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 차량 근처를 탐색하기 위해서 걸어다녀봤지만 놀랍게도 더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정말 이 근처에 뭐가 더 있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특별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근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차량 근처에 떨어져있는 학생증 하나 뿐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대체 언제 떨어진 것일까? 애초에 피해자 리스트에도 없었던 것을 보면 정말 최근일지도 모른다. 혹시나 다른 학생증이 근처에 떨어졌는지 확인을 해보려고 해도, 차량의 창문으로 내부를 살펴봐도 더 이상의 것은 보이지 않았다.
<화연> 그가 붉은색 버튼을 누르긴 했으나 특별히 눈에 띄는 현상은 없었다. 허나 밖의 어딘가에서 쿠구구구궁- 하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어딘가에 변화가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좀 더 이곳저곳을 확인했다면 근처에 말라죽어있는 식물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근처에는 물뿌리개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물이 반 쯤 차 있었다. 아무래도 이 물뿌리개로 물을 줬던 모양인데 어째서 식물이 말라죽어있는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유진, 연우> 갑자기 창고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네모난 자국의 부분이 열리는 모습을 둘은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내 밑으로 내려가는, 즉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노출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으로 내려가면 커다란 철문이 있는 어떤 공간이 보였을 것이다. 철문 너머는 상당히 조용한 느낌 그 자체였다.
-피해자는 그렇다고 쳐도 유나리라는 학생 말이지? 잠시 기다려봐.
이내 프로키온의 통신이 들려왔고 그의 입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들려왔다.
-일단 능력 자체는 정말 제각각인데 화염을 방사하는 능력도 있고, 빙결 능력자도 있고, 바람을 일으키는 그런 능력자도 있어. 각각 A와 C등급으로 나뉘어져있고. 그래도 일단 하나하나 말하자면...
정수형 - 힘을 몇 배로 강화시키는 익스파 / B 민지윤 -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익스파 / A 서성우 - 만진 것을 터트릴 수 있는 익스파 / C 최한정 - 냉동가스를 분사할 수 있는 익스파 / C 오인아 - 몸에서 전기를 생산해서 기기에 전력을 공금할 수 있는 익스파 / A 유수연 - 굴절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익스파 /B 강민호 - 접착을 시킬 수 있는 익스파 /B 유나리 - 전기를 생산하고 발산시킬 수 있는 익스파 /C
-대충 이런 느낌이야. 근데 다른 건 몰라도 앞의 7명은 피해자 아니야? 피해자의 익스파를 알아서 어디에 쓸 참이야?
<체슬리> 안으로 들어가면 뭔가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야말로 가득 쌓여있는 물건 투성이였다. 더욱 안으로 들어간다면 그것도 상관없겠으나 구조로 봤을 때 벽 너머에 비밀공간이 있을 것 같진 않았다. 허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입구 부근에서 지금으로부터 15일 전. 그러니까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이 휴가를 가기 바로 전 날, 이곳을 정리하기 위해서 작성한 듯한 계획서가 떨어져있다는 사실이었다. 날짜는 정확하게 15일 전의 것이었다. 물론 계획서만 만들고 청소는 미뤄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딱봐도 나 수상해요, 라고 말하고 있는듯한 흔적을 향해 가고 있을때 갑자기 창고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앞쪽의 사각형 자국 부분이 열리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나보고 들어오라고 유혹하는건가? 누가 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계단이 눈에 보인다. 그 계단을 따라서 천천히 내려가자 안쪽에는 커다란 철문이 보이는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 여기는 대체 뭘 하려고 ... "
곰곰히 생각하면서 그 공간을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무언가 보이는 것이 없는지 체크하기 시작했다. 철문을 열어보는건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보통 익스퍼는 어릴때부터 교육을 받습니다. 함부로 능력을 쓰지 말아야한다던가 하고 말이죠. 그녀는 피해자들의 익스파 종류를 외우며 눈을 깜박였고 마저 프로키온에게 답했습니다.
"겨우 고3. 당연히 익스파를 마구잡이로 써서라도 탈출을 하려고 하겠죠? 저희한테 걸려온 전화는 감금 되어있다.. 라는거였으니까요."
그러나 아직 어린 그들이, 그런 패닉상황에서 익스파를 굳이 안 쓸까? 혹시나해서 물어본거였지만 역시 전원 그렇게 물리적인 힘이 없는 익스파였던것도 아닙니다. 힘 강화, 불꽃, 접촉폭발.. 웬만한 구속도구로 붙잡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란겁니다.
"범인이 익스파를 막을 수단을 가지고 있거나, 학생들이 자기 의지로 잡혀있거나 둘중 하나란거죠. 어느쪽이든 위험하기 짝이 없단 소리구요."
