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에 폰 에반제르트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아침에_일어나자마자_하는_일 귀족 영애다운 삶입니다. 사용인들의 도움을 받아 간단히 단장하고, 가볍게 홍차 한 잔. 가문 앞으로 온 서신들을 체크하고, 대부분은 상단 업무를 보기 시작합니다. 아침부터 서류에 파묻혀 사는 삶.......... 돈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때려쳤겠지만, 어쩔 수 있나요. 기껏 되살려 놓은 가문을....다시 망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죽은 눈)
혼자인_새벽에_외로움이_찾아든다면_자캐는 씁쓸한 감정은 대개 혼자서 삭이는 편입니다. 차마 삭여지지 않을 때에는 아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일을 하곤 해요. 저택의 사용인들은 종종 서재 책상에 엎어져 잠들어 있는 클로에를 종종 발견하곤 합니다.
자캐가_열이_나_앓아누웠을_때_곁에_아무도_없다면 귀족이라는 지위 특성 상 그러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조금 서운하긴 하겠죠. 아니, 조금인가..? 성질머리를 생각해 봤을 때 이 자식들.. 돈을 줬더니 나를 이렇게 방치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용서치 않겠다.... < 따위의 생각을 할 것 같긴 합니다.
티르는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싸우는 것. 싸움을 피하지 않는 것. 이전에 패하였더라도 몇번이고 다시 덤비는 것. 단순히 싸우는 것 뿐만이 아닌, 싸움에 임하는 그 태도가, 루프레드에게 호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는 호인이었다. 티르 그가 찾기를 바라던. 그리고 티르는 그 호인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그의 몸 주변으로 투기가 피어오른다. 무수한 투기로 이루어진 스파크들은 그의 몸이 금빛으로 보이게 하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자세를 낮추어서 다가오는 루프레드를 차분히 응시하다가, 그가 덤비는 타이밍에 맞춰 기술을 내민다.
카운터
불길을 머금은 주먹이 날아오는 타이밍에 티르의 몸이 살짝 옆으로 기울어진다. 관자놀이를 뒤로 빼면서, 동시에 팔꿈치를 들어올려 루프레드의 주먹에 정확히 팔꿈치를 꽂으려고 했다. 루프레드가 날린 주먹에 카운터가 정확히 꽂혔다면 아마 손이 아작났을 거다. 빠르게 반응하여 손을 뺀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루프레드는 이유 없는 싸움이 싫었다. 싸움은 지독하게 아프고 괴롭기만 하다. 과거-몇 번이고 반복되던 투쟁 속에서, 그 의미를 찾아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저 살기 위해 남들을 패죽였다. 살아봤자 의미가 없었는데, 그때는 왜 그토록 생존에 집착했을까. 허나 지금은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고작 알량한 자존심 하나 세우기 위해서. 어떻게 보면 헛된 짓이다. 그래서, 그는 이 이유 없는 싸움에서 도망치지 못했다.
이유 없는 주먹이 허공에 잠깐 머무른다. 목표가 재빠르게 사라진다. 야성 속 육감이 말해주고 있다. 여기서 물러나라고! 세상이 느리게 느껴진다. 접힌 팔꿈치가 잽싸게 다가온다. 루프레드가 바로 상체를 숙인다.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가는 피부가 느껴진다. 그는 숙인 자세 그대로 상대의 복부를 향해 달려든다. 자세를 무너뜨리고, 넘어뜨려 깔아뭉갤 생각이었다.
"당연히, 내 마음대로지. 강자는 뭐든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티르는 으르렁거리는 루프레드를 도발하듯 작게 웃고는 그를 내려다본다.
강자는 약자를 짓밟고, 그 위에 올라서며, 자신의 의지를 마음대로 휘두른다. 그것이 강자에게 주어진 마땅한 권리. 티르는 그 권리에 충실한 악마였다. 원할 때 싸움을 걸고, 폭력을 휘두른다. 자신이 강자로 성장했기에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였다. 당장 저 수인 남성만 해도 자신과 마찬가지였다.
그가 강자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자신에게 소리치고, 자존심을 세우고, 맞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겠지. 도망치기 바빴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강자이기에 자신의 앞에 서서 내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
"그래. 생물이라면 그래야 하는 거지."
