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구하기 전에 호텔에 짐을 풀어두고 나왔다. 처음 보는 청해시의 야경은 화려하다. 괜히 관광으로도 유명한 곳이 아닌 것 같아 이곳저곳 구경하며 길을 걷다 대뜸 주머니에 손을 꽂고 멈춰섰다. 앞을 보지 않고 걷던 사람은 그를 피하지 못하고 부딪칠뻔 했는지 불만을 토로하며 스쳐 지나갔다. 네온사인은 뉴욕과 별 바를 바 없이 휘황찬란 하고, 밤의 거리라기엔 하늘을 봐야 밤이다 싶을 혼잡한 거리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번화가의 밤공기는 겨울이 다가오는지 짙은 가을의 냄새와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하다. 이쯤 되니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남에게 신경쓰지 않는다는게 느껴진다. 간혹 저 사람은 왜 길 한복판에 서있나 하는 시선이 오긴 했지만 그는 지금 감상에 젖어있으니 대충 넘겼다. 버스킹이나 구경하다 적당히 편의점을 털어 돌아갈까 싶었을 무렵이었다.
많은 사람이 한곳에 시선을 집중했다. 번화가에 있다 보면 신기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대다수 이상한 종교를 전파하는 사람이나 인터넷 방송을 찍는 사람이다. 수많은 사람이 그 부류에서 벗어나는 전혀 새로운 인물을 잠시 쳐다보다 제각기 수군거리며 갈길을 갔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는 새롭고 재미난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손을 모았다. 숨을 잠시 크게 들이마시고 그도 큰 목소리로 응수했다.
"잘생긴 얼굴 맛좀 보자, 저요~!!"
인파가 좀 흩어지자 낯선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키 한번 크네! 그는 잠시 멀리서 훑어보다 높게 휘파람을 불며 손을 붕붕 흔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제멋대로 내적친밀감을 300% 정도 끌어올린 모습이었다.
용자가 끝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차라리 눈물의 구걸쇼라도 펼쳐볼까 했는데 마침 명랑한 목소리를 높이는 장한 자가 있다. 신은 딱 손가락을 튕기고 그 기세 그대로 테이를 가리켰다. "그래, 너! 좋다." 하며 말이다. 높은 휘파람이 들린다. 장발에 옥빛. 기이한 행동에 응수한 만치 외견부터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지만 그런 것에 연연한다 하면 독고신이라 불리는 인물이 아니다. 실실 분위기에 취한 양의 웃음기를 지니고서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가 대뜸 나란한 어깨동무부터 완수하려 한다. 금방 피운 향내가 짙다. 검은 볼캡 아래로 눈매가 그림자 지고, 피로한 얼굴에 나잇값 못하는 변변찮음을 묻혀 내며 신은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술을 더 떴다. 건너편에 있는 상대편 손을 꼭 빈손으로 잡으려 하더니 엉터리 악수마냥 흐느적 흔들려 했던 것이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형님."
그러며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아이 같은 웃음기를 그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어디 가죠? 기왕이면 멋져주고 텅텅 빈 소인의 사정으론 꿈도 못 꿀 곳으로 가면 좋긴 한데..."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해서 나쁠 건 없다. 원래 모든 인연은 초면에서 시작되고 어쩌고저쩌고. 아무튼 오는 길 비행기에서 읽었던 책에서 나왔던 대사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다가온 사람은 멀리서 봐도 키가 제법 컸는데 이쪽으로 오니 기골이 장대하다. 이정도 키면 5cm 정도 주면 참 좋겠는데 왜 차고도 넘치는 것 같은 익스퍼 중에서 키를 옮기는 익스퍼는 없는 걸까? 그는 어깨동무에 낄낄 웃으며 한쪽 팔을 뻗어 등을 툭툭 두드렸다.
"당신 제법 쿨하네?"
꼭 잡은 손 몇번 흔들고 형님 소리에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에 오자마자 이렇게 재밌는 사람을 만나고 운 한번 좋다. 연초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적어도 이따 술자리에서 이 사람 덩그러니 혼자 두고 피우러 갈 일도 없을 것 같다. 얼굴 반반하지, 담배도 피우지, 거기다 붙임성도 제법이지. 오늘 밤과 새벽은 끝내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벤치에 누워 잠들지만 않으면 되는데.
"나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형씨. 어디로 갈깝쇼?"
한국어 패치를 이상하게 받은 외국인 치고 제법 현지 발음이 유창하다. 그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 "지금 여기 관광객한테 어디 간다고 하는 거야? 아! 진짜 재밌다." 하고는 악수했던 손 뻗어 핸드폰 꺼냈다. 주변 지도라도 볼까~ 하던 그는 잠시 눈 동그랗게 뜨고 고민하다 아하! 소리를 내곤 어깨동무 한 오늘 만난 절친(?)에게 은근한 시선을 보냈다.