만약 전자라면 그건 상대가 엄청난 기술력을 가지고있던, 혹은 경찰의 기술력이 유출되었든 둘중 하나. 후자라면 구하러 온 상대에게 공격당할 가능성이 있으니 그건 그것대로 엄청난 문제라는겁니다. 그녀는 내려가면서 이번건 정말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만일을 대비해 입구가 닫히지 않게 패널로 막아두려 했죠. 물론 지하가 엄청 깊다면 어느순간 유효범위를 벗어나 사라지겠지만 일단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철문..?"
그녀는 경계를 강화해 패널들을 늘리고 철문에 다가가 귀를 가져다대 안에서 무슨 소리가 안들리나 확인해보려 했습니다. 주변은 유진이 봐주고 있으니 일단 안쪽 상황을 파악해보기로 한듯 합니다. 혹시 모르니 문이 열리지 않게 조심하면서요. 자신 혼자면 몰라도 팀한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조심히 움직여야합니다.
치워도 마찬가지의 난장판만 보일 뿐이다. 이대로 창고 안에 있는 물건을 다 건드려본다 쳐도 소득은 없을 듯하다. 높이 쌓인 물건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계획서를 주워들었다. 15일 전이라면… 팀의 휴가와 들어맞는 시기다. 그 이후부턴 전혀 관리 안 했나? 그는 종이를 넘겨가며 계획서를 읽어보았다. 계획서에 남은 기록이나 흔적 중에 쓸모있는 게 나온다면 좋을 텐데.
<민철> 적어도 도로에선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안으로 들어서면 당연히 여전히 사람들이 가득한 공원 내부가 보였을 것이다.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지만... 일단 통신기의 내용에 따르면 구창고 쪽에서 계단이 발견되었다는 모양이다. 그쪽으로 향할지, 다른 곳으로 갈지는 개인의 자유였다.
<유진, 연우> 일단 철문 쪽에서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일단 철문은 잠겨있지 않았기에 문은 정말로 가볍게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면 무수히 많은 화분이 선반에 장식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영양제는 물론이며, 각종 물뿌리개에, 비료까지. 허나 식물의 대부분은 이미 말라비틀어진 상태였다. 흙도 대부분 말라있는 것으로 보아 한동안 관리가 안 된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한 여학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유나리'라는 명찰이 달려있는 교복을 입고 있으며, 갈색 긴 생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상당히 긴 길이가 인상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기절이라도 한 것인지 눈을 감고 있었으나 숨은 쉬고 있었다. 옷의 단추 하나가 풀려져있는 것을 보면 누군가가 풀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냥 그렇게 입고 다녔던가.
그 외의 공간을 보면 문이 3개 있었다. 왼쪽 문, 오른쪽 문, 그리고 전방의 문. 허나 세 개 다 문은 잠겨져있었다. 그나마 정면의 문 너머에선 인기척이 들려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엔 따로 잠금장치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당장은 문을 열 수 없어보였다. 문을 열려면 방법을 찾아야할지도 모른다.
<화연> 굉음이 난 곳은 다름 아닌 구창고인 모양이었다. 바로 거기로 향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향할지는 개인의 자유였다.
<체슬리> 계획서를 읽어보려고 했으나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단지 그 계획서를 작성한 날짜가 15일 전이라는 사실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 계획서에 따르면 물건을 모두 밖으로 끄집어낸 후에, 계획서에 있는 그림대로 새롭게 정리를 하려고 한 모양이었다. 계획서를 쓴 이는 강세종 소장이었다.
/참고로 저는 물을 줬던 모양이라고 했지. 자주 줬는지의 여부는 말하지 않았어요. (시선회피) 12시까지!
일단 여학생을 발견했으니 안전하게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는게 중요했다. 하지만 저번에 예성씨가 습격 당했던 사례가 있으니 어떤 장소에 혼자만 누군가를 두고 나가는 것은 위험했다. 하지만 곧 다른 팀원들도 도착했기에 일단 여학생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 두명 정도가 이 여학생을 데리고 나가는게 어떨까요. 다른 서에도 지원 요청을 일단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어쨌든 납치 사건의 피해자를 발견한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말이다. 본부쪽에 경찰력 지원을 요청하고서, 나는 세개의 철문으로 다가갔다. 보이는 화분들은 방치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듯했다.
날짜나 작성자의 이름 외에는 쓸모 있는 정보가 없다. 관리사무소장이니 계획서에 이름이 쓰여 있어도 이상하진 않지만, 지하로 이어지는 공간이 달린 창고를 관리하는 관리소장이라면 수상쩍기 그지없다. 더 살펴봤자 유의미한 정보가 나오진 않을 듯해 구 창고쪽으로 합류했다. 굳게 닫힌 세 개의 문을 말 없이 바라보다, 팀원들을 돌아보며 한 마디 묻는다.
"문 열 것 없이 순간이동으로 건너뛰어서 확인할 수 있나? 내 능력으로도 될 것 같긴 한데."
하지만 말은 이렇게 했어도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다.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섣불리 행동할 수는 없다. 전방이 아닌 왼쪽과 오른쪽 문도 한 번 더 살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