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걸로 쓰러지는게 베스트였을텐데. 이미 부숴진 패널만 해도 수십장이 넘어가고 아무리 약화되었다지만 전격을 수차례. 그녀의 몸상태는 한계에 가까웠고 이 상황에서 남은 공격방법이라곤 큐브웨폰 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그러한 방법조차 시도하지 못한채로 갑자기 손이 자신의 목을 죄여오기 시작했습니다.
"......"
아니 아예 신체의 자유가 없습니다. 익스파조차 발현되지 않는 상황 움직이는건 입 뿐일까요.
".......... 후후,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그리고 혼자남은 동료에게 말하는 나리의 말을 듣던 그녀는 작게 웃었습니다. 방금전에 전기가 명중해서 정신을 유지하는것도 고작이었으나. 그럼에도 그녀는 의식을 붙잡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말이랑 행동이 다르잖아요. 팀을 무너트릴 생각이라면서 뭐 한명을 희생하면 나머지는 살려준다니.."
"초등학생이 거짓말을 해도 그것보다는 자연스럽겠네요. 그냥 아까 그 공격에 힘 빠져서 한명 조종 못했다고 하시죠?"
그녀는 밀려오는 짜증을 뱉으며 작게 웃었습니다. 산소까지 부족해지는 느낌이었지만 상관없죠.
"혹여라도 말 들을 생각하지 마세요 선배. 사람 목숨가지고 저울질하는 녀석이 약속을 지킬리 없잖아요?"
예상이 맞았다. 그는 비명소리가 들리자 시선을 확실하게 고정했다. 소름 끼치는 큰 비명소리와 스파크. 그는 그 모든 장면을 눈으로 담았고,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두려워 하지 않는다. 손을 들어 놀란듯 입을 덮는다.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미소 지었음을 들키지 않기를 바란다. 이윽고 걷힌 모습은 타죽은 시체가 아닌 사람이다. 방출하지 않았다면 죽었을 것이다. 죽여버릴 기술로 타격을 입었단 말에 "그니까 왜 그랬담..." 하고 입속말로 중얼거린다. 이윽고 강렬한 스파크가 튀자 대비하듯 하던 그는 손이 목을 죄자 그제야 웃음기를 거둔다. 그는 목이 졸리는 이 감각과 닥쳐오는 죽음의 위협을 질리도록 잘 알고 있다. 하! 하하. 헛웃음을 한번 뱉는다.
"너."
바람 빠진 웃음 세번 나오기가 무섭게 그의 두 눈동자가 정확히 학생을 쳐다봤다. 초점 없는 붉은 눈 사백안으로 뜨여 미친 개처럼 한번 쳐다보다 고통에 몸을 크게 떤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충격을 최대한 견뎌내려 했고, 이윽고 "왜 그때 안 죽이고.." 하고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돌린다. 윤리와 사상을 이제 막 배운 사람처럼 트롤리 딜레마를 언급하는 모습에 유일하게 공격 받지 않았던 사람을 보고, 그는 한번 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을 꺼낸다.
"당신 잘 생각해. 저 여자애 성격머리 생각해서 당신이 죽는다 쳐도 그 다음 일이 어떻게 될 지 아무것도 몰라. 죽은 자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대다수의 범죄자는 다 살려준다면서 살려주지 않는다. 죽은 자는 아무것도 모르니, 죽여버릴 뿐이다. 그가 그걸 모르랴. 그런 사람을 상대하고 살았는데.
"너 뒷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 이런식으로 사람 죽여본 기억이 제법 많나 봐, 이 개년도 나중에 네 발로 기어와서 정상인 탈을 뒤집어 쓰고 선처를 바라겠지."
강렬한 스파크와 함께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됐다, 였다. 법의 수호자로서는 글러먹을 생각일지도 모르나, 드디어 제대로 된 유효타를 먹이는 것에 성공했다는 데서 오는 성취감은 짜릿했다. 그야, 한눈에 보기에도 곧바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출력의 전기였으니까.
"자꾸 놀이는 끝이니 뭐니 하고 있는데 너, 그런 대사는 좀 여유롭게 말해야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플래그 따윈 세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뭘 보고 그 말을 믿어? 나 먼저 죽인 다음에 나머지도 다 죽여 버릴지 어떻게 알고?"
한껏 비웃음을 담아 말하며 지급받은 총을 꺼내들어 상대를 향해 겨누었다. 트롤리 딜레마라니, 웃기는 소리. 선로에 사람을 묶어 놓은 당사자가 선택을 운운하면 안 되는 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고작 네 말 하나만 믿으라고? 사람을 바보로 알아도 정도가 있지."
"당신들의 의견 따위 묻지 않았어! 힘이 빠져서 조종을 못해? 약해? 뒷감당? 지금 당장이라도 죽기 일보 직전인 나무가지 따위가 입만 살아서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리는 잔뜩 분노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다지 냉정하지 못한 어린 나이라서 그런 것일까. 그녀의 마음은 평정심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허나 자신을 향해서 총을 겨누는 목소리에 나리는 곧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말을 어떻게 믿냐는 분노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리는 피식 웃어보였고 팔을 들었다. 그러자 이내 전기 스파크가 그녀의 머리 부분에서 튀었다.
"그게 선택이라면 죽어."
근처의 전력이 뭉쳐져서 합쳐진 전기의 집합체에서 강한 스파크가 튀었고 이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케이시의 몸을 공격하고 또 공격했다. 절대로 봐주지 않겠다는 듯이 여러 방향에서 정말로 여러 방향에서 스파크가 계속해서 튀고 또 튀었다.
그 속에서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대로 쓰러지고 싶었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버티려고 했을까?
그것은 오로지 그녀만이 알 이야기.
허나 적어도 그녀는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품고 있을 그 분노 속에서, 어쩌면 상대를 용서할 수 없다는, 지금 이 상황. 어떻게 보면 그녀에게 있어선 정말로 싫었을지도 모르는 그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뭐야?!"
마치 자신의 마음에 반응하듯, 익스파가 응해주듯 조금 더 강해졌다는 것을. 그것은 아마도 지금의 익스파보다 한단계 더 높아진 익스파의 레벨.
"그렇다면!!"
이내 나리는 그녀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노리려는듯, 스파크를 직격시키기 위해 발사했다.
/다이스에 걸린 이에게 주는 캡틴의 선물! 일시적이긴 하지만 S급의 익스파를 발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힘으로 동료를 지금 상황에서 지키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지요! 혹은 오버익스파를 사용해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