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복도가 맞던가. 그녀는 자신의 집을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대신 정원이랑 연못 정도는 있다고 덧붙이며 미소지었습니다. 아 물론 자신의 집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집보다 큰거야 그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 딱히 그걸 자랑스럽게 여긴다거나 하는건 아니었으므로. 그렇게 설명하는 그녀는 딱히 기뻐보이는것도, 그렇다고 싫어하는 기색도 없었습니다.
"김치?"
당신의 열띈 항의를 무시한채. 그녀는 김치라고 하는 당신의 말에 일단 그냥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녀도 친구는 있지만.. 그래도 많은걸 모르는 아이기에. 김치- 의 의미를 아예 몰랐던 모양입니다. 사진이라. 그녀는 원래 사진을 좋아하는편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웬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으므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부끄러울건 없다고 생각했는데요.."
잘 어울린거 같았는데. 그녀는 속으로 패션을 고민하다가 자신의 소매를 끌고가는 당신에게 힘없이 이끌려 갔습니다. 싫다는건 아니고 그냥 그러한 연출을 했을 뿐입니다.
"초콜릿하고 사탕 좋아하시나요?"
물론 당신이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는건 생각도 못한채, 이걸 사고 싶어하는건가. 그 생각을 하며 그녀는 또 사탕과 초콜릿을 잔뜩 사려는듯 손을 뻗고 있었습니다.
그는 비죽 아랫입술을 내밀고 툴툴대다 아예 반격하기로 했다. 그는 반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모습에 사람 좋게 웃더니 가슴팍을 콕 두드리자 눈을 동그랗게 뜨다 웃음을 터뜨렸다. "오, 맙소사." 하더니 웃음을 멈추기 위해 고개를 돌려 숨 몇번 돌리다가도, 다시 터져나와 끅끅거릴 정도로 웃어버렸다.
"오, 알데바란."
안타깝게도 알데바란이 간과한 점이 있다. 그는 결혼 생활만 5년이 넘어가는 점이다. 덕분에 알데바란의 장난이 마냥 귀여워 웃음이 터져나온 것이 분명했다. 어쩜 이렇게 아이들의 장난이란 내 어릴적과 같을까.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더 짓궂고 잔인할 것이다! 마치 지금처럼.
장갑 낀 손이 거절하지 않는다면 닿은 손가락을 쥐어보려 했고, 그대로 지그시 가슴팍을 향해 눌러버리려 했을 것이다.
펜팔까지 의심해야 할 거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살짝 끄덕였다. 이정도만 하겠다는 무언의 신호였을까. 사실 애쉬의 말을 더 의심한다며 놀리기엔 신경이 다른 곳에 쏠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제 나름대로의 장난에 저렇게 끅끅거리며 웃는 애쉬의 모습이라든가. 그는 애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조금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난 나름 진지했어."
이내 자신을 귀여워하는, 그러니까 어린아이 취급하는 웃음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애쉬를 노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반대 입장이었는데 어느새 뒤바뀐 건지. 그는 작게 한숨쉬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손가락을 쥐고는 가슴팍에 짓누르는 그의 행동에, 조금 당황했는지 반쯤 감았던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애 취급하는게 마음에 안 드네."
상황파악이 끝났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 나를 놀리고 있어. 누군가 자신을 이겨먹는 꼴은 못 봤던 그는, 붙잡힌 손에 힘을 주어 가슴팍을 지그시 누르며 애쉬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감당할 수 있고 없고는 내가 판단해, 애쉬"
애쉬의 말에는 자신감이 있었겠지. 그는 실제로 결혼까지 한 경험이 있었으니. 하지만 알데바란에게는? 객기 뿐이었다. 갓 성인이 된 청소년 특유의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객기. 하지만 그 객기 역시 자신감의 일종이었기에, 그는 확신에 찬 시선으로 애쉬를 바라보았다.
아하, 전통 가옥 스타일이다 이건가. 사민은 반쯤 뇌를 놓기로 했다. 와, 정말 부자시군요. 어쩐지 기품과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긴다고 -딱히 그렇게 생각한적 없다- 항상 생각해왔다. 과연 나의 예리한 관찰력이 빛이 났다고 해야할까.
