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밤 한대면 세상이 평온해질 텐데! 당신의 깝죽대는 언행 덕분에 오늘도 그의 혈압은 측정 불가의 저혈압에서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는 지금 자신의 미래를 모른다. 엎드려 절해 제발 살고 싶다고 빌 미래를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매구의 목적을 전해듣고 이때의 대화가 의미 없지 않기를 없는 신을 찾아가며 기도할 것이라는 일말의 생각이라도 해봤을까. 기어이 기숙사에서 참지 못하고 손을 덮어 가려 한참 사색에 잠기고 눈물을 흘렸음을 알까.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 누구도 모를 미래를 향해 노를 젓는다. 한가지의 가능성을 위해.
가을날 쌀쌀한 공기를 후끈하게 달구는 질문이었다. 그의 안색은 후끈하기 보다 창백하다. 세라피나라 불린 소녀 때문이다. 그녀는 아담하고 귀여운 인상으로, 세라핌에서 따온 이름에 걸맞게 천사처럼 부드러운 백금발에 쨍한 붉은 눈을 가졌는데, 다과가 쫓아올 때 그에게 달라붙은 뒤로 자연스럽게 접근해오는 1학년이다. …잠시 그의 시점이 아니라 화자의 시점에서 얘기한다. 그녀는 입학식 첫날부터 눈여겨보다 다과가 쫓아오자 이걸 기회 삼아 접근한 계략의 귀재라 할 수 있겠다. 큰그림을 그려 지금 가문의 일을 핑계로 대며 계속 접근하니, 발렌타인 입장에서 여간 곤란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쪽에서 혼약자가 있다고 말을 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애당초 혼약이라기엔 둘의 사이는 너무 애매했다. 확실한 매듭이 없다 이 뜻이다. 그러니 그가 더 환장할 노릇이었다. 가문의 부검 기록을 뒤져봤을 때 나란히 같은 독에 고통받다 죽은 영애의 어머니와 남동생을 확인하고 더더욱.
다시 그의 시점으로 돌아온다.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몸서리를 쳤다. "제발 몰랐으면 하는 바람일세." 하며 불만을 줄줄 토로한다. "젠장. 달링도 뺏겼단 말일세.. 달링이 좋아하는 간식을 싹 외워서 이젠 나보다 그 영애한테 먼저 날아가! 내가 10년간 이유식부터 먹여 키운 여신이 하루 아침에 날 배신하는게 말이 되냐고."
다른 무엇보다 달링을 뺏긴게 마음에 안 드는 것 같다. 당연하다. 그와 달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랑(이 사랑은 육체적인 사랑이 아닌 정서적인 교류다.)하던 사이다. 어머니의 패밀리어인 디어가 여건이 안 되어 패밀리어 상점에서 맡겨 키워 부화가 임박해 다시 본가로 돌아왔을 때부터 그가 세심하게 돌봤다. 알에 금이 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렇게 동고동락 하던 사이가 그 얄팍한 수에 당해 이젠 자신보다 그 영애가 좋다 하니 얼마나 큰 상처겠는가. 그는 당신의 말에 헛웃음을 뱉는다. 애늙은 소리임에도 어울린다. 당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겠거니 대략 눈대중으로 가늠만 해보고 본인은 어떤가 돌아본다.
"그건 나도 그렇네만."
그의 특성상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하려는 대로라. 그는 하려는 대로 했다가 목숨을 보전해야 함을 생각한다. 스스로의 선택이기에 더욱 신중해야 하기에. 일단 급한 일을 먼저 해결하고 그 영애를 밀어내든지 해야겠다 고민하며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꽃다발을 떡하니 들이밀기 때문이다. 단내가 난다. 그는 눈을 내리깔았고, 이제 보니 초콜릿이다. 섬세하게 조각된 것 같은 초콜릿 장미에선 마른 장미 향이 난다. 그는 얼결에 받아들고 초콜릿으로 만든 조화란 소리에 꽃망울을 한참이고 쳐다본다. 초콜릿 귀신이 어디 안 간다더니, 입도 딱 다물고 고맙다고 말하려다 당신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이 휙 달아오른다.
"자ㄴ..아니, 너, 너 진짜..!"
또 그 나이다운 반응이 나타났다. 뺨은 어느새 확 달아오르고 귓가도 붉다. 당황했는지 눈도 동그랗게 뜨이고 결국 몇번 어버버 거리다 자신에게 이유 모를 수치심이 치솟았는지 "아, 진짜..!" 하고 새된 목소리로 한번 더 얘기하며 꽃다발을 든 팔로 얼굴을 가린다. 알콩달콩도 부끄럽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면역이 없다. 아니, 면역이 없다 못해 온 몸을 배배 꼬며 벌써부터 내적 비명을 지르는게 보인다. 아무리 행했다고 해도 타인의 입에서 나오는 것과 그가 행하는 건 차원이 다르고, 부끄러움은 남의 몫도 아닌 그의 것이다. 당신의 깐족거림에 그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천하의 그도 여러번 당해 익숙해질 수 없는 상황이 있고, 요컨대 놀려먹기 딱 좋은 사람이다 이 뜻이다.
