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휴, 형님이나 되어 놓고 대접하는 사람의 태도가 안 되어 있네. 꿈도 못 꾼다는 건 기억의 편린조차 못 꺼낼 만큼 무지하다는 거고, 둘 중 어느 쪽이냐 하면 형님 쪽이 이쪽 사정에 더 빠삭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나 차림새만 봐도 유행에 뒤쳐져 있고, 형님은 뽄새 좋게 차려 입은 무려 관광객- 이잖습니까."
상대가 악수한 손 뻗어 휴대폰 꺼내니 이쪽은 악수한 손 대강 들어올려 휘휘 손가락 끝으로 나선을 그린다. 말함과 달리 태도는 테이가 관광객이거나 말거나 타국인처럼 생겼거나 말거나 반눈 느슨하게 뜨며 신경조차 쓰지 않는 눈치다. 제3자의 눈으로 보면 타국인이래도 미국인 테이나 백인 혼혈로 추정되는 신이나 도긴개긴이지만... 이건 중요하지도 않으니 차치해놓도록 하고. 신은 테이가 선택권을 떠넘겼거나 말았거나도 별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한숨 한번 폼 삼아 내쉬고, "나 참 이거 곤란하다~~" 하고 짐짓 심각하게 고민하는 시늉을 하고. 눈동자 굴려 주위 살피다가 그래, 하며 손가락 튕기기.
"그래, 거기가 있다. 나도 원래부터 알고 있던 건 아니고 미래의 내가 와서 귀띔해준 곳인데~" 헛소리. 아까부터 어수선하게 건들건들하던 손이 이번엔 한 건물을 가리킨다. 우연의 일치인지, 두 사람이 앞몸을 향하는 자리였다. "저짝 지하에 괜찮은 바가 하나 있단다. 분위기 좋고~ 친절 좋고~ 안주 좋고~ 근데 몇 만 원 훌쩍 넘는 가격이 하 무서워가 도저히 엄두도 못 낸다- 고 미래의 내가 그러던데, 형님이 지원만 해주신다면 어떤 용기도 낼 수 있을 것 같단다. 어때? 가고 싶어 손발이 막 덜덜 떨리지? 우연의 일치네. 나도 그래." 뻔뻔하게 제 할 말만 다 늘어놓으며 테이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렸다. 그 성정만치나 경박하게. 그러고는 그대로 끌고(?) 방금 정한 목적지에 향하려 한 것이었다. 느긋하게 부는 휘파람이 듣는 사람에 따라 킹받는다. 미레도레 미미미. 레레레 미솔솔~...
//으악... 답레 이제야 대령이오.......😭~~~~ 컨디션은 많이 좋아졌습니다...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진짜 우느냐는 물음에 사민은 습관적으로 우는 시늉을 하며 뭐라도 뜯어먹을까 곰곰히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미 옷도 사주겠다는 사람한테 뭘 더 뜯어먹을 수 있겠느냐. 초당두부 아이스크림, 유니콘 라떼, 밥 한끼까지 아주 많은 걸 뜯어먹을... 아차, 이게 아닌데. 사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울지 않는다는 대답이자 저 스스로에게 일침을 가하는 행동이었다. 사민은 밝게 웃었다. 휴, 이런 선배를 속여먹을 생각을 했다니 후레자식이 될 뻔했다.
"엇, 그거 전애인 이야기예요?"
선배야 얼굴도 예쁘고 사람도 좋고 똑똑하고 능력도 있고.. (중략) ...돈도 많으니 애인이 있음직했다. "그런 사람은 만나면 안돼요. 좋은 사람 만나야해요. 다음에 애인 생기면 저한테 꼭 물어보셔요.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할테니까요." 본인도 연애를 많이 한 것도 않이면서 사민은 아는 체했다. 사민은 인터넷과 친구들의 이야기로 연애 사정을 배워본 바가 있다
장난스럽게 툭 말을 던진다. 그렇다고 진짜 튈 생각도 없고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옆의 사람이 친해지기 딱 좋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편견없이 다가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마치 오늘 만난 사이가 아니라는 양. 그렇지만 너무 크게 친한 모습을 보여주기엔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테니 적당히 웃어 넘길 곳도 있으리라. 그는 낄낄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 그래도 형씨야, 생각해 봐. 내가 이상한 곳 데려가면 내 책임이잖아~ 난 책임 같은 거 안 지는 사람인 걸. 형씨가 봐도 나랑 책임은 거리가 멀어 보이지 않아? 오늘만 사는 사람 blah blah.. 하는 거 있잖아."
자유로운 영혼임을 어필하듯 가벼운 말투였다. 책임 따위 지지 않는 사람이니 네게 맡겨서 책임전가를 하겠다 싶은 농담을 던진 뒤 느슨하게 웃는다. 외관으로 보면 이 도시 어디에도 섞일 수 없는 둘이지만 밤거리에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버린다. 지리 잘 아는 옆의 형씨가 확실하게 여기에 뭐가 있다며 벽마저 허물지 않는가.
"미래의 형씨가? 구미 당기네~ 뭐야, 말해 봐."
눈 감고 대충 고개 그쪽으로 슥 기울인다. 어디 보자. 분위기 좋고, 친절하고, 안주까지 좋다고? 이것 참, 좋은 여건이다. 바라면 아마 그가 원하는 칵테일도 만들어주겠지, 아니면 독한 술도 있을 것이다. 정신을 놓고 그날 밤 개처럼 놀다 가는 상상을 한다. 하루뿐인 가벼운 술약속, 그 이후 버리고 가도 책임없을 다음날 아침. 입맛이 돈다. 마침 돈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그는 붉은 시선을 느긋하게 옆사람을 향해 굴린다. 몸은 대답하기도 전에 질질 끌려간다. 그는 저벅저벅 목적지로 향하며 등을 툭툭 두드리려 했다. "용기만 내지 말고 제대로 놀 생각 하는게 좋을 거야." 하고 답지않게 진지한 목소리로 속삭이다가도 경박하게 깔깔 웃는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에 도착하며 "나는 노는걸 제법 좋아하거든, 자~ 형씨야. 들어가자! 천국 한번 맛보게!" 하고 외친 건 고사하고.
그리고 웹박수로 다른 스레들처럼 매일매일 스토리 진행 조금씩이라도 하면 어떠냐는 의견이 있었는데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사실 진행한다면 할 수야 있지만 뭔가 그렇게 하면 익스레이버가 TRPG 스레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저는 TRPG로 만든 것이 아니라 상황극 스레로 만든 거니까요. 무엇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