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우느냐는 물음에 사민은 습관적으로 우는 시늉을 하며 뭐라도 뜯어먹을까 곰곰히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미 옷도 사주겠다는 사람한테 뭘 더 뜯어먹을 수 있겠느냐. 초당두부 아이스크림, 유니콘 라떼, 밥 한끼까지 아주 많은 걸 뜯어먹을... 아차, 이게 아닌데. 사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울지 않는다는 대답이자 저 스스로에게 일침을 가하는 행동이었다. 사민은 밝게 웃었다. 휴, 이런 선배를 속여먹을 생각을 했다니 후레자식이 될 뻔했다.
"엇, 그거 전애인 이야기예요?"
선배야 얼굴도 예쁘고 사람도 좋고 똑똑하고 능력도 있고.. (중략) ...돈도 많으니 애인이 있음직했다. "그런 사람은 만나면 안돼요. 좋은 사람 만나야해요. 다음에 애인 생기면 저한테 꼭 물어보셔요.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할테니까요." 본인도 연애를 많이 한 것도 않이면서 사민은 아는 체했다. 사민은 인터넷과 친구들의 이야기로 연애 사정을 배워본 바가 있다
장난스럽게 툭 말을 던진다. 그렇다고 진짜 튈 생각도 없고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옆의 사람이 친해지기 딱 좋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편견없이 다가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마치 오늘 만난 사이가 아니라는 양. 그렇지만 너무 크게 친한 모습을 보여주기엔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테니 적당히 웃어 넘길 곳도 있으리라. 그는 낄낄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 그래도 형씨야, 생각해 봐. 내가 이상한 곳 데려가면 내 책임이잖아~ 난 책임 같은 거 안 지는 사람인 걸. 형씨가 봐도 나랑 책임은 거리가 멀어 보이지 않아? 오늘만 사는 사람 blah blah.. 하는 거 있잖아."
자유로운 영혼임을 어필하듯 가벼운 말투였다. 책임 따위 지지 않는 사람이니 네게 맡겨서 책임전가를 하겠다 싶은 농담을 던진 뒤 느슨하게 웃는다. 외관으로 보면 이 도시 어디에도 섞일 수 없는 둘이지만 밤거리에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버린다. 지리 잘 아는 옆의 형씨가 확실하게 여기에 뭐가 있다며 벽마저 허물지 않는가.
"미래의 형씨가? 구미 당기네~ 뭐야, 말해 봐."
눈 감고 대충 고개 그쪽으로 슥 기울인다. 어디 보자. 분위기 좋고, 친절하고, 안주까지 좋다고? 이것 참, 좋은 여건이다. 바라면 아마 그가 원하는 칵테일도 만들어주겠지, 아니면 독한 술도 있을 것이다. 정신을 놓고 그날 밤 개처럼 놀다 가는 상상을 한다. 하루뿐인 가벼운 술약속, 그 이후 버리고 가도 책임없을 다음날 아침. 입맛이 돈다. 마침 돈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그는 붉은 시선을 느긋하게 옆사람을 향해 굴린다. 몸은 대답하기도 전에 질질 끌려간다. 그는 저벅저벅 목적지로 향하며 등을 툭툭 두드리려 했다. "용기만 내지 말고 제대로 놀 생각 하는게 좋을 거야." 하고 답지않게 진지한 목소리로 속삭이다가도 경박하게 깔깔 웃는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에 도착하며 "나는 노는걸 제법 좋아하거든, 자~ 형씨야. 들어가자! 천국 한번 맛보게!" 하고 외친 건 고사하고.
그리고 웹박수로 다른 스레들처럼 매일매일 스토리 진행 조금씩이라도 하면 어떠냐는 의견이 있었는데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사실 진행한다면 할 수야 있지만 뭔가 그렇게 하면 익스레이버가 TRPG 스레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저는 TRPG로 만든 것이 아니라 상황극 스레로 만든 거니까요. 무엇보다...
우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다행이었지만. 그녀는 전 애인이냐는 물음에 "그럴리가요~" 라면서 웃었습니다. 그 모습은 정말로 자신에게 애인이라던가 연애경험 같은게 있을리 있겠냐는. 순수하게 무슨 소리냐는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전 애인은 커녕 한번도 누굴 사귀어본적 없는걸요."
