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그들의 무리는 주섬주섬 와해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홀로 남아, 불처럼 일렁이는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396 당신은 수천, 아니, 수만가지의 방벽과 마법을 구현하며 크게 외칩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의 몸에선 빛이 나며- 어두운 공간을 깨트리고, 현실로 돌아옵니다.
그랬어야 할 터입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가지 못한 당신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장소에 위치합니다. 아까까지, 분명히 당신이 서 있었던 장소인데, 엘프인 그녀도, 당신이 쓰러트린 엘더리치와 오거들도, 하물며 있어야 할 숲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의 발 아래로는 검붉은 진흙이 드넓게 펼쳐져있으며, 하늘은 거무죽죽한 흙색입니다. 그런 당신의 앞에, 검은 쥐 한마리가 나타나며 말합니다.
" 하찮은 필멸자여, 증오스런 가이아의 피조물이여, 하물며 이 세계의 피조물조차 아닌것이여.
그리 쉽게 도망칠수 있을 줄 알았느냐. "
쥐가 어둠 속으로 스며들며, 당신은 시선을 느낍니다...
! 사이드 퀘스트, 조우. 시작합니다.
>>397
당신이 간지럽힌다는 말에 실프들은 좀 더 들뜬듯 웃으며, 이리저리 춤추듯 바람을 타고 미끄러지기 시작합니다. 실프의 숫자는 총 세명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명은 꼭 땅의 정령 노움의 행색을 하고선 나무 옆에 우두커니 서있군요.
' 안녕? 안녕? 나. 노움. 노움. 실프? 아님! 절대 아님! '
실프가 당신에게 말합니다.
>>398 당신은 조금 고민하다가, 최후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러자 노신사가 부드럽게 웃으며, 옷 한벌을 가져와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 이 드레스는 어떻니? 우리 손녀도 참 좋아하던데. "
프릴이 잔뜩 달린, 화려한 핑크색 드레스가 당신의 눈 앞에 놓여집니다. 귀여운 리본까지 잔뜩 달렸군요!
" 아니, 그러면 유령이 뭘 할수 있어요? 고상하게 말 별로 안하고 티타임이라도 하나요? 제가 캡숑 오래 살았는데, 아, 캡숑이란 말 아직도 쓰죠? 그쵸? 저 살았을때 유행어였는데. 여튼, 아쉽게도 마음 맞는 티스푼 유령이랑 찻잔 유령, 먹을수 있는 차 유령은 못봤네요. 전엔 싫었는데, 지금보니까, 이야. 유령이라서 살았네요. 그 주먹 맞았으면 꼼짝없이 죽었겠구나 싶더라구요. 아, 이미 죽었지만. "
회심의 유령 개그 2회차가 작렬하고, 그녀는 당신의 반응을 살핍니다.
" 저기요, 제가 지금 잠깐 생각해봤는데, 더 편한 자살 방법이 한 3개는 될거같거든요? 죽음의 드래곤을 이용한 자살 방법은 별로 웃기지 않은 농담같은데... "
그러다가 그녀는 이어지는 당신의 말을 듣고, 머리를 긁적입니다.
" 저기... 오키도키, 이해했어요. 근데요, 사실 그분, 집에 갔는데요? "
엥?
>>401
' 와! 와! 신남! 신남! '
당신이 모래정령을 들어올리자, 그것이 행복하게 웃습니다. 포실포실하게 쓰다듬어지자, 정말 기뻐보이네요. 그리고 당신이 일어나서, 지면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자, 어디에선가 나타난 모래정령 무리가 자이로드롭이라도 되는듯, 잔뜩 신나게 그걸 타고 놀고 있습니다. 기쁜 아이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한동안 정신없게 놀던 정령들이 만족한듯 보입니다. 그러자 거대한 모래정령이 땅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당신을 향해 말을 겁니다.
일 년 중 가장 소중한 날을 꼽아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느 날을 꼽을까. 누군가를 만난 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 날, 즐거운 환담을 나눌 홀리데이. 그런 날들 중 마리안이 제일 사랑하는 날은 홀리데이였다. 조금 흐트러져도 활활 타오르는 사람들의 열기 속에는 티도 나지 않는 그런 날. 그리고 오늘은 마리안한테 아무 의미도 없는 날이었다.
마리안의 생일이라는 뜻이었다.
그 말은 앞으로의 인생에 비하면 짧지만 제 삶에선 꽤 길었던 일상과 작별을 고하는 날이기도 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 생명이라면 누구나 가슴 안쪽에 불꽃이 있다. 빌어먹을 얼음 파충류년이랑, 물뱀년, 그리고 잿더미로 만드는 죽음놈만 제외하면 말이다. 나는 그대의 불꽃이 마음에 들었다. 그대가 살아갈 그 삶이 궁금해졌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아, 그녀들을 만나면 내 몫까지 좀 실컷 때려주기도 해다오. "
고맙다는 말이 부끄러우면, 나중에 맛 볼 진미로 미뤄둬도 괜찮단다. 그녀가 웃으면서 말합니다.
" 그럼, 이제 짧은 이별의 순간이겠구나. 난쟁이들의 마을로 보내주마. 그곳에 갑자기 나타난 널 경계할수도 있겠지만, 내 비늘을 보여주면서 적당히 둘러대기라도 하거라. "
그리고 그녀는 당신의 말을 기다리는듯 가만히 바라봅니다.
