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라고 불리는 사내는 어둠 속에 앉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달빛에 비치고 있는 사진에는 젊은 남녀가 다 합쳐 5명이 찍혀있었다. 그 중 한 명을 제외한 다른 4명에게는 얼굴에 붉은색 X표가 쳐져있었다. 그 중 남성의 몸에는 붉은색 동그라미가 그려져있었다. 그 사진을 바라보는 사내의 날카로운 눈매에는 살기만이 가득 실려있었다. 이를 빠드득 가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사내는 사진에 담겨있는 이들을 그다지 좋게 보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약속을 깨고, 나를 배신하고 '킹'을 봉인해버린 더러운 놈들."
목소리에 비치는 것은 검은 살기였다. 허나 곧 상관없다는 듯, 사내의 입가엔 검은 미소가 스윽 깃들었다. 달빛에 비친 눈동자는 광기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광기는 오로지 사진으로 향해있었다.
"다들 살아남겠다고 얼굴도 이름도 바꿔버린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망칠순 없어. 이미 하나가 목숨을 잃었고 남은건 세 명. 그리고 또 하나가 발견되었으니 남은 둘도 시간문제겠지."
이어 사내는 씨익 웃고 있는 사진 속, 백의를 입고 있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꺼낸 후에 지도앱을 켰고 어느 한 포인트를 바라봤다.
"배신자에게는, 나를 배신한 이에게는 죽음만이 있을 뿐. 아무리 숨어도, 숨기려고 해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 마. 킹의 봉인이 풀리는 순간,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오게 될테지. 순리대로, 있어야 할 형태로. 그리고... 원래 존재해야 할 이유로."
"아. 저승에서 볼 수 있다면 말이야."
"이제 더 이상 연락하지 말자. 그게 우리를 위해서, 그리고... 모두를 위해서 좋은 일이야."
최근 성공적인 흥행을 위해 내한은 필수라는 말이 나돈다. 그렇지만 포레스트 워커는 서울에만 있지 않을 것이다. 포레스트 워커를 맡은 브라이언 A. 베르너는 그에게 잠시 한국에 머물러 청해시에 사흘정도 머무르고 귀국하겠다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가 그 소식을 듣고 부모님과 상의냐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가 "브리, 너 스케줄 있다며." 하고 말해도 이 형 말 지지리도 안 들어먹는 말썽꾸러기는 "누나의 특명이야. 술 마시는지 안 마시는지 감시하랬어!" 하고 되레 호통을 쳤다. 덕분에 그는 며칠간 금주를 해야하고, 애물단지 동생을 집에 이틀이나 둬야 한다며 푸념했지만 지금은 좋은 열쇠다. 눈앞의 여성이 보인 반응 때문이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일정을 확인했고, 연차를 확인한다. 거기다 이제 먼저 뭘 원하냐 묻지 않은가.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저한테 특혜를 주려 하면 어떡해요! 이러다 저 잡혀간다구요."
그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연차 다이렉트는 구미가 당겼지만 그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참기로 했다. 가족을 이용해 특혜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남들 바쁠 때 연차를 쓸 생각도 거의 없다. 그는 연인도 없고, 가족은 멀리 있으니 신년 휴가 이전 남들 다 내는 순간에 같이 낼게 뻔하다. 그는 절대 거짓이 아니라는듯 양 손을 절레절레 흔들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릎까지 꿇을 일인가? 하는 눈치로 당황스러운지 주변을 부산스럽게 쳐다보다 속사포로 쏟아지는 팬심에 입을 작게 벌리며 그대로 굳었다.
고등학교 시절 유달리 WWE를 좋아했던 친구가 있다. 학교의 아이돌 말리나다. 그녀는 아직 NXT에 있던 그의 누나 나탈리를 보며 분명 크게 될 거라고 일장연설을 하고 싸인까지 미리 받고 싶다 했다. 그 그립던 친구의 모습을 여기서 겹쳐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잠시 어색하게 웃던 그는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을 귀엽게 보면 무례하다고 안 된댔는데, 하물며 상사인데도 이 모습이 귀여워 참지 못한 것이다.
"맙소사, 소라 씨!"