"연못에 황금 잉어도 있나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나도 커서 저런 멋진 집을 꼭 사야겠다. 지금 연봉도 꽤 높겠다 30대만 되면 그런 멋드러진 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사민은 제 품에 안겨놓았던 슬라임을 한 번 꼼지락거리고는... 진열대에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원래 돈을 많이 써야 버는 법을 안다고 가끔은 사치를 부려도 된다. 가끔이 아닌게 사민의 문제였지만.
"부끄럽죠 그럼! 사실 제가 할로윈을 안 챙기기도 하고... 선배는 좀 챙기셨나요?"
생각해보니 어른들도 코스튬입고 할로윈 분위기 즐기고 한다. 그렇지만 그건 사람 많이 만나고 놀기를 잘하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사항이고 비교적 얌전히 살아온 사민에게는 아무래도 먼 분위기였다. 문득 떠올라 연우에게 질문의 방향을 돌린다.
"좋아한다기보다는 할로윈이니까요. 몇 개 사서 아는 사람들한테 돌려도 좋고, 제가 두고두고 먹어도 좋죠."
사실 후자의 목적이 더 크다. 사민은 히죽히죽 웃으며 망 안에 든 동전 초콜릿을 주워들었다.
"이거 생각보다 맛이 괜찮더라고요? 옛날에는 맛 없는 초콜릿도 많아서 유심히 골라야했지만 요즘은 웬만하면 다 맛있어서 좋아요. 엇, 선배도 몇개 사드릴까요? 미리 트릭 오어 트릿 개념으로..."
불합리한 점이 없다고 느꼈다면 그나마 다행이네요. 아무래도 난이도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고 있기도 하고요. 전투는 가능하면 모두의 공격을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다 명중 처리로 돌리고 있기도 하고 있지만 가끔 적의 기술 때문에 공격이 안 먹힐 때도 있긴 하니까 말이에요. 이를테면 지하철 때도 자기장을 이용해서 달라붙은 바람에 무려 4명의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었지요.
프로키온. ㅋㅋㅋㅋㅋㅋㅋ 아앗!! 프로키온은 어쩔 수 없어요! 딱 이 정도의 분량이라구요!
그게 황금잉어인가. 그녀는 자신이 돌보는것도 아니고해서 물고기에 큰 관심이 있는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뭐가 살고는 있고 그게 무슨 색인데.. 정도일뿐.
"아니요, 사실 그렇게 관심있는 날도 아니거든요. 그냥 사람이 많으니까 분위기 타는 정도?"
뭔가를 챙기기보단. 그냥 할로윈이니까 남들하는거 따라서 몇개 할로윈 용품을 사는것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실까진 말하지 않고 그녀는 단순히 친구도 많이 없어서- 하고 가벼운 분위기로 말했습니다. 그리고선 초콜릿이 어떤게 있나 확인하는 그녀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무슨 초콜릿이 어떤게 있는지 보는데 서류라도 보는거마냥 슥슥 훑어가는 느낌입니다.
"그런가요? 그러면.."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사탕 한개를 손으로 콕 찝어 이걸 사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도 초콜릿 몇개를 산뒤 그것을 당신에게 건네려했죠.
"이렇게 하면 서로 과자를 준거니까 괜찮겠네요."
아무리 그래도 트릭 오어 트릿은 아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당신을 자세히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여동생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이제껏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런가. 자신의 남동생은, 음... 같이 살자고 하면 귀찮다고 질색을 하면서 미국으로 도로 도망갈 것 같았다. 괘씸한 녀석 같으니, 내가 자기를 어떻게 업어 키웠는 줄도 모르고! ―물론, 업어 키운 적 없다.
"우리 같은 경찰들이 만나 봤자 무슨 얘기를 더 하겠어요?"
참 슬픈 일이에요, 그쵸? 한숨을 쉬며 말했다. 슬프지만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야, 단순히 그녀 한 사람이 신경쓰인다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닌걸. 그러기에는 얽힌 일도 많았고 얽힌 사람도 많았다. 사건의 스케일이 스케일이기도 했고. 원래 경찰 일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어쨌거나 그 세 사람 모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확실한 거네요?"
으음. 강아지의 털을 쓰다듬으면서 생각해 봤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어쩌면 휴가 나와서 일 얘기를 꺼낸 것부터가 잘못되었을지도.