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과 사장님이라니 대체 연우씨의 인맥은 어떻게 이루어져있는걸까. 고작해야 대학생의 이익과는 한참 멀어보이는 엄청난 인물 리스트를 듣고서 조금 벙쪘지만 뭔가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라서 그저 웃으면서 넘어가준다. 본인이 좋아하는데 태클 걸 필요도 없겠지. 하지만 새삼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서 놀랍기도 했다.
" 잘했어요. "
이럴때보면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다니까. 그래도 머리까지 쓰다듬어주면 너무 어린애 취급한다고 싫어할 것 같아서 손을 내밀어서 먹고 있는 반대쪽 손을 살포시 잡아준다. 예뻐, 귀여워. 물론 반한 이유는 아직까지도 잘 모른다. 외모 때문에 좋아한건 절대 아니고 그녀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는데 그것에 끌려버린 것 같다.
" 정말 개차반 같은 부모님이 아닌 이상 남의 부모님에게 실망하는 일은 없어요. 그 집은 그 집 나름대로의 무언가가 있는거고 집 바깥의 사람인 제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저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구요. "
친구 부모님을 뵙는게 아니라 엄연히 연인의 부모님을 뵙는 자리다. 오죽하면 인사드리러간다 라는 표현을 사용하겠는가. 혹여 약간의 실수라도 할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한다. 그렇기에 걱정하지 말라는듯 잡았던 손을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주며 웃어보인다.
" 배부르면 그만 먹어도 괜찮아요. 맛있게 먹었으면 된거니까요. 아까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내 카레는 다 비웠고 케밥도 반 정도 먹어치웠으니까 서로 맛있게 먹었으면 됐다. 갈까요? 라고 말하고선 먼저 일어나 간단하게 짐을 챙기고서 계산을 끝마치고선 가게 바깥으로 나온다. 아까보다 사람이 좀 더 많아진 것 같아서 혹여 부딪힐까 바짝 끌어당겨준다.
마스터=/=킹이면 추리가 더 깊어지겠네. 킹과 퀸은 2인 보스전으로 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퀸의 경우엔 가장 강력한 패고 킹의 경우엔 체크메이트 당하면 끝이지만 패 다 죽고 엔드게임 나면 날아다니는 경우가 있으니..🤔 그렇다면 킹메이커(마스터)의 경우엔 체스판 그 자체거나 체스 플레이어겠네...
>>4 내가 말을 빙빙 꼬아서 한 것일 뿐이라 신주 미안해 할 필요 없으니 움쫩~😘 테이가 증오하는게 비단 타인이 아니라 본인일 가능성도 있다는 뜻~
" 그런거라면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그런거 받아본적이 없어서 조금 기대가 되기도 하는걸요. "
희생이라.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적이 없지만 내가 지금까지 동생들에게 해온 것들은 어쩌면 희생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 물론 그것에 대해서 한번도 후회해보거나 보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하지만 한번쯤은 나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고 그게 실현된다면 많이 기쁠 것이다.
" 그런 모습까지 사랑하려고 노력해야죠. 그리고 나도 ... 이건 비밀이지만 공감 능력이 많이 떨어져요. 누가 기뻐하던 슬퍼하던 아무런 느낌도 없으니까요. "
보육원의 동생들은 모르는 어두운 과거. 그것 때문에 나는 정신적으로 크게 다쳐있는 상태다.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이 상처는 그나마 학습으로 가릴 수 있었다. 이럴때 이런 행동을 하면 되겠네, 라는걸 모두 학습하고 나서야 나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기에 두루두루 친하게 지낼 수 있는게 아닐까.
" 뭐든 별로 갖고싶어하는 마음이 없는 저에게 처음으로 그런 마음이 들게 해준건 연우씨니까 ... 저한테는 무척이나 소중하답니다. "
착잡한 미소를 짓는 그녀를 나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바라봐준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준다면, 어쩌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그럼 이 참에 저도 한세트 사야겠네요. 연우씨가 올지도 모르니까요. "
물론 여분으로 있는 것들도 있긴 하지만 이사올때 기본적으로 있던 것들이라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나 혼자 쓰는거면 모를까 연우씨 말고도 손님들이 사용할 것은 좋아야하니까. 연우씨가 이끄는대로 움직이자 곧 목표로 했던 상점이 보였다. 안에 들어가자 정말 여러가지 접시와 그릇, 수저 같은 것들이 엄청나게 진열되어 있었다. 이런 곳은 처음 와보니까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