그만두자. 그래, 난 지금 길을 잃은 거라고! 어쩔 수 없는거야! 그런 설정인거야!
>>683 간신히 넘어질뻔한 걸 애써 피하고, 나루미는 동쪽 카페로 향하려 하였습니다... 사무실이 아닌 일반 편의시설이 있는 층은, 채광이 좋아 한결 상쾌하게 휴식을 즐기기 좋아보였습니다. 그것은 내부 시설 역시 마찬가지여서, 근미래적 디자인으로 지어진 세련된 인테리어의 카페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휴식 시간에 나온 직원들로 내부는 꽤나 붐비는 분위기였습니다.
-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직원이 건네주는 유리잔을 받고, 나루미는 창가쪽 자리로 향하였습니다.... 플라스틱이 아닌 일반 유리잔인 것으로 보아, 다 마시고 나면 카운터든 어디든 반납하거나 해야할것 같습니다.
나루미는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쉬는 것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정보를 얻으려 시도하여도 좋고, 엿듣는 등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으려 시도해도 좋습니다.
>>687 한참을 남쪽으로 걸어가던 나츠키는, 아까 들어온 게이트와 비슷한 형태의 철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제3중앙서버실 이란 간판이 붙어있는, 뭔가 수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문이었습니다.
[ 3rd Central Server Room ] [ Authorized Personnel Only ]
아까와 달리 홍채 인식 센서는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카드를 찍는 단말기는 여전히 옆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들어가 볼까요? 여기가 아니라 다른 방을 찾아보아도 괜찮을 겁니다. 아니면 아예 다른 쪽으로 돌아다녀 보려 할 수도 있겠지요. 뭐가 됐던간에 선택은 나츠키의 몫입니다. 다만, 이 안에 뭐가 있을지는 너무 예상하려 하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역시 더 비싼 카페 커피는 편의점 커피보다 맛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아메리카노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싼 맛에 먹어서 그냥 쓰기만 한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꽤 맛이 나는 커피였다.
입술로 빨대를 건드릴 때마다 얼음과 유리컵이 부딪히며 땅그랑거린다. 일본 열도에 끝나지 않은 여름이 찾아온 이래 차갑지 않은 커피는 대부분의 카페에서 축출당했다. 밤에도 열대야가 오는 판에 누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당연한 수순이었다. 빨대를 타고 커피 한 모금이 쪽 올라온다.
"....."
카페에는 사람이 꽤 있었다. 나처럼 포션을 먹으러 온 사람, 그냥 쉬러 온 사람, 입이 심심했던 사람. 그들을 한번 둘러보아도 특별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포션 먹으러 왔다.
하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귀로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들리는 건 들리는 것이다.
한참을 걸어가다보니 또 철문이 나왔다. 아까 카드로 열고 들어온 문이랑 비슷하네. 간판에는 제3중앙서버실이라고 적혀있는, 그야말로 수상한 문...
"...으음, 어쩔까나...“
홍채 인식 센서는 없는 것 같지만, 카드 단말기는 여전히 붙어있다. 카드만으로 열 수 있는 문이겠지? 하지만 문제는 여기가 서버실이라는 것이다. 보통 서버실은 관리를 엄청 철저하게 하지 않나? 아마 여기도 그냥 열리긴 하겠지만 분명 기록은 남을 거고, 나중에라도 '거기 왜 들어갔어요'라고 추궁당하면... 윽, 자연스럽게 이오리 씨가 그렇게 물어보는걸 상상해버렸다. 무섭다고 그 사람...
하지만... 여기에 문이 있는데 안 열어보고 가기엔 좀 아쉽잖아? 문은 자고로 열라고 있는 것이니까. 왜 들어갔냐고 물으면... 거기에 문이 있으니까라고 대답하면 되지 않을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할 거라면... 하고 후회하는 쪽이 낫겠지. 좋아.“
생각해보면 어차피 여기까지 들어온걸로도 충분히 혼날(?) 짓인데, 하나쯤 안 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겠어. 어차피 혼난다면 할 건 다 해보고 혼나야 덜 억울하지. 한쪽 입꼬리만 씩 올리고선 당당하게 카드를 들어 단말기에 찍었다.
>>694 창가에 앉아 느긋하게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동안, 나루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는 상당히 소리를 죽여 말하고 있었는데, 누가 들을 것을 우려하여 일부러 낮춘 듯한 목소리였습니다.
- 파리 지부, IPEA에서 감사가 갔다며, 정말이야? - 어, 정말이라던 모양이야. 거기 지부 가 있는 녀석 말로는 한참 난리라던데. - 진짜 지옥이겠구만......IPEA녀석들 멀쩡히 감사만 하고 가지 않잖아. - 감사만 할리가, 그녀석들 아예 시설을 한바탕 뒤집어놓고 있다더라니까. -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어... 유럽 지부는 협력적인 편이었잖아? 이제 와서 왜? - 몰라..... 그 조약 들먹이는 녀석들이 우리 본부에만 오지 않으면 다행이지 뭐. 제발 안 왔으면 좋겠다.......
무슨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충 들어보니 IPEA에서 사람이 가서 난장판이 된 모양이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파리 지부에 있을 직원들에게 묵념을 표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696 카드를 찍고 제3중앙서버실에 진입한 나츠키는, 수많은 컴퓨터들로 인해 미로나 다름없는 내부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 많은 서버용 컴퓨터들 사이에서 과연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개인 노트북을 챙겨왔다면 다이렉트로 연결하거나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냥 왔으니 그 방법은 쓰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벽쪽의 구석진 자리에, 심플한 디자인의 데스크 위에 열람용 컴퓨터가 올려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컴퓨터 옆에는 서류더미와 책이 잔뜩 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책상은 굉장히 어지러운 분위기였습니다. 컴퓨터를 켜도 좋고 그 옆에 다른 것을 탐색해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서버실 내부를 좀 더 둘러볼 수도 있겠지요. 선택은 나츠키의 몫입니다.
오와... 우와... 잘 모르겠지만 엄청난 곳이구나... 사실 이런 시설은 처음 보는거라, 이것저것 다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뭔가, 사용법 하나도 모르겠어... 이게 컴퓨터인가? 그냥 구조물처럼 보이는데... 거대한 미로같은 구조를 이리저리 돌아보다가 드디어 알아볼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구석진 자리에 있는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구조의)컴퓨터와 책, 서류들이 있는 책상! 반가운 마음에 호다닥 달려가 살펴봤다.
"엄청나게 익숙한 느낌인데... 아, 그렇구나.“
이 정신없이 어지러운 분위기... 이건 사오리 씨네 집에 처음 갔을 때 느꼈던 그거다! 머리 위에 전구가 하나 켜진 느낌이다. 음, 그럼 여긴 사오리 씨 자리...일 리가 없겠지. 전구가 다시 꺼졌다. 일단은... 무슨 서류인지 어떤 책인지 구경이나 해볼까.
