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에 반문 한두마디 정도는 돌아올까 싶었지만 의외로 쉽게 수긍하는 말만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말은 그녀도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다른 탈들에게 썩 좋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다는 건.
"그야, 새파랗게 어린 꼬맹이가 그들의 하나 뿐인 주군을 채갔으니 어찌 곱게 보겠어요. 어차피 털끝 하나 손도 못 대지만."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그녀는 만면에 웃음을 지었는데 그 표정의 느낌이 그 전과는 사뭇 달랐다. 깐족거릴 때처럼 장난기로 이루어진 웃음이 아닌, 한참 아래를 깔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면 와닿을까. 그들이 아무리 그녀를 싫어해도 그딴 건 전혀 신경쓸 거리도 아니라는 듯, 오만함이 서린 웃음이었다.
그 뒤 발렌타인은 짧게 불평을 내뱉었는데 그 역시 심히 공감이 되는지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작게 키득거렸을 것이다. 어쩜 저렇게 불평을 불평 답지 않게 하는지! 그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는 듯, 시선을 앞으로 향한 채 흘리듯 중얼거린 말은 다음과 같았다.
"죽어도 이런 일엔 관여 안 할 것 같던 사람을 휘말리게 만들다니, 이게 바로 '우리 아가'의 마성의 매력이란 걸까요~"
아니면 사랑? 역시 이건 사랑이려나? 라며 혼잣말인 척 떠드는 모습에서 발렌타인은 무엇을 보았을까. 그게 뭐가 됐든, 다시금 얄미움을 느꼈을 것은 분명하다. 거기에 추가타가 붙을 줄은 몰랐을테지만.
"흐흥. 평판이라. 이럴 때 오해를 살 만한 소문이라도 돌면 아,주 곤란하시겠어요, 벨 선배?"
그가 문을 열어준 마차를 올라타며 한다는 소리가 저렇다. 어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깐족거리며 얄밉게 구는지. 사실 할 말이란 건 없고 그저 끝없이 깐족대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요즘 잘 풀리지 않는 연애사의 분풀이 삼아, 라는 적당한 이유를 들어서 말이다. 아니면 이유 따윈 없이 그저 그러는 걸지도.
발렌타인이 마차에 탄 뒤 문이 닫히면 그녀가 바닥을 두드려 마차를 출발시킬 터다. 자리는 넉넉하니 동승자를 더 태울 법도 하지만, 둘의 대화는 가능한 새어나가지 않는 편이 좋다. 창이 난 쪽으로 몸을 붙여 기대 앉은 그녀는 조금 늦게, 어깨의 가방을 내려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이제 살겠다는 듯 작게 휴, 하고 숨을 내쉬곤 끊겼던 대화의 끝을 새로이 이어붙였다.
"아까 선배의 말대로 저는 어떤 의미로든 그들에게 인식이 강하게 되어있을거에요. 그에 비하면 선배는 희미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얘기지만. 그러니 할미와 뭔가를 도모하는 건 선배가 되어야 할 거에요. 그리고 그들, 의외로 서로에게 관심이 없달까... 끼리끼리 노는 느낌? 명령이 아닌 이상은 서로를 견제하거나 하지는 않는거 같아요. 라온도 꽤 자유롭게 다니는 듯 했고."
접촉을 할 거면 적당한 날에 라온을 돌아다녀보라고, 그닥 도움이 될 거 같진 않은 조언을 덧붙이고 그녀가 잠시 말을 끊는다. 음, 하고 고개를 슬핏 기울이는 모습이 뭔가 할 말이 더 있었는데, 하고 고민하는 듯 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길 잠시.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고 눈을 깜빡이던 그녀가 아, 하며 발렌타인을 본다. 오늘따라 저 금안이 반짝이는 걸 너무 자주 보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법한 시선을 보내며 그리 묻는다.
"저번에 축제 때도 그렇고, 요즘 후배 하나 데리고 다니던데 걔 뭐에요? 이름은 모르겠고 1학년이라는 건 알겠던데. 이쁘장하니 꽤 귀엽, 선배, 혹시...?"