숨이 넘어갈듯 웃을뻔한 걸 겨우 참은 그는 초록색 곰젤리를 입에 집어넣고 잠시 고개를 돌려 비죽비죽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진정시켰다. 젤리가 입안에서 조금 녹자 혀를 움직여 볼 한구석으로 치우고 걱정 말라는듯 손을 두어번 까딱였다.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거짓말 아니에요."
그는 잠시 고민하다 운을 뗐다. "제 동생이거든요." 하고 멋쩍은듯 제 볼을 한번 쓸어보곤 아직도 여운이 안 가신듯 의미심장하니 다시 터지려는 웃음을 미소로 포장한다.
"제가 한국에 있으니 며칠 묵다 가겠다고 했어요. 시간대도 맞는 것 같으니까 근무처에 한번 데려와도 괜찮을까요? 사진이 찍고 싶다면 제가 열심히 부려먹어야죠."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선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행하는 것이기에 절대로 특혜는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강조하듯 이야기했다. 그러면 아무런 문제도 없지 않은가. 불법도 아닌데. 거기다가 다른 이들도 엄밀히 누릴 수도 있는 건데! 애초에 연차 통과시켜주는 것은 자신인데! 그렇게 항변하듯 이야기를 하는 그녀는 그만큼 이성을 잃은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배우가 자신의 동생이라는 말에 그녀는 의외라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놀라면서 자신도 모르게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마, 말도 안돼! 우리 서에 그 배우의 형이 있었다니! 거기다가 그 사람이 지금 제 눈앞에 있다니! 아. 아. 그, 그..반갑습니다? 만나서... 아니아니! 이게 아니라... 근무처는 안돼요. 일단 여기, 일반 사람들은 출입금지 구역이기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녀는 그건 좀 곤란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특수수사대인만큼 일반인이 사무실로 들어오는 것은 조금 곤란한 모양이었다.
"예성이가 허락을 안할 거예요. 그리고 저도 일단 지휘자로서... 거기까지는 힘들 것 같아요. 건물 앞이라면야 가능하겠지만요."
그 정도까지는 아마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나름대로 타협을 보려는 듯이 그에게 제안했다. 마침 바로 앞에 카페도 있겠다. 거기서 커피를 마시면서 사진을 찍으면 딱 좋지 않겠는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모든 계산이 끝이 났다.
짧고 굵은 인생도 나쁘지는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이 서른도 되기 전에 생을 마감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죽으면 월급도 못 받는데 특진이 무슨 대수람? 하마터면 월급 대신 순직 보상금을 받을 뻔했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사실이었다.
"한 번도 제대로 못 막은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자기! 자기가 있어서 그나마 위력이 크게 줄었던 거라구."
상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며 말했다. 저렇게 자책하지 않아도 괜찮을 텐데. 실제로도 상대에게 전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은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 이전에 역량의 차이가 워낙 크기도 했고 말이지. 상대의 탓이 아니라는 뜻이 최대한 많이 전해졌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오호, 그렇게 하면서까지 나랑 점심 먹기가 싫다는 거야, 지금? 이거 혼 좀 나야겠는걸!"
대사가 무서우면 뭐하나, 말투가 영락없이 어린애 겁주는 초등학생인데. 참고로 말하자면, 당연히 순도 백 퍼센트의 농담이었다.
권한 내의 일이니 특혜가 아니라는 말만큼 신빙성이 안 가는게 또 있을까? 이러다 정말 연차라도 내면 다른 팀원에게 눈초리 받기 딱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특히 예성 씨. 대부님께서 예성 씨를 특히 주의하라 했는데 벌써부터 찍히면 곤란하다. 이후의 고해성사 떄문인지 잠시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 냉장고의 웅웅대는 소음 뒤로 그녀가 의외라는듯 쳐다보자 그는 눈을 마주하고 멀뚱멀뚱 쳐다보며 입안에 있는 젤리를 씹어 삼키기만 한다.
"안 닮았죠?"