>>706 나츠키는 컴퓨터 옆에 쌓인 어지러운 것들을 조심스레 살펴보려 시도하였습니다..... 책의 경우에는 공학서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쌓여있었는데, 하나같이 독일어로 적혀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무슨 책인지는 자세히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중 몇몇 서적은 키릴 문자가 적혀있었는데, 역시 무슨 내용이 적혀있는지 알아보기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누가 놓고 간 책인 걸까요?
[ 제 ■■차 실험 보고서 ]
서류들을 살펴보려 하였다면, 언제적에 작성된건지 모를 서류들이 한가득 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언제 작성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날짜를 보자면 한참 전, 수년 전에 작성되었거나 만들어진 서류들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최소 나츠키가 태어난 이후 혹은 나츠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만들어진 서류들입니다. 네르프가 대체 언제 세워진 조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오래 전의 서류들이 방치된 채로 올려져 있는 걸로 보아 이 서버실은 사람이 정말로 잘 다니지 않는 곳이지 않은가 하고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봐도 좋고, 컴퓨터를 살펴보거나 다른 행동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선택은 나츠키의 몫입니다.
>>708 나루미는 느긋하게 컵에 얼음을 먹으며 계속해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려 시도하였습니다...
- 근데 IPEA 녀석들 웃긴게, 어차피 본인들도 만들고 있으면서 왜 다른 지부들을 들쑤시고 다니는거야?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 많이 당황스러운 이야기였습니다.
- 뭘......아, 그거? - 맞아, 에반게리온 5호기. 아직 만드는 중이라더만. - 아~ 알겠다. 그 머리랑 상반신만 있다는 그거? 아직도 가설이라는 그거? - 어 그거. 걔네 아직 몸통밖에 안 만들었다며? 제작 속도 드럽게 느린거 아니냐?
좀....많이 당황스러운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IPEA는 단순 통제기구였던 게 아니었던 걸까요? 에반게리온을 건조중이라니 이건 무슨 소리일까요? 의문이 생겨나는 것과는 별개로, 나루미의 뒷편에서는 계속해서 뒷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당연하지만 여기 네르프 이야기가 아니라, 전혀 다른 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었습니다....
- 아니 어떻게 아직 몸통밖에 안 만들어? 우리 전신 만들고 기동실험할 시간에 대체 그쪽은 뭐했대? - 그러니까.......말이 안된다니까......진짜 웃긴 놈들이야.......아무리 그래도 설계 자체는 오래 안 걸릴텐데 뭣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 기술자가 없는 거 아니야? 아니면 뭣 때문에 늦어지는거야? - 모른다니까? 이정도면 IPEA 놈들 지들 고작 몸통밖에 못만든거 가지고 배알꼴려서 다른 지부 털고 다니는 거 아니냐???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창 이야기가 진행되던 와중, 나루미의 뒤편으로부터 꽤나 즐거워보이는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연하지만 순수 기뻐서 웃는 소리가 아닌, 누군가를 비웃는 것이 역력해보이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끊긴 전화에 대고 웅얼대도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사실 알고 있다. 직접 그 일에 투입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세하게 알려주기 힘든 경우가 있다는 걸 말이다. 예를 들어 사실상 죽으러 가는 임무를 도착하기 직전까지 부하들에게 숨긴다던지.... 어쩐지 기분이 더 불안해지는데? 나는 제로센에게 학살당하는 뇌격기 역할을 맡게 된 것인가.
머리를 긁으면서 나와보니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떡대 특수부대원도, 검은 양복을 입은 요원도 아니었다. 에바 파일럿 카시마 미츠루, 또 네르프 부사령관 사이온지 소우타. 부사령관이 작전 뛰러 나가는 건 아닐테니 파일럿이 나와 함께 간다. 부장이 말했던 부탁하신 것이 에바인가? 에바를 조종해서 훔쳐오는게 임무인거야?! 뭘 가져오겠다는 건데!
"첩보1과 후카미즈 대위입니다. 부사령관님."
나는 그들의 앞까지 걸어가 부사령관에게 직립부동 경례를 취했다. 정복 차림이 아니고, 탈모 상태라 손을 올리는 경례를 할 수 없었다. 얇은 여름옷, 너무 민간스러운 옷을 입고 경례하니 모양이 심각하게 빠지긴 해 보인다..
진짜냐. 시연회 결과에 따라 진짜로 투입될지도 모른다고? 정말로 밥줄 끊어질지도 모르겠네. ...정말로 에바에 타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것만큼은, 그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다른 파일럿들이 어떤 생각일진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그렇다. 가능하다면 그 시험 기동이 실패했으면 좋겠다. 그것도 아주 처참한 방식으로, 두 번 다시는 그 누구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냉정하게 보면 개인적인 감정으로 철없는 생각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알 게 뭐야. 나한테서 가장 중요한 것을 뺏어가는 녀석들은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거니까.
"...그리고 아무리 외부에서 조종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파일럿이 대처하는 거랑은 차이가 날 거고, AT필드도 있고... 별로 성공적일거란 생각도 안 드는데요.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완전 에바야.“
시험 기동을 하는 기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벌써부터 단점(?)을 읊고 있었다. 단점이라기보단 꼬투리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물구나무서서 봐도, 고속열차에 타서 봐도, 제트기에 탄 상태에서 봐도, 누가 봐도 어거지로 헐뜯는다는 티가 팍팍 나겠지. ...아무튼! 아무튼 반대야 반대! 시험 기동 망해라!
과연 시험 기동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어쩌면 나츠키의 바람대로 도중에 중단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해당 기체는 당장이라도 사도와의 전투에 투입 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
유즈키 이오리에게서 들려오는 말은, 어찌 좋지 않은 느낌밖에 들지가 않는 듯 싶었습니다. 믿을 만한 정보를 어디서 얻어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에 정말로 실험이 성공하게 된다면.... 어쩌면 나츠키의 좋지 않은 예상대로, 네르프가 아닌 일본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나서려 할지도 모릅니다.
"......모쪼록, 좋은 시간 되실 수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
나츠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유즈키 이오리는 다시금 창가로 다시 고개를 돌리려 하였습니다...
헬기 내부를 둘러보는 타카기의 머리 위로, 조종실쪽에서 들려오는 듯한 안내방송이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 알려드립니다, 이 기체는 곧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오니, 승객 여러분들께선 안전 벨트를 꼭 장착해주시길 부탁드리며.... ]
만약에 방송을 들은 타카기가 창 밖을 바라보려 하였다면, 아무 건물도 없이 아예 황폐화되다시피 한 지상과, 그 속에서 유일하게 서 있는 새하얀 돔과 커다란 백색 건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돔 주변에 나츠키와 타카기들이 타고 온 헬기와 비슷한 종류가 여기저기 이미 착륙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곳이 오늘 여러분들의 목적지가 맞는 듯 보였습니다.