혹시- 라며 가늘어지는 시선의 의미를 그가 눈치채지 못 할 리가 있을까. 아까 말한 오해를 살 만한 소문이란 말이 이쯤에서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어머 어머 하고 호들갑을 떨 듯 한 손을 입가로 가져간다. 어서 막지 않으면, 이 발칙한 동맹인은 다시 한번 그의 복장을 뒤집어 놓을 것이 분명했다.
부네가 믿겨지지 않는다는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떠서 물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다는 것처럼 연신 키득거렸습니다.
' 나중에 그 위선자에게 주먹이라도 날려줘. 아님, 내 몫으로 크루시오를 날려주던가. '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습니다. 곧이어, 연신 쓰다듬던 손을 멈추더니만은 고개를 다시 바로 했습니다. 그리곤 픽, 웃었습니다.
' 당연하지, 나는 언제든 네 유일한 이해자야. ' 레오가 당신을 의지합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던 부네가 곧 입술을 삐죽 내밀었습니다. 당신이 원하던대로. ' 그거 어떤 의미로 좋은 거야? 그걸 확실히 알아야겠는데? 그리고 설마 지금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
레오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들어 왼 눈에 길게 나있는 흉터를 톡톡 쳤다. 거짓말로라도 '순하다'라고는 말하지 못할 외모인 것은 알고있다. 덤으로 실제 성격도 그다지 순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툭하면 싸움에 휘말리고 누가 시비를 걸던간에 물러서지 않았고 이따금씩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서 레오가 싸움을 좋아하고 싸움을 찾아다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마음에 안들거나, 시비가 걸리거나 말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일때 주먹이 나가는 편이었다.
" 됐어. 걔랑은 이제 말도 섞기 싫어. 같이 있는것만으로도 역겨울 지경이야. "
수업때도 방해할 생각이라면 돌아가라도 했었다.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 낯짝이 얼마나 두껍길래 아직도 학교에 발을 붙이고 있는건지 알 수 없다. 레오는 자신의 유일한 이해자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눈을 감고 얼굴을 부볐다. 어떤 의미로 좋은것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해야할까. 레오는 '글쎄?' 하고 한 차례 답을 미뤘다.
" 음. 확실히 조금 애매하긴하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첫 인상이 워낙 강렬했어야지. 게다가 대외적으로 나는 너랑 이러고 있음 안돼고 너도 나랑 이러고 있음 안돼. '적'이잖아? 그래도 그 모든걸 제쳐두고라도 날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네가 좋아. "
이히히, 하고 웃으며 레오는 미소를 지었다. 부러졌다 맞춰진 코뼈에서 느껴지던 잔잔한 통증이 어느샌가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 글쎄.. 무슨 의미일까.. 그렇지. 네가 날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니까. 너라면 날 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야할까. 음.. 그래. 나는 동물이니까, 너라면 내 등에 태울 수 있고 너라면 나한테 목줄을 건다고 해도 받아줄 수 있다-는 의미로 좋아. "
레오는 나 진짜 동물인데? 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었다. 그리곤 '잠깐 기다려' 하고 말하며 폴짝 뛰어내려 나무 저편으로 달려가 눈을 감고 집중했다. 지금의 내 모습, 변하고 싶은 모습. 그 둘이 어떻게 연관관계를 이루고 어떻게 변하는지. 그것을 생각하고 집중하면 발끝에서부터 머리 끝까지 네 발로 걸어다니는 검은 표범으로 변한다. 한 마리의 짐승으로 변한다. 레오는 네 발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윤기나는 검은 털과 노랗게 빛나는 눈을 빛내며 천천히 다가와 바닥에 발톱을 세워 글씨를 썼다.
주군을 채간 자를 곱게 볼 리가 없다. 그는 어떤 이야기를 떠올린다. 머글의 문학이다. 황제를 흠모하던 영애들과 이미 약혼이 예정되어 있어 미래의 황후 자리를 꿰차게 될 이국의 여인의 이야기인데, 황제에게 손 한번 대지 못하고 애꿎은 예비 황후만 괴롭히다 어떻게 되더라. 황제에게 목이 날아가 죽거나 황후가 옥에 가둔다. 적어도 내 편이 아니고, 누군가와 반려로 함께 할 생각도 없고, 제멋대로 주인이 자신의 사람이라 칭할 생각만 만연한 탈에게 그런 상황이 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미소는 아랫사람을 깔보는 미소였다. 그는 사랑이 오만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여러번 있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점점 당당해지며 오만해진다. 오늘 그는 그 가설이 확실하다고 깨닫는다. 그리고 다른 생각으로는 참 미안하지만 당신이 유독 공격받는 이유도 알 것 같다.
