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진중해 보이는 성격은 가끔 부러울 때도 있었다. 그녀의 성격은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활발한 편이지만, 그걸 경박하거나 가벼운 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연에 한둘씩은 꼭 나오니까. 본인의 성격에 딱히 불만은 없었지만, 가끔 좀 무게를 잡는 편이 좋으려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귀여운 강아지들은 그런 걱정 없이 맘껏 원하는 대로 굴어도 다들 귀여워 하겠지? 부럽기도 해라.
"래브라도 리트리버 귀엽죠! 뭔가 닮았다는 느낌이네요. 평소에 그런 소리 들어본 적 없어요?"
그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류의 생각은 전혀 해본 적 없었지만 한 번 의식하고 나니 어라, 제법 닮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체격이 제법 있는 것도 그렇고. 그나저나, 저 입에서 설마 멍뭉미라는 단어가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이런 걸 두고 서브컬쳐에서는 갭 모에라고 하던가?
"저요? 저는 굳이 꼽자면 인절미가 제일 귀여우려나요."
사실 강아지뿐만 아니라 모든 어린 동물들은 전부 귀엽다는 게 만고의 진리요 불변의 법칙이겠으나, 인절미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더 정신 못 차릴 정도로 깜찍한 것 같단 말이지. 특히 그 앙증맞은 귀를 달고 꼬물락거리는 게... 이런, 계속하다간 직장 상사 앞에서 이상한 표정을 지어 버리고 말 뻔했다. 유난히 애교가 많은 듯한 강아지 한 마리를 들어올려 볼을 마구 핥아두게 내버려 두면서 깔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귀여운 건 최고죠. 세상에 귀여운 거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당하게 좋아하는 게 최고라구요! 그렇게 말하며 별 생각 없이 팔꿈치로 상대를 약하게 찌르려다 말았다. 안 되지 안 돼, 저쪽은 아무리 그래도 상사라구. 정신줄 똑바로 잡아, 케이시 나이팅게일.
자신이 닮았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예성은 핸드폰을 꺼낸 후에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이미지를 띄운 후에 뚫어져라 바라봤다. 닮았나? 아니. 그냥 하는 소리인가? 적어도 자신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고 생각하며 음- 소리를 조금 길게 내던 예성은 굳이 더 말을 꺼내진 않으며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나중에 가족이나 소라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 다짐하나 정말로 물을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집에 돌아갈 때 쯤에는 그런 일이 있었지. 정도로 넘겨버릴 가능성이 컸기에.
인절미가 가장 귀엽다고 이야기하는 케이시의 말에 예성은 조용히 공감을 표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라고 꼽는 것을 보면 자신처럼 많은 종류를 좋아하는 사람인걸까. 적어도 취향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고 예성은 판단했다. 물론 모든 견종을 다 귀엽게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귀여운 것보다 늠름한 동물을 좋아하는 이도 많지 않겠습니까? 이를테면 사자라던가 호랑이 같은 맹수류로 말이죠. 물론 저는 그쪽도 좋아하긴 합니다만..."
머릿속으로 사자와 호랑이, 혹은 곰 같은 커다란 크기를 지닌 맹수들을 떠올리나 역시 결국 제 마음을 채우는 것은 이런 귀여운 종류였다. 능숙하게 다른 강아지를 자신 쪽으로 오게 하며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던 그는 작은 웃음소리를 연하게 내뱉었다.
"역시 이런 귀여운 류가 조금 더 눈에 들어오네요. 사실 마음 같아선 사무실에 경찰견을 데리고 오는 것은 어땠을까 싶었습니다만... 셀린이 무서워하고 있어서. 그 애는 고양이는 물론이고 개도 두려워하니까요."
괜히 자신의 왼쪽 어깨를 툭툭 치며 셀린이 앉아있을 법한 그 자리를 손으로 정리한 후, 예성은 다시 강아지를 쓰다듬다가 조심스럽게 품에서 놓아주며 가만히 시계를 확인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셀린에게 비스킷을 나눠주는 것 같던데.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에 애쉬주와 돌리실 때 그렇게 할 거라는 언급을 본 것 같아서! 아마 그 이후에 줬을진 모르겠지만 줬다고 한다면 그것의 감사표시라는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