불과 십여년 전에는 이곳에 수많은 건물이 있었습니다. 근사한 빌딩이 있었고, 정부기관이 있었으며, 수많은 번화가에는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앙이 일어나고 N2 폭탄으로 인해 도시의 모든 시설이 날아간 지금은, 구 도쿄는 그저 나무 하나도 거의 보이지 않는 황량한 모습으로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밑에 보이는 구 도쿄의 경관은, 흡사 도시라기엔 어떠한 실험장에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진짜냐고... 불길하네. 진짜로 실전에 투입되는 거 아니야 그거? 어디서 나온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술부장이 직접 믿을 만한 정보라고 단언할 정도라면 사실이겠지. 툭 내뱉듯이 중얼거리고선, 입을 삐죽 내밀고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새하얀 돔과 백색 건물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곳. 여기가 구 도쿄...
...착륙을 알리는 방송에 창가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숙였다. 안전 벨트를 꽉 잡고, 눈을 질끈 감고서 한숨을 푹 쉬었다. 아- 정말. 뭔가 열 받아.
웃는 얼굴로 경례를 받으며 부사령관은 나루미에게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곤 말하려 하였습니다.
"고맙네, 후카미즈 대위. 마냥 기쁠 일은 아니지만 말이야. 자세한건 도착하고 나서 설명받게 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확보는 자네들이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일세. "
무슨... 말을 하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확보되었다는 그것을 가져오는 걸 나루미들이 맡아야 한다는 걸까요?
"자네 역시 서류 파일을 전해받았겠지? 가는 길에 찬찬히 확인해 보도록. 흥미로운 내용이 있을 것이네. "
나루미가 들고 있는 서류 파일을 가리키며 부사령관이 말하려 하였습니다.... 정말로 에바 탈취 임무라도 새로 주어진 걸까요? 아니면 어떠한 목적이 따로 있는 것일까요? 에바 파일럿까지 작전에 동원되는 일인 만큼 보통 일은 아닐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북극까지 가는 내내 긴장을 낮춰선 안되겠습니다.
어찌저찌해서 오자마자 파일을 건네받게 된 미츠루는, 조심스레 서류 파일의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하려 하였습니다.... 파일을 열자마자 미츠루는, 네르프 유럽지부의 로고가 새겨진 검은 출입카드와 선이 없는 무선 이어폰 형태로 되어있는 동시통역용 이어폰, 베타니아 베이스 기지의 위치가 담긴 북극해 주변 지도 및 기지 내부설계도, 그리고 항공모함 키예프-III 호의 내부설계도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지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 있는건 그렇다 쳐도 무언가 이상하였습니다. 통역기가 들어있는건 임무 때문이니 둘째치고, 대체 왜 한낱 군함의 설계도 같은 것이 같이 들어있는 것이란 말입니까? 맨 뒤쪽에 무언가 중요한 정보가 담겨있는 것 같은데, 지금으로썬 자세히 살펴볼 수가 없어 바로 확인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찬찬히 살펴보아도 좋네. 어차피 살펴볼 시간은 충분할게야. "
부사령관은 껄껄 웃으며 미츠루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려 하였습니다... 자세한 건 저 뒤에 비행기에 탄 채로 확인하여도 늦지 않을겁니다. 겉모습도 그렇고 조금 많이 좁아보이는 기체일 것 같아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목적지까지 편안히 갈 수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미츠루 쪽으로 개인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 Omnes viae angelus ducunt ▶︎ 유럽 연합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운영중인 베타니아 베이스는, 러시아 영해에 위치한 노보시비르스크 제도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타 기지와 이곳 기지는 바다 위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 보관중인 특수한 개채를 구속하기 위함입니다.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와 ???를 소멸시키십시오. ▶︎ 보상 : [ S2 기관 ] [ ?????? ] 관련 기밀 정보 획득 * 본 퀘스트는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보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부사령관님. 그럴 줄 알았어요. 맥락상 그것뿐이잖아요. 예고도 없이 이런 일을 당해서 황망스럽지만 어쨌든 다녀오겠습니다.
생각은 길어도 말은 짧았다. 길게 말할 것 없다. 그것이 군인의 대화다. 짧고 간결하게. 나는 비행기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무거운 더블백을 쿵 내려놓았다.
'니미. 또 현장 나간다. 또...'
플라톤 가라사대. 죽은 자만이 전쟁의 끝을 보리라. 전쟁은 도망친 하인을 사마라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신과도 같다. 전쟁에서 떠나온 곳에 또 다른 전쟁이 있다. 남은 평생토록 전쟁터를 방황하다가, 먼저 간 이들처럼 싸늘한 바다로 가라앉는 것이 나의 운명이냐. 삶이 곧 전쟁이라도 되는 것인가. 내가 죽어야 이 전쟁이 끝나고 평안함이 찾아오는 걸까.....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나의 인내에 대한 신의 보답은 아직도 멀어보인다. 그 끝에 보답이 있을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나는 그때까지 참고 또 참으리.
기밀 자료라도 있다면 나중에 보아도 되겠지. 겁먹지도 웃음짓지도 않는 낯으로 파일을 정돈하고 옆에 선 오퍼레이터를 보았다. 첩보부는 승진 속도가 빠르다고 들었다. 승진을 할 수 있다면의 이야기지만.
"다녀오겠습니다. 다른 이야기는 돌아온 후에 해도 늦지 않겠죠."
이것도, 돌아올 수 있다면- 같은 조건이 따라붙는 말이다만, 그런 가정으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싶지는 않았다.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애초 후회를 남길 만한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그러나 매 순간 미련 없이 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런 시도를 해 봤자 또 다른 후회가 생길 뿐이라고, 그렇게 속으로 읊조리며.
재앙 이전엔 오랫동안, 천도하고부터 오랫동안 일본의 수도 역할을 해온 구 도쿄입니다만, 재앙 이후 세계가 뒤집힌 지금은 더이상 이곳은 일본의 수도 역할을 할 수 없는 지역이 되고 말았습니다. 핵폭탄이 아닌 N2폭탄을 맞았기 때문에 복구 자체를 하는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이곳 지역을 복구하지 않는 이유는 천도 당시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다른 이유도 있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상징이 소멸하고 완전히 재가 되어버린 지금의 일본에선, 이전의 수도를 재건해 보았자 조금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 이상 이전의 상징이 힘을 쓰지 못하는, 아니 상징 자체가 더이상 존재하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무너진 도시를 재건해보았자 정말로 의미가 없었습니다. 남을 수 있는 이도 모두가 죽어버린 상황에서 대체 누구를 상징으로 삼는단 말입니까?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수도가 필요하였습니다.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하였으며,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였습니다. 바로 그것이, 일본이 재앙 이후 제2신도쿄시로 천도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안내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기체 내부가 좀 많이 흔들리기 시작하여, 주변의 무언가를 잡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있는 채로 자리를 이탈하게 될지도 모를 만큼 충격이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안전벨트를 제대로 착용하고 계셨다면, 충격에 휩쓸릴 일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충격의 여파를 줄이기 위함인지 몰라도 CH-47 기체는 천천히 지상에 착륙하려 하였고, 얼마 뒤 완전히 지상에 내려앉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만약에 여러분께서 창 밖을 바라보려 하였다면, 여러분들은 상당히 황량한 백색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미 모두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인지, 헬기 밖 하늘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에도, 지상에 내려앉았을 때에도 주변에 사람은 단 한명도 지나가고 있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방에 백색 타일이 깔려있고, 하얀 돔에 하얀 건물만이 오롯이 서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실혐장에 걸맞는 모습이었습니다.