이제 보니 그와 브리는 닮은 점이 많다. 포레스트 워커를 맡은 브리, 그러니까 브라이언도 비색 머리에 붉은 눈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난잡하고 자유분방한 인상의 퍼디난드와 달리 브리는 얌전하고 수수한 미소년이다. 둘을 붙여두고 닮게 만들기 위해선 퍼디난드의 머리를 곱게 단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뒤로 몇걸음 물러서는 모습에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지 말아요." 하고 부드럽게 한번 말하고는 하리보 봉지를 봤다. 벌써 다 먹었다. 빈 봉지를 바스락거리며 손에 쥐고 쓰레기통에 휙 던져넣으며 말을 잇는다.
"그러지 말고 편하게 대해요. 어차피 아역배우 출신이든 배우의 형이든 레슬러의 동생이든 지금 제가 경찰인건 안 달라지니까요. 으음, 그것보다 여기는 일반인 출입금지구나. 아쉽네요."
브리 성격으로 봐선 형이 일하는 곳은 어디야? 하면서 이전에 뉴욕 수사국을 이곳저곳 다 둘러볼 기세로 이곳에 들어오고 싶어할게 뻔하다. 잘 타이르면 말을 잘 들을 테니 걱정은 안 되지만 아무래도 아쉬워 할 건 그쪽에서 해결할 수 없다. 그는 "이해해요. 기밀도 많고 그럴 텐데." 하고 사람 좋게 미소 지어보이곤 타협점에 뭔가 생각하다 답을 찾았는지 요사스레 웃으며 답한다. 소라 씨, 생각보다 팬심을 계획적으로 채우려는 면이 있구나.
"아주 좋죠. 참고로 브리는 망고 스무디를 좋아해요."
그는 잔망스럽게 윙크하며 "난 아무것도 몰라요? 근처 카페에서 뭐라도 먹여봐요~" 하고 농담을 던졌다.
"이런저런 것들이 많으니까요. 익스퍼에 대한 자료라던가 익스파에 대한 자료라던가. 일단 저희 팀은 익스퍼 범죄자들 전담 팀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는 것은 사무실 안엔 원래는 알려져서는 안되는 것들이 제법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만큼 사무실 내는 기본적으로 출입금지였다. 물론 민원을 받는 곳도 있긴 했으나 딱 거기까지. 사무실 안은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며 소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망고 스무디를 좋아한다는 그 말에 소라는 정말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카페 메뉴에 있었던가? 나중에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소라는 살며시 바닥을 바라봤다. 그 아래에선 지금도 카페가 운영되고 있었고, 모두는 모르겠으나 프로키온이 거기서 일하고 있었다. 오너로서.
"그 정보 참고할게요. 고마워요."
허나 그렇다고 무작정 데리고 가는 것도 조금 애매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소라는 괜히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그 와중에 사건이라도 벌어져서 모두 출동하게 되면 역시 어쩔 수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터져나왔고 그녀는 괜히 투덜투덜 이야기했다.
"라타토스크인지 라타토스트인지. 그 기간에는 절대로 활동을 안했으면 좋겠네요. 하아."
/그리고 제 생각이지만 아마 그 시즌때... 비설의 그 분을 스토리에서 적절하게 출연시켜보는 것으로.. 네. 일단은!
아직 익스퍼에 대한 정보는 극비니 어쩔 수 없다. 그는 납득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자신이 익스퍼라 해도 가족은 비익스퍼고,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는 대략 알지만 그 이후 따라오는 부작용에 대해선 모른다. 더 알게 두어서도 안 되고, 다른 사람이라면 더더욱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는 바닥의 시선을 따라보려다 그만둔다. 투시 능력이 없어 바닥을 봐도 카페 메뉴에 스무디가 있는지 확인도 못하니, 지금은 정보만 주는게 좋겠다. 그는 장난스럽게 "망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열대과일 대장인데 자기만 몰라." 하고 덧붙이더니 이내 작게 웃는다. 동생을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한 것 같으니, 베르너 집안은 매체에서 보이는 그대로 별 트러블 없이 단란한 가족임이 분명하다.
"고맙긴요. 저야말로 감사하죠."
말썽쟁이 하나를 집에만 두지 않아도 된다. 집에 있다면 하루종일 그를 귀찮게 할게 뻔하다. 그렇다고 나가면 또 제멋대로니, 차라리 서내 사람이라도 만나볼래? 하고 안전한 사람을 떡 붙여둬야 그의 마음이 좀 편안할 것 같다. 이러나 저러나 아직 브리는 16살이다. 그와 7살이나 차이가 나고, 나이차가 제법이라 걱정되는 동생이기도 했다. 그녀의 푸념에 그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활동한다면 소라 씨만 아니라 저도 화가 날 것 같아요."