어찌 될지 모르는 앞날에 대해 의미 없는 문답을 주고 받는 것보다 지금의 화두, 그가 후임으로 키운다는 1학년생에 대한 걸 꺼내기 잘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세라피나라는 여학생에게 뭔가가 있는 것도 예상 외였지만 설마하니 그의 패밀리어까지 길들였을 줄이야. 몸서리를 치며 불만을 늘어놓는 발렌타인을 보며 그녀는 키득키득 소리내어 웃었다. 그의 억울함도 이해는 하겠으나, 자업자득이지 않나 싶었다. 그야, 그럴만도 하지 않은가.
"10년간 자기만 보던 주인이 어느날 대뜸 다른 새를, 다른 이를 옆에 들이고 더 귀하게 여겨주는데 당연히 질투하겠죠. 제가 봐도 선배가 먼저 잘못했는걸요. 스스로 업을 쌓으셨으니 어떻게 할 수도 없겠네요. 그러게 잘 좀 챙겨주지 그랬어요~"
어쩐지 어느 날부터인가 패밀리어보다 매의 모습이 더 자주 보인다 싶더니. 그러면 어느 패밀리어라도 성을 내기 마련이다. 그러게 알아서 잘 해줬어야지, 기분 상한 다음에 그런들 이미 놓친 마차인 걸. 이것만큼은 발렌타인의 잘못이 비중이 크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새삼 다짐한다.
이어진 말에 그는 헛웃음을 흘리고 그도 그렇다는 말만 짧게 내놓았다. 긴 대답을 바란게 아니었기에 그녀도 어깨를 작게 으쓱이는 걸로 넘겼다. 서로 알고 있다면 더이상의 긴 말은 필요 없을 것이다. 각자가 하려 하는 일은 다르고, 가야 할 길도 다르니.
내용에 비해 무게라곤 깃털의 솜털 하나만큼도 없는 어투로 재잘거린 그녀가 초콜릿 장미 다발을 내밀자 그가 얼결에 받아드는 모습이 있었다. 툭, 하고 가볍게 넘겨주고 손을 거두며 예의 깐족거림을 읊자 곧장 반응이 돌아온다. 오늘만 두 번을 보는 그의 붉어진 얼굴에 그녀는 짧지만 선명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아하하! 하고.
"전 그저 두 분이 즐겁게 드셨으면 한다고 말했을 뿐인데 왜 그러실까요? 무슨 생각을 하셨으려나~ 이번에도 말 못 해주시려나요? 네? 벨-선-배?"
얼굴을 가린 발렌타인에게 재차 얄미운 깐족거림이 들렸을 것이다. 너무나 즐거운 듯이 떠드는 목소리와 달리 그녀의 표정은 씁쓸했다.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쓴 구석이 있었다. 그 표정을 하고 그런 목소리를 내는 건 역시 어려웠는지 소리가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 뒤 그가 언제 소매에서 얼굴을 들었는지는 모르나, 얼마간은 바퀴 구르는 소리만이 마차 안을 채웠을 듯 싶다. 그 사이 그녀는 표정을 감추려는 듯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창 밖을 보고 있었을거고.
그저 스쳐지나가는 바깥을 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헐렁한 소매로 감춘 입술이 중얼거린 말은 또 무엇이었을까. 그게 무엇이 됐건 그녀에게서 더이상의 대화거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발렌타인 역시 그랬다면 마차는 그저 달리고 달려 어느덧 학원 근처임을 알리는 신호만이 똑똑, 하고 마차 안에 들렸을테지.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에 그의 불만이 가중된다. 미간에 주름이 푹 패이고 입을 굳게 다문 모습이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두가지 감정이 공존하고, 그는 이윽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나름 공평하게 정을 주었다 생각했는데 내가 틀린 거다 그거군. 그렇지만 어떻게 그 영애에게.."
하필이면 어떻게든 대화 한번 해보고자 안달이 난 후배에게 갈게 뭔가. 잘 생각해 보니 영민한 달링은 다 알고 그러는게 분명하다. 그의 복장을 뒤집고, 결국 그가 이번에도 싹싹 빌며 빗질을 해주고 까마귀를 위한 보석과 장신구를 사주며 말린 코코넛까지 갖다 바치는게 목적일 것이다.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버르장머리를 잘못 들였다고 하겠지만, 그는 언더테이커 가문의 사람이었다. 내 새끼, 종족은 다르지만 어쩜 이리 오만하고 예쁠까. 그는 오늘 돌아가서 싹싹 원하는대로 해주리라 마음 먹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일. 침묵 뒤로 그는 초콜릿을 받았고, 놀림까지 야무지게 받는다. 오늘따라 너무 후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장난이 깊어 그는 결국 팔로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금방이라도 앓는 소리를 내며 마차 좌석에서 흘러내려도 좋을법한 반응을 보인 뒤 선명한 웃음소리에 "이입..." 하고 뭔가 말하려다 입을 꾹 다물어버린다.