"천천히 내려도 된단다 얘들아! 잊은 물건 없는지 꼭 확인하고!! 이오리를 따라가면 시연회장에 바로 도착할 거란다. "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기며, 유즈키 사오리가 여러분들을 둘러보며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어느 쪽으로 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하얀 빌딩으로 가게 될까요, 아니면 저 하얀 돔 쪽으로 가게 될까요?
잊은 물건을 두고가는 일 없도록 주의해 주세요. 헬기에서 내려오시는 즉시, 유즈키 기술부장을 따라 시연회장에 입장하시게 될 것입니다.
꽤나 많이 흔들린다. 이대로 추락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불길한 생각이 들 정도로. 한참을 그렇게 흔들리며 천천히 내려간 헬기는 완전히 지상에 착륙했다. 다시 고개를 들자 창 밖으로는 황량한 풍경이 보인다. 엄청나게 하얗다. 결벽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하얀 사방과 건물들은 어쩐지, 이제는 익숙한 병실의 그것과 비슷해 보였다. 물론 전혀 다른 것들이지만... 둘 다 하얀색이라 그런지 떠올려버린다.
"네에. ...사오리 씨는요?“
사오리 씨의 말에 대답하며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서다가 문득 생각했다. 이오리 씨를 따라가면 시연회장에 도착할 거라는 말이 꼭..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로 어쩐지, 사오리 씨는 지금 시연회장에 안 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착각인가? 이오리 씨가 선두고 사오리 씨가 최후미에서 가겠다는 뜻일수도 있으니 그리 큰일까진 아니겠지만. 그래도 슬쩍 지나가듯 물어보게 된다.
어쨌든 뭔가를 꺼낸 적도 없으니 잊은 물건도 없을 것이다. 조금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헬기에서 내려 이오리 씨를 따라 이동하려고 했다. 건물은 일단 두 개, 하얀 빌딩이랑 하얀 돔 중에서 어디로 가게 될까.
북극해. 재앙 이후 수년간 물밑으로 물위로든 수많은 싸움이 벌어진 곳이며,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또다른 요인으로 인해 다시 폭풍이 휩쓸고 갈 예정인, 수많은 생명이 스러지고 가라앉은 죽음의 바다입니다. 이곳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거나 하는 일은 없을것이니,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설마 이번 일에서 총을 꺼내는 일이 있거나 하겠습니까?
"건투를 비네. "
총사령관에 비해서는 한없이 온화한 얼굴로, 부사령관은 여러분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하려 하였습니다...
제각기 다른 생각을 품은 채, 나루미와 미츠루는 비행기에 탑승하려 하였습니다. 여러분이 타게 될 비행기는 UN 로고가 뒷쪽 동체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하얀 바탕에 붉은 선으로 도색된 비행기였습니다. 이전까지 전투에서 다양한 비행기가 돌아다녀왔고, 그 이전에도 수많은 항공기와 전투기가 하늘 위를 날아다녀 왔습니다만, 이 비행기와 같은 종류의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것을 본 적은 나루미에게도 미츠루에게도 없었습니다. 과연 어느 국가의 군대에서 제공한 기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재앙 이후 새롭게 개발된 신형 기체일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되겠습니다. 재래식 병기의 발전에 예전만큼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지금 시점에서 개발된 것인 만큼, 어지간한 국가에서 개발된 기체는 아닐 겁니다.
내부에 들어서게 된다면, 유난히 황량해보이는 느낌을 받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겉보기와 달리 꽤나 넓은 편이었으나 좌석이 좌우로 한 줄씩밖에 있지 아니하여서,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휑하였습니다. 아무 자리나 골라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세요. 안전벨트를 차는 대로 곧바로 이륙 과정을 밟게 될 겁니다.
준비할 게 많긴 한데 자세히는 일어난 뒤에 좀 더 짜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피소드3때처럼 연설문은 아니더라도 아무튼 장문이 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미리 지문을 챙겨놔야 해서 아무튼 또 갈려나갈 예정인 레캡입니다. 상태가 상태이기도 하고 해서 지금으로썬 푹 쉬어줘야 뭘 쓸 수 있거나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간에 다들 모두 좋은 밤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침에 새 아침 어쩌구 하는 레스로 찾아뵙겠습니다!
>>802 나츠키주 안녕히 주무세요. 편히 주무시고 좋은 밤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내일 현생도 파이팅입니다...(ㅠㅠ)
12월의 둘쨋날 되는 목요일 점심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신가요? 거의 막바지 되가는 때에 이게 뭔 일인지 생전 한번도 안 걸린 걸 걸리게 되어 눈물이 앞을 가리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오늘도 구내염쏭을 노동요로 틀고 진행하게 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드는 듯 합니다... 모쪼록 다들 다들 면역력 높이셔서 남은 한 해 건강한 한해 보내실 수 있으셨음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파이팅입니다.
지금부터 출석체크 받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에 참여 가능하신 레스주분께선 이 레스에 앵커를 걸어 손을 들어주시면 자동으로 체크 처리되십니다. 오늘 진행에서 북극 완전히 도착해보고자 하니 진행 부분에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간에 러시아 #가보자고 🔥
익숙하다고? 이오리 씨는 여기 자주 오셨던건가? 사오리 씨의 말을 듣고 이오리 씨를 보자, 으와, 표정 개쩔어. 엄청 심각한데. 입술까지 잘근잘근 깨물고 계시고... ...익숙한 정도가 아니라 뭔가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인데요... 뭐 더 물어봤다간 누구 줄초상 치를 것 같아서 그냥 그만뒀다. 그리고 대비될 정도로 사오리 씨는 엄청 밝은 표정. ...꽤나 상세한 정보를 알고 있고 표정이 썩 좋지 않은 이오리 씨, 사전 정보가 별로 없고 표정이 밝은 사오리 씨. ...두 사람의 대비가 꽤나 인상적이네. 인상만 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오리 씨가 언니 쪽인데 말이지...
