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경련이 멈추지 않는다.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는 기분. 그녀는 격추당하듯 떨어지는듯 싶었으나 아슬아슬하게 넘어지지 않고 착지했습니다. 그러나 축적된 피해가 너무 컸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피해가 가장 경미한게 자신입니다. 시간, 시간이라도 끌어야.
"흐읍.."
그녀는 각오를 다지고 억지로 몸을 움직여 나리를 붙잡으려 했습니다. 여기서 다음 공격까지 허용할 순 없습니다. 적어도 재정비를 할 시간은 주어져야.
옷깃이든 뭐든 어떻게든 붙잡으려하며 그녀는 자신과 나리를 동시에 패널안에 가두려고 했습니다. 원 형태의. 모든 패널을 전부 사용해서 완전히 가둘 수 있는 형태. 발동속도의 한계때문에 원거리에서 사용해봤자 거의 안 맞지만. 이 지근거리에서. 그리고 자신이 몇초만이라도 붙잡고 있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가두는거 까지는.
몸을 직격한 전기에 몸이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는가 했으나, 고통을 딛고 억지로 상체를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자 다른 동료들 역시 전기에 강타당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정신 차려, 케이시 나이팅게일. 지금 이렇게 나자빠져 있을 때가 아니야.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달려나가 모두의 부상을 치료하고 싶었으나, 갓 태어난 강아지처럼 후들거리는 두 다리로는 무리였다. 우선 큐브 웨폰을 소환한 뒤 숨을 가다듬고 조준했다. 총구의 끝이 향한 곳은 상대적으로 부상이 심각해 보이는 세 사람. 자기 자신을 치료하는 건 이 뒤에 해도 늦지 않으리라.
이럴 때를 위해서 사격을 연습해온 거잖아?
한 명, 또 한명, 그리고 마지막 한 명. 전기에 맞은 직후보다는 그나마 침착해진 호흡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범죄자의 헛소리에 답해 줄 여유는... 안타깝게도 없었다.
그도 저렇게 어린 학생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하나는 윤리적인 이유고, 하나는 그의 비윤리적인 성격 때문이다. 왜 죽이는가. 범죄자는 죽여서 안 된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은 삶을 살게 해야 한다. 죽기 직전까지 때린 뒤에 대충 요양 시키고 또 패면 되는 일이다. 총을 격발했으나 맞았는 지는 모르겠다. 그는 큰 타격을 입고는 자신이 왜 땅과 시선을 같이하는지 의문을 품었다. 몸을 웅크리며 앓는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상황에 대한 판단을 지속하던 그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바들거렸다. 보아라, 어린 양아. 이 현실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젖었다. 우월한 자의 특권이다. 나는... "시끄러워."
그는 덜덜 떨며 손을 귀로 올려 틀어 막았다. 내 머리에서 나가. 하고 한번 중얼거린 그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금 일어선다. 특수부대원의 체력은 이정도에서도 버텨야만 한다. 그래야 하지 않을까? 후들후들 떨리는 몸을 한번 털고는 몸 어딘가에서 나는 스파크 소리의 진원을 찾아보려 했다. 어디지? 금세 차분해진 정신으로 자신에게 능력을 사용해 찬찬히 생각한다.
내가 어쩌다가, 손은 알겠지만 대체 몸 어디에서. 격통이 치밀었는가. 그걸 떠올리려는 듯 싶다.
화연, 유진, 퍼디난드 셋은 케이시의 능력으로 다시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통증도 많이 가라앉았을테고 움직이는 것도 크게 힘들진 않았을 것이다. 한편 퍼디난드는 자신에게 능력을 써서 스파크 소리의 진원을 찾아보려는 듯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멤버 모두가 소지하고 있을 '큐브 웨폰' 쪽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다는 것을. 그것은 틀림없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유진은 철막대기를 땅에 다시 박았고 연우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나리와 자신을 가두었다. 자신을 가둔 패널을 바라보면서 나리는 피식 웃어보이며 오른손을 다시 위로 들어올렸다.
"나를 붙잡아서 같이 쓰러져보이겠다? 계산이 틀렸어. 네 능력으로 나와 너는 데미지를 입더라도 치명타까진 들어오지 못해.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어떨까? 그리고 내 능력에 대해서 알려줄리가 없잖아? 열심히 머리를 써서 알아보던가. 아니면 정말로 몸도 머리도 나쁜 이일까? 경찰 오빠?"
화염구가 나리를 향해서 날아왔을지도 모르나 그건 연우의 패널로 인해서 상당수 방어가 되었다. 같은 익스파 레벨인만큼 방어를 하기엔 충분했으니까. 허나 아주 조금은 불꽃이 흘러들어와 나리에게 명중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대부분은 패널에 막혀 튕겨나가면서 스파크 볼 쪽으로 날아올랐고 스파크 볼은 다시 터지면서 무작위로 여기저기로 전기를 번개처럼 떨어뜨렸다. 피한다면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속도였으나 가만히 있었으면 맞기 딱 좋았다. 패널은 당연히 버티는 듯 했으나 다시 박살이 났다. 허나 번개만큼은 어떻게든 상쇄한 모양이었다. 그 행동에 혀를 차면서 나리는 단번에 거리를 띄운 후에 손 끝에 스파크를 모았다. 이번에는 공중으로 띄우지도 않았고, 땅으로 찍지도 않았다. 그저 전방을 향해서, 아무도 없는 곳을 손 끝으로 겨냥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모두의 몸 어딘가에서 스파크가 튀는 소리가 들려왔을 것이다.
"방금 전엔 꽤나 운이 좋게 대처한걸지도 모르겠다만 이번에는 그렇게 쉽게 되진 않을거야. 멀쩡하게 살아있다고? 그렇다면 이번에는 죽여줄게. 확실하게."
그 말이 거짓이 아닌지, 나리의 손 끝에 모여있는 스파크는 단번에 엄청나게 커졌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정말로 큰 소리를 냈고 이내 나리는 아무도 없는 곳. 그곳을 향해서 레이져를 발사했다.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이번 것은 대처를 못하면 케이시가 회복을 시키지 못한 이 한정으로 확정 리타이어에요. 다들 조심합시다! 10시 30분까지!
큐브웨폰이었나. 그녀는 패널이 깨지자 몰려오는 반동과 축적된 데미지에 주륵 코피가 흘렀으나. 지금 아픈소리 하면서 멈춰있을 순 없었습니다. 큐브웨폰.. 그녀의 큐브웨폰의 성질에 감사해야할 일이 있을줄이야.
"정말이지, 쓰고싶진 않았는데."
하지만 직접적으로 때리는건 아니니 세이프로 해둘까요. 그녀는 큐브웨폰을 무기의 형태로 바꾼뒤 그것을 하늘로 날려보냈습니다. 소환 능력을 잃은대신 스피드를 얻은 큐브웨폰. 하늘로 날아간듯한 6자루의 나이프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나리의 주변 초근접거리를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어디 이번에도 자신만만하게 피하지 말아볼래요?"
그녀는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물러나며 패널들을 다시 생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팀원들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