"형씨가 지금 꿈도 못 꿀 곳이면 누구보다 잘 알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디 안내 좀 해봐~ 나도 좀 끝내주는 곳 가서 마셔보고 싶어지네."
자캐가_두려워하는_것 > 평범하게 벌레 무서워 하는 박퍼지씨..두려워 하는 거 그거 말고도 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어떡하지 이런것도 있지 않을까?
tmi인데 박씨인 이유는 성이 베르너라 배씨로 두려 했는데 친근감이 좀 적어서(전국의 배씨에게 사과합니다) 박씨가 되었고..
자캐가_공포영화를_본다면 > 처음엔 와~ 나 저 아저씨 촬영장에서 봤는데 ㅋㅋ 하면서 속으로 안 무섭지롱~ 하는데 이제 점점 표정 굳고 소파에서 더듬더듬 손 뻗어서 담요 두르고 그날 밤에 잠 못잠..자야한다면 거울이나 그런것도 다 뒤집어두고 천장 안보려 하고 이불 속도 확인 안하려고 하고..이불 걷어차고 잠들지도 않고 꽁꽁 얼어붙어서 양 세다가 괜히 무서운 장면 떠올라서 베개 팍팍 치다가 곯아떨어짐..
1. 「순수한 호의가 명백한 적의와 악의로 돌아온다면?」 > 그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했다. 정상적인 사람은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팔걸이에 팔을 두는데 그는 달랐다. 피에타 상처럼 늘어져 대답하지 않고 다리만 동동 구르던 그는 흘끔 고개를 돌린다. 나와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대답할 가치가 못 되는 거라서 굳이 말은 안 했어요." 하고는 다시금 천장만 바라보다 침묵이 계속되자 "진짜 답해줄게 없다니까요?" 하고 서두를 뗀다.
"나 그거 엄청 익숙하거든요? 그니까 답할 가치가 없죠. X같은 거 피한다 생각하고 넘기는 과정에 굳이 생각이 필요하진 않잖아요."
2. 「아끼던 사람이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걸 안다면?」 > "리리가요?"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의자에 똑바로 앉더니 턱을 괸다. 허리 굽힌 자세에서 무릎 위에 팔을 올려두고 턱을 괴는 모습이 누군가를 닮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마주한다.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붉은색 시선이 접혔다. "어디까지 알고있나 싶었는데 아는 것도 없이 질문했구나?" 무슨 뜻일까? 뭔가 읽힌 건지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음, 하고 말을 골랐다.
난 리리가 속여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리리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거든."
3. 「명백한 힘 앞에서 굴복할 길 밖에 없다고 한다면?」 > "그게 무슨 뜻이람. 차라리 죽여요."
그는 기분이 나쁜지 미간을 좁혔다. 명백한 힘 앞에서 굴복할 길 뿐이라니! "경찰의 의무 몰라요? 시민의 안전, 국가의 내부적인 수호." 그는 굴복이란 단어에 상당히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다. 허리를 바르게 세운 그는 팔짱을 끼며 다리를 꼰다.
"나는 자랑스러운 미합중국의 경찰으로 시민을 지킬 의무가 있어요. 그 명백한 힘에 굴복해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나는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요."
그러다가도 잠시 입술을 자근자근 깨물더니 자연스럽게 엄지를 입가에 가져다댔다. 불안한지 손톱을 자근자근 씹으며 시선을 어딘가로 두더니 "젠장, 나도 알아, 안다고. 굴복해야 할 때가 있는 건 알지만 네가 뭘 알아?" 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곤 손을 휘휘 저었다. "꺼져요." 하는 것이 신경질이 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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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취향 알려주세요! >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인데..시티팝?🤔
못 고치고 있는 버릇이 있을까요? > 불안하면 엄지 물어뜯는 거랑, 술 마시는 거랑, 담배랑, 기타등등 좀 많네? 문제아야 문제아.
생일이랑 좋아하는 케이크 알려주세요! > 1월 3일, 그리고 케이크는 치즈케이크를 좋아해!
>>759 으흑흑 나라도 그동안 접률 처참했던 걸 반성하고.... 오늘부터는 진짜로 다시 열활할 테니까요(울면서 그동안 밀린 정주행하는 사람....)
>>761 안녕안녕안녕~~~~ 그리고 기습뽀뽀갈기기~~~😚😚😚😚 :ㅁ 그러게???? 이름에 ㅔ 들어가는 조합인 건 알았는데 ㅊㅌㅋ순인 건 눈치 못채고 있었어... 테주 예리한데???? 하지만 체슬리 혼자 (이)가 안 들어가니까 오늘부터 캐 이름 체이리로 개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