"와, 돔이다... 여기서 하는구나.“
프로듀서! 돔이에요 돔!이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어디서 봤더라... 방학 중에 무심코 켜둔 TV에서 하던 프로였나? 아무튼 우리가 가는 곳은 빌딩이 아니라 돔 쪽이었다. 뭐어, 행사장이라고 한다면 돔 쪽이 좀 더 어울리긴하지. 조금 더 걸어가자 연회장처럼 보이는 곳으로 들어왔다.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JA-01 완성 기념회. 흐음...“
그거 이름이 JA-01이구나. 에반게리온을 대체할 수 있을 무인병기. ...마음에 안 들어. 파일럿 입장에서도,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곱게 봐줄래야 봐줄수가 없다. 뚱한 표정을 감추진 못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기로 했다. ...어쨌든 공식적인 자리고 다른 지부에서도 사람들이 오기도 했고... 마음에 안 든다고 날뛸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니까.
솔직히 깨끗하기보다는 뭔가 있는게 없어서 더러워질 여지가 없는 경우에 더 가까웠다. 앞으로 걸어갈 때마다 음계는 높으나 청량하지 못한 금속성 발소리가 들렸다. 얌전히 자리에 앉아 벨트를 찼다. 장비 착용은 비행기가 고도에 오르면 그 때 하도록 하자. 또한 나는 고통스러운 생각을 항아리 바닥에 밀어넣었다. 당분간 사색할 사치는 부리지 못할 것이다.
"......."
카시와자키 양 이후 다른 파일럿과 일대일로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파일럿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카시마 미츠루. 카시마 군. 그러나 파일럿은 내 이름을 모르겠지...아마도. 네르프 직원은 파일럿보다 숫자가 훨씬 많은데다가. 파일럿은 내 목소리만 들은 게 전부일테니까.
딱 그 나잇대같은 느낌을 주던 카시와자키 양과는 또 다르게, 카시마 군은 묘하게 성숙한 느낌을 주는 소년이었다. 키가 크거나 체격이 좋음을 떠나서 사람이 흩뿌리는 분위기 자체가 묘했다.
비행기에 올라타면, 생각했던 것보다는 넓어도 여전히 단조로운 내부가 보인다. 호화롭다고는 할 수 없는 내부 기물들이 자리하는 가운데 (호사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자신은 전에 본 적 없는 기체인 것이 분명해졌다. 좌우를 둘러보며 적당히 중간 자리에 가서 앉는다. 안전벨트 금속 연결부의 차가운 감촉이 유난히 서늘하게 느껴진다.
"......."
그렇게 앉아 있자니 옆에서 오퍼레이터가 말을 걸어 온다. 자신은 네르프의 직원 하나하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야 지금도, 몇 번이고 들어 본 적 있는 목소리라고, 당시 상황이 소리치는 것만 같은걸.
"그간 작전 당시 지시를 맡아 주신... 아, 실례합니다. 아직 성함을 모르네요."
오퍼레이터가 파일럿을 알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업무상으로 알아야 하는 부분까지는 괜찮다. 괜찮도록 만들어 두었으니까. 담담하게 자기소개를 한다.
2015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참석하는 시연회 치고는, 내부는 상당히 올드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술 역시 옛날 사케에, 디저트건 음식이건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었습니다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달콤한 다과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아이들이 올 것임을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원래 어른들만 참석할 예정인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따금씩 나츠키를 향해 시선을 두고 지나가는 사람이 몇몇 보이는 듯 하였습니다... 장담컨대, 좋은 눈초리로 보고 있진 않았을 것입니다. 이것은 나츠키 한명에게만 그런 시선을 던진 것이 아니라, 타카기와 이오리, 그리고 사오리를 향한 시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순히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들이 여러분들께 던지는 눈길엔, 명백한 적의가 담겨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다양한 단체 및 정부 기관에서 참석한 이들로 연회장 내부는 붐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연회장 맨 앞에 걸린 현수막.
JA-01. 얼핏 봐서는 무언가의 약칭으로 보이는 이름이었습니다. 장담컨대 이 이름 자체가 진짜 이름은 아닐 것입니다. 또 다른 이름이 있을 것입니다. 단순 코드명이 아닌, 기관에서 부르는 진짜 이름이 말입니다.
연회장에 도착한 타카기가 한참 주변을 살펴보고 있을무렵, 저 앞 멀리 있는 단상 위로 누군가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얀 가운 안에 전략자위대 작업복을 입은, 눈썹 위로 머리를 자른 남성이었습니다. 오늘의 사회자 역할을 맡은 사람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윽고 남성은 단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붙잡더니, 천천히 말을 이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하겠습니다. 들리십니까? - 저는 오늘 사회를 맡게 된 이번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 미조구치 시구레 ] 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짝짝짝짝짝짝짝......
사방에서 박수소리가 잠시금 이어지다가 멈추었고, 소리가 완전히 잦아들 무렵 남성은 다시금 말을 이어나가려 하였습니다.
- 오늘, 이곳 [ 제 1회 제트 얼론 공개 기동실험 시연회 ] 에 바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해주신 내빈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 본격적으로 기동 실험을 시작하기 앞서, 간단히 질문 같은 걸 받아보고자 합니다. [ 제트 얼론 ] 기체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질문해 주셔도 좋습니다.
남성은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더니 연회장 내에 모인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려 하였습니다.... 질문....을 해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지만, 궁금한 점이 있다면 질문해 주셔도 좋습니다. 금방 답변이 돌아올겁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여러분들이 앉아 이제 막 인사를 나누던 사이, 비행기 기체는 서서히 앞으로 움직이며 이륙하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이한 소음을 내며 움직이는 것이 과연 이게 보통의 기체가 맞는가 싶기는 합니다만, 여러분의 안전에 위해가 가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몸을 굽히고 있었다면 갑자기 자동으로 펴지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일어났겠지만, 역시 별 일 아니니 걱정은 놓으셔도 좋습니다.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셔도 좋고, 받은 것을 확인하셔도 좋습니다. 도착할 때까지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주시면 될 것입니다. 북극 도착까지 앞으로 2턴 남았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는 사이, 때때로 이쪽을 향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를 향하는... 아니, 우리 쪽을 향하는 시선은 빈말로도 곱다고는 못 할 그런 시선이었다. ...오히려 명백한 적의가 담겨있다고 해야할 정도의 그런 시선이다. 대단한데. 망할 아버지도 이렇게까진 안 쳐다볼텐데. 일단 이곳에서 우리 일행이 전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이래서야 뭘 먹기도 부담스러우니 뷔페 쪽은 가지도 못하겠네. ...애초에 가서 먹고 싶은 메뉴도 그다지 없었지만. 뭐랄까, 대체로 레트로라고 할까, 고지식한 윗대가리들이나 좋아할 법한 느낌이다. 뷔페도, 이 시연회장 자체도.