그가 따가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미간을 찌푸리고 두 눈이 당신을 노려보듯 한다. 그럼에도 화가 나거나 한 표정이 아니라 얄미운 7살 어린아이가 뱉는 발칙한 발언에 어쩜 저렇게 얄미울 수 있대! 하는 것에 가까웠다. 저놈의 사랑! 혼잣말인 말에 갑자기 가문 사람들이 '이건 사랑이야!' 하고 신나 뮤지컬을 찍던 모습까지 겹쳐 눈매가 배로 사나워진다. 그뿐이랴, 당신의 추가타는 입까지 다물게 만든다.
"젠장. 악마가 여기 있군."
깐족거리는 모습에 타니아였다면 딱밤이라도 놓았을 텐데, 학교 후배인데다 매구의 반려이니 그정도로 하긴 어렵고 이렇게 당해야만 한단 말인가! 세상 참 불합리하다. 그는 당신이 마차에 오른 뒤 자리에 앉는 걸 확인한 뒤에야 동승한다. 마부가 문을 닫고 그는 맞은편에 앉아 사탕이 든 종이봉투를 한켠에 내려놓는다. 감초사탕이 다시금 튀어나올까 마개를 꾹 누른 뒤 당신의 짐 내려놓는 소리를 듣는데, 여간 무거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후의 대화를 경청하며 이후의 대답은 가볍다.
"..조언 고맙네."
하고는 남은 말을 기다리며 추측한다. 주인을 앗아갔다는 인식이든 무엇이든 강할 것이며, 백정과 함께하는 그는 희미할 것이란 추측. 그래, 맞는 말이다. 그도 제법 깐족거리긴 하나 개인주의인 탈에게 별 영향은 끼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조용히 초랭이를 떠올린다. 개인주의라 해도 가르칠 건 다 가르쳤던 그 망할 새끼. 그리고 양반과 각시가 서로 다녔으며 분열도 없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 서로간의 기본적인 친분 정도는 구축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깊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는 사이인가? 나쁘지 않다. 라온을 돌아다니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아니면, 정 안 된다면 자네의 친구를 만나보고 싶다며 접선하는 것도 있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 지는.
그가 고민에 잠겨있듯 당신도 고민에 잠기다 그를 본다. 그는 반짝이는 금안에 이젠 금이 반짝이는 것만 봐도 도망치고 싶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깐족거림에 더불어 가늘어지는 시선을 보고 말았으니 이제 피하지도 못한다. 오해할 소문이 설마 이건가? 말도 안 돼! 그는 저 발칙한 금빛 눈을 보며 한숨을 깊게 쉰다. 난 말렸다. 아주 대차게 말렸다.
"..세라피나 영애 말인가?"
아하, 이름이 세라피나였다. 그는 창 밖을 바라보듯 시선을 돌린다. "..1학년이라 아직 내 악명을 잘 몰라 일방적으로 쫓아오는 후임일세." 하고 얘기하고는 덧붙이듯 했다.
"장례 문화 중 고인을 다이아몬드로 만들 수 있는 장례가 있고, 그걸 자신의 가문과 접목해 원석이 아닌 가공 형태로 두면 어떠냐 묻더군. 그 이후로 비즈니스 관계 겸 후임 양성을 위해 가끔 교류하는데.."
그의 안색이 창백하다. 그는 그 귀엽고 상냥한 모습의 이면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과 싸웠던 적이 나타났던 환각을 봤을 때, 분명 그 작은 소녀는 '어머니와 남동생이 쫓아와요, 분명 내가 죽는 것도 확인 했는데 내가 또 그 사람들을..'하고 횡설수설 하다 기절해버렸지 않은가. 설마 싶어 가문의 기록을 뒤져봤을 때 선명하게 보였던 가문의 이름에 이게 무슨 난리인가 싶었지. 그는 작게 혼잣말 한다. "내 주변 여자는 왜 하나같이 살벌한 사람만 꼬이는 지.." 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이불을 솜이불로 바꿨다. 이른감이 있지 않나 싶지만 현궁은 사시사철 겨울이고 11월만 되어도 춥다. 그는 생일 선물로 받은 새 베개를 집어들며 대체 왜 이런걸 선물로 주나 싶어 괜히 팡팡 쳐 먼지를 털곤 침구를 정리한다. 제법 가정적인 모습이고, 평온한 한때였다. 교장의 호출이 있기 전까지는.