그녀는 애인이 생기면 물어보라는 말에는 그러면 선배님을 애인으로 삼으면 자기평가가 이뤄지는거냐며 미소지었습니다. 누가보면 작업거는건가 싶겠지만, 그녀로서는 정말 자기평가가 나오는건가 궁금했을뿐. 어쩌면 이래서 예전에 고백만 많이 받았던건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여기 가게에 있는거 다 사줄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렇게는 필요 없으니까요."
그건 낭비죠. 그녀는 뭔가 이야기의 핀트를 잡지 못한채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탈의실에 들어간 사이. 기모가 들어간 살짝 어두운색의 청바지 하나. 그리고 톤이 베이지에 가까운 갈색 재킷을 하나 골라놓은 상태였습니다.
"잘 어울려요 역시."
그녀는 원래 본판이 중요한것도 맞다며 당신을 칭찬했고. 자신이 골라온 두벌을 더 보였습니다.
사민은 사이렌 소리를 연상케하는 추임새를 넣으며 놀라했다. 뭔가 사민 속의 연우 이미지는 성숙한 어른에 가까웠고... 아니지, 내가 너무 구세대처럼 굴었나. 사민은 잽싸게 커브를 돌았다. 언제나 열린 마인드로 사는 것이 사민의 장점이다. 흠, 그렇군요. 고개를 몇번 끄덕이고 말았다.
연우의 발언에 "에이,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하잖아요."라며 어깨 으쓱였다. 그렇다. 사민도 어지간히 연애 기류 못 느끼는 눈치 없는 작자였던 것이다. 의외로 쿵짝이 잘 맞는 둘이었다.
"그렇게 부자세요? 저... 좀... 설렐 것 같아요..."
사민이 펄쩍 뛴 것은 그 다음 이어지는 말을 듣고서였다. 20년동안 소시민으로 살아왔던 사민으로서 지금까지 봤던 부자들은 끽해봤자 'XX월드 프리패스권 그냥 살래? 1년 쓸건데 10만원밖에 안해'라 이야기한 친구가 끝이었다. 물론 이쪽도 어지간히 부자긴 하지만... 매장 내의 모든 옷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부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앗, 그렇게 칭찬해주셔도 저는 아무것도 안 해줄건데................... 언젠가 제가 밥 살게요."
쑥쓰럽다는 듯 머리카락을 긁적이다가, 누가봐도 칭찬에 약한 얼굴로 칭찬에 약한 제안을 해왔다. 밥 같은 걸로 받은 옷의 가치를 채우기는 힘들겠지만 아무튼 충동적으로 한 제안이었다. 사민은 주섬주섬 옷을 받아들다 말고, 골라주면 사겠다는 말에 좋다며 코트를 내밀었다.
"검은색 코트요. 정장에 입으면 멋지고, 쿨하고,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인내심도 기를 수 있어서 최고의 아웃핏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백하게 대답한 그녀는 연애복은 없었나보다. 라면서 미소지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녀에게 문제가 있었던거지만... 아무튼 그런걸 굳이 말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죠.
연애기류를 못느끼는 둘의 환장의 콜라보가 지나가고. 그녀는 설렐거 같다는 말에 반하면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방금건 진심입니다. 동료를 차게되면 귀찮아지거든요. 뭐 당신이 농담을 했다고 생각 못하는게 안타깝네요.
"별로 어려운건 아니니까요."
이 가게를 사야하는거면 지금 그녀로선 쉽진 않을겁니다. 하지만 그냥 가게의 옷을 다 사는거야 문제도 아니었죠. 대신 그녀는 자신이 좀 부자긴 하다면서 인정했습니다. 이 정도는 다 가능하지 않나? 라거나 하는 착각은 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그녀는 작게 미소지으며 부모를 잘 만난거니 자랑할건 아니라고 덧붙였죠.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때 가게도 맛있었거든요."
그녀는 부대찌개를 생각하며 답하고는 당신이 내미는 코트를 받았습니다. 멋지고 쿨한건 그렇다쳐도 인내심..? 다소 어리둥절 했지만 그래도 골라준것이니 그녀는 가볍게 코트를 걸쳐봤습니다. 어떠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