루프레드에게 깔리는 와중에도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미숙하다.
티르는 바닥에 쓰러지자마자 양 손에 투기를 가득 모은다. 손에 투기가 흘러넘치고 스파크가 튀기기 시작했을 때, 그는 곧바로 루프레드의 양 팔을 잡으려고 시도한다. 만약 성공했다면 티르의 투기가 루프레드의 몸 안쪽으로 흘러들어가 루프레드의 안쪽부터 그를 파괴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루프레드는 얼굴을 한껏 찌푸리며 넘어진 상대 위로 올라탄다. 남성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는 찰나-금빛 손아귀가 그 팔을 붙잡는다. 아, 뭔가 잘못되었다.
온 몸에 찌릿한 통증이 전해진다. 벼락이라도 맞으면 이런 느낌일까, 전류가 혈관을 타고 흐르며 몸 이곳저곳을 찢어놓는다. 피멍이 들며 살갗이 찢어진다. 눈자위에 발갛게 핏발이 서고 맥박은 점차 느려진다. 죽음을 감지한 것마냥 심장이 천천히 뛰고 있다. 비명만이라도 참으려 입술을 꾹 깨문다. 날선 송곳니가 피부를 뚫는다. 터진 입술에서 침과 피가 섞여 뚝뚝 떨어진다. 잇새로 새어나오는 신음엔 고통스런 기운이 잔뜩 묻어있다. 전신에서 힘이 빠진다. 루프레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명확한 한계를. 고통 속에서 눈꺼풀이 서서히 감긴다.
… 가슴 속에서 화끈한 게 느껴진다. 불꽃이다. 작은 불꽃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잔불이 점차 몸집을 키우며 거대한 화마가 된다. 화마가 모든 걸 불태울 기세로 맹렬히 번져나간다. 눈이 번쩍 뜨인다. 이제 아프지 않다. 몸에 다시 생기가 돌아온다. 그의 신체를 잠식하던 투기는 이미 사그러들었다. 루프레드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상대의 눈을 똑바로 노려본다.
"…아직 안 끝났어…!"
그의 손 끝에서부터 불꽃이 피어오른다. 그건 이윽고 거대한 불길이 되어 루프레드의 두 팔을 집어삼킨다. 화염을 두른 모양새다. 양 팔에 힘을 주자 불은 더욱 커진다. 루프레드는 그대로 상대의 붙잡은 손을 내치려 했다.
티르는 기분 나빠하는 기색 하나 없이 그저 즐겁다는 듯 웃었다. 싸움 좋아하는 머저리라는 말은 그에게는 당연한 것. 당연한 것에 기분이 변할리는 없다.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자신 위에 올라탄 루프레드를 응시했다.
상대방을 전부 파악하지 못 했으면서 붙잡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나 이런 세계처럼 몸의 표면으로 저주라던가를 흘려보낼 수 있는게 가능하다면 더더욱. 하지만 여기까지 버틴 것만 하더라도 저번보단 더 발전한 것이다. 이런 미숙함은 경험의 차이이니 점점 채워져 나가겠지.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가 얼마나 강해졌을지를 궁금해하며 티르는 루프레드를 기절시키려고 했다.
...허나,
"허어."
티르가 탄성을 흘린다. 분명히 내상이 있었을텐데, 이제는 그 내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회복... 저 불꽃이? 탄성을 흘리던 입가는 이내 반달 모양으로 변한다. 즐거움에 크게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느껴지는 불꽃은 명백한 드래곤의 기운. 그리고 그것을 다루고 있는 마음에 드는 수인. 그는 실로 오래간만에 싸움에서 잊고 있던 충만감을 느낀다.
"그래. 더 해봐라. 네 밑바닥을 드러내라.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루프레드가 내치자 티르의 손이 불꽃에 부딪혀 뒤로 물러난다. 살이 익는 소리가 살짝 들려왔다. 화상의 아픔따윈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그는 살짝 뒤로 물렸던 팔을 다시 앞으로 뻗어 루프레드의 가슴팍을 치려고 한다. 투기를 충격파로 변환하여, 루프레드를 저 멀리로 날려보내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