"...달랑 두 명이서 오기엔 부담스러운 자리가 맞았네, 하아.“
그렇다고 중학생으로 인원을 충당하는 건 또 어떨까 싶지만은. 뒷말은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과거여행이라도 하는 것 같은 이 시연회장을 벌써부터 넌더리가 난다는 눈으로 보고있자니, 사회자로 보이는 사람이 단상에 올라왔다. 소개가 이어지고 사방에서 박수가 쏟아지지만 나는 딱히 박수든 뭐든 호응해주고 싶은 기분은 아니라,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질문, 질문이라... 궁금한 건 많았지만 이런 자리에서의 질문은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지. JA라는 깡통(?)의 존재에 흥분해서 이 질문 저 질문 꺼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외부인이 알아서는 안 될 사항까지 말해버릴지도 모르고, 아니면 뭐 어설프게 비꼬다가는 오히려 우리가 공격당할 기회를 저쪽에 내주는 꼴이 날지도 모르고. 이래저래 덧붙여보지만 사실 본질은 그거였다. 질문... 귀찮은데. 질문이라면 기술부장 이오리 씨가 대신해주겠지. 아니면 뭐, 다른 인간들이 해주겠지... 난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온 중학생이라구요?
"......“
@ 질문...보다는 일단 관망합니다. 하는 김에 사회자의 머리를 보며 저게 가발일 가능성을 생각해봅니다(???
사무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사도가 오면 중앙지령실 오퍼레이터로 변신. 또 어떨 때는 이렇게 현장에 나가는 삼중생활을 즐기고 있답니다....
"지금 상황이 여유롭지 않아서 바로 여쭤야 할 것 같아요. 현장이랑 잠시 통화했는데 분위기를 보니 총격전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괜찮으시겠어요?"
나는 서류를 바스락거리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릴적 처음 사격장에 가 보았을 때, 총성에 겁을 집어먹고 저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었다. 만에 하나 총을 놓쳐버리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손이 하얘지도록 힘을 주었었다. 안전한 사격장에서도 초심자는 그렇게 겁먹는다. 일촌짜리 납덩이로도 사람 잡는데 충분하다는 두려운 사실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하물며 그 납덩이가 나를 노리고 날아오는 공포는 쉽게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도 괴로운 순간이다. 경험이 없다면 패닉에 빠져서 더 큰 위험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파일럿이라 해도 고작 열몇살짜리 아이를 총화 속에 밀어넣는 네르프는 정말... 지금은 대전기가 아닌데.
"방탄복이나 총은.....가져오셨고요?"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니 나의 생각과 요구도 그에 저절로 맞춰진다. 고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소년에게 총과 방탄복 운운하는게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 말하면서도 눈은 서류를 훑고 있다.
과연 에반게리온 때문에 적대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되겠습니다. 이 곳은 아이들의 세계가 아닌 어른들의 세계, 그것도 높으신 분들이 각자 대표를 보내 참석하게 한 행사장이니까요. 단순히 에반게리온으로 인해 활약을 못해서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금전적인 요인이라던가 말입니다.
- JA-01 은 이번에 저희 전략자위대와 일본 중화학 공업 공동체에서 공동 개발 및 추진한, [ PROJECT : JET ALONE ] 의 첫번째 기체입니다. - 쉽게 말해 제트 얼론 1호기라고 생각해주시면 되지요. 어떻게 제대로 답변이 되었을까요, 학생?
빙그레 웃으며 남성은 타카기를 향해 답변하려 하였습니다...... 웃는 얼굴이었으나 썩 좋은 태도로 답변하는 것 같진 않아보입니다. 그 증거로, 남성은 입만 웃고있지 눈은 웃고 있지 않았습니다.
타카기가 있는 자리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는 유즈키 이오리는,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고 정말로 심각한 눈빛으로 단상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말을 꺼내려 하지 않는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말을 꺼내보았자 치부만 들어날 뿐이니까요. 그렇지요?
"어머, 나츠키. 뭐라도 좀 먹어도 괜찮을텐데. "
한창 관망하며 지켜보던 나츠키의 옆으로, 유즈키 사오리가 음식이 가득 담긴 접시를 두어개 들고 오며 앉으려 하였습니다... 제 동생과는 달리 그녀는 꽤 즐거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정말 즐거워서 웃고 있는 것인지, 장소가 장소이기에 체면을 차리고 있는 것인지는 글쎄요, 그녀만이 알 일일 것입니다.
저 봐. 요리미치가 한 질문에 대답하는 사회자의 얼굴은 입만 웃고 있고 눈은 하나도 웃고 있지 않았다. 무섭네, 사회자의 태도부터가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 의외로 이오리 씨는 질문은커녕 아무 말도 없이 단상만 심각하게 보고 있다. ...기술부장이니 이것저것 질문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헬기 안에서 들은 걸로 생각해보면 정보는 이미 다 알고 있으신...건가? ...어떻게 알고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질문을 안 하는 이유가 있겠지...
"에, 아니이... 전 딱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나까지 표정이 심각해질 것 같았는데, 그걸 단숨에 리셋시켜버린 건 사오리 씨였다. 음식이 가득 담긴 접시가 두 개... ...사오리 씨, 진짜 행복해보이시네요... 저는 지금 뭘 먹었다간 그대로 체해서 이틀 정도는 고생할 것 같은데... 자리에 앉는 사오리 씨를 보며 나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전 별로.. 먹고 싶진 않네요.
"...예상보다 더 많이... 재미없는 자리네요. 여기.“
목소리를 낮춰서 중얼거렸다. 그냥 지루한 수준이 아니라, 사방에 적이 존재하는 느낌이라 껄끄럽기까지 한... 재미가 있을래야 있을 수 없는 곳이다. ...실시간으로 즐거워하는 사람이 옆자리에 있기는 한데, 뭐, 그... 취향이란건 다양한 거니까?
나루미의 생각과 기대와는 달리, 유감스럽게도 미츠루에게는 서류 이외엔 전해진 것이 없었습니다. 다른 것이 전해질 예정이긴 합니다만 그것은 북극에 도착한 이후에 전해질 예정이니, 지금으로썬 미츠루는 서류 파일만 달랑 든 채로 북극에 가게 된 셈인 것입니다. 중학생 신분인 아이에게 달랑 출입증과 통역기 등만 달랑 주고 보내다니, 부사령관께선 진심이신 걸까요?