>>423
쥐는 당신의 광선을 맞고, 흔적조차 남지 않은 채로 사라져버렸지만, 어느새 늪에서 새로운 것이 나타납니다. 꿀럭거리며, 보는것만으로 아득하게 기분이 나빠지는 이형의 슬라임같은, 부정의 집합체. 그것에겐 어떤 눈도 없는데도, 당신을 바라보는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탐지 마법을 사용했지만, 오로지 어둠만이 보입니다. 주변엔 오로지 어둠 뿐입니다.
" 역병을 맞이하라. "
곧이어 천천히 당신의 발 끝에서부터, 조직이 검게 괴사하기 시작합니다.
>>424
' 아니다! 한다! 작전! 노움인척! 완벽! 뿌듯! '
실프가 이 완벽한 의태가 어떠냐! 하는 몸짓을 해보이며, 당신과 눈을 마주칩니다. 다른 실프들이 꺄륵거리는 소리도 귓가에 울립니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다른 실프들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그 순간, 가게의 문이 열리며,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중년의 남자와, 아까 오줌을 지리며 도망갔던 남자가 들어옵니다. 그 남자는 덜덜 떨면서 당신과는 눈도 못마주치고 있고, 중년의 남자는 당신과, 당신 앞의 핑크색 드레스를 번갈아보더니 와... 하는 얼굴빛을 잠깐 띄웠다가, 곧 환하게 웃습니다.
" 이거, 데이트 중이셨나요? 실례가 많았군요. " " 다... 당신, 외눈 조니 아니오? 썩 꺼지시오! 그렇지 않으면 위병을.. " " 아뇨아뇨,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제 외모가 좀 흉하게 생기긴 했지만, 저는 외눈 조니가 아닙니다. 사실 이 근처에서 자선 사업을 하고있는 죠니라고 하는데, 마침 여기 계신 꼬마 아가씨와, 꼬마 도련님이 눈에 띄어서요. 예전에 아가씨에겐 신세를 지기도 했고.. 괜찮으시면 데이트를 좀 도와드릴까 하는데... 아가씨, 어떠신가요? 물론 감사인사는 필요 없답니다. "
자칭 죠니가 애써 무해하게 웃어보이자, 에이든이 의아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 카르나, 아는 사람들이야? "
>>433
오늘은 당신의 생일입니다. 당신은 경건하게 기도하며, 신을 부릅니다. 그러자, 머릿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 안녕, 마리안. 오늘로 드디어 성인이 되었구나, 축하한단다. 그래서, 오늘은 어쩐 일이니? 이런 아침부터 이 누나에게 성인식을 치뤄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드디어 우리 마리안이 다 컸구나. '
친근한 말투로 그녀가 장난스레 말하기 시작합니다.
>>434
" 대신관급이 아니라면 저한텐 안 통할걸요~ "
그녀가 당신의 싸늘한 시선에도 지지 않고, 장난스럽게 말합니다. 그러다가 이어지는 당신의 말에 눈을 크게 뜨더니 잔뜩 화가 난듯, 볼에 바람을 가득 넣고 부풀립니다.
" 하, 할머니??? 헐, 완전 어이없어! 야!! 너 진짜 뒤질랜드??? 하, 참나. 저 그렇게 나이 안 많거든요? 그리고 저같이 예쁜 숙녀한테 어떻게 그렇게 말 할수 있어요? 진짜 아오, 확 그냥 꿀밤을 그냥! "
그녀가 잔뜩 화가 나서는 주먹을 뻗어 당신에게 꿀밤을 먹입니다. 그러나 서늘한 바람이 스쳐가는 느낌이 들 뿐, 당신을 슥 통과하며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어이없다는 당신의 얼굴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 아니, 무슨 드래곤은 한 두 명 죽이고 온것처럼 굴더니, 그것도 몰라요? 명계로 갔어요. 하데스님이 계신 곳이요. 잠깐 다녀온다곤 했는데, 알잖아요? 드래곤 시간 감각 엉망인거. 언제 올진 저도 몰라요. 그러니까 그냥 집에 가죠? 더 가도 헛걸음만 할거에요. "
그녀가 일으킨 바람을 타고 수많은 모래정령들이 논다. 정령들은 회오리를 따라 솟구쳤다가 떨어지며 해맑게 웃는다. 웃음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히자 그녀도 덩달아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그저 보인 것을 따라한 듯, 공허했을 뿐이다.
한바탕 소란스럽게 놀아주고나니 다들 만족했나보다. 남은 잔바람마저 몰아내고나자 거대한 모래정령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띄엄띄엄 말하던 작은 정령과는 달리, 명확하게 문장을 구사하여 말을 건네오는 거대한 모래정령. 그녀는 그 모래정령을 빤-히 바라보다가 가까이 다가가 작은 정령에게 했던 것처럼 쓰다듬었다. 쓰담쓰담. 쓰담쓰담.
"인간.. 재밌는 일..."
거대한 모래정령은 말했다. 인간의 땅에서 재밌는 일이 벌어질거다. 그 말에 그녀는 침을 한번 삼켰다. 어째서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허기가 지는 것 같았다. 자신의 납작한 배를 한번 내려다보고, 다시 거대한 모래정령을 보며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