"내가 말 못한다고 며뻐늘 힉!"
혀 씹었다. 펠리체 스피델리, 하듯 "뻴릿ㅊ...하아." 하고 뺩 소리 한번 또 나더니 그는 굴복했는지, 아니면 분위기가 가라앉은 걸 깨달았는지 침묵해버린다. 혀를 깨물었기에 침묵은 자연스러웠고, 마차는 정적에 휘감긴다.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어도 안다. 이건 전쟁 직전의 평온함임을. 이 이후에는 살 길을 찾기 위해 손톱이 부러지고 살갗이 까져 피가 나는 한이 있어도 제각기의 땅을 파야 하는 것을. 그는 팔을 내려 숨을 가볍게 고르고 당신을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무얼 말했을 지는 몰라도 그저 정적만이 가득하다. 삽시간에 차분해진 분위기가 원래의 것이었다는 양, 그는 꽃다발을 품에 안고 창 밖을 응시한다.
이윽고 신호. 그는 잠깐의 덜컹거림 이후로 한마디 꺼냈을 뿐이다.
"내리는 것 까지만 에스코트 해주겠네."
서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함을 알고있다. 혼자 있어야 할 타이밍도. 그는 그 사색의 시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마법사고 마녀고 할 것 없이 모두 나사 하나씩 빠져있고, 그도 그 부류중 하나기 때문이다.
행복...나름대로 행복...해지지 않을까....? 솔직히 불안 그 자체긴 하지만 ㅋㅋㅋㅋ 벨이는 벨이 행복을 위해 힘내라구~~ 대학원...대학원가브러라... 히히히 >:3 아 근데 일상 중에 나온 얘기가 바로 진행에서 해결될 줄은 몰랐네. 절하는(?) 벨이 보고 깜짝 놀랐어 진짜 :3
해피엔딩으로 갈 거예요!! 그럴 거라구 믿어요.. 네..? 행복을 위한 대학원...대..학..워...ㄴ..🙄 랩실은 괜찮지만 그 안에서 숟가락을 들고 졸업논문을 파야한다니..🙄 벨이에게 거북목과 허리디스크가 추가되겠네요..((안타까운 시선으로 대학원생 벨이를 봐요)) 저도 진행에서 해결될 줄은..🤔 사실 절한 거는 즉흥적이다에 가까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동화학원 사람들 덕분에 점점 인간을 믿어보고자 하는 벨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동이 그거였다 싶네요..천하의 인간싫어맨이 자존심도, 오만함도 내려놓고 인간에게 절한다는 것에서 이제 인간을 경외하고 있다는 의미가 생기는 거니까요.
숟가락 들고 졸업논문 판대 ㅋㅋㅋㅋ 벨주 비유도 정말 금손이라니까 어휴 벨주님 존경합니다 (넙죽) 첼이가 그 장면을 직접 보진 못 했지만, 만약 직접 봤다면 진심으로 놀랐을거야. 아무리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라지만 엎드려 절까지 하다니! 아, 일상 중에 제대로 표현 못 했는데 벨이 교직 추천서 얘기를 꺼냈을 때도 내심 놀라긴 했어. 졸업만 하면 코빼기도 안 보일 것처럼 굴더니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어 교직 추천서를 받으려고 하는거지, 하면서 말야. 그래도 티는 안 내고 왜 이렇게 변했냐고 역시 사랑? 사랑인가? 하고 깐족거리기만 했겠지 ㅋㅋㅋㅋ 이미 했지만 ㅋㅋㅋㅋ!! 아직 엔딩을 모르니까 첼이나 벨이나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가장 극명하게 갈리지 않을까 하는 예감은 좀 드네. 그럴 지도~~ 라는 감만 있을 뿐이지만~~
첼주가 더 금손이신걸요!!((넙죽넙죽!)) 졸업논문..숟가락을 들고 파야해요..쪼끄매..소중해..이제 제목 지었어..((..)) 첼이가 놀라다니..! 우리 첼이는 심장도 아주아주 소중해서 놀라면 안 돼요! 어라, 심장은 소중한건데..아..아무튼!! 교직추천서에 놀랐다니..으음, 그럴수도 있겠네요! 이이이이..사랑..이이..😬 그렇지만 사랑..이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으아아 벨이가 감쌤루트 탄다..!! 예감이라..🤔 극명하게 갈리는게 이후 대학원으로 고통받는 것에서만 갈리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열린 결말일지라도, 설령 피카레스크라서 완벽한 해피는 아니더라도 그럼에도 우리는 잘 살아갔다. 하는 느낌이요...😭
어브브..어븝..몸이 좀 으슬으슬하더니 잠이 막 쏟아지네요..이이 출근..이이이..용서 못해요..😬 어제 하루도 정말 고생 많으셨구, 오늘 하루도 즐거웁길 바라요.😊((꼬옥 안아요!)) 먼저 들어가볼게요. 이번엔..꼭! 일찍 주무시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