서류 파일을 좀더 자세히 확인하려 하였다면, 나루미와 미츠루는 베타니아 베이스와 키예프-III 호의 보다 자세한 구조가 담긴 내부 설계도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베타니아 베이스는 맨 윗층인 아케론부터 맨 밑층인 코카투스까지 해서 족히 수십층은 되는 규모로 바다 밑에 세워져 있었는데, 아케론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다에 잠겨 있으며, 맨 윗층부터 맨 밑층까지는 [ 스틱스 통로 ] 라 불리는 거대한 통로로 이어져 있었는데 천장에 전기가 흐르는 레일이 달려있으며, 각 층마다 어떠한 방어 장치가 되어 있는 것을 설계도를 통해 확인 할수 있었습니다. [ 말레보르게스 시스템 ] 이라고 적혀 있는데, 아마 이게 방어 장치를 부르는 호칭인 듯 합니다. 키예프-III 호의 경우 맨 윗층이 아닌 갑판 밑 2층에 중앙지령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베타니아 베이스 기지의 사령부는 기지 내부가 아닌 기지 외부에 있는 것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나루미 쪽의 파일에는 항공모함쪽 지도의 3층 오른쪽 밑에 동그라미가 쳐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추측컨대 이곳이 아마 미즈노미야 부장이 말하였던 [ 부탁하신 것 ] 의 위치인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자세한 건 도착하게 되면 듣게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나루미의 탁월한 눈치로 살펴보자면 어쩌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즈노미야 부장은 나루미에게 이것을 찾아오는 임무를 주려 하는게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미츠루 쪽의 파일 역시 전체적인 내용은 나루미와 똑같았습니다만, 나루미와 달리 베타니아 베이스쪽 설계도의 제일 밑부분, 그리고 제일 윗쪽 부분에 붉은 색연필로 동그라미가 쳐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맨 밑쪽의 코카투스 층에 칠해진 동그라미 안에는 [ Angel-06 ] 이란 단어가 적혀있었는데, 진심으로 무슨 의미로 적어놓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밖에 특이점을 찾아보자면 윗쪽 제일 왼쪽 부분에 붉은 동그라미와 함께 EVA-05라고 적혀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에반게리온 5호기라니요, 당황스러운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설마 이곳에서 에반게리온을 건조중이었던 걸까요? 나루미와 달리 미츠루는 맨 뒤에 서류가 하나 더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좀 더 살펴보려 하였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이 동그라미가 쳐져있는 부분들, ] [ 전원 파괴하도록. ] [ 어느쪽이든간에 형태를 남겨놓아선 안되네. ] [ 동행인에겐 이 임무는 비밀로 하도록. 도착하게 되면 표면적인 다른 임무가 주어질 거다. ]
굉장히.... 당황스러운 내용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에반게리온을 파괴하라니, 파일럿인 미츠루에게 주어진 임무가 맞는 건가요? 탑승한 상태로 파괴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개인 퀘스트의 내용이 변경됩니다!
▶︎ Omnes viae angelus ducunt ▶︎ 유럽 연합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운영중인 베타니아 베이스는, 러시아 영해에 위치한 노보시비르스크 제도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타 기지와 달리 이곳 기지는 북극해 바다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 보관중인 특수한 개체를 구속하기 위함입니다.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제6사도 사마엘과 가설 에반게리온 5호기를 소멸시키십시오. ▶︎ 보상 : [ S2 기관 ] [ 마르두크 계획 ] 관련 기밀 정보 획득 * 본 퀘스트는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보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케론부터 코키투스까지, 이 기지의 규모는 확실히 굉장했다. 그러나 목적지의 크기에 놀라기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먼저 마음을 짓눌러 오기에, 금방 평정을 가장하고 임무의 내용을 되새기기 시작했다. 목표는 건조 중인 에반게리온과 사도를 남김없이 파괴하는 것. 현재로서는 이런 임무가 주어진 이유를 모른다. 그러나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자신의 일이라면.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의 구름이 시야 밑으로 떠 간다. 비행기를 발명한 인간이 구름 위로 날았을 때, 세상이 전부 제 것인 줄로 알았을까. 그러나 세상을 손에 넣은 것은 사실도 아닐 뿐더러, 아니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생각은 전혀 좋은 일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
인류는 탄생 이래로 지금까지 숱한 재앙을 맞이해 왔다. 자신들이 어떻게 하면 그것을 막을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해 왔다. 그러나...
나는 한숨조차 쉴 수 없었다. 작전부장처럼 아랫사람들 앞에서 이성을 잃고 소리치는 추태는 결코 사절이다. 지휘관은 알든 모르든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다. 호흡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생각해보자. 재래식 전투에 문외한인 에바 파일럿을 러시아로 보내야 하는 이유. 러시아 항모에서 스텔스 게임이나 하라고 14살 중학생을 보냈겠냐? 에바 파일럿이 할 수 있는 건 딱 한가지 뿐이다. 에바 조종! 그것 외에는, 단언컨대 아무것도 없다.
'정말 에바를 훔쳐오는게 임무인거야?'
문제는 그거 말고 더 있다. 하필이면 또 항공모함이다. 현대 해군의 중핵이자 어느 해상병기보다도 엄중히 보호받는 항공모함. 어디 어중이떠중이 나라의 무늬만 항모가 아니라 붉은 해군의 항공모함...
"항공모함에서 뭔가 빼오라는 모양이네요. 항모에 에바가 들어갈 자리가 있나? 카시마 군을 이런 곳으로 보낼 이유는 에바 말고는 없어보이는데......"
동그라미 쳐진 이 자리는 에바가 들어가기에 알맞지 않아 보이는데. 모르겠다. 도착하면 부장이 설명하겠지. 지금은 그렇게 알고 있기로 했다. 카시마 군을 보내서 에바를 훔쳐오기.
"일단, 잠시 일 보고 올게요. 옷 갈아입을 거니까 이 쪽 보지 마시고."
환복하고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겉의 방한복도 곧장 총을 꺼낼 구멍을 내야 하고. 할 일이 많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깥에서 안쪽까지. 모든 옷과 모든 물건 중에 '나의 것'은 존재해선 안 된다. 문자 그대로, 그 무엇도! 몸뚱이 빼고 전부 바꾸는 것이다. 벗은 내 옷가지는 여기 두고 가면 알아서 챙겨줄 것이다.
생각해보니 러시아는 추운데. 파일럿한테 외투 한벌 주지 않았네. 정말 챙겨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 뉘신지 모르겠으나 혹시 생각이란게 없나? 더블백 앞에서 당연한 의문을 품은 채 손을 꼬물거리던 나는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극해는 내 집 안방. 방한복 없어도 버틸 수는 있어. 이 친구는 겨울이 뭔지도 모를 거 아냐. 결국 나는 외투를 안고 카시마 군의 곁으로 다가갔다.
주변에 다른 질문을 꺼내려 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려 할 무렵, 타카기는 저 뒤에서 한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만약에 소리를 들은 타카기가 뒤를 돌아보려 하였다면 붉은 네르프 정복을 입고 있는, 그러나 일본인이 아닌 것은 외양부터 확인이 가능한 사람이 손을 들어 질문을 하려 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짙은 금발을 쪽지어 묶고있는, 어느정도 나이가 있어보이는 여인이었습니다. 말하는 억양이나 쓰는 언어로 보아 프랑스쪽 사람인 것 같은데, 네르프 파리 지부의 사람이 대체 왜 여기 있는 것일까요?