"따라오겠더니."
그는 당신을 돌아보며 늘 그렇듯 자유를 보장한다. 따라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고 달링을 데려갔을 것이다. 교장은 감 사감과 대화를 하고 있었고, 현장 경험이란 말에 입을 다물었다 뗀다. 좋은 의미가 전혀 아니지 않은가. 산전수전 다 겪은 너희에게...
"위험한 일이 발생한다면 주저없이 신호 마법을 쓰겠습니다."
이번엔 제발 호출에 제대로 응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삼키며 그는 고개를 숙였다. 까라면 까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감시할 자를 감시하고 말썽 피울 기미가 보이면..아니면 탈이 보인다면..그는 소맷단을 정리하는 척 하며 숨겨둔 살아있는 죽음의 약을 확인하고 온화하게 교장을 돌아봤다.
인상을 확 구기고 째려보았다.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포지션의 학생이 살짝 수그러들며 으응.. 하고 말하자 레오는 '비켜'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교장선생님이라. 이제와서는 별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학생들이 사라지고 있으니 경험이 풍부한 너희들이 가봐야겠다는 말이렸다. 레오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 레오 괜찮아? ' " 어. 신경쓰지마라. "
그보다 확실히 할 건 확실히 하고 가야겠지. 레오는 한 손을 번쩍들곤 '주궁 4학년 레오파르트 로아나입니다.' 하고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말했다.
" 왜 저희가 하죠? 교수님들은요? 깊은 숲으로 우리가 들어가고 나면 그때부터 우리 안전은 누가 어떻게 책임져주나요? 숲으로 들어간 이들중에 사라지는... 아이씨.. 야! 걸리적거리지말고 저리 비켜! 확 쳐죽여버리기전에 "
몇 번의 사건을 겪고 난 뒤에 드는 생각이라면 역시 자신과 친구들의 안전이 확실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탈을 쓰고 있었던 그 녀석이 아직도 원내에 있고 그 녀석이 교수중 하나였다는 사실 이후로는 교수나 선생이란 자들을 쉬이 믿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 어쨌든. 안에서 뭔가 위험한 일이 생긴다면 그 때 우리 안전은 누가 어떻게 책임져줍니까? "
그는 양 팔을 벌려 머리 위에 앉은 당신을 품으로 옮겼다. 교수는 다른 방향을 찾고 있으며, 무사한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깨진 신뢰는 복구할 수 없으나 산전수전 다 겪은 자신의 위로 산전수전 다 겪은 교수가 있음을 깨달은 그였다. 그는 편 없이 혼자 있느니 차라리 믿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번만 믿어보고, 이번에도 달라지는 기미가 없다면 교장에게 담판을 지어보고자 하는 그였다. 아니면 냅다 고문저주부터 사용하고 아무도 모르게 관에 담아 화장터로 옮겨 증거를 인멸하거나.
지나가며 듣기론 금지된 숲과 가림빛까지 돌아보고 있다고 한다. 알지 못 하는 사이 무슨 일이 어디까지 벌어진 걸까. 성큼 들어섰던 걸음이 얼마 못 가 수풀 사이에 멈춘다. 까칠한 잎사귀들이 살갗을 스쳐 따갑다. 그렇지만 멈춘 채 한 손으로 가슴팍을 짚었다. 얄팍한 옷 너머의 호크룩스가 손바닥에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작은 중얼거림은 숨소리와 같아 그녀에게 다시 들리기도 어렵다. 말로 내뱉고보니 마음이 착잡해지는지 영롱한 금빛에 희미한 불안이 퍼진다.
하. 다시 한번 짧은 한숨을 내쉬자 옅은 입김이 흩어졌다. 툭툭. 두어번 가슴팍을 두드린 그녀는 손을 내려 허리에 꽂은 지팡이 끝을 만지작거리며 굳은 걸음을 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