휘말리게 둘 수는 없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봐서 라타토스크가 과연 자국인 외국인 가릴 조직이던가. 동생이 어디 털끝 하나라도 다치면 총기가 불법이래도 그 자리서 쏴죽일 마음이 단단하다. 그는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난다. 쉴만큼 쉬었으니 슬슬 영어로 쓴 보고서를 다시 한글로 바꿔야겠다. 아직 모르는 한글 단어도 많은데! 곤란한지 비대칭으로 싹둑 잘린 머리를 한번 귀 앞으로 쓸어넘기고 기지개를 켠다.
'여고생 테러리스트 습격... 경찰 5人 순직' 같은 헤드라인을 상상해본 그녀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애초에 익스퍼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런 기사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그 이전에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무장한 경찰들이 고등학생 한 명에게 뼈도 못 추렸다니, 길거리 가판대에서 파는 B급 찌라시도 그런 기사는 안 싣겠다.
"그렇게 띄워 주니까 부끄러운걸? 그리고 자기가 막아 줬으니까 그 정도로 그친 거라구."
상대가 없었더라면 분명 제가 어떻게 손을 써보기도 전에 쓰러진 사람이 나왔을 것이라고 그녀는 확신하고 있었다. 부상을 치료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목숨이 붙어 있어야 할 수 있는 법이었으니.
"뭐야 그건, 때리고 회복시킨 다음에 다시 때리는 거야? 자기, 엄청 무서운 생각을 하네!"
그럴 리가 없잖아!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고작 밥 먹기 싫다고 했다는 것만으로 그런 잔인한 처사를 내리면 이쪽에서 먼저 경찰 뱃지를 내려놔야 한다. 자연스럽게 웃어보일 수 있었다. 다행히도. "좋아! 그럼 여기 바지락 2인분이랑 만두하고 빈대떡 주세요. ...음?"
주문을 마칠 무렵 들려온 질문에 그녀는 잠시 입을 벌리고 멍하니 있다가 곧 폭소를 터뜨렸다. 퍽 진지한 태도치고는 질문의 내용이 너무 귀여웠던 탓이었다.
"아하하하하!! 그러니까 지금 내가 자기라고 불러서 그러는 거지? 이건 그냥 말버릇이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물론 자기, 아니지, 연우 씨가 불편하다면 그만둘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며 말했다. 자기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사귀기로 한 적이 있냐고 물어보다니, 너무 귀여운 거 아냐, 자기?
그도 그렇고 자신도 그러하니 그 시기에는 아무 일도 없지 않을까. 그저 그녀는 그렇게 바랄 뿐이었다. 절대 덕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왕이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잘 끝나고 해결되는 것이 좋은 법이니까. 경찰의 존재가 설사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피해를 안 입고, 치안이 절로 지켜지는 사회가 된다면 그것만큼 좋을 일이 또 있을까? 자신은 이 일을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일자리를 찾으면 될 일이기도 했고.
아무튼 슬 가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그의 말에 소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자신은 좀 더 여기서 쉴 생각이었다. 복잡한 서류를 지금 당장 보는 것은 그녀로서도 피하고 싶었기에.
"아니요. 저는 조금 더 쉴게요. 이 참에 조금 쉬지. 언제 쉬겠어요? 오늘도 예성이와 나란히 야근을 할 것 같거든요."
요 근래 있었던 사건들에 더불어 지난번 사건까지. 이런저런 방향으로 조사를 해야 할 게 많았다. 예성은 자신이 할 테니 먼저 퇴근하라고 하겠지만 어떻게 그것을 그대로 두고볼 수 있을까? 자신도 이것저것 도와야한다고 생각하며 소라는 괜히 미소를 지었다.
"어느 정도 푹 쉬다가 천천히 하세요. 지금 당장 급한 일은 없으니까요. 일 힘내세요."
가려고 하는 그를 배웅하듯,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선 후에 살며시 오른손을 들어 그를 향해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