- 이런 이런, 그 이름 높은 클레망소 박사님 아니십니까. 참석해 주셔서 정말로 영광입니다.
여유로이 웃으며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하라는 듯 손짓하였습니다.... 여인의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영어로 받아치는 것으로 보아, 단상에 서있는 남성은 통역가 없이도 어느정도 프랑스어를 소화 가능한 이인듯 싶습니다. 다만 타카기가 제대로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면, 남성의 말투가 조금 비아냥거리는 어투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겁니다.
- 저희가 사전에 듣고 온 정보에 따르면 해당 기체는 내연기관을 내부에 장착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만, 사실인가요? - 에에, 사실입니다. 제트 얼론은 핵융합 원자로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으며, 별도의 전력 공급 없이도 최대 150일간 추가 전력 공급 없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 원자로는 현 항공모함들이 사용하고 있는 원자로와 동일합니다. 저희 기체의 가장 큰 특징이지요.
원자로 이야기가 나오기 무섭게 연회장 여기저기서 술렁이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항공모함에서 쓰는 원자로와 똑같은 것을 장착시키다니요, 전략자위대는 제정신인 것인가요?
- 육상 병기의 경우 적 기체에 의해 폭파당하거나 파괴당할 가능성을 항시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안정성 면에서 지나치게 리스크가 크지 않은가 생각되는데, 관련해서 대책은 생각해 두시셨나요? - 겉표면에 아주 단단히 보호 장치를 해두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리고 이것만은 확실히 말씀드릴수 있는데, 뭐가 되었던 간에 5분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전투 병기보다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재빠른 어조로 질문을 던지는 여인을 향해, 남성은 여유롭게 천천히 영어로 답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네르프 직원들은 물론이요, 파일럿으로써 같이 온 나츠키와 타카기도 무슨 말을 한 것인지 파악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5분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병기, 명백히 에반게리온을 저격하는 발언이었습니다.
- Quelle réponse grossière...! - 무례하다니요, 저는 그저 제가 대답할 만한 것을 말씀해드린 것입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예산의 20%를 매년 국제연합 산하 특무기관에 할당하고 있는 만큼,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 자리에 오신 것도 그 이유가 없지 않아 있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말이 틀렸나요?
당황한 여인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남성은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일본어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 세컨드 임팩트 이래 정확히 15년이 지났습니다. 세계는 여전히 날마다 굶어 죽어가는 이들이 수 만명씩 생겨나고 있고,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국제연합은 예산 할당량을 전혀 줄이고 있지 않고 있지요. 그 [ 원인 모를 일 ] 에 대비한답시고 말입니다. - 이 예산 관련해서 유럽에서 지금 한바탕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지금도 말이지요. 제 말이 틀렸나요, Mademoiselle Clemenceau? - .......
여인은 여전히 말이 없는 채로, 그저 주먹을 꼭 쥔채 부들부들 떨고 남성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정곡을 찔린 것인지, 눈을 크게 치켜뜬 채로 손을 떨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 돈만 먹는 하마로 있을 뿐인 2호기 보다야, 저희 JA-01이 훨씬 나은 성능을 보여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웃는 소리가 한창 들리다 잦아들고 나서야, 빙그레 웃으며 남성은 다시 일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저희 기체는 파일럿들이 타지 않는 무인 기체인 만큼, 교전 과정에서 파일럿들이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생기게 되지는 않으리라 장담합니다. 불필요한 희생 역시 나오지 않을 것이고 말입니다. 그렇지요, 유즈키 박사님?
남성은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에 앉아있는 유즈키 이오리 기술부장을 바라보며 물으려 하였습니다. 어째서 유즈키 박사를 지목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목되자마자 이오리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고개를 떨구며 긍정하는 것으로 보아...한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아보였습니다. 유즈키 이오리에게는 뭔가가 있습니다.
- ... ...틀리지 않았습니다. - 역시 박사님, 잘 알고 계시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긍정하는 말에 남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려 하였습니다..... 언뜻 [ 배신자 ] 라고 입모양으로 얘기하였던 것 같은데, 매우 재빠르게 입모양을 바꾸어서 멍하니 있었다면 파악하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어쩌면 그들은 그녀가 무슨 염치로 온 것인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다른 질문이 있으시다면 그것만 받고, 기동 실험 진행을 위해 자리를 옮겨보고자 합니다. - 추가적으로 질문하실 것이 있으시다면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남성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자리에 있는 모두들을 둘러보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지금 물어보는 게 괜찮을 것입니다. 실험이 시작되는 동안은 질문을 꺼내기 어려울 테니까요.
[ 안내 말씀 드립니다. 이 비행기는 잠시후 목적지인 노보시비르스크 제도에 도착할 예정이오니,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착륙 시 흔들림에 대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
한창 여러분들께서 준비하고 계시는 동안, 기내 천장에 붙어있는 스피커로부터 다음과 같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만약에 여러분들께서 창 밖의 풍경을 확인하려 하셨다면, 밝았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무언가 눈발이 내리고 있는 것 같아보이는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마하의 속도로 오게 된 것일지도 모르지요. 이 비행기가 여타 비행기와 다른 신형 기체임을 염두해 두셔야 합니다. 과연 어느 군에서 개발한 비행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저 밖에서 들려오는 귀가 찢어질세라 들려오는 굉음과,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반동과 함께, 기체는 러시아 영공을 지나 목적지를 향해 착륙하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착륙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내 흔들림에 대비하십시오!
- 휘이이이 .... 휘이이이 .....
완전히 흔들림이 잦아들고, 저 바깥에서 들려오는 굉음과 바퀴소리가 멈추고 나서야, 여러분은 어떻게 자리에서 움직이려들수 있게 되었을 것입니다. 바깥의 날씨가 날씨이기도 하기 때문에, 나가실 때 방한복이 여벌이 있다면 꼭 착용하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리고자 합니다. 창밖에 보이는 모습을 확인하려 하였다면, 온통 눈밭으로 되어있는 활주로와, 그리고 저 멀리로 붉은 바다가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1. 원래 나루미와 미츠루가 타고 갈 비행기는 여객기가 아니라 전투기, 그것도 스텔스기였습니다. 2. 유럽 지역쪽 시위대가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 국제연합 관련 예산 10% 이하로 대폭 축소 ] , [ 네르프 파리 지부의 폐쇄/이전 ] , [ 유럽 연합 내 국가들의 투명한 예산 집행 내역 공개 ] 입니다.
4. 유럽 지역 시위는 블루 퍼지 사태와 달리 상당히 격한 폭력시위 형태로 일어나고 있으며, 블루 퍼지 사태와 달리 인터넷과 SNS를 통해 사건이 퍼져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파리 시가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인 만큼 더이상 정보가 새어나가는 걸 막기엔 이미